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프로 선수들을 위해, 여성 선수들의 참여로 개발된 리브 랑마(Langma)는 2017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에어로바이크인 엔비 그리고 인듀어런스를 담당하는 어베일과 함께 리브의 로드바이크 라인업을 구성한다. 에베레스트산의 티벳어 이름인 ‘초모랑마’에서 이름을 따온 것에서 알 수 있듯, 피레네와 알프스 등 세계의 고준한 산악 구간에서의 승리가 목표인 올라운드 타입의 레이스용 경량 로드바이크로 기획됐다. 랑마는 데뷔 첫 해, 지로 로자의 퀸 스테이지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입증했으며 추후 여러 나라의 챔피언십에서 6번 우승하고, 총 47번의 프로 레이스 승리를 기록했다. 프로 무대 진입 4년이 지난 2021년, 리브 사이클링은 더 가볍고 강해진 2세대 랑마를 선보였다.
선대 랑마는 2016년에 공개된 자이언트 TCR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TCR에서 일부 사이즈만 변경한 여성용 버전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기술적인 요소만 같을 뿐 프레임을 구성하는 각 부분의 형태와 강성 그리고 지오메트리가 여성 프로 선수들의 요구와 신체 데이터를 반영해서 완전히 다르게 설정됐다. 여성은 남성과 신장이 비슷할 때 상체와 팔이 짧고, 다리가 긴 편이어서 지오메트리에 이 부분이 반영됐다. 리치는 짧게, 스택은 높게 설정한 것.
신형 랑마는 성공했던 1세대 랑마의 방식을 따르면서도 더욱 독자적인 방향으로 진화했다. 2세대 랑마는 신형 TCR 그리고 1세대 랑마 어드밴스 SL과 달리 분리형 시트포스트를 사용한다. 프레임 일체형 시트포스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1세대 모델보다 가볍고, 여성 선수들의 요구에 맞춘 무게 대비 강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브 사이클링의 엔지니어들은 랑마의 주행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공법을 택했다. 무게를 줄이면서 강성을 높이고 공기역학성능을 강화하는,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방법이다.
랑마 시리즈는 3개 등급의 프레임으로 생산되는데, 최고 등급 모델인 랑마 어드밴스 SL 디스크의 경우 1세대 모델(랑마 어드밴스 SL 림 브레이크)보다 7%(60g) 가벼워졌다. 감량을 실시하면서 포크와 프레임의 강성과 충격 저항성을 높이기 위해서 카본 나노튜브(CNT)가 포함된 레진을 썼으며 카본 레이어는 최대한 길게 사용했다. 카본의 등급을 높여서 절대적인 카본 사용량을 줄인 것도 다이어트 비결 중 하나다.
리브는 소비자가 숍에서 구입하는 것과 같은 상태로 프레임 무게를 측정한다. 유리한 숫자를 만들기 위해서 도색하기 전의 무게를 표시하거나, 물통 케이지 고정 볼트 등을 제외시키는 꼼수는 자이언트/리브의 방식이 아니다.
물통케이지 볼트 등 모든 하드웨어를 포함하고, 페인트가 칠해진 랑마 어드밴스 SL 프레임(M 사이즈)의 무게는 810g이고, 포크는 스티어러튜브를 절단하지 않은 상태로 322g이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의 바리안트 SLR 카본 시트포스트는 141g, 시트포스트 클램프 23.5g, 디레일러 행어와 마운트가 28.4g으로 모든 부품을 합친 시스템 무게는 1325g이 된다. S 사이즈 시승차의 무게는 6.5㎏(페달 제외)으로 측정됐다.
프레임과 포크의 강성이 증가하면 힘 전달이 좋아지고 코너링과 브레이킹 등 주행 안정성이 향상된다. 2세대 랑마는 새로운 디자인과 카본 적층 설계를 통해서 1세대 모델보다 포크의 측면 강성이 50%나 높아졌다. 하단 1½인치, 상단에는 1¼ 베어링을 쓴 헤드셋에 오버드라이브2 스티어러튜브도 강성 증가에 일조한다. 헤드튜브와 포크의 강성 증가는 자전거를 좌우로 뒤흔드는 스프린트 시 라이더에게 자신감을 부여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내리막에서는 강한 제동과 빠른 코너링을 이어갈 수 있다. 포크와 프레임은 최대 32㎜ 타이어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노면이 거친 곳에서의 라이딩 또는 레이스에도 대응한다.
프레임 셋의 무게는 60g이 줄었지만, 프레임의 비틀림 강성은 21%나 증가됐다. 공기역학적인 설계의 다운튜브는 오버드라이브 2 헤드튜브와 BB셸을 단단히 연결해 조향 안정감을 유지시키고, 페달링 강성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BB셸과 체인스테이도 강화되어서 페달링 파워를 손실 없이 빠르게 전달시킬 수 있다.
공기역학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에어로 트런케이티드 일립스(Truncated Ellipse, 잘라낸 타원형) 튜빙을 확대 적용했다. 비행기 날개를 뒷부분을 잘라낸 것 같은 모양으로, 맞바람과 넓은 범위의 빗놀이 각에 대해서 공기저항이 낮은 특징이 있다. 2세대 랑마는 포크와 헤드튜브, 다운튜브, 시트튜브와 시트스테이 그리고 시트포스트에 잘라낸 타원형 튜빙이 적용됐다.
랑마 어드밴스 SL 디스크에는 얼마 전 먼저 공개된 최신 휠타이어 시스템인 케이덱스 36 디스크가 장착된다. 케이덱스 시리즈 중 최초로 세라믹 베어링을 사용해서 구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가볍고 강해진 프레임과 클라이밍에 특화된 경량 튜브리스 휠셋이 만나 언덕에서 한층 더 강한 어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구동계는 스램 레드 이탭 AXS를 파워미터를 포함해서 사용했다. 핸들바와 안장은 여성의 신체에 맞춰 만든 제품들로, 리브 컨택트 SLR 핸들바의 경우 리치와 드롭을 조정했고, 리브 알라크라 SLR 안장은 여성의 골반 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랑마 어드밴스 SL 디스크는 현재 XXS와 XS 두 가지 사이즈로 공급되며, 가격은 1230만원이다.
“높은 산, 가볍게 오르리라”
신혜수 (양수자전거거리)
현역 시절 올라운더였던 나는 긴 업힐보다는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키는 스프린트를 좋아했다. 여러 로드바이크를 레이스 파트너로 맞았는데, 변화를 바로 체감한 모델은 에어로바이크였다. 평지와 스프린트에 특화된 에어로바이크는 내 성향에 완전히 맞아떨어졌다. 휘청이지 않는 단단한 프레임에 장거리를 달릴 때 힘을 아껴주는 공기역학적인 프레임, 에어로바이크는 내가 원하던 자전거였다. 업힐보다는 평지 그리고 스프린트에 강했던 내게 가벼운 클라이밍용 자전거보다 에어로바이크가 맞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팀에서 에어로바이크와 경량 클라이밍 바이크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주저 없이 전자를 골랐던 것도 같은 이유다. 이후 레이스를 할 때마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느꼈다. 잘 만들어진 에어로 바이크는 페달링 파워를 고스란히 지면에 전달했고, 장거리를 달릴 때 힘을 아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리브 랑마는 카테고리로만 따지면 나와는 맞지 않는 자전거다. 클라이밍에 특화시킨 자전거이며, 2세대는 더욱 경량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고도 6.5㎏에 불과한 가벼운 체중은 업힐에서 좋겠지만, 스프린트처럼 힘을 쏟아부어야 할 때 부족함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막연한 선입견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이 내게 말했다.
이런!! 랑마는 내게 놀라운 반전을 전달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로드바이크 그리고 여성용 로드바이크에 대한 생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사실 나는 여성용 자전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한 유럽 브랜드의 여성용 로드바이크를 탄 적이 있는데, 자전거가 전반적으로 소프트했다. 좋게 이야기하자면 부드럽고 승차감이 좋았지만, 여과 없이 말한다면 속도가 붙지 않는 자전거였다. 그 자전거를 경험한 이후로 힘을 가지고 타는 스타일인 내겐 여성용 자전거는 맞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랑마는 테스트라이드 내내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에어로바이크의 단단하고 빠른 느낌과 경량 자전거 고유의 언덕에서의 가벼운 움직임을 동시에 전달해줬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달린다면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단단했고, 잘 균형잡힌 프레임은 놀랄만큼 가벼웠다.
몇 년 전까지라면, 경량 로드바이크와 에어로 로드바이크가 각각의 영역을 가지고 서로 침범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면 2세대 랑마는 경량 올라운더가 에어로바이크의 영역을 상당 부분 빼앗아온 것 같다. 경량이면서도 헤드튜브와 포크를 포함하는 전면부의 강성이 대단히 뛰어나고, 여성의 신체를 고려해서 짜여졌다는 지오메트리는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다.
랑마는 정말 가볍게 언덕을 오른다. 힘든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내가 원하는대로 자전거를 끝까지 제어할 수 있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리브는 랑마를 업힐에 강한 자전거로 기획하고 완성했다. 하지만 언덕에만 특화된 자전거로 생각하면 랑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뛰어나고, 평지건 언덕이건 가볍게 움직이며, 가속과 속도 유지 또한 훌륭하다. 그래서 놀라웠다. 랑마 어드밴스 SL과 함께 선보인 케이덱스 36도 마음에 든다. 케이덱스 휠 시스템 중에서 클라이밍을 담당하는 위치인데, 가볍고 반응이 빠르면서 부드럽게 구른다.
랑마를 타면서 여성용 자전거 그리고 경량 자전거에 대한 내 안의 선입견이 완전히 파괴됐다. 프레임과 포크의 강성은 대단했고, 페달링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앞으로 밀어내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선수 시절 만났던 여성용 로드바이크는 내게 안 좋은 방향으로 선입견을 만들어냈고, 은퇴 후에야 만난 랑마 어드밴스 SL은 그런 선입견을 말끔히 없애버린 자전거다.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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