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용윤
사진 신용윤, 위아위스
2013년, ‘스포츠 자전거의 국산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자전거시장에 뛰어든 업체가 있다. 바로 스포츠 자전거 브랜드 위아위스(WIAWIS)를 운영하는 ㈜윈앤윈이다.
1993년 양궁 국가대표 감독 출신 박경래 대표가 직접 활을 만들겠다고 윈앤윈을 설립했을 때 “돌았다”, “미쳤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단다. ‘활을 쏴보기만 했지 만들어 본적도, 만들 기술도 없는데, 어떻게 양궁사업을 하겠냐’고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0년,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세계선수권대회 전종목을 석권했을 때 우리 국가대표의 절반이상이 윈앤윈의 활을 들고 있었다. 또 다시 2년이 흘러 2012 런던올림픽에선 각 국에서 출전한 양궁 선수의 절반이상이 윈앤윈의 활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번엔, 스포츠 자전거다
양궁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위아위스, 2012 런던올림픽 이후 카본 스포츠자전거의 국산화를 새로운 목표로 내걸고 달려왔다.
양궁으로 세계 정상에 선 윈앤윈은 그 곳에 머물지 않았다. 런던올림픽 이후,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바로 스포츠 자전거의 국산화!
양궁개발에서 쌓은 카본기술을 바탕으로 카본 스포츠 자전거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2년의 준비기간 끝에 2014년, ‘위아위스’라는 브랜드로 카본 로드바이크 CXT, RXT를 비롯해 하드테일 산악자전거 MCX를 발표한다.
“활 만들던 업체가 자전거를 만들 수 있겠어?”
“스포츠 자전거를 타보기는 했대?”
양궁을 시작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주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위아위스 박경래 대표는 “우리가 양궁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스포츠 자전거를 시작했을 때처럼 염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 활이 세계 점유율 1위다”라고 말한다.
당시 제품발표회에서 박경래 대표는 “잘 만들어진 수입제품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양궁을 만들겠다고 했던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라고 말하며, 업계 관계자들에게 생산과 품질관리 과정을 공개하는 등 충분한 기술력이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세간에선 “기술이 있으면 차라리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후 내수를 공략하라”고 권했지만 박경래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수출을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안정적이어야 한다. 자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브랜드가 해외에서 인정받기는 더 힘들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연구소 한 구석에는 개발을 위한 프로토타입과 테스트용 프레임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에도 통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음은 익히 알고 시작한 일었기에 윈앤윈은 서두르지 않았다. 화려한 마케팅 대신 동호인과 고등부 사이클 팀을 지원하고, 각종 대회에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며 자사 브랜드 네임을 알리고 자전거에 대한 사용자의 요구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2015년, 위아위스는 도쿄 사이클모드를 시작으로 유로바이크, 인터바이크까지 국제 자전거박람회에 ‘메이드 인 코리아’ 카본 스포츠자전거를 전시했다. 사진은 2016 도쿄 사이클모드.
그간 소비자와 선수들의 요구를 수용한 윈앤윈은 2015년, 새로운 모델들을 쏟아냈다. 하드테일 MTB 볼티오 시리즈를 비롯해 클래식한 러그드 프레임을 카본으로 재해석한 리버티와 어쌔신, 600g대 초경량 로드 프레임을 추구한 컬식스, 공격적인 올라운드 로드바이크 리제로 그리고 트랙 바이크 TXT 레브9이었다.
클래식 로드바이크를 카본으로 재해석한 리버티(위), 경륜본부와 함께 개발한 트랙 바이크 TXT 레브9(아래). 이 모델들은 2015년 도쿄 사이클모드 전시 이후 일본 수출을 시작한 자전거들이다.
이후, 국내 동호인 대회와 고등부 경기에서 위아위스의 자전거가 포디움에 서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에 힘입어 독일 유로바이크, 미국 인터바이크, 일본 도쿄 사이클 모드에 전시하며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이 전시회에서 카본 러그드 바이크 어쌔신과 리버티, 트랙 바이크 TXT 레브9 등이 호평을 받았으며, 그 해 하반기부터 일부 모델을 일본과 유럽에 수출하기 시작한다.
2016년 선보인 에어로 로드바이크 와스-1.
수출 길을 연 위아위스는 제품개발과 품질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에 2016 신제품 발표에선 새로운 에어로 로드바이크 와스-1을 선보였으며, 컬식스는 더욱 경량화되었고, 트랙바이크 TXT 레브9 또한 한층 최적화되었다. 아울러 프레임 외에 핸들바와 스템, 휠셋까지 자체 생산할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주니어 국제경기에서 우뚝!
자전거 품질에 대한 위아위스의 자부심을 한층 고조시킨 사건이 올해 1월 있었다. 바로 일본에서 열린 주니어 아시아선수권대회다.
주니어 사이클 국가대표를 후원한 위아위스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선수 본인이 보유한 자전거 외에 예비 장비로 자사의 프레임을 지원했다. 그런데, 현지 연습을 하던 중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자신의 프레임을 내려놓고 위아위스의 TXT 레브9을 사용한 것이다. 각각의 프레임으로 연습주행을 한 후, 기록이 좋은 프레임을 선택한 결과였다.
2016년 1월, 일본에서 열린 주니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TXT 레브9을 탄 우리나라 주니어 국가대표들이 15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 중 11개가 금메달이었으며, 주니어 한국신기록 2개, 주니어 아시아 신기록 1개까지 수립했다.
2016년 7월, 스위스에서 열린 트랙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창원경일여고 김수현(왼쪽)과 인천체고 나중규가 500m, 1㎞독주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한다. Photo: WIAWIS 페이스북
이 대회에서 우리 주니어 국가대표는 총 17개 메달을 휩쓸었는데, 이 중 15개가 위아위스 TXT 레브9을 사용한 선수가 획득한 것이었으며, 11개가 금메달이었다. 뿐만 아니라 2개의 주니어 한국신기록, 1개의 주니어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하는 쾌거를 거둔다.
과거 3년 간, 주니어 아시아선수권 트랙경기에서 획득한 금메달이 모두 10개이니, 일거에 3년 이상의 발전을 이룬 셈이다. 그 기세는 아시아에만 머물지 않았다. 7월 스위스에서 열린, 트랙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나중규(인천체고), 김수현(창원경일여고)이 1㎞ 독주와 500m 독주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정말, 위아위스의 자전거가 주니어선수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면 도대체 무엇이 특별하기에 이런 결과를 낳은 걸까? 그 의문의 대답은 위아위스의 기술에 있다.
카본 원단 제조부터 도색까지
‘무엇이 특별한가’라는 이 질문에 위아위스는 “보유기술과 접근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보유기술을 대표하는 것이 위아위스의 나노카본 기술, 그리고 다른 접근방법이란, 지난 세월 양궁개발을 하면서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다.
우선 이 대답의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에 잠깐 카본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본 제품은 원사를 직접 사용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원사는 직조기를 통해 원단으로 가공되고, 수지(레진)에 침착시켜서 프리프레그로 만든다. 위아위스는 카본 제품 성형에 필요한 프리프레그를 직접 생산한다.
카본 프레임은 프리프레그를 재단한 조각을 하나하나 적층해서 형태를 만든다.
일반적으로 카본 제품은 카본 원사를 바로 사용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리프레그라는 원단 형태로 만든 뒤, 이를 용도에 맞게 재단해 사용한다.
프리프레그는 카본 원사를 교차(우븐 카본)시키거나 단방향(유니다이렉션 카본)으로 펼친 후, 레진에 침착시킨 것인데, 일반적으로 카본 제품은 이를 용도별로 재단해서 겹겹이 쌓아(적층) 형태를 만든 뒤, 이 적층물을 금형에 넣고 고온, 고압으로 성형하는 것이다.
자전거 제조사들 입장에선 원사를 구입해 직접 프리프레그를 만들거나, 만들어진 프리프레그를 구입할 수도 있고, 프레임을 가공해주는 하청공장에게 모두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
적층과정을 마친 제품은 금형에 넣어 고온·고압으로 성형한다. 사진은 성형 후 프레임을 축출하는 작업.
성형 외에도 연마와 페인팅까지 위아위스는 모두 본사공장에서 처리한다.
위아위스의 경우엔 프리프레그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원사의 구입, 프리프레그 가공, 적층, 성형, 후가공과 도색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제조사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극히 드물다. 편리한 아웃소싱을 놔두고 이렇게 원단부터 자체 생산을 하는 데는 비단 꼼꼼한 일처리를 넘어서는 기술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바로 위아위스가 나노카본이라고 부르는 ‘카본나노튜브’ 기술 때문이다.
나노카본과 S-코어
‘나노카본’이라는 말은 위아위스가 카본나노튜브를 적용한 기술에 붙인 상표명이다. 나노카본튜브는 약자로 CNT라고도 부르는데, 분자구조를 보면 탄소원자 1개가 다른 탄소원자 3개와 결합된 연속체로, 육각형 벌집무늬가 펼쳐져 있는 종이를 파이프처럼 둥글게 말아 놓은 것 같은 형태다. 그 파이프의 굵기가 수 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미터) 정도로 작기 때문에 나노튜브라고 부르며, 일반적인 성상은 미립자 크기의 가루다.
간혹 CNT를 탄소섬유의 일종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탄소 원자로 구성된 것은 카본섬유와 같지만 분자구조가 다르기에 각각 다른 소재로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카본섬유보다 월등한 물성을 지니고 있다.
카본나노튜브의 분자구조와 성상. 위아위스는 과거 양궁 개발과정에서 고분자수지에 CNT를 분산하는 기술과 분산비율, 적용 카본별로 데이터를 축적했다.
대부분의 카본섬유는 분자구조가 1%만 변형되어도 끊기는데 반해, 카본나노튜브는 15%가 변형되어도 그 형태를 유지할 정도로 탄성율이 매우 높다. 게다가 싱글 월 카본나노튜브의 경우, 인장강도가 100기가파스칼 이상으로 측정되고 있어 카본섬유 중 초고강도라 불리는 것들보다도 강도면에서 10~17배나 강하다. 다만 CNT가 상당히 고가에다 그 자체만으로 제품을 만들기 어려우므로 특정 소재와 함께 사용해 기계적 특성을 높이는 데 주로 이용한다.
위아위스의 기술 중엔 S-코어라는 것도 있다. S-코어는 소재공학적으로 금속, 세라믹, 합성수지 등을 중공형 미세입자인 마이크로 벌룬과 함께 합성한 복합소재인데, 보통 신택틱 폼(Syntactic foam)이라고 불리는 소재군에 속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나노카본 기술과 S-코어 기술의 공통점이다. 바로 복합소재기술이라는 것. 즉, 주방장의 레시피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CNT를 카본섬유에 얼마나 어떻게 적용하고, S-코어 또한 구성하는 성분과 적용비중에 따라 그 기대성능이 달라지는 것이다.
S-코어 튜빙의 구조. S-코어 또한 양궁 활대의 내피로도, 내충격성를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한 복합소재를 자전거 튜빙에 응용한 것이다. 클래식 카본 로드바이크 리버티와 어쌔신, 여행용 자전거 도나르, BMX인 로콘에 적용됐다.
위아위스 개발책임자인 최웅재 부장은 카본과 적층하는 S-코어 두께를 0.1㎜ 단위로 조절해 강성에 정량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위아위스의 나노카본을 간단히 말하면 프리프레그를 만들 때, 또는 카본 프리프레그를 적층할 때 사용하는 레진에 나노튜브를 고르게 섞어 복합소재로 만든 것을 말한다. 레진에 섞인 CNT는 카본원단을 이루는 원사와 원사 사이, 원단과 원단 사이를 매워 강성, 강도, 진동감쇠성 등 고유물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S-코어 또한 튜빙을 만드는 적층과정 중에 삽입해 내충격, 내피로도 등을 높인다.
나노카본 BMX 로콘의 탄생
위아위스의 카본 복합소재 기술은 단지 물성을 높이고 개선한다는 개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성을 정량적인 기대성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위아위스는 “나노카본 기술은 레진과 CNT를 섞는 비율에 따라서 그 기대성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프리프레그를 만들 때 사용하는 레진에 분산하는 것과 적층 시 레이어 간에 바르는 레진에 분산하는 하는 것에 따라서도 결과가 다르다. S-코어 역시 밀도와 두께를 달리해 기대성능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나노카본을 쓴 프레임은 그 비강도가 일반 카본에 비해 40%이상 높으며, S-코어가 적용된 튜빙의 경우 동일 중량의 카본 튜빙에 비해 압축강도는 80%이상, 진동감쇠성도 40%이상 향상된다.
로콘은 위아위스의 카본 복합소재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위아위스의 카본 복합소재 기술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나노카본 BMX 로콘이다. 올림픽종목인 BMX 레이싱은 우리나라도 수 년 전부터 육성종목으로 채택해 현재 유소년체육으로 활성화하고 있는 단계다. 위아위스는 경기도 기흥영업본부에 BMX와 MTB용 펌프트랙이 갖춰진 기흥파크를 만들어 일반에 개방하고 있는데, BMX 선수들의 훈련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어느 날, 이곳에 박경래 대표가 들렀는데 연습하는 주니어 선수들의 BMX가 모두 알루미늄 프레임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박 대표가 훈련을 주재하고 있던 코리아바이크스쿨의 장재윤 코치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카본 프레임이 좋은 건 알지만, BMX는 경기 중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최소한 1년에 1~2대 씩 프레임을 소모해야하는데 카본 프레임은 경제적이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것.
박 대표는 ‘BMX가 얼마나 충격을 받기에 한 시즌에 최소 1~2대 소모품처럼 써야하는가’라는 의문을 품는다.
본사로 돌아온 박 대표는 그 즉시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BMX 브랜드의 알루미늄 프레임과 카본 프레임을 수배했다. 그리고 개발에 필요한 모든 테스트를 실시하고 데이터화 했다. 그 과정에서 이 프레임들이 내피로도, 진동감쇠성면에서 상당히 개선할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사진은 양궁 테스트를 촬영한 것이다. 화살을 메기지 않은 양궁의 시위를 당겼다가 발사하는 드라이 파이어를 실시했을 때, 시위가 진동을 멈출 때까지의 시간과 괴적(초록색 선)을 초고속 촬영으로 추적한 것. 위쪽 사진은 괴적이 좁고 방향이 비교적 일정하며 빠른 시간 내 진동이 멈췄다. 반면 아래쪽은 괴적이 흐트러지고 불규칙하며 비교적 오래 진동이 있었다. 위쪽 활이 위아위스의 양궁이다.
박 대표는 “양궁은 시위를 당겼다 놓는 충격이 상당합니다. 그런 폭발적인 힘으로 화살을 날려 보내는 것이죠. 그런데 화살을 메기지 않고 그대로 시위를 놓으면 그 충격을 고스란히 활대가 받게 됩니다. 스포츠용품으로써의 양궁은 이렇게 빈 활을 20만 번 발사해도 변형이 없어야 합니다. 우린 이 분야에서 세계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죠. BMX는 그 어떤 자전거보다 양궁과 비슷합니다. 강한 스프린트, 점프와 착지를 반복하면서 마치 빈 활을 쏘는 것처럼 짧은 시간 내에 큰 충격을 받거든요”라고 말한다.
즉, 경기 중 충격과 쌓이는 피로를 크게 줄여 성능을 오래 유지시킬 수 있는 BMX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왼쪽이 로콘, 오른쪽이 로콘 개발 시 참조했던 타사 프레임이다. 동일한 무게를 실어서 충격 테스트를 했을 때 로콘이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진동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로콘의 프로토타입이 장재윤 코치에게 주어졌다. 장 코치는 “짧은 시간에 프로토 타입이 완성된 것도 놀라웠지만, 그 성능에도 다시 한 번 탄복했다. 완전히 다른 탈 것이었고, 라이딩 만족도면에서는 기존의 프레임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하던 장 코치는 평소 친분이 있던 프랑스 생테티엔 BMX 팀 줄리앙 페리에 코치에게 로콘의 최적화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그는 전 프랑스 국가대표이자 정상급 선수들을 육성한 명망 높은 BMX 지도자로 한국에서도 BMX 강습회를 연 바 있다.
로콘을 실제로 보기 전에 그는 “카본으로 경기력을 요하는 BMX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성능에 회의감을 표했었다고 한다.
사진은 프레임의 비틀림 강성을 측정하는 시범으로 촬영된 프레임은 로콘과 무관하다. 프레임을 67도 기울여 헤드튜브와 리어드롭아웃을 고정하고, 한쪽 BB에 80㎏의 하중을 걸어 프레임의 변위량을 측정한다. 계측기의 숫자(변위량)가 작을수록 강성이 높은 것. 참조한 타사 알루미늄 프레임의 변위량이 2.0㎜, 카본 프레임은 2.25㎜이었는데, 강성에서는 알루미늄이 높지만 내구성에서는 한층 떨어지는 수치였다고.
위아위스는 페리에 코치에게 변위량 2.35, 2.09, 1.9㎜로 맞춘 3가지 프레임을 제시했다. 물론 내구성 테스트는 모두 합격점인 프레임으로.
박 대표는 페리에 코치를 윈앤윈 본사로 초청해 로콘의 시승과 평가를 부탁했다. 위아위스는 그에게 카본의 물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 로콘과 기존 제품을 비교분석한 데이터를 설명했으며, 로콘의 튜빙을 비틀림 강성에 따라 3가지로 제작해 제시했다.
하나는 기존 알루미늄 프레임의 평균과 비슷한 강성, 그리고 극단적으로 단단한 강성, 나머지 하나는 앞서 두 프레임의 중간 정도였다. 3가지 프레임 모두 튜빙의 체적은 동일했지만 기대성능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위아위스의 기술에 페리에 코치가 탄복한 것은 물론이고, 로콘의 성능에도 호평을 했다. 아울러 3가지 프레임 중 마지막 프레임이 선수들이 체감적으로 선호하는 정도라고 지목했으며, 이후로도 위아위스와 개발에 관련한 지속적인 협업을 약속했다.
로콘은 지난 8월, 유로 바이크에 전시되어 S-코어 튜빙을 사용한 여행용 전기자전거 도나르-e와 함께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았으며, 오는 12월 10일, 프랑스 생테티엔에서 열리는 BMX 대회 ‘트로피 데스 내시옹 위아위스 2016’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다.
로콘은 오는 12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BMX 대회 트로피 데스 내시옹 위아위스 2016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위아위스가 후원하는 트로피 데스 내시옹의 포스터.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 브랜드
위아위스는 지난해 일본 총판 선정에 이어 올해 독일에 판매법인을 설립, 유럽 수출과 관련해 발 빠르게 대응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아울러 기술적 탐구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데, 지난 3월엔 풍동실험을 실시해 차기 로드바이크 개발을 위한 더욱 공고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3월 실시한 풍동실험에서는 TXT 레브9, 와스-1, 리제로 등 로드바이크를 타사 에어로 로드바이크 비교군들과 함께 실험했는데, 유수의 에어로 로드바이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기역학성능을 보였다.
BMX 개발을 프랑스의 페리에 코치와 협업하는 것처럼 산악자전거 개발은 독일의 전설적인 여성 크로스컨트리 선수, 사비네 스피츠와 협업한다. 사비네 스피츠는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올림픽의 모든 메달 색상을 수집한 선수이자 독일의 스포츠 영웅이며, 여러 차례 유로바이크 어워드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는 인물이다.
위아위스는 독일의 전설적인 여성 크로스컨트리 선수인 사비네 스피츠(가운데)와 협업해 차기 산악자전거를 개발한다. 사비네 스피츠는 평소 자전거 개발에 큰 관심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우올림픽 이전부터 자신의 자전거에 위아위스 로고를 부착해 이후 위아위스와 협업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처럼 위아위스는 차근차근 메이드 인 코리아로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취재를 마치며 위아위스의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박경래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에서의 승부는 어쩌면 종이 한 장의 차이에서 일어날지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그것이 활이든, 자전거든 선수의 피와 땀을 받아내어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종이 한 장의 차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아위스는 선수들의 그 노력에 부응하는 스포츠 장비를 내놓을 수 있도록 묵묵히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심하게 “서두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이루고 말 겁니다”라고 덧붙인다.
어쩐지 오늘도 위아위스 연구실의 전등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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