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 로드바이크에 모터와 배터리를 더한다면? 이 간단한 의문에 대한 스캇의 대답이 에딕트 RC e라이드다. 경량 올라운드 자전거 에딕트 RC와 경량 전기자전거 시스템인 말레 X20을 재료로 엔지니어가 요리했다. 모터와 배터리가 더해졌지만 에딕트라는 이름답게 10.6㎏이라는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며, 최대 토크 55Nm로 라이더의 페달링을 보조한다.
‘에딕트 RC’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에딕트 RC e라이드는 에딕트 RC의 전동화 버전이다. 에딕트 RC의 외형 디자인을 물려받았고, 배터리 수납과 늘어난 무게에 대응하는 보강이 있었음에도 에딕트의 정체성인 가벼운 무게는 여전하다. 에딕트 RC e라이드는 시중에 출시 중인 어떤 전기 로드바이크와 견주어도 일반 자전거와 비슷한 외모를 자랑한다. 말레 X20 시스템에 제공되는 ix250과 ix350 두 배터리 중 가볍고 부피가 작은 ix250 배터리를 다운튜브 안에 넣었다. 모터가 내장된 허브와 탑튜브 상단에 설치된 말레 HMI 디스플레이만이 이 자전거가 전기로 구동되는 것을 알려준다.
에딕트 RC e라이드의 프레임과 포크는 에딕트 RC와 같은 등급인 HMX 카본으로 만들어졌다. 배터리를 수납하는 다운튜브의 부피가 약간 커졌지만 전체적인 실루엣과 디테일은 에딕트 RC를 따른다. 에딕트 RC e라이드는 월드투어 무대에서 활약하는 오리지널 에딕트 RC의 가볍고 효율적인 카본 적층 설계와 전기 드라이브 유닛의 적용으로 인한 강성 보강의 조화를 위해서 전기자전거 개발팀과 로드 개발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개발됐다.
배터리 수납을 위한 형태 변경 외에 탑튜브와 다운튜브가 접하는 헤드튜브의 뒷부분과 탑튜브와 시트튜브 일부 그리고 바텀브래킷 일대에 무게 증가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카본 레이어를 추가하는 보강 작업이 이루어졌다.
HMX 카본으로 만들어진 에딕트 RC e라이드 프레임의 무게는 1140g이고 포크는 420g이다. 에딕트 RC 대비 프레임에 210g, 포크에는 60g이 더해진 것인데, 배터리 수납을 위한 부피 증가와 강성 보강, 충전포트 설치 등이 무게 증가 요인이다. 시트포스트와 클램프 그리고 최상위 모델에 적용되는 통합형 핸들바 크레스톤 iC는 에딕트 RC와 동일하다.
충전포트의 마무리가 독특한데, 시트튜브 하단에 자석으로 고정된 커버를 떼어내야 모습이 드러난다. 충전포트가 프레임 외부로 그대로 드러나 전기자전거임을 바로 눈치챌 수 없도록 하는 동시에 매끈한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자석커버는 에딕트 RC의 포크 하단 캘리퍼 고정볼트를 숨기는 용도로 먼저 사용된 바 있다. 에딕트 RC e라이드는 포크의 설계를 변경해서 자석커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에딕트 RC e라이드는 레이스를 위한 지오메트리를 채택한 에딕트 RC와는 다르게 ‘인듀어런스’ 지오메트리가 적용됐다. 헤드튜브가 에딕트 RC 대비 10㎜ 길고, 탑튜브와 리치가 짧으며, 체인스테이가 12㎜ 연장되어 휠베이스 또한 길다. 그 결과 에딕트 RC에 비해 팔을 덜 뻗고 상체를 세우는 자세가 유도되어 오랜 시간 편안한게 안장 위에서 시간을 보내도 자세에서 오는 피로도가 낮다.
말레 X20 시스템
에딕트 RC e라이드는 말레 X20 시스템을 사용한다. 무게 1.399㎏인 신형 허브 구동 모터는 최고 출력 250W, 최대 토크 55Nm를 발휘하며, 142×12㎜ 표준 스루액슬을 통해서 프레임에 고정된다. 기존의 너트 고정방식에 비해서 뒷바퀴를 쉽게 탈부착할 수 있게 됐다. X35 대비 허브의 무게가 500g 이상 줄어들어서, 무게 배분이 좋아졌고 자전거를 컨트롤하기 쉬워졌다.
BB셸에 설치된 토크/케이덴스 센서를 통해서 라이더의 페달링 파워와 케이던스를 측정한 다음, 주행 모드에 따라 페달링에 힘을 더한다. 배터리의 잔량과 함께 표시되는 LED 바의 색상으로 모드를 확인할 수 있는데, 에코 모드(파란색)에서는 라이더의 페달링에 40%의 힘을 더해주고, 미드 모드(주황색)에는 최대 70% 그리고 터보 모드(빨간색)에서는 라이더가 입력하는 파워와 동일한 힘(100%)으로 페달링을 보조해준다. 원한다면 각 모드를 개인 취향에 맞게끔 조정할 수도 있다.
다운튜브 안에 숨겨진 슬림한 배터리의 용량은 236Wh다. 600~750Wh 배터리가 장착되는 최신 E-MTB에 비하면 용량이 너무 작은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전거의 무게가 가볍고 주행 환경이 포장도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350Wh 배터리 대신 236Wh 배터리(1441g)를 사용한 덕분에 다운튜브의 부피가 줄어서 일반 로드바이크와 구분하기 어려운 외관 그리고 가벼운 무게를 얻게 되었고, 평지를 달릴 때는 라이더의 힘만으로도 모터 지원 최고 속도인 시속 25㎞ 이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사용은 출발과 가속 그리고 언덕 구간으로 제한된다.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 페달링을 멈췄을 때 뒤 허브가 저항 없이 구르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를 탄 것 같은 느낌으로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다.
배터리와 허브 모터, 케이블 그리고 센서를 포함한 시스템 무게는 3.2㎏이며, 경량 프레임과 만나 10.6㎏(에딕트 RC e라이드 얼티밋 기준)이라는 가벼운 무게를 달성했다.
에딕트 RC의 DNA를 물려받은 만큼 콕핏 같은 구성 부품은 에딕트 RC를 그대로 따른다. 일체형 콕핏이나 일반 핸들바와 스템 조합 그리고 전동이나 기계식 구동계에 관계 없이 모든 케이블이 스템을 통해서 프레임 안으로 숨겨지고, 부드럽게 조향된다.
테스트한 모델은 시마노 울테그라 Di2 그룹셋을 사용한 에딕트 RC e라이드 10다. 휠셋은 싱크로스 캐피탈 1.0 40e 디스크로, 그래블용 휠셋인 캐피탈 1.0 X40에서 빌려온 높이 40㎜ 카본 림을 말레 허브 모터와 조합한 모델이다. 캐피탈 1.0 X40은 앞뒤 24개의 스포크를 쓰는데 비해서 캐피탈 1.0 40e는 뒤에 4개의 스포크를 더 사용했다. 충격에 강한 그래블용 림과 추가한 스포크가 모터의 높은 토크에 대응한다. 림의 내부 폭은 23㎜이고, 슈발베 원 레이스가드 30c 타이어가 기본 장착된다.
콕핏은 에딕트 RC에도 사용된 싱크로스 RR 1.5 iC 스템과 싱크로스 크레스톤 iC 알루미늄 핸들바 조합이다. 스템 외부에 볼트가 드러나지 않아서 깔끔하고 공기역학적인 효과도 있다.
에딕트 RC e라이드 10의 소비자가격은 비슷한 부품 구성인 에딕트 RC 15(900만원)보다 80만원 높은 980만원이다. 허브 타입 드라이브 유닛과 배터리, 센서를 포함한 말레 X20 시스템을 단 80만원의 추가비용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측 무게는 11.3㎏(S 사이즈, 페달 제외).
“고통은 덜어내고 즐거움을 더해주는”
박철우(벨로라운지)
스캇 에딕트 RC e라이드 10을 한 달 가량 타보면서 다양하고 충분한 테스트를 했는데, 그 과정은 무척 재미있었다. 자전거의 수려한 디자인이 만족스러웠고 모든 케이블이 안으로 숨겨져 있어 깔끔한 인상이다. 분명 전기자전거인데 전기자전거처럼 보이지 않아서 함께 라이딩한 일행들조차 먼저 말하기 전까지는 에딕트 RC e라이드 10이 전기자전거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만큼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 아닐까?
라이딩을 위해서 페달을 장착하고 이 자전거는 어떤 느낌일까 상상을 해본다. 과거 eMTB를 오래 탔던 경험에 기대보니 허브에 모터가 내장된 전기 버전 에딕트 RC는 뒤에서 쭉쭉 힘을 더해 밀어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오늘은 쉬운 하루가 될 것이다.
그러나 라이딩에 나서자 마자 곧바로 현실을 깨닳았다. 그저 한없이 편할 것이라는 나의 환상이 시작과 동시에 깨졌는데, 뒤 허브에 숨겨진 모터가 시속 25㎞까지만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출발부터 25㎞/h까지 가속할 때까지는 편했지만 주로 라이딩하는 속도인 30㎞/h 이상에서는 모터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니 온전히 내 힘으로만 자전거를 타야 했다. 6㎏이 채 나가지 않는 초경량 로드바이크를 타는 나로서는 11㎏의 무게가 제법 무겁게 느껴졌고 이는 고스란히 페달링으로 반영됐다. 하지만 크게 이질적인 느낌은 아니었고 ‘가벼운 자전거의 안장 뒤에 묵직한 가방을 하나 달고 가는 느낌’이라는 설명이 적당할 것 같다.
그렇게 내가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는 동안 쿨쿨 잠을 자고 있는 모터의 매정함에 아쉬워하다가 업힐 구간에 들어서면서 에딕트 RC e라이드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단 몇 %의 경사도가 자전거의 속도를 낮추자 모터가 깨어나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강하게 페달링을 도와 뒤에서 밀어주는 힘이 느껴졌다. 첫 언덕에서 모터의 파워를 최대한 끌어내 올라갔는데 심박수는 평지를 달릴 때와 큰 차이 없이 유지되고 있다. 말그대로 언덕을 평지처럼 타는 느낌이었다.
함께 라이딩을 하던 일행에게 동일 속도에서의 파워를 물어보니 350와트로 부근으로 강하게 힘을 쓰고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숨이 크게 차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평온하게 속도를 라이딩할 수 있었다. 에딕트 RC e라이드와의 첫 만남에서는 속도 영역에서의 지원 정도와 타이밍을 익히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또 다른 날 에딕트 RC e라이드의 다시 안장에 올랐다. 수도권 라이더 사이에서 유명한 동부 고갯길 중 첫번째 고개인 벗고개를 오르던 도중 허브에 내장된 말레 X20 모터의 파워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겨서 핸들바에서 두 손을 놓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도전을 해봤고 결국 성공했다. 상당수의 초보자들이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올라오는 벗고개를 일반 자전거로 두 손 놓고 올라갔다고 한다면 누가 믿을까? 에딕트 RC e라이드는 이 믿을 수 없는 미션을 성공시켰다.
일부 라이더들이 ‘전기자전거는 운동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에코 모드를 주로 사용하면 모터의 지원이 라이더가 내는 파워의 최대 40%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실제 페달링에 제법 힘이 들어가게 된다. 심박수를 과하게 높이지 않으면서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어서 시니어 라이더나 체중이 아직 많이 나가는 초보자들에게 유용하다. 스캇은 자전거와 라이더, 헬멧 그리고 신발 같은 장비를 모두 더한 무게를 120㎏으로 제한하고 있으니 체중 105㎏ 정도의 라이더도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겠다.
전기자전거는 배터리와 주행거리 언급이 빠질 수 없다. 평지와 언덕이 적당히 섞인 코스라면 내장 배터리만으로도 100㎞ 이상을 충분히 달릴 수 있다. 평지에서는 모터의 힘을 거의 쓰지 않고 출발과 언덕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굳이 배터리를 아껴 쓰지 않아도 충분하다. 실제로 라이딩을 했을 때 모터 지원이 가장 강력한 터보모드를 주로 사용해도 배터리가 급격하게 닳지 않았다. 전력 효율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여러 모드를 고루 사용하면서 55㎞(획득고도 759m)를 달린 적이 있는데, 배터리 소모량은 단 40%였다. 라이더마다 체중이 다른 것을 감안해도 100% 사용 시 100㎞ 이상의 거리와 1500m 이상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정도가 모자라다면 용량 171Wh인 보조 배터리를 구입해서 물통 대신 설치하면 된다. 주행거리를 50%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에딕트 RC e라이드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비기너 그리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부담없이 라이딩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시니어 라이더도 빼놓을 수 없다. 시니어 라이더들이 평지에서는 문제 없이 달리다가 언덕을 마주치면 숨이 차고 떨어진 근력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자주 봤다. 에딕트 RC e라이드는 어느 에너지 드링크의 광고처럼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다시 에딕트 RC e라이드와 처음 만났을 때의 상상으로 돌아가 본다. 자전거 타기가 한층 쉬우진 세상이 온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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