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영국 포트 윌리엄에서 열린 UCI 산악자전거 월드컵 다운힐 2차전에서 그렉 미나(남아공, 산타크루즈 신디케이트)와 트레이시 한나(호주, 폴리곤 UR)가 각각 남녀 우승을 차지했다.
관객이 가득한 포트 윌리엄 월드컵 트랙, 그렉 미나가 질주하고 있다.
2002년 이래 매년 월드컵 다운힐 경기가 열린 포트 윌리엄은 월드컵 코스 중 가장 긴 3.07km의 거리에 수직고도 560m를 내려가는 구성인데, 드롭과 점프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올해에는 경기 전부터 팬들 그리고 자전거 업계의 시선이 포트 윌리엄에 집중됐다. 톱랭커들이 소속된 팀들이 29인치 휠을 단 자전거를 탄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014년 시즌부터 27.5인치 휠셋이 월드컵 다운힐 서킷의 표준이 된 이래, 더 큰 휠이 등장한 것이다. 등장 배경은 안정감과 안전, 그리고 속도다. 다운힐 코스가 험해지고 선수들 또한 빨라지면서 큰 휠 특유의 돌파력과 속도가 요구된 것.
월드 챔피언 레이첼 애서튼(영국, 트렉 팩토리 레이싱)은 “큰 바퀴가 좁고 기술적인 코너에서 둔한 단점이 있지만, 월드컵 트랙은 전력 질주하는 구간이 많다”라며, 29인치 휠이 우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선수들에게 좌절을 선사한 진흙 구간을 돌파 중인 애런 그윈.
실제로 레이첼 애서튼은 예선에서 2위 트레이시 한나와 13초라는 간격을 벌리며 29인치 휠 다운힐 자전거의 성능을 입증했지만, 아쉽게도 예선 이후의 사고로 어깨에 부상을 입어 결승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레이첼 애서튼의 월드컵 연승 기록이 14회에서 멈추고 만 순간이다.
여자부에서 호주의 트레이시 한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타니 시그레이브(영국)는 레이첼 애서튼의 부재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예선과 결승 모두 코스 중간의 진흙 구간에서 넘어지면서 9위에 그쳤다.
남자 경기 또한 29인치 휠들의 우세였다. 29인치 휠을 쓴 산타크루즈 V10을 타고 출전한 산타크루즈 신디케이트 팀의 그렉 미나와 로리스 베르지에(프랑스)가 예선 1, 2위를 차지했고, 3위 잭 모이어(호주, 인텐스 팩토리 팀) 역시 29인치 휠을 쓴 인텐스의 프로토타입 자전거를 타고 출전했다. 인텐스는 과거 2009년에 29인치 휠을 쓴 다운힐 자전거를 선보인 바 있다.
마침내 결승, 모든 선수가 차례로 트랙을 달리고 29인치 3인방만 남겨놓은 상황. 핫시트 중앙에는 애런 그윈(미국, YT)이 왼쪽에 마르첼로 구티에레즈(콜롬비아, 자이언트) 그리고 오른쪽에 레미 티리온(프랑스, 코멘살)이 앉아있다. 모두 27.5인치 휠을 쓴 선수들이다. 예선 3위인 잭 모이어가 도색도 되지 않은 인텐스 프로토타입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테크니컬한 코스 중반까지는 애런 그윈보다 4초 가까이 느렸지만, 이후 속도를 지속할 수 있는 구간이 이어지면서 갭을 줄여 애런 그윈을 핫시트 중앙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다음 출발한 로리스는 연이은 실수로 시간을 20초 이상 잃어 50위대로 순위가 추락하고 만다.
예선과 결승 모두 4위로 경기를 마친 마르첼로 구티에레즈.
2위를 기록한 잭 모이어의 점프.
그렉 미나가 29인치 휠 버전 V10으로 월드컵 시상대 중앙에 섰다. 2위도 29인치 휠을 쓴 잭 모이어, 3위는 애런 그윈.
마지막 주자는 포트 윌리엄에서 이미 여섯 차례나 우승 경험이 있는 그렉 미나. 29인치 휠을 쓴 V10을 타고 그렉 미나는 초반을 제외한 모든 구간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며 잭 모이어보다 3초 가까운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한다. 그렉 미나가 월드컵 시리즈 종합 1위로 뛰어오른 순간이자, 29인치 다운힐 자전거로 첫 월드컵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순간이다. 결승에서 로리스 베르지에가 실수로 순위가 하락하긴 했지만, 예선 3위까지가 전부 29인치 휠이었다는 것을 봤을 때 앞으로 월드컵 다운힐 트랙에서는 29인치 휠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된다.
월드챔피언이 부상으로 결장한 여자 결승에서는 예선 2위였던 트레이시 한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다운힐 3차전은 6월 11일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