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렐로의 국내공급사인 네오플라이가 지난 1년 간 기획해 탄생시킨 다츠(Dartz) 사이클로크로스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츠 사이클로크로스는 출시에 앞서 지난 2012년 12월, 서울바이크쇼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가격 대비 높은 사양의 부품 구성과 품질 높은 튜빙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츠를 살펴보기 전에 사이클로크로스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고 가자. 자전거 경기 종목인 사이클로크로스(Cyclocross)는 간단하게 CX라고 표기하고,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는 크로스 바이크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2~3㎞ 정도의 코스를 여러 회 반복해서 달리는 순위경기인데, 코스는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 잔디밭, 가파른 언덕, 자전거에서 내려서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 등이 요구된다. 줄여서 이야기하면 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 경기와 크리테리움 경기를 혼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즌은 가을부터 봄까지 이어진다. 로드바이크, 산악자전거 경기의 오프시즌과 겹치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형태는 로드바이크지만 라이딩 기술은 산악자전거에 더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사이클로크로스용 프레임의 소재는 크게 카본과 알루미늄으로 나눌 수 있다. 카본의 장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극히 가볍고 높은 강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설계에 따라 진동흡수능력도 키울 수 있다. 단점은 아주 간단하다. 비싸다는 것. 알루미늄은 저렴하면서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대신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 딱딱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소재, 스틸은? 일단 카본과 알루미늄에 비해 무겁다. 그리고 스틸이 가장 많이 쓰이고 알루미늄이 경량 신소재로 각광받던 시대와는 달리 오히려 등급에 따라 알루미늄보다 더 비싼 소재가 되었다. 다츠는 영국의 금속튜빙전문업체 레이놀즈의 853 튜빙을 티그 용접해 만들었눈데, 853은 스테인리스 스틸 튜빙인 953을 제외하고 크롬몰리브덴 스틸 튜빙 중 최상위 등급이다. 스틸 프레임의 특징은 부드럽다는 것. 견고하면서도 노면의 진동이나 충격을 기분 좋게 변환시켜 전달한다. 그래서 많은 스틸 프레임 매니아들이 “스틸은 살아있다”라는 표현을 쓴다.
딱딱한 승차감을 주는 알루미늄 프레임을 선수들이 사용하는 이유는 카본보다는 무겁지만 스틸에 비해 여전히 가볍고, 낮은 공기압을 사용할 수 있는 튜블러 타이어와 가벼운 카본 튜블러 휠셋을 사용하면 승차감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이클로크로스의 경기 시간이 1시간 내외로 짧아서 나쁜 승차감을 충분히 감내할 만 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스틸은 아마추어에게 어울리는 소재다. 아까운 카본 튜블러 휠셋을 진흙에 담그지 않아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얻을 수 있고 장시간 라이딩을 할 때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츠 사이클로크로스 시제품. 곧 시판될 제품과 사양은 동일하다.
테스트라이드에 사용한 다츠는 프레임의 컬러 확인과 부품 구성을 확인하기 위한 샘플이다. 다츠 사이클로크로스는 두 개 등급의 크롬몰리브덴 스틸 튜빙에 두 개 등급의 카본 포크를 매칭시킬 예정인데, 튜빙은 레이놀즈의 최고등급 크롬몰리브덴 스틸 튜빙인 853과 보급형인 525로 구분된다. 포크는 기본사양 카본포크 외에 옵션으로 이스턴 EC90 카본 포크를 선택할 수 있다. 테스트라이드에 동원된 다츠는 853 튜빙에 기본제공 카본 포크 사양이다.
일반적으로 사이클로크로스 경기용 자전거에는 46-36T의 크랭크셋을 주로 쓰는데 다츠 사이클로스의 경우 시마노 105 50-34T 컴팩트 크랭크셋을 사용한다. 일상 도로주행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카세트 스프라켓은 시마노 105 11-28T. 리어 디레일러가 미디엄 케이지여서 최대 32T의 스프라켓을 사용할 수 있다. 다츠의 기어비가 마음에 안 든다면 조금 더 큰 스프라켓을 쓸 수 있는 여유가 보장된다는 이야기다. 105는 총 4 종류의 카세트스프라켓이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것이 28T지만 울테그라로 눈을 돌리면 12-30T 제품을 찾을 수 있다.
휠셋은 마빅 악시움을 사용했다. 사용 타이어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인데 챌린지 리무스 33은 악시움에 장착할 수 있는 최대 사이즈다.
마빅 악시움 휠셋에 챌린지 리무스 33 사이클로크로스용 타이어가 장착됐다. 높이 약 3㎜의 노브(돌기)가 비포장도로에서의 접지력을 보장한다. 포장도로에서의 승차감도 제법 괜찮다. 리무스 33의 최대 공기압은 90psi이며 테스트 라이딩 시 50psi를 주입했다.
브레이크는 캔틸레버 방식인 텍트로 오릭스다. 폭 33㎜의 타이어를 달고도 포크와 타이어 사이의 공간이 충분한 편.
테스트바이크의 사이즈는 49㎝(BB셸 중앙부터 시트클램프 상단까지)로 수평탑튜브 51㎝이다. BB 높이는 290㎜(실측치)로 일반적인 로드레이서에 비해 높은 편이고 체인스테이 420㎜(실측치)로 긴 편이다. 긴 체인스테이는 더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를 제공한다. 진흙이 BB셸 뒤로 가득 쌓이는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케이블 루트는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의 전형적인 해법을 따랐다. 바로 탑튜브 위로 지나게 하는 것. 사이클로크로스는 경기 특성상 진흙 범벅이 되는데, 케이블이 다운튜브 아래로 지나가면 높은 확률로 변속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더 중요한 이유는 자전거를 메고 뛰어야 하는 구간이 있기 때문에 어깨에 편안하게 프레임을 걸치려면 탑튜브 아래가 아닌 위로 케이블이 지나가야 한다. 탑튜브가 시트튜브로 갈수록 낮아지는 슬로핑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드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수평 탑튜브를 주로 사용하고 슬로핑을 적용하더라도 그 정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렇게 어깨에 메는 것을 중요시 하는 이유는? 어쩌다 한 번씩 안장에서 내려 자전거를 들고 가야하는 경우라면 문제없겠지만, 사이클로크로스를 하면 한 시간 동안 수십 번을 메고 뛰어야 한다. 페달도 그만큼 자주 끼웠다 빼기를 반복해야 하고 진흙 배출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페달의 양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산악자전거용 클립리스 페달을 주로 쓴다. 다츠는 프레임에 랙홀이 있어 타이어만 바꾼다면 간단하게 투어링 바이크로 변신시킬 수 있다. 크롬몰리브덴 스틸이 주는 고유한 주행질감은 랙에 패니어를 달았을 때도 그대로 유지된다.
어깨에 프레임을 넣고 뛰어야 할 일이 많은 사이클로크로스 경기의 특성에 맞춰 케이블 루트를 탑튜브 위로 결정했다.
프레임 소재로 레이놀즈 853 크롬몰리브덴 스틸 튜빙을 사용했다. 853은 레이놀즈가 생산하는 스틸 튜빙 중 최상위 등급이다.
앞 디레일러의 케이블이 탑튜브 위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풀리를 사용해 케이블의 방향을 전환시킨다.
포크에 랙홀이 있어 앞뒤로 랙을 달아 투어링 바이크로 변신시킬 수 있다.
카세트스프라켓은 시마노 105 11-28T다.
좋은 크롬몰리브덴 스틸을 쓴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 또는 투어링 바이크를 찾는다면 다츠 는 많은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 완성차의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크랭크셋은 한 단계 낮은 부품을 쓰거나 OEM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부품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다츠는 브레이크를 제외(105 캔틸레버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하고 시마노 105를 풀세트로 적용했고, 핸들바와 스템, 시트포스트는 이스턴, 안장은 프롤로고, 마빅 휠셋 등 모두 인지도가 매우 높은 그리고 그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제품만을 채용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요한 요소를 하나 추가했다. 바로 커스텀 제작이다. 그동안 사이즈와 컬러를 원하는 대로 칠하려면 높은 대가를 치러야했다. 프레임만 300만원을 초과하는 핸드메이드 제품에서나 선택이 주어졌는데, 다츠는 이 보다 저렴한 가격의 완성차이면서 사이즈와 컬러를 원하는 대로 주문제작할 수 있다. 그것도 추가비용 없이 말이다. 제작기간은 약 한 달. 커스텀 주문은 네오플라이의 대리점에서만 가능하다. 가격은 525 튜빙을 쓴 다츠 기본형이 195만원, 이스턴 EC90 포크 사양이 235만원이고, 고급형인 853 튜빙을 쓴 모델은 기본 포크 사양이 258만원, 이스턴 EC90 포크를 적용하면 298만원이 된다.
모든 케이블은 탑튜브 위로 지난다. 시트포스트의 직경은 27.2㎜.
이스턴 시트포스트와 프롤로고 카파 안장.
다츠의 독특한 프레임 색상은 자주 접하기 어려운 색상인데, 컬러를 소비자가 직접 결정할 수도 있다고 하니 개성을 뽐내기 좋겠다. 프레임 소재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크롬몰리브덴 스틸이다. 테스트를 한 모델은 레이놀즈의 최고 등급인 853을 썼는데, 속도 유지능력이 매우 뛰어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를 로드바이크와 구분한다면 부품 상으로는 타이어와 브레이크가 다르다. 또 하나 들자면 지오메트리인데, 사이클로크로스는 특성상 로드바이크보다 험한 길을 달려야 한다.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휠베이스도 길어진다. 다츠의 지오메트리도 최근 로드바이크에 비해서 조금 더 여유 있는 지오메트리라고 할 수 있다. 헤드튜브의 각도가 70도가 채 되지 않는데, 험한 노면에서 안정적인 조향을 할 수 있다.
텍트로 캔틸레버 브레이크는 등급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캘리퍼 브레이크에 비해 브레이킹 성능이 뛰어나 로드바이크보다 거친 라이딩이 가능했다. 여기서 챌린지 리무스 33 사이클로크로스용 타이어도 힘을 보탠다. 진흙이나 눈길에서 꾸준한 접지력도 보여주고 트레드에 묻어 있는 흙들의 배출또한 뛰어나서 프레임과 타이어 사이에 진흙 등이 달라붙어 주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 덜하다. 타이어 사이즈는 700×33C인데 포크와 스테이 부분의 공간이 넉넉해서 더 굵은 타이어도 쓸 수 있다.
자전거의 용도상 거친 노면에서 탈 때 진동과 충격이 심할 것 같지만 두꺼운 사이클로크로스용 타이어와 스틸 프레임의 조화 덕분에 승차감은 상당히 괜찮은 편. 일단 라이딩을 시작하면 두꺼운 타이어 덕분에 거친 노면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눈이 쌓여 있거나 심지어 얼음 위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을 보여주어서 안정적인 라이딩을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매끈한 로드바이크 타이어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겨울철에는 로드라이더들이 날씨도 춥고 미끄러운 노면 때문에 실외에서 라이딩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한제품만 제대로 착용한다면 다츠로 얼마든지 실외에서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따뜻한 시즌의 로드바이크만큼 빨리 달리기는 힘들지만 미끄러운 노면에서 로드바이크보다 훨씬 마음 편하게 라이딩할 수 있다. 실내에서 매일 롤러만 타다 보면 실외 라이딩이 무척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다츠가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미끄러운 노면과 거친 노면에서 탈 수 있다는 것은 1년 내내 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철에 사이클로크로스 경기가 자주 있다면 다츠를 타고 얼마든지 참가해 사이클로크로스의 매력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겠다. 여름에는 투어링 바이크로 변신시켜 장거리 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뒤에 캐리어를 장착하여 짐을 싣고 장거리 투어를 떠나는 것을 상상해 보자. 카본 로드레이서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스틸 소재의 뛰어난 속도 유지성능이 장거리 투어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출퇴근 용도로 쓰기에도 부담이 없으니 활용도가 매우 높은 편. 필요에 따라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사용한다면 장거리와 거친 도로, 가혹한 겨울까지 다용도로 그리고 색다른 재미를 이어갈 수 있다. 로드레이스 시즌 직전과 직후에는 사이클로크로스 경기를 그리고 겨울철 실외 라이딩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츠와 함께라면 겨울이 오프 시즌이 아닌 시즌 오픈이 될 것이다.
“이 자전거 제법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