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일, 이른 아침부터 분당 율동자연공원 뒤편, 대도사 체육공원으로 MTB 라이더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오전 6시를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공원은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 자전거정비를 하는 이들, 그리고 잠시 후부터 시작할 고단한 하루를 위해 몸을 푸는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이들은 바로 오디바이크가 개최하는 싱글 페스티벌에 참가하려고 온 출전자들이다.
5월 1일 분당 대도사 체육공원이 오디 싱글 페스티벌 참가가들로 붐볐다.
조용한 아침을 들뜨게 하다
함께 자전거 타던 반가운 얼굴을 만나면 안전 라이딩과 완주에 대한 응원을 잊지 않는 모습이다.
오디 싱글 페스티벌은 지도를 보며, 코스를 찾고 체크포인트를 모두 거쳐 출발지로 돌아오는 모험 대회다. 지도와 자전거정비, 보급식은 필수.
경기도 성남시 분당 율동공원을 출발해 광주시, 용인시, 의왕시에 걸친 싱글트랙(좁은 산길)을 돌아오는 이 대회는 과거 오디바이크가 매년 5월, 개최했던 오디랠리(오디 MTB 마라톤)를 잇는 대회다.
오디랠리는 2003년 오디바이크가 시작한 MTB 마라톤 대회로 2012년까지 개최되었다. 대회 때마다 코스 설정에 애를 먹었고, 지역주민, 등산객 등과의 갈등으로 단 한 번도 쉽게 열린 적이 없었지만 동호인들의 성원을 밑거름으로 묵묵히 성장해왔다. 이런 오디랠리가 2012년, 8회 대회 이후로 열리지 않다가 올해 다시 MTB 라이더들에게 돌아온 것이다.
오디랠리는 함께하는 라이딩, 완주의 성취감을 의의로 한다. 따라서 참가한 사람들은 라이벌이 아니라 동료들이다. 이제 함께 라이딩할 사람들이 모두 출발선에 모였다.
오디바이크 최영규 대표가 출발 전, 참가자들의 완주와 안전 라이딩을 당부했다.
6시 50분, 확성기를 든 오디바이크의 최영규 대표는 “요즘 자전거 행사와 대회들이 대부분 로드바이크에 집중된 경향이 있는데, 산악자전거 또한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좋은 자전거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코스로 만들었으니 안전하게 라이딩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셨으면 합니다”라고 대회 취지를 담은 짧은 인사말을 했다.
계단과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 불곡산 입구. 참가자들이 입산을 위해 자전거를 들고 끌며 장사진을 이뤘으나 모두 질서정연한 모습이다.
오디 싱글 페스티벌은 경쟁적인 레이스가 아니라 산악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일종의 오리엔티어링이다. 지도를 보며 코스를 달려 설정된 체크포인트를 찾아가는 모험이며, 이런 도전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이 의의다.
차로에서 참가자들은 안전하게 길가로 운행, 자전거도로가 있는 곳은 자전거도로를 적극 이용해 교통민원도 줄이려는 노력을 했다.
3년 만에 돌아온 이번 대회에는 400여명이 참가했으며, 율동공원을 출발해 불곡산, 법화산, 고기리계곡, 바라산, 우담산, 응달산, 분당구 백현동을 거쳐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전 구간 61.12㎞의 코스, 그리고 불곡산과 법화산을 뺀 52.8㎞의 단축 코스로 나뉘어 실시됐다. 오전 7시를 기해, 온 구간 참가자들이 먼저 출발했으며 8시엔 단축 구간 참가자들이 출발했다.
※편집자 주: 오리엔티어링 – 지도와 나침반, GPS 등을 이용해 험한 지형을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즐기는 야외 스포츠.
정겹고 훈훈한 모습 이어져
참가자들은 가파르고 험한 돌길에서 자전거를 끌며, 서로를 격려했다.
출발지와 가장 가까운 불곡산 입구에서는 참가자들이 입산하기 위해 긴 장사진을 이루었으며, 고기동 계곡에서는 바라산 입구를 찾던 이들이 큰 목소리로 산위의 동료들을 부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코스를 찾다가 힘들면 모르는 사람끼리도 어울려 쉬고, 집에서 싸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 오르막이 힘들면 자전거를 끌었고, 거친 내리막에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고생 끝 낙이 있듯이 힘든 업힐 뒤에는 즐거운 다운힐이 있는 법.
설사 넘어질지언정 포기란 없다.
드디어 체크포인트. 기다리던 대회요원이 참가번호판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참가자들은 이 스티커를 받을 때마다 임무 하나를 완수한 셈.
헛갈리기 쉬운 길에선 앞사람이 뒤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큰 소리로 길을 일러주었고, 길가에서 쉴 때 처음 만난 이가 길을 잃을까 염려하여 기다렸다 함께 가는 훈훈한 모습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온 종일 어린 아이처럼 숲과 자연을 누볐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3년이나 사라졌던 오디랠리가 우리에게 돌아와 선사한 풍경이다.
길가에서 물과 행동식을 나눠 먹은 이 둘은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오디랠리의 참다운 정신을 아는 이들.
모험과 도전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탕아여, 이제 다시 우리 곁에······
3년이나 대회를 쉬는 동안 오디랠리의 스텝들도 많이 바뀌었다. 도시적이고 감각적인 로드레이스에 푹 빠진 이들이 있고, 바쁜 업무에 자전거회사에서 자전거를 쳐다보지 못하는 이들도 생겼다.
“오디랠리를 준비하기가 예전보다 더 힘드네요. 지역주민이나 민원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텝들도 과거 오디랠리의 정신이 남아 있는 이들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게 더 힘듭니다” 대회를 준비하던 때 오디바이크 박상혁 부장의 말이다.
참가자들은 물을 만난 고기마냥 온종일 숲과 자연을 만끽했다.
첩첩이 쌓인 업무를 놔두고 코스를 찾거나, 자신이 라이딩할 시간을 포기하고 휴일에 나와 근무해야하는 걸 누구인들 좋아하겠는가. 이 때문에 대회준비가 미흡할 것 같다던 그 걱정은 기우가 됐다. 체크포인트에서 스텝들은 스티커(체크포인트를 지난 표시)를 붙여주며, 참가자들을 독려했고, 출발지로 돌아오는 이들에겐 아낌없는 축하와 박수를 보냈다. 참가자에게 완주증을 들려주며 자신이 더 뿌듯한 표정을 지었으며, 함께 기뻐했다.
출발지로 돌아온 참가자들의 표정이 개선문을 통과하는 장군 못지않다.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수도권에서 그것도 싱글트랙으로 이런 대회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한 최지행 씨.
참가자인 최지행 씨는 “수도권에서 싱글트랙을 모티브로 이런 대회를 연다는 게 쉽지 않아요. 오늘만 해도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지역주민과 실랑이가 있었고요. 참가자들에게 ‘비경쟁’, ‘함께 자전거를 타는 기쁨’을 말해도 대회취지를 모두 전하긴 힘들죠. 필드가 방대하다보니 관리요소도 많을 것이고요. 어려움이 많았을 거예요. 참가자 입장에서는 즐겁고 성취감을 느끼는 대회지만······. 아무쪼록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한다.
완주증을 건네는 대회요원의 표정이 완주자 못지않게 뿌듯하다.
과거 오디바이크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 대회를 유지했던 것은 이런 즐거움을 아는 이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상 10년 동안 이어 온 대회를 3년간이나 열지 않은 것은 지역 주민과의 갈등 때문도 아니고, 교통민원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참가자들의 강한 항의와 비난이 그 이유였다.
한때, 상품을 걸어 대회취지와 엇나가기도 했으나 앞서 말했듯이 오디랠리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오리엔티어링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주최자는 최소한의 이정표와 체크포인트를 운영하는 것 외에는 코스상에 어떠한 시설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무리한 코스 설정이다’, ‘안전시설과 안내원이 부족해 부상을 입었다’ 등 참가자들로부터 듣는 비난이 더 많았던 것. 그 결과 3년간 오디랠리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방황하는 탕아였다.
탕아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우린 “잘 돌아왔다, 지금부터 함께 하자”고 말할 차례다. “잘 돌아왔다. 오디랠리!”
이 날 최고의 상금이자 상품. 완주증에는 이름과 참가번호 이외에 기록이나 등위는 찾아 볼 수 없다.
■ 오디 싱글 페스티벌 사진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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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바이크 www.odbike.co.kr ☎(02)2045-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