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토요일, 하남시 미사리 조정공원에서 산바다스포츠가 주최한 브롬톤 월드 챔피언십 코리아 2017(이하 BWCK)가 개최됐다. 7월 말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브롬톤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에 참가할 선수를 뽑는 국가 예선이자 브롬톤 유저들의 축제인 이번 BWCK에는 남녀 300여 명이 참가해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BWCK 2017에는 300여명이 개성을 뽐내는 복장을 입고 참가했다.
2012년 6월 첫 행사를 시작한 BWCK, 넥타이를 착용하고 상의는 반드시 재킷을 입어야 하는 드레스 코드가 6월에는 가혹하다는 의견을 따라 이듬해부터는 4월 말 또는 5월 초로 시기가 앞당겨져서 지금까지 치러지고 있다. 지난 5년 간 한 번도 행사 당일에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6회 행사 또한 좋은 날씨에서 치러졌다. 작년부터 행사장과 출발장소가 변경되었는데, 새로운 행사장은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되고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이전보다 좋다는 평가다. 레이스 코스는 행사장 앞 주차장에서 출발해, 조정경기장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오는 4.8㎞로 남녀 각각 3바퀴를 돌아 총 14.4㎞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축사에 나섰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브롬톤을 타고 행사를 즐겼다.
축사는 찰스 헤이 주한영국대사와 윌 버틀러 아담스 브롬톤 CEO가 맡았다. 3년 연속 BWCK를 찾은 찰스 헤이 대사는 “즐겁고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된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한국은 영국으로 자동차와 전자제품, 선박 등을 많이 수출하고 있고, 반대로 영국으로부터 자동차와 위스키를 수입하고 있죠. 무엇보다 브롬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라며 브롬톤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음을 나타냈고, “오늘 제가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열심히 달리겠다. 같이 갑시다”라고 말하며 브롬톤을 타고 함께 이 시간을 즐기자고 제안했다.
브롬톤 CEO의 브롬톤 이야기
브롬톤의 CEO인 윌 버틀러 아담스는 영국에서 자신의 브롬톤을 가져와 레이스에 참가했는데, 특유의 제스처로 참가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줬다. 8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브롬톤의 인기처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성장은 모두 현장에 모인 브롬톤 오너들의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현했다.
한국어를 ‘감사합니다’ 밖에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해 참가자들을 웃음바다에 빠트린 윌 버틀러 아담스, 브롬톤 CEO.
“지금 여러분이 타고 있는 이 작은 자전거는 1975년 앤드류 리치가 자신의 방에서 개발한 것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던 브롬톤 오러토리 성당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초창기인 1980년에는 직접 한 대씩 수작업으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했지요. 지금은 전 세계에 50만대 이상의 브롬톤이 보급됐습니다.”
윌 버틀러 아담스 CEO는 브롬톤의 시작과 성장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이어서 브롬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려줬는데, 바로 ‘재미’다. 브롬톤에겐 일상의 지겨움에서 탈출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것. 브롬톤을 타고 출근하고, 친구를 만나 함께 자전거를 타며 행복을 느낄 수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서 이런 여러 가지 경험이 브롬톤을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영국에서 가져온 자신의 브롬톤을 타고 레이스에 출전한 윌 버틀러 아담스. 키가 무척이나 커서 2단 시트포스트를 사용한다.
“한국의 브롬톤 오너들의 개성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 어느 나라의 브롬톤 오너보다도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거든요.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컬러의 브롬톤이 있는 나라가 한국이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기도 하면서 브롬톤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즐기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행사를 즐기고, 브롬톤을 함께 즐기자면서 축사를 마쳤고, 현장의 참가자 그리고 갤러리들로부터 많은 갈채를 받았다.
베스트드레서 이벤트 후보들. 정성 들인 의상을 구경하는 것도 BWCK의 재미 중 하나.
영국에서 온 두 남자들과 달리 산바다스포츠의 홍기석 대표는 짧은 인사말을 통해서 “작년보다 더 즐거운 한해를 위해서 BWCK 외에도 많은 것을 준비했습니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시 여기면서 레이스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대회 개최를 선언하는 산바다스포츠의 홍기석 대표.
BWCK는 미리 폴딩해 주차해 놓은 브롬톤으로 달려가 자전거를 펴고, 대회 코스로 달려나가는 모습이 장관이다. 오전 10시 30분이 조금 지나 남자부 190여 명이 자신의 브롬토에 올라탔고, 이어서 여자부 90여 명이 출발했다.
출발! 자신의 브롬톤을 향해 달려가는 참가자들.
남자부 우승자는 27분11초를 기록한 김동원, 여자부에서는 30분7초로 결승선을 통과한 최소연이 우승을 차지했다. 남녀 모두 2위와의 기록차이가 1초 이내인 박빙의 승부였는데, 우승자들에게는 부상으로 오는 7월 영국 런던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열리는 BWC 파이널의 참가자격과 왕복 항공권이 주어졌다.
여자부 우승자 최소연 씨(위)와 남자부 우승자 김동원 씨(아래). 브롬톤 월드 챔피언십 파이널 출전권과 영국 왕복 항공권이 부상으로 수여됐다.
BWCK에는 땀 흘리며 달리는 레이스 외에 또 다른 대회가 있다. 바로 브롬톤 폴딩 이벤트다. 여러 차례의 예선을 통해서 폴딩되어 놓여진 브롬톤을 가장 먼저 펴낸 참가자 10명이 결승에 진출했고, 결승에서는 참가자 한 명씩 기록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위부터 5위까지의 기록이 0.8초 이내의 치열한 싸움이었는데, 우승자는 2위보다 3.5초나 빠른 압도적인 기록을 자랑했다. 황민규 씨가 접혀진 브롬톤을 완전히 펴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6.61초. 내년 도전자들은 이 기록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브롬톤 폴딩 이벤트 우승자, 황민규 씨.
아이와 함께 참여한 이들에게 인기였던 컬러 유어 브롬톤 이벤트.
브롬톤 패션왕을 뽑는 베스트드레서 이벤트와 종이비행기 던지기 이벤트 등이 이어졌고, 늦은 오후 공식행사가 마무리됐다.
브롬톤 프레임으로 만든 트로피.
■ 사진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