초보자들은 자전거 동호회 게시판이나 판매점에서 자전거 부품 구성에 대해 설명을 들을 때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 소위 시마노 부품등급이라며 ‘데오레급’, ‘105급’ 어떻다 하는데 그 자체가 감(感)이 없는데 정말 어쩌란 말인가?
이번 초보코너에서는 기성 자전거에 주로 사용되는 부품회사의 주요제품을 간단히 설명한다.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솔직히 초보자에게는 이제부터의 설명이 조금 낯설고 지루할 수 있다. 만약, 봐도 모르겠으면 아래 표들을 프린트해서 자전거를 살 때 점원설명과 비교하며 구입에 참조해도 좋겠다.
시마노 등급?
‘시마노’라는 회사에 대해 어떤 사람은 낚시용 릴을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는데 자전거 부품의 매출이 훨씬 더 큰 아주 유명한 회사다. 게다가 자전거 부품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다. 따라서 시장엔 시마노 부품을 쓰는 자전거가 아주 많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 부품구성(스펙)을 설명할 때 시마노 부품의 등급이 ‘이렇다 저렇다’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이만하면 그냥 이해하겠는데 소위 ‘시마노 부품급’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마노에서 만든 부품은 아니지만 시마노로 따지면 어느 정도 되는 부품이라는 뜻이다.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일 뿐 절대 기준은 될 수 없다. 하지만 간략하게나마 주요 제조사들의 부품(라인)별 특징을 알아두는 것이 좋은 소비를 위한 자세이기에 본 기사를 통해 설명한다.
시마노의 MTB용 부품 라인 중 최고가 제품군인 XTR. 일반적으로 그룹셋은 한 대의 자전거를 꾸미기 충분한 종류의 부품들로 구성된다. 사진은 시마노 XTR의 크로스컨트로용 제품군.
체계적인 부품분류 – 부품 라인
각 부품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비슷한 컨셉의 제품을 묶어 하나의 라인으로 만든다. 부품등급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보통 이런 제품군의 이름이다. 하나의 제품군엔 자전거 구성에 필요한 구동부와 제동부품의 대부분이 포함된다. 하지만 그룹셋을 구성하는 부품의 종류가 정형화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허브나 휠셋 또는 헤드셋, 페달이 라인업에 포함되기도 하고, 브레이크가 포함되지 않는 라인업도 있다. 하나의 그룹셋 안에 성격이 다른 부품을 섞어 다양한 종류의 라이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예도 있다.
하나의 그룹셋 안에 여러 종류의 부품구성을 갖춰 호환성을 높이거나 다양한 종류의 라이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사진은 시마노 XTR의 올마운틴용 제품군. 크로스컨트리용과는 브레이크, 페달, 허브 등에서 차이가 있다.
시장에서 통용되는 등급 단순비교
각각 다른 회사의 부품이 단순비교 되는 일은 스포츠자전거에서 아주 두드러진다. 대표적으로 시마노(일본)와 스램(미국)이 그렇다. 이 두 회사는 거의 모든 자전거부품을 생산하며 자전거의 장르별로 부품등급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이다. 로드바이크에서는 이탈리아의 캄파뇰로까지 합세하여 그 등급을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속성능이나 조작감 등 감성적인 부분도 품질에 포함되므로 서로 다른 회사의 제품들을 직접 비교해 등급을 매기기란 쉽지 않다. 아래 그림들은 시마노와 스램의 각 그룹셋을 2012년 10월 현재 국내판매가격기준으로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가격 역시 판매사별 가격정책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객관적인 제품 등급을 알려주는 것이라 할 순 없다. 아래의 그림은 참고용으로만 사용하길 바란다. 실제 구입에 있어선 각 부품별 가격과 무게, 강성 등을 확인해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에 적합한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MTB부품 등급비교
대부분의 제품이 크로스컨트리용이고 세인트(SAINT)와 지(ZEE)는 다운힐, 프리라이드용 제품군이다. 다운힐, 프리라이드용 제품군은 해당 장르에서 특정 성격을 요구하는 부품들만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성이 높은 크랭크, 뛰어난 제동력의 브레이크 등이 이에 포함된다. 그 외에도 일부 제품군은 올마운틴, 다운힐, 프리라이딩에 사용할 수 있다.
MTB 부품으로 유명한 시마노와 스램의 그룹셋 가격 비교. 그룹셋에 포함된 각 부품가격의 합계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각 부품별 가격비교 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시마노 세인트는 다운힐, 프리라이드용 제품군이다. 제품구성도 다운힐, 프리라이드에 필요한 부품만 포함된다.
로드바이크의 부품
로드바이크용 부품은 시마노, 스램, 캄파뇰로의 제품들이 시장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래 그림에 비교하는 제품군은 로드바이크용 제품군이다. 시마노의 경우 타임트라이얼머신용 변속레버가 그룹셋의 이름을 달고 출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룹셋에 포함되지 않는다. 트랙바이크용 부품군은 아래 비교에서 제외되었다.
로드바이크용 부품은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마노, 스램, 캄파뇰로의 제품들을 비교했다. 이는 그룹셋 전체의 가격비교일 뿐 각 부품의 가격은 위의 그림과 다를 수 있다. 시마노의 ‘Di2’와 캄파뇰로의 ‘EPS’는 전동변속방식을 의미한다.
최근 시마노가 새로 내놓은 9000시리즈 듀라 에이스는 시마노 최초의 로드바이크용 11단 구동계다.
스램의 로드바이크용 제품군 중 최상위의 레드.
스램의 레드 블랙에디션은 레드의 하위 라인으로 성능과 가격면에서 레드와는 차이가 있다.
수퍼레코드는 캄파뇰로의 최상위 제품군이다. 전동식인 EPS도 선택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는 그룹셋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한 분류방식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때문에 위에 표기된 각 등급을 비교할 때 사람마다 한 단계 아래나 위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각 브랜드도 입장이 이와 다를 수 있다.
스포츠자전거, 몇 단?
자전거를 보고 무심코 “이거 몇 단입니까”라고 말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사실 일반적인 시티바이크 용도에서 기어 단 수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자전거에서는 그에 따라 등급이 나뉠 수 있고 가격도 차이날 수 있다. 또, 기어 단 수는 같은데 등급이 높아서 더 비싼 것도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맞는 부품등급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어(뒤 기어, 카세트 스프라켓) 수에 따른 분류를 정리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MTB XC자전거는 체인링을 지형과 라이딩스타일에 따라 1~3장을 사용한다. 로드바이크는 체인링이 2장이다. 소위 레크레이션바이크로 구분되는 초급 로드바이크와 일부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는 3장의 체인링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후 체인링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시마노는 새로운 그룹셋을 출시하며 새로운 품번을 부여하고, 구형 제품도 유지보수 등의 이유로 기존 품번을 유지하며 계속 생산한다. 때문에 제품 구입 시 그룹셋의 이름만으론 신형과 구형이 혼동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신형이 나오면서 변속단수가 변하는 경우엔 호환성의 문제도 발생한다. 아래의 그룹셋 별 변속단수 구분은 2012년 10월 현재 최신 제품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최신 제품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데오레 이상 부품은 10단으로 표기되었으나 실제로는 9단용 제품도 일부 생산되고 있다. 이는 그 이하의 제품군에도 해당되어 아세라도 8단이 생산된다. 하지만 구형 제품은 신제품 등장 이후 이중에서 부품수요가 줄어들어 수년 내 자취를 감추는 것이 보통이다.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시마노의 MTB부품 중 ‘DYNA-SYS’란 명칭이 덧붙은 것은 10단용 제품으로 9단 제품과 호환되지 않는다.
MTB용 그룹셋 변속단수별 구분
MTB용 그룹셋은 한 장의 체인링과 11장의 스프라켓을 사용하는 XX1을 제외하고 고급제품들에선 10단 구동계가 일반적이다.
산악자전거용으로는 최초로 스램이 11단 구동계를 출시했다. 앞엔 한 장의 체인링만 사용하므로 앞 변속기와 왼쪽 변속레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로드바이크용 그룹셋 변속단수별 구분
로드바이크용 그룹셋에선 10단 구동계가 일반적이었으나, 11단 구동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룹셋과 번들라인 부품
위에 살펴 본 각 사의 부품군을 ‘그룹셋’이라고 표현한 것을 이미 알고 것이다. 즉, ‘시마노 데오레 그룹셋’이라고 하면 데오레 등급의 브레이크를 포함한 크랭크셋, 체인, 카세트 등의 구동과 변속부 전체 부품군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룹셋의 부품은 크랭크암, 시프터, 디레일러 등에 자신의 라인이름(등급이름)을 대문짝만하게 프린트해서 나온다.
헌데 자전거 매장에 가보면 기성자전거(완성자전거) 중엔 이런 부품등급 프린트가 보이지 않는 제품이 있다. 대표적으로 크랭크암이 그렇다. 브랜드는 있으나 라인이름이 없는 경우다.
이는 완성차(자전거) 생산업체에만 제공하는 번들라인 제품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번들라인 부품은 단가를 줄이기 위해 성능과 큰 관계가 없는 도장, 도금 등의 마감과정을 간소화 시켜 생산한다.
시마노의 경우 알리비오와 데오레 번들라인이 대표적이다. 데오레 크랭크세트의 부품넘버는 FC-M590-9 또는 10이다. 끝번호가 9이면 9단용, 10이면 10단용 크랭크세트다. 그런데 M590보다 낮은 500번대 숫자의 크랭크세트가 있다. 이것들이 바로 데오레급 번들라인 제품이다. 알리비오도 FC-430(9단) 또는 FC-430-8(8단)인데 그 아래 400번대 크랭크가 번들라인이다. 아울러 알리비오 9단 번들부품은 데오레 이상 9단 그룹세트와 호환이 된다. 시마노는 번들라인 부품들을 묶어 논시리즈(Non-series) 제품으로 분류한다. 이런 번들라인 생산은 다른 부품회사도 마찬가지다. 스램은 번들라인을 S-시리즈라고 부른다. 이렇게 일부를 번들부품으로 구성한 스포츠자전거는 초중급자용이 대부분이다.
부품회사들은 그룹셋 외에도 브랜드의 로고만 찍힌 번들라인 부품을 생산한다. 이런 부품을 시마노는 논시리즈, 스램은 S시리즈라 부르고 주로 완성차업체에 납품한다. 사진은 좌측부터 시마노의 FC-M552(MTB용)와 스램 S300(로드바이크용) 크랭크.
풀세트냐? 조합이냐?
다시 시마노를 예로 들자. ‘데오레 XT’ 그룹셋으로만 구성한 자전거를 말할 때 ‘XT 풀세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완성차 생산업체 중에는 제품라인업을 세분화하려는 차원에서 자전거부품을 풀세트로만 구성하지 않는다. 위에서 설명했지만 초중급 스포츠 자전거 중엔 번들라인 부품을 쓰기도 한다.
반대로 고급 제품 중에는 일부 부품을 한두 단계 위 라인부품을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다른 건 XT 풀세트인데 뒤 디레일러만 XTR(업그레이드)을 쓰거나, 앞 디레일러는 SLX(다운그레이드)를 쓰는 식이다.
소위 ‘깔맞춤’이라고 할 수 있는 풀세트 구성의 자전거를 고를 것이냐, 아니면 부분적으로 업그레이드와 다운드레이드 된 제품을 선택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몫이다.
아울러 부품 일부가 번들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그만큼 가격적인 부담이 적을 것이고 등급이 높고 풀세트에 가까울수록 주머니 사정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