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투르 드 프랑스 레탑코리아(이하 ‘레탑코리아’)가 10월 15일 성황리에 개최됐다.
레탑코리아는 투르 드 프랑스의 주관사인 ASO가 14개국에 걸쳐 열고 있는 그란폰도, ‘레탑 드 투르’ 시리즈의 한국판이다.
2017 투르 드 프랑스 레탑코리아가 10월 15일 개최됐다. 1500여 명의 동호인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스포츠마케팅업체 왁티와 대한자전거연맹이 공동 주최·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1500여 명의 동호인들이 참가했으며,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취지를 담아 서울 올림픽회관을 출발, 평창까지 160㎞를 달렸다.
초청선수 크리스 프룸은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할 수 있어 영광이며, 동참해준 사이클리스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자필로 적은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메시지를 공개했다. 사진: 임동관
이번 대회에는 투르 드 프랑스, 3년 연속 개인종합우승(통산 4승)을 거둔 팀 스카이의 크리스 프룸이 초청되어 참가자들과 함께 라이딩을 했다.
지난해 레탑코리아에도 초청되었던 크리스 프룸은 출발 전 인사에서 “레탑코리아에 다시 오게 되어 반갑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함께 홍보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라이딩에 동참해준 사이클리스트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하고, 직접 쓴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메지시를 공개하기도 했다.
2017 레탑코리아 출발부터 평창 도착까지, 참가자들과 크리스 프룸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수많은 사이클리스트들의 행렬
레탑코리아 라이딩 대열이 오전 7시 12분 올림픽회관을 출발했다. 사전행사와 참가자 수속이 늦어 예정 시각이 조금 지체됐다. 대열의 선두는 크리스 프룸(옐로저지), 그의 오른쪽에 구자열 대한자전거연맹회장, 왼쪽엔 사이클 트레이닝센터인 GYCC의 최진용 대표코치가 함께 했다. 사진: 조기제
크리스 프룸은 평창에 도착하기까지 내내 최진용 대표와 함께 라이딩 했다. 라이딩 코스와 한국의 사이클링 문화, 그리고 라이딩 중 보이는 경관에 대해서도 묻는 모습이었다. 한편, 최진용 대표 또한 크리스 프룸의 훈련 노하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크게 4그룹으로 나뉘어 출발했다. 크리스 프룸은 출발 시 첫 그룹에서 라이딩을 시작했으며, 팔당 인근에서 후속그룹으로 이동하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하남시에 접어든 참가자 대열이 장사진을 치며 자전거의 물결을 이뤘다.
참가자 대열이 워낙 길어서 하남 초입에서 후속그룹을 촬영한 기자는 팔당에 이르러서야 선두를 따라 잡을 수 있었다.
팔당 제1터널로 향하는 언덕. 선두 뒤로 저 멀리, 팔당대교를 내려온 후속 그룹이 아스라이 보인다. 이후 크리스 프룸은 후속그룹으로 이동을 위해 선두를 이탈했다.
평소 사이클링을 즐기기로 소문난 대한자전거연맹 구자열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은 단축 코스 종착지인 여주(이포보)까지 참가자들과 함께 달렸다.
크리스 프룸이 선두를 이탈하자 승부욕이 높은 라이더들은 경기 페이스로 돌입했다.
팔당터널들을 통과한 선두그룹은 남한강변을 달리며 산산히 흩어졌으며, 1보급소인 양평 만남의 광장도 대부분 들르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양평군 지평면 망미리를 앞둔 언덕, 낯익은 얼굴들이 선두로 나왔다. MCT에 출전하는 와츠사이클링의 데니얼 마쿼트, GYCC의 선임코치 정우람, 역시 MCT 출전 팀인 팀 아리랑의 이형모 등이 속도전 그룹에서 또 다시 어택을 시도한 것. 결국 이번 대회 남자부문 전체 1위는 정우람 코치에게 돌아갔다.
크리스 프룸~ 최고!
망미1리 주민들은 “큰 자전거 대회가 열려 우리 마을을 지나간다기에 마을길을 깨끗이 청소하고 기다렸다”고 말하고, 마을을 지나는 참가자들에게 격려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가까운 1보급소와 달리 양평군 지평면 일신3리(72.6㎞)의 2보급소는 보급을 원하는 라이더들로 북적였다. 선두는 일찌감치 이곳을 지나친 뒤였다. 2시간 이상 라이딩을 한 라이더들은 충분한 휴식을 하며 자신의 페이스와 맞는 그룹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헌데, 후속그룹으로 갔던 크리스 프룸이 2보급소를 유유히 지나치는 모습을 보자 라이더들의 심장엔 다시 불이 붙었다. 크리스 프룸 열차에 동승하겠다는 라이더들이 황급히 자리를 박차고 자전거에 오른 것.
하늘은 높았고, 가을걷이 중인 들판은 아름다웠다.
2보급소를 지난 크리스 프룸을 기세 좋게 라이더들이 쫓았으나 그룹의 인원은 10여명으로 유지됐다. 함께 달리던 멤버들이 뒤로 떨어지면 앞서 가던 라이더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여주와 양평 경계인 여양3로의 낮은 언덕을 오르던 크리스 프룸. 허리춤에 챙겨 둔 보급식을 꺼내 먹으려고 저지 밑단을 뒤집었는데, 과자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날린다. 자세히 보니 다 먹은 포장지를 버리지 않고 허리춤에 다시 넣어 두었던 것. 라이딩 중 보급식 포장지를 길에 버리는 이들이 종종 있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크리스 프룸의 아름다운 마음도 함께 배웠으면 한다.
참가자들을 격려하며 완속(?)으로 라이딩 하던 크리스 프룸이 양평군 양동면 단석저수지길을 신나게 다운힐 한다. 덕분에 함께 달리던 동호인들은 잠깐 진땀을 뺐다고.
석화삼거리 3보급소에 들른 크리스 프룸이 시트포스트를 다시 조정하고, 수통에 물을 담는 동안 참가자들은 수선스러웠다.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자신과 함께 사진으로 남기려는 경쟁이 일어났기 때문. 다소 극성스러워 보일 수 있음에도 크리스 프룸은 느긋하게 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었으며, 떠나기 전 보급식으로 나온 찹쌀도너츠도 하나 입에 물고 가는 여유를 보였다.
횡성터널, 앞서 가던 참가자들을 규합하며 라이딩 하더니 프룸 그룹의 규모가 꽤 커졌다.
그러나 4보급소를 스탭이 건넨 아미노바이탈 하나 착~ 받아들고 그대로 통화해 그를 따르던 동호인들 일부가 급속도로 뒤로 멀어져 갔다.
즐거웠던 하루, 내년에도 함께 하고파
레이스형 참가자들은 크리스 프룸이 4보급소에 오기도 전에 이미 황재를 넘어갔다.
크리스 프룸이 황재에 접어들자 그의 추종자(?)들은 최진용 대표를 제외하고 2~3명으로 줄었다.
둔내 수변공원에 마련된 보급소에선 지친 참가자들보다 보급소 스탭들이 더 열성적으로 프룸을 환영했다. 마지막 보급소이다 보니 오래 동안 그를 애타게 기다렸던 모양. 보자마자 스스럼없이 ‘당신의 팬입니다’라고 말하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 목적지까지 20㎞도 남지 않은 상황. 종일 그의 뒤를 따르던 시마노 뉴트럴서비스카의 스탭도 그의 주변을 맴돌며 촬영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좀처럼 틈이 나지 않는다. 보다 못한 기자가 지나가는 크리스 프룸 옆에 밀어 넣고, 한 장 찰칵!
크리스 프룸은 청태산을 넘어오며 다시 새로운 멤버들을 규합했다.
크리스 프룸과 나란히 결승선을 넘은 참가자 한 명이 기쁨에 손을 번쩍 들어올린다.
목적지인 휘닉스 평창에 속속 도착한 참가자들은 완주 메달을 받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평창에서 진행된 이색 이벤트 중 하나. 이 분이 마시는 것은 맥주! 그렇다고 맥주를 마시는 행사는 아니다.
체험 행사로 마련된 맥주를 마시며 하는 ‘비어 요가’인데, 보시다시피 참가자들이 별로 없었다. 맥주를 받아든 참가자들이 ‘맥주+요가’라는 개념이 없어 밖에서 맥주를 다 마셔버린 것. 요가 강사는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탓이라고 푸념하면서도 소수의 참가자들을 위해 열심히 강연을 했다. 요가 동작 사이에 맥주를 마시는 데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듯하다.
평창에 도착해서도 크리스 프룸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사진은 대회 전 날, 서울 챌로홍보관에서 한 사인회. 건물 밖에까지 팬들이 길게 줄을 섰었다.
그리고 평창에 도착해서도 그 줄은 줄지 않았다.
여기에 대회 수상자들의 시상과 경품행사까지 바쁘고 꽉 찬 하루를 보내야 했다. 대회 우승자인 김미소, 정우람 씨(사진 아래)는 크리스 프룸과 함께 서 있는 포디움이 마냥 신나고 즐거운 기색이다.
크리스 프룸에게 있어 2017년은 새로운 지평을 연 해다. 우리에겐 투르 드 프랑스 3연승이 주로 알려졌지만, 올해 그는 3대 그랜드투어 중 2개를 연달아 우승했다. 행사 막간에 나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크리스 프룸은 그와 관련해 뜻깊고 보람된 해라고 말했다.
“올해는 내게 뜻깊은 해였다. 브엘타 아 에스파냐가 8~9월 개최가 된 이후, 22년간 투르 드 프랑스와 브엘타 아 에스파냐를 연속해 우승한 이가 없어, 이 두 그랜드투어를 연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투르 드 프랑스 이후 브엘타 아 에스파냐까지 4주의 시간밖에 없었는데,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휴식과 훈련을 병행해야 했다. 2천 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에서 2주간 폐활량을 키우는 특별훈련을 했는데, 내 생각에 이 훈련이 주효했던 것 같다. 큰 도전이었고, 그만큼 내겐 값진 승리였다. 그 끝에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레탑코리아에 함께 할 수 있어 더 뜻깊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음 시즌 무운을 비는 기자에게 “내년에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레탑코리아 3년 연속 참여에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 2017 레탑코리아 사진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