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팀 윰보 비스마는 사이클링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한 해에 지로 디탈리아와 투르 드 프랑스 그리고 부엘타 아 에스파냐까지 모든 그랜드 투어를 우승한 것. 그랜드 투어 종합 우승을 결정짓는 결전지, 산악 코스에서 윰보 비스마의 세 선수 곁에 있던 휠셋이 있다. 업힐에 특화된 경량 올라운드 휠셋인 35|35를 대체하는 리저브 34|37이다.
리저브는 2019년부터 2년 간 미국 곳곳의 도로를 직접 달리면서 라이딩 시 만나는 바람의 유형과 자전거에 발생하는 공기저항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현실 도로에서는 바람이 일정하게 자전거와 라이더에게 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변화무쌍한 난류라는 것을 파악했다. 리저브의 엔지니어들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윈드터널 뿐만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휠셋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을 선택했다. 앞바퀴와 뒷바퀴를 다르게 설계해서, 공기역학성능과 무게 그리고 조향안정성의 균형을 추구한 종합적인 성능향상을 추구한 것. 리저브는 장기간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 그리고 윈드터널 테스트를 통해서 얻은 난류 에어로 기술(Turbulent Aero Technolgy)을 이용해 앞뒤 휠의 림 높이와 프로파일을 다르게 디자인한 휠 라인업을 구축했다.
로드바이크용 휠셋은 림이 높아질수록 항력이 줄어들어서 공기역학성능이 향상되지만, 높은 림은 무게가 증가해서 가감속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불리하며, 측풍이 불 때 조향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리저브는 새로운 휠셋으로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앞뒤 림의 높이를 다르게 설정했다.
측풍이 불 때 핸들바가 적게 영향을 받도록 뒷바퀴보다 림의 높이를 낮췄고, 어느 방향의 바람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림의 윗부분을 둥글게 그려냈다. 항력과 측풍 상황에서의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 것. 림의 폭도 앞뒤가 다르다. 앞 림을 뒤보다 넓게 만들었는데, 타이어의 컨택트 패치(지면과 접촉하는 면적)가 넓어지면서 코너링과 제동성능의 향상을 가져왔다.
뒷바퀴는 주행 중 완전히 공기 흐름에 노출되는 앞바퀴와 달리 자전거의 프레임 일부와 라이더의 다리에 의해서 가려지고, 라이더의 체중으로 눌러지기 때문에 바람에 의한 안정성 저하가 앞바퀴에 비해서 적은 편이다. 그래서 앞바퀴 대비 높은 림을 사용해서 공기역학성능을 최대화시켰는데, 업힐 구간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휠인만큼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높이를 결정했다. 공기역학성능과 언덕에서의 가속성능에 영향을 주는 림의 무게를 모두 고려한 리저브의 선택은 앞보다 3㎜가 높은 37㎜ 림이다. 림의 너비는 앞보다 1㎜ 좁은 22㎜다.
정리하자면 앞 림은 여러 방향에 불어오는 바람에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림을 낮고 상단을 둥글게 만들었고, 뒤 림은 항력 감소에 집중해서 앞보다 좁고 높은 디자인을 채택했다. 림의 무게는 앞 351g 뒤 379g, 기존 리저브 35 카본 림의 무게가 405g이기 때문에 앞 림은 13.3%, 뒤 림에서는 6.42%의 경량화를 이룬 셈이다. 앞뒤 림에서 덜어낸 총무게는 80g이고, 강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리저브는 로드용 휠셋에 세 가지의 허브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DT스위스의 350, 240, 180 허브 중 선택할 수 있으며, 허브 이름의 숫자가 낮아질수록 정밀한 가공과 고급 소재를 사용해 무게가 가볍다. 240과 180 허브에는 DT스위스의 최신 프리허브 시스템인 래칫 EXP가 사용되었고, 350 허브는 숙성된 스타래칫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다. 180 허브에만 세라믹 베어링이 사용된 점이 차이점이다.
허브에 따른 리저브 34|37 휠셋의 무게는 180(1300g), 240(1320g), 350(1392g)으로 어떤 허브를 선택해도 1300g대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국내에는 DT180과 DT240 허브 사양이 공급된다. 가격은 DT180 400만원 DT240 350만원이다. 34|37 외에 40|44와 52|63 휠셋도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리저브는 첫 구매자에게 평생품질보증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제조상의 문제로 림이 파손되는 경우 무상으로 림을 교체받을 수 있다. 낙차 등 라이더의 과실로 인해 휠셋이 파손되는 경우, 40% 할인된 가격으로 재구매할 수 있는 파손교환정책도 5년 간 제공(최초 구매자에 한함, 구매증빙서류 필요)된다.
테스트에 사용된 34|37 휠셋에는 리저브가 개발한 새로운 타입의 튜브리스 밸브인 필모어가 장착됐다. 프레스타 타입의 밸브는 오래 전에 개발되었기 때문에 튜브리스 세팅 시 불편함이 따른다. 밸브 코어를 제거하고 실런트를 넣은 후 재장착해야 하며, 밸브 코어가 실런트에 의해 막히기도 하고, 공기 흐름이 약해서 컴프레서나 압축공기탱크를 사용하지 않고는 타이어의 비드를 림에 안착시키기가 어렵다.
리저브 필모어 밸브는 완전히 다른 구조의 튜브리스 밸브다. 공기와 실런트를 막는 밸브가 림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실런트로 인해 밸브가 막히는 일이 없으며, 넓은 밸브로 한번에 많은 양의 공기를 주입할 수 있어서 플로어 펌프만으로도 튜브리스 타이어를 설치할 수 있다. 프레스타처럼 밸브를 열지 않고 곧바로 공기를 주입할 수 있으며, 밸브 마개를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살짝 누르는 것으로 공기를 뺄 수 있어서 편리하다. 리저브는 필모어 밸브를 한번 사용하면, 다시는 프레스타 밸브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 할 정도로 제품의 편리함과 구조적인 완성도를 자신한다. 필모어 밸브의 국내 출시 여부는 미정이다.
■ 리저브 휠의 제원
first ride impression
“가볍게 오르고, 다운힐은 안정적으로”
정형래(SYNCWAY inc 대표)
지로와 투르 그리고 부엘타까지, 2023 그랜드투어를 제패한 윰보 비스마 팀의 휠셋 리저브 34|37을 만났다. 리저브는 다른 휠셋 브랜드와 달리 로드용 카본 휠보다 산악자전거 카본 휠을 먼저 만들었다. 다운힐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에서 활약하면서 견고함을 증명한 리저브가 로드 휠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예고된 것이었고, 경량 클라이밍 휠셋부터 타임트라이얼과 트라이애슬론용 에어로 휠셋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되었다.
리저브는 미국 브랜드인만큼 북미 자전거 문화의 특성을 보여주는데, 바로 카본 림을 별도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자전거숍의 실력은 휠 빌딩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고 할만큼 기술 좋은 휠스미스들이 많고, 체중과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서 원하는 림과 허브로 휠 조립을 의뢰하거나 직접 스포크를 엮는 소비자들이 많다. DT스위스가 몇 년 전에 최신 시설의 공장을 미국에 새로 지은 것도 애프터마켓용 스포크의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좋은 카본 림을 구입한 뒤, DT스위스나 크리스킹 또는 인더스트리 나인 같은 품질 좋은 허브를 써서 휠을 조립하는 일이 어렵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곳이 미국이다. 리저브가 웹사이트에 스포크 장력 등 자세한 기술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리저브는 산악자전거와 그래블용 휠셋에 DT스위스와 인더스트리 나인 허브를 옵션으로 뒀고, 로드용 휠셋은 DT스위스 제품으로 통일시켰다. 34|37에 사용된 DT스위스 허브는 세 가지로, 경제적인 제품인 350과 경량/고성능 모델인 240, 무게를 더욱 줄이고 세라믹 베어링을 사용해서 구름성을 향상시킨 하이엔드 모델 180이다. 국내에는 240과 180 모델이 공급되며, 테스트에 사용한 모델은 최고 등급인 180 허브 사양이다.
34|37은 리저브의 로드 휠 중 림 높이가 가장 낮은 모델로, 힐클라임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경량 휠셋이다. 180 허브 모델의 경우 세트 무게가 1300g에 불과하며, 앞뒤 림의 높이와 형태가 다른 것이 특징이다.
이전 모델인 35|35와 비교했을 때, 앞바퀴는 림의 높이를 1㎜를 낮추고, 뒷바퀴는 2㎜를 올렸다. 앞뒤 다른 림을 사용하는 것은 개발과 몰드 제작 등 전체적인 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리저브는 필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공기역학연구의 결과로 로드용 휠셋 라인업 전체에 혼합 프로파일을 적용했다. 앞 휠과 뒤 휠에 전해지는 바람의 유형이 다르고, 조향과 동력 전달 등 앞뒤 휠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34|37은 로우 프로파일의 휠셋의 특징인 경쾌한 움직임을 보인다. 페이퍼 스펙이 아니라 실제 무게도 가벼우며,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을 하거나 기어를 낮춰 다리에 힘을 실을 때마다 경쾌한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다.
저속 및 고속에서 순간적으로 1000와트가 넘는 스프린트를 해도 스포크 비틀림이 느껴지거나 휠이 페달링 힘을 잡아먹는 일이 없다. 림의 높이가 낮기 때문에 40㎞/h 이상의 항속에서는 조금 약한 부분이 느껴졌지만, 이는 산악지형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로우 프로파일 휠의 당연한 모습이다.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임무인 클라이밍 휠셋은 오른 만큼 다운힐을 하게 된다. 높은 산에서 만나는 매서운 바람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고, 핸들링을 예측할 수 있는 점도 34|37의 매력이다.
리저브 34|37은 그랜드 투어에서 입증된 것처럼 산악지형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발휘하고, 일반적인 라이딩에서는 가감속이 반복될 때 경쾌함과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라이더의 체중 제한도 없으니, 가벼운 휠셋을 찾는 중량급 라이더들에게도 희소식이겠다. 경량 올라운드 자전거에 맞는 하나의 휠을 세팅해야 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입증된 로우 프로파일 휠셋 34|37을 선택할 것이다.
■ 오디바이크 www.odbike.co.kr ☎(02)2045-7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