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츠 사이클링이 10월 27일과 29일, 양일에 걸쳐서 현역 UCI 월드 팀 선수이자 사이클 의류브랜드, 이자도르의 공동경영자인 마틴 벨리츠(에틱스-퀵스텝)와 피터 벨리츠(BMC 레이싱 팀) 형제와 함께한 라이딩 행사를 열었다.
27일은 야간 라이딩, 29일은 주간 라이딩으로 진행됐으며 행사 이후엔 벨리츠 형제에게 궁금한 점들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
프로 선수이자 사이클웨어 이자도르의 공동경영자인 마틴(오른쪽) 그리고 피터 벨리츠 형제가 10월 27, 29일 동호인들과 라이딩을 했다. 27일은 야간 라이딩으로 남산-북악 코스를, 29일은 주간 라이딩으로 한남동에서 출발해 한강시민공원과 팔당, 경기도 광주시 분원리를 경유한 코스를 달렸다.
마틴과 피터 벨리츠는 쌍둥이 형제로 슬로바키아 출신의 프로 사이클 선수다. 형인 마틴은 에티스-퀵스텝, 동생인 피터는 BMC 레이싱 팀의 선수로 활동 중이며, 2012년 ‘이자도르’라는 사이클 웨어 업체를 창업해 사업가로서의 역량도 발휘하고 있다.
1년 전, 벨리츠 형제는 이자도르를 한국에 알리고자 방한했던 차에 동호인들과 함께 야간 라이딩을 했었다. 하지만 각자 남은 경기 일정이 있었기에 짧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서둘러 한국을 떠나야 했다. 벨리츠 형제는 당시 출국을 하면서 “내년에 시즌을 마치고 꼭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고자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여유로운 일정으로 한국을 다시 찾은 것.
마틴은 “1년 전 약속을 지키고자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한국 자전거 문화를 체험해 보기 위해 넉넉하게 일정을 잡았다”고 말했다.
27일 야간 라이딩에 앞서 방한 목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마틴은 “작년 방한 때 난생 처음 야간 라이딩을 했었는데, 밤에 자전거를 타는 것도 재미있었고, 서울의 밤 풍경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방문 일정이 짧아 간밤에 본 서울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즌이 끝난 후 넉넉한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자전거 문화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주‧야 2번의 라이딩을 하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27, 29일 양일에 걸쳐 주·야간 라이딩이 진행됐다.
야간 라이딩은 10월 27일, 저녁 8시에 와츠사이클링 한남동 매장에서 모여 남산-북악 코스를 라이딩했다. 작년과 같은 코스였지만 벨리츠 형제는 서울의 야경과 분주히 움직이는 인파를 새삼 흥미롭게 보곤했다. 남산에서 광화문, 북악스카이웨이까지 이동하는 동안 보이는 고궁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이튿날 공식일정을 마무리한 후 지하철로 경복궁을 찾아 여유롭게 한국의 고궁 풍경을 즐겼다는 후문이다.
피터는 라이딩 도중 연신 서울의 야경과 도심의 모습을 흥미로워 했으며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정 중에 서울에 있는 고궁을 답사하기도했다고.
29일 주간 라이딩은 토요일 아침 9시, 와츠 한남동 매장을 출발, 한강시민공원과 팔당, 경기도 광주시 분원리를 경유해 하남 스타필드를 거쳐 다시 한남동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달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참가한 라이더들 모두 몸을 움츠렸지만, 벨리츠 형제는 그룹 선두에 서서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라이딩에는 일반 동호인 참가자들을 포함해 MCT에 출전하는 팀 와츠와 동대전고등학교 사이클 선수들도 라이딩에 참석했는데, 이에 피터는 팀 트레이닝을 할 때보다 약간 낮은 템포로 라이딩을 이끌며 참가자들에게 트레이닝 방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피터는 주간 라이딩 때 팀 트레이닝을 하는 것처럼 템포를 조절하며 라이딩을 리드했다.
피터는 “한국은 자전거 문화가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라이딩했지만 한국은 그 중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 손에 꼽히는 곳이다. 도심에서 야간 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한국에서 라이딩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고 말했다.
29일, 동호인들과 라이딩을 마친 벨리츠 형제는 하남 스타필드 1층에 위치한 와츠 컨셉스토어, 와츠 하남 스테이션에서 간단한 점심식사 후, 참가자들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벨리츠 형제는 간담회에서 다소 곤란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하는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큰 박수를 받았다. 간담회에서 오고 갔던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보았다.
–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피터 : 어렸을 때부터 투르 드 프랑스를 TV로 시청하면서 ‘나도 저런 레이스를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14살 때 마틴과 함께 지역에서 주최한 자전거 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대회를 통해서 레이스가 얼마나 재밌는지 알게 됐죠. 하지만 단순히 사이클선수가 되기로 마음만 먹었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방법은 몰랐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가 사이클 선수 출신이라서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죠.
마틴과 함께 차근차근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서 각종 대회에 참가했었습니다. 동네에서 주최하는 대회부터 시작해서 큰 규모의 대회까지 입상하기 위해 노력했죠. 저도 그렇고, 마틴도 23세 이전에 슬로바키아 로드레이스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23살 전까지 프로팀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 노력한 거죠. 그래서 24살부터 프로 선수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 주: 마틴은 2004년부터 3년 연속 슬로바이카 U23 로드레이스 챔피언에 오른 바 있으며, 2009년엔 로드레이스 챔피언(일반부), 2010년에는 타임트라이얼 챔피언과 부엘타 아 에스파냐 팀타임트라이얼 구간 우승도 거머쥐었다.
피터는 2003년 U19 슬로바키아 로드레이스와 타임트라이얼 챔피언에 올랐으며, 2005년부터 2년 연속 슬로바키아 타임트라이얼 챔피언, 2007년에는 U23 로드레이스 세계챔피언, 2012년부터 3년 연속 팀 타임트라이얼 세계챔피언에 올랐었다.
– 자전거 탈 때 어떤 음식을 자주 먹나요?
피터 : 평소에는 채식 위주로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경기 시작 전에 빵에 잼을 바르고, 햄을 넣어서 속이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만 먹습니다. 투어 경기가 보통 3주 동안 진행되는데요. 규칙적으로 먹는 식단 외에도 과한 체력소모로 허기가 금방 찾아오기 때문에 빵으로 포만감도 주고, 체중도 관리합니다.
마틴 : 피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음식을 섭취하는데요. 라이딩 중에는 젤이나 에너지바를 먹습니다. 한 가지 피터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제가 속한 에티스-퀵스텝에서는 선수들에게 보충식으로 떡을 줍니다.
– 평소 트레이닝은 어떤 식으로 합니까?
피터: 주된 훈련은 시즌 시작 전인 12월말부터 1월에 걸쳐서 팀 캠프에서 함께 합니다. 레이스 사이 사이에 본국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생기는데요. 그 땐, 힘든 사이클링 훈련보다는 가벼운 라이딩을 합니다.
– 합숙을 하지 않고 집에 있으면 놀고 싶고, 훈련하기 싫어지지 않나요?
피터: 팀 캠프에서는 코치들이 운동방법을 조언하데, 이런 방법은 그저 참고사항이에요. 우린 경력10년이 넘은 베테랑 프로선수고 우리 몸에 대해서는 우리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레이스 컨디션을 만드는 방법도 잘 알고 있습니다. 코치들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확인하는 정도만 하고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훈련하고 몸을 관리하는 것이 바로 프로 선수입니다.
간담회는 하남 스타필드 1층에 위치한 와츠 하남 스테이션에서 진행됐다.
팀 훈련 외에 개인적으로 하는 훈련은 어떤게 있나요?
마틴 : 사이클을 위한 트레이닝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 코어 트레이닝에 집중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체중이 가볍고, 하체가 탄탄하다고 해서 사이클을 잘 탈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몸의 밸런스가 맞아야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죠.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달리기랑 아이스하키를 즐겨서 하는데요. 비시즌에 운동신경을 유지시킬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인 셈입니다.
이번 시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가 있다면?
피터 : 물론 투르 드 프랑스입니다. 3대 그랜드투어 중 하나이기도 하면서 투르 드 프랑스는 저에게 있어서 해마다 잊지 못할 기억들을 만들어 주고 있거든요.
마틴 : 저는 그랜드투어 뿐만 아니라 파리-루베가 기억에 남습니다. 파리-루베는 원데이 레이스 중에서 가장 혹독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라이딩 코스 자체도 힘들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항상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트랙 경기는 출전 안 하나요?
마틴 : 저희는 도로 경기만 출전합니다. 트레이닝 할 때 싱글기어 자전거로 트랙을 가볍게 도는 정도로만 탈 뿐 선수생활하면서 트랙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한 적은 없습니다.
투르 드 프랑스를 시청하다보면 종종 대형낙차가 일어납니다. 선수로서 낙차를 겪거나 눈으로 보게 되면 레이스에 대한 부담감이 클 것 같습니다.
피터 : 투르 드 프랑스는 워낙 중요한 경기이다 보니깐 경기 시작 전부터 모든 선수들이 부담을 갖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펠러톤에서 무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보니 대형 낙차가 일어나게 되죠. 낙차에 휘말리면 몸이 다치는 것 뿐 만 아니라 팀워크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신경이 곤두섭니다.
프로선수 초기엔 투르 드 프랑스가 아니더라도 마틴과 함께 출전하는 경기면 큰 소리가 날 때마다 행여나 마틴이 다쳤을까봐 뒤를 돌아보거나, 주위를 살폈습니다. 서로를 걱정하다보면 경기에 지장을 줄 수도 있어서 언제부턴가 마틴도 그렇지만 서로가 같은 레이스에 출전하는 것은 피하고 있습니다.
형제의 우애는 진했다. 벨리츠 형제는 동시에 출전하는 경기에서 낙차가 발생하면 행여나 형이나 동생이 다쳤을 까봐 주위를 살피게 된다고.
레이스 도중 용변이 마려우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마틴 : 펠러톤에서 선수들과 합의하에 소변을 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생중계 화면에서는 잘 비춰주는 장면은 아니지만 레이스가 하나의 그룹으로 여유롭게 진행되고 있으면, 소변이 급한 선수들이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집단 전체가 속도를 늦추곤 합니다. 그런데 리딩그룹이 있거나, 경기 템포가 빠를 때에는 소변을 볼 시간이 없습니다. 레이스가 급박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럴 때에는 그냥 안장위에서 소변을 해결합니다. 소변 보는 방법은 레이스 경력이 많은 선수들이 가르쳐줍니다. 하하.
피터 : 마틴은 라이딩 중에도 소변을 보지만 전 그 방법을 알아도 라이딩 하면서 소변을 본 적이 없습니다. 뭔가 꺼림칙해서요. 하하. 가끔 선수들이 배탈 때문에 레이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출전을 앞두고 있으면 대변을 봐야 할 만한 상황까지 이르도록 음식물을 섭취하진 않지만 간혹 탈이 나서 못 참을 정도가 되면 레이스를 포기하고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프로다운 행동입니다.
라이벌 선수는 누군가요?
피터 : 사이클이라는 운동 자체가 단체전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리더의 의견이 곧 팀의 의견과 일치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지금 팀에서 도움 선수를 맡고 있고, 리더의 목표에 따라서 서포트를 하는 역할인데요. 제가 속한 BMC 레이싱 팀의 리더인 리치 포트 선수가 만약 알베르토 콘타도르나 크리스 프룸과의 대결구도면 리치 포트 선수의 의견을 따라서 상대 선수와 팀이 자연스럽게 라이벌이 되는 겁니다. 특정 선수가 나의 라이벌이다라기 보다는 다른 팀의 리더 그리고 그 선수가 속한 팀이 라이벌이 되는 것이죠.
경기 중 힘들 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버티나요?
피터 : 사이클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마음 속으로 ‘1시간은 60분이고, 1분은 60초다. 어차피 이 시간은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 참자. 버텨내자’라고 되뇌입니다. 이 시간만 버티면 곧 쉴 수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거는 것이죠.
마틴 : 저 같은 경우에는 오늘 내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고 생각하면 맘 편하게 경기에 임하는 편입니다. 팀 리더가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까지 내 역할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버팁니다. 만약 제 스스로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면 빨리 잊고 다음을 기약하며 목표를 다시 세웁니다.
연봉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마틴 : 하하. 정확한 연봉이 얼마인지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사이클 선수로서는 많이 받는 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 정도 번다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여자들한테 누가 더 인기가 많나요?
피터 : 좀 더 술 취한 사람이 인기가 많습니다. 하하.
피터는 한국 자전거 문화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내년에도 한국에 꼭 올겁니다. 이번처럼 재미있는 라이딩 기대해도 되겠죠?”라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에서 라이딩을 했습니다. 라이딩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마틴 : 작년에는 시즌이 끝나지 않았을 때 방한했을 뿐더러 시간이 넉넉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라이딩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지요. 아쉬운 마음에 올해에는 시즌이 끝나고, 방문 일정을 여유롭게 잡아서 왔습니다. 목요일에는 서울 도심에서 그리고 오늘은 서울 근교에서 라이딩을 했는데 한국은 정말 자전거 타기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피터 : 투르 드 코리아가 해마다 개최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직은 한국에서 사이클이 인기 종목은 아니지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도로 상태도 좋고, 라이딩을 하면서 보는 경치들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앞으로 투르 드 코리아에 많은 프로팀들이 참가한다면 대회 규모도 성장하고, 사이클 문화도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내년에도 한국을 방문해 또 라이딩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오늘처럼 힘들게 타지 않는다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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