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랑마 어드밴스 SL 0

테스트라이드리브 랑마 어드밴스 SL 0

여성을 위한 자전거 브랜드, 리브(Liv)가 레이스용 올라운드 자전거, 랑마(Langma)가 3세대로 거듭났다. 신형 랑마는 무게가 줄었지만 프레임의 강성은 오히려 향상되었고, 공기역학성능까지 개선되어 한층 더 빠르게 달리는 효율적인 자전거로 진화했다.

리브는 3세대 랑마를 개발하면서, 지로 디탈리아 우먼스와 투르 드 프랑스 팜므 아벡 즈위프트 그리고 올림픽 같은 세계 최고 레벨 레이스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선수들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이전보다 더 낮은 공기저항을 보이면서 가볍고 강성이 높은 효율적인 레이스용 자전거를 원한다는 것.

리브 랑마를 자이언트 TCR에 여성이 선호하는 색상을 입히고 핸들바와 안장 정도만 바꾼 자전거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신형 랑마는 10세대 TCR에 사용된 제작 기술만 공유할 뿐 프레임의 강성과 무게 그리고 지오메트리에서 차별화를 이뤘다.

리브와 자이언트는 로드바이크 제품군을 사용한 카본 소재와 적용 기술에 따라서 몇 개 등급으로 구분하며, 최상급 모델을 어드밴스 SL(Advanced SL)이라고 부른다. SL은 수퍼 라이트의 줄임말. 최신 고성능 카본 소재를 자이언트 그룹이 가진 카본 제작 기술이 집약해 만든 등급으로, 자이언트 로드바이크에서는 프레임 일체형 시트포스트 시스템인 ISP로 구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브는 1세대 랑마 어드밴스 SL 이후로 ISP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 브랜드의 한 세대 전 모델인 9세대 TCR과 2세대 랑마의 무게를 비교하면 ISP를 쓴 TCR의 무게가 더 가벼웠다. 퍼포먼스 향상과 극도의 경량화 추구를 위해서는 재도입이 필수적이었던 ISP가 3세대 랑마를 통해서 돌아왔다.

3세대 랑마는 어드밴스 SL 프레임과 포크 그리고 어드밴스 등급 프레임과 포크 2개 등급의 카본 프레임과 포크를 조합해서 3개 시리즈로 출시된다. 최상위 등급인 어드밴스 SL은 ISP를 쓴 어드밴스 SL 프레임과 에어로 스티어러 튜브가 사용된 어드밴스 SL 포크를 썼고, 어드밴스 프로 시리즈에는 어드밴스 등급 프레임에 어드밴스 SL 포크를 조합했다. 볼륨 모델인 어드밴스 시리즈에는 프레임과 포크 모두 어드밴스 등급을 사용했다.

어드밴스 SL 프레임에는 자이언트가 직접 직조한 고성능 카본이 사용됐다. 카본 나노튜브(CNT)를 첨가한 레진을 써서 프리프레그를, 콜드 블레이드 절단 기술을 통해서 잘라냈다. 이전 세대에 사용된 레이저 커팅보다 정밀하게 재단할 수 있으면서 절단면에 열변형이 나타나지 않는 신기술이다. 카본 프리프레그를 보다 정밀하게 잘라낼 수 있게 되면서, 전체 카본 조각(스와치)의 수도 270개로 줄어들었다. 자이언트가 직접 배합한 CNT 레진이 내충격성을 14% 끌어올렸기 때문에 거친 레이스 환경에서의 신뢰도가 높아졌다.
새로운 원피스 몰드 기술도 사용됐다. 기존에는 3개의 블래더를 사용해서 프레임의 앞삼각을 성형했지만, 3세대 랑마는 하나의 블래더만 사용한다. 덕분에 기계적인 성능 목표를 충족시키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공법과 소재를 사용하면서 프레임과 포크 그리고 시트포스트에서 그램 단위의 다이어트가 이루어졌다. 각 부분에서 덜어낸 무게를 모두 더하면 123g에 달한다. 신형 랑마 어드밴스 SL 등급 프레임의 무게는 경우 2세대 랑마(765g) 대비 12.8%(98g)나 감소한 667g이고, 어드밴스 등급은 795g이다. 포크는 어드밴스 SL 등급이 6g이 줄어든 324g, 어드밴스 등급 포크는 358g이다.
랑마 어드밴스 SL 프레임에도 프레임 통합형 시트포스트가 도입되면서 상당한 무게 감량이 있었다. 어드밴스 SL에 적용되는 통합형 시트포스트와 클램프의 무게는 107g으로, 2세대 모델 시트포스트(164.5g) 대비 57.5g이나 가벼워졌다.

프레임과 포크 그리고 시트포스트에서 상당한 무게를 덜어냈지만, 무게가 증가한 부분도 있다. 어드밴스 SL 등급 기준으로 프레임에 칠한 페인트의 무게가 45g에서 55g으로 10g 증가했다. ISP를 통해서 프레임의 일부분인 된 시트포스트에도 페인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포크에 칠해진 페인트 무게는 10g에서 11g으로 1g 늘어났다. 2세대보다 공기역학적으로 형태가 변경된 헤드셋과 스페이서에서도 무게 22.87g이 더해졌다.

자이언트와 리브는 프레임과 포크, 시트포스트만이 아니라 헤드셋과 익스팬더, 탑캡, 디레일러 행어와 클램프, 물통 케이지 볼트 같은 하드웨어까지 모든 부품을 더한 것을 프레임 세트라고 부른다. 3세대 랑마 어드밴스 SL 등급 프레임 세트의 무게는 2세대(1452.63g) 대비 123.03g이 가벼운 1329.60g이다. 어드밴스 프로 등급은 44g이 줄어든 1600g, 어드밴스는 75g 가벼워져서 1604.26g이 됐다.

리브 엔지니어들이 여성의 신체 조건을 면밀히 분석한 뒤 여성을 위한 맞춤형 지오메트리를 선보인 것은 유명한 일이다. TCR과 비교해 보면 헤드튜브와 스택 그리고 포크 레이크가 약간 더 길고, 스택이 높고 리치는 조금 짧으며 폭이 좁은 핸들바를 매칭시켰음을 알 수 있다. 3세대 랑마의 지오메트리는 2세대 랑마의 것을 물려받았으며, 스탠드오버만 약간 높아졌다. 기본 장착된 타이어의 사이즈가 25c에서 28c로 커져서다.

프레임과 포크의 강성도 지오메트리와 마찬가지로 여성 선수들이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최적화시켰다. 일반적으로 프레임 강성이 높으면 힘 전달이 좋아지면서 주행성능이 개선되지만, 무작정 끌어올렸다가는 지나치게 딱딱한 프레임이 되어 라이더의 피로도를 높이고 댄싱과 스프린트 시 자전거와 라이더가 함께 움직이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리브는 이전 랑마보다 주행성능 개선을 위해서 강성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무게는 최대한 덜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새로 디자인한 튜브와 신공법 그리고 최신 소재를 사용해서 프레임 세트에서 무게(-12%)를 대폭 줄였지만 강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포크와 드롭아웃을 고정시키고 측면에서 부하를 줬을 때 프레임 세트가 얼마나 휘는지를 측정하는 비틀림 강성은 어드밴스 SL 기준 6.75% 증가한 139N/°를 기록했고, 힘 전달과 직결된 페달링 강성은 2.5% 증가한 65.5N/㎜으로 나타났다.
어드밴스 프로의 비틀림 강성 133.8N/°, 페달링 강성 62.8N/㎜이고, 어드밴스 등급은 비틀림 강성 60.2N/°, 페달링 강성 12.8N/㎜를 기록했다.

프레임 세트의 무게가 줄었지만 강성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에 프레임 효율로 표시되는 무게 대비 강성 비율은 더욱 커졌다, 어드밴스 SL 등급의 프레임과 포크의 강성을 프레임 세트 무게로 나눈, 무게 대비 강성 비율은 89.7에서 16.6% 증가한 104.61이 됐다. 프레임 효율이 높아지면 더 빠르게 가속할 수 있고, 가파른 언덕을 빨리 오를 수 있으며, 적은 힘으로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유리하다.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브의 형상에도 일부 변경이 있었다. CFD(전산유체역학)와 윈드터널 테스트를 통해서 완성된 새로운 형태의 공기역학적인 튜브는 2세대 랑마 대비 더 넓은 범위의 바람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 새로운 에어로 튜브는 다운튜브와 시트포스트 그리고 포크에 적용되었고, 여러 조건에서 기존 랑마 대비 낮은 항력을 나타냈다.
전면부에서 브레이크 유압 호스를 숨긴 것도 공기역학성능 향상에 도움을 줬다. 핸들바 아래에서 노출되었다가 헤드튜브 왼쪽과 포크 상단에서 내부로 삽입되던 브레이크 호스가, 3세대 모델에서는 스템 아래로 모여서 헤드셋을 통해 프레임 안으로 숨겨진다. 여기에 새로 설계된 리브 컨택트 SLR 플레어 핸들바와 케이덱스 맥스 40 휠시스템까지 더해져서 기존 랑마 대비 에어로 성능이 12.57와트 향상됐다.

테스트한 모델은 랑마 시리즈의 최상급 모델인 랑마 어드밴스 SL 0로 가장 가벼운 어드밴스 SL 프레임과 포크를 썼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특수 페인트를 입었고, 파워미터를 포함한 스램 레드 AXS 그룹셋을 썼다. 체인링은 48/35T, 카세트 스프라켓은 10-33T다. 나머지 부품은 리브와 자이언트 그리고 케이덱스를 혼합했다. 여성의 신체에 최적화된 부품은 리브를 사용했고, 남녀 구분 없이 쓸 수 있는 부분에는 자이언트와 케이덱스 부품이 달린다.

랑마에 적용되는 리브 브랜드 부품은 핸들바와 안장 그리고 바테이프가 있는데, 랑마 어드밴스 SL 0에는 리브 컨택트 SLR 플레어 핸들바만 사용됐다. 안장은 케이덱스 앰프이고, SL 1 모델에는 리브 알라크라 SLR 안장이 장착된다. 핸들바는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2㎝ 씩 나는 8도 플레어 타입이다. XXS 사이즈에는 34/36㎝, XS 34/36㎝, S 36/38㎝ M 사이즈에는 38/40㎝ 핸들바가 자이언트 컨택트 SLR 에어로라이트 스템과 짝을 이룬다. 스템 길이는 XXS와 XS 사이즈 80㎜, S 90㎜, M 사이즈 100㎜다.

휠과 타이어는 케이덱스를 사용했다. 케이덱스 맥스 40 휠시스템은 허브와 스포크가 카본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모델로 림 높이 40㎜이고, 케이덱스 28㎜ 튜브리스 타이어와 매칭된다. 48T 래칫 드라이버로 구동되는 뒤 허브 안에는 세라믹 베어링이 내장되어 있으며, 12㎜ 스루액슬을 통해서 프레임에 고정된다.
리브 랑마 어드밴스 SL 0의 실측 무게는 6.33㎏(XS 사이즈, 페달 제외)이고, 가격은 1580만원. 같은 프레임과 포크 구성에 자이언트 SLR 0 40 휠시스템과 시마노 울테그라 Di2 그룹셋을 쓴 어드밴스 SL 1은 1050만원에 판매된다. 국내에는 XXS와 XS 그리고 S 사이즈가 공급된다.

리브 랑마 어드밴스 SL 0 -기사- testride Liv Langma advanced sl 0 rd 이미지

first ride impressions
“어떤 코스든지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구성은(서울시청 여자사이클팀 코치)


2세대 랑마를 1년 간 타본 경험이 있어서 신형 랑마에 대한 기대가 컸다. 페달링 입력에 곧바로 반응하면서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을 진지하면서도 즐겁게 해준 2세대 랑마보다 얼만큼 더 발전했고, 한발 먼저 공개된 자이언트 TCR과는 어떤 부분에서 다른 점을 보여줄지가 궁금했다.

올라운더 스타일인 나는 자전거를 선택할 때 무게와 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최대한 가벼운 프레임이 좋지만, 무게에 치중한 나머지 강성이 부족해서는 곤란하다. 반대로 강성이 높은 프레임은 무게면에서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많은 브랜드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강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였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자전거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랑마 시리즈 최상위 모델인 어드밴스 SL 0의 체중은 충격적이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물통 케이지를 포함한 무게는 6.33㎏. 페달을 더해도 여전히 6.5㎏대에 머문다. 2세대 모델도 가벼웠지만, 자이언트 TCR 어드밴스 SL과 같은 형태의 통합형 시트포스트를 재도입한 부분의 영향이 커보인다. ISP는 피팅 과정에서 프레임과 일체형인 카본 시트포스트의 일부를 잘라내야 한다는 아까움(!)이 있는 대신, 일단 세팅을 마치면 노면이 매우 거친 길을 격하게 달리거나 과속방지턱 등에서 큰 충격을 받았을 때도 안장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든든하다. 시트포스트가 시트튜브에 끼워져 겹쳐지는 부분이 없어서 ISP 클램프를 더한다 하더라도 시스템 무게가 가볍고 카본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어서 승차감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시트포스트도 프레임의 일부이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이 각 부분에 원하는 강성을 부여하고 승차감을 설정하기에도 유리해 보인다.

3세대 랑마와 둘 만의 시간을 보내며 강한 스프린트를 하고 안장에 체중을 싣고 꾸준한 힐클라임을 해봤다. 급제동을 동반한 코너링과 기어 조합과 시작 속도를 다르게 한 스트린트 등 가능한 한 많은 조건을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감탄사가 연이어 나왔다. 핸들바를 좌우로 흔들면서 체중을 더한 강한 스프린트에서도 흔들림이 없고, 강한 제동 후 코너에 뛰어들어도 머릿속에 만든 라인을 불안함 없이 타이어로 그릴 수 있었다. 시승 전 자전거를 들어보지 않았다면, 나중에 무게를 알았을 때 더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

자전거를 옆에서 보면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브가 무척 얇아 보인다. 힐클라임에 올인한 경량 로드바이크 같지만 안장에 앉아서 탑튜브와 다운튜브를 내려다 보면 공기역학성능에도 많은 신경을 쓴 자전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튜브를 만져보면 일정하게 유지되는 부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굵어졌다가 가늘어지고, 둥글다가 평평해지는 등 강성과 공기역학을 위해서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시승하는 내내 나를 가장 만족시킨 부분은 역시 ‘무게’였다. 24년 간 안장 위에서 라이벌과 기록과 순위를 다툰 나에게 이렇게 가벼운 자전거는 처음이다. 그동안 경험한 바로는 무게가 가벼운 자전거는 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고 스프린트나 댄싱 시 무언가 모자란 느낌을 받았는데, 신형 랑마 어드밴스 SL은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평지까지 모든 구간에서 약점을 찾을 수 없었다. 끝내 부족한 점을 찾지 못해서 아쉬움이 들 정도다.

리브는 여성 라이더들의 신체에 특화시킨 지오메트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핸들바와 스템 그리고 안장 정도만 여성용으로 바꿔 만든 자전거와는 접근 방법부터가 다르다. 여성 신체와 파워에 맞춘 지오메트리와 강성 그리고 여성 전용 컴포넌트가 만나, 어떤 구간에서도 라이더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놀라운 올라운드 로드바이크가 탄생했다.

■ 리브 사이클링 www.liv-cycling.com/kr ☎(02)463-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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