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넬리의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 지데코가 새로운 지오메트리, 화려한 데칼과 컬러를 입었다. 치넬리와 같은 그룹사인 콜럼버스가 만든 알루미늄 튜빙 조날(트리플 버티드 알루미늄)을 오버사이즈로 사용했고,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를 채택했다. 튜빙의 형태 변화만으로도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2014 지데코는 브러싱으로 질감을 살린 알루미늄에 클리어 코트를 입히고 그 위에 화려한 데칼을 붙여 치장했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수수한 전작 지데코에서 신형 지데코는 완전히 새로 설계된 프레임에 화려한 컬러로 시선을 모은다.
지데코에 칠해진 옐로, 그린, 레드 3색의 의미는 무얼까? 바로 치넬리의 로고에 들어간 컬러다. 콜럼버스의 오너인 안토니오 콜롬보가 1979년 치넬리를 인수하면서, 과거의 복잡한 디자인의 로고를 모던한 느낌으로 바꾸길 원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이탈로 루피가 디자인한 새로운 치넬리의 로고 중 치넬리의 상징인 날개달린 알파벳 ‘C’에 사용한 컬러를 지데코에 적용한 것이다.
치넬리 지데코는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를 쓴 알루미늄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다.
지데코의 특징 중 하나는 디스크브레이크다. 아직 UCI가 주관하는 로드레이스에는 디스크브레이크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사이클로크로스에는 허용이 되었기 때문에 최신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에는 디스크브레이크가 속속 채용되고 있다. 디스크브레이크를 달기 위해서는 포크와 프레임에 캘리퍼를 장착하기 위한 마운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모델 변경 시점에서 지데코에게 디스크브레이크를 달아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디스크브레이크는 시마노 기계식 캘리퍼인 BT-M375와 SM-RT30 160㎜ 조합이다. 케이블로 작동하는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인 만큼 시마노 105 듀얼 컨트롤 레버와 완벽하게 호환된다.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의 장점은 간단함에 있다. 유지비용이 매우 낮게 들 뿐 아니라, 기계식 컨트롤 레버의 호환성이 뛰어나다.
휠셋은 사이클로크로스용인 시마노 RX05. 센터락 방식으로 디스크 로터를 고정한다. 휠의 무게는 앞이 945g, 뒤가 1130g이며 카세트스프라켓은 8/9/10단을 쓸 수 있다. 림폭은 22.4㎜이고 높이는 24㎜. 타이어는 25C부터 최대 38C까지 사용 가능하다.
지데코에 기본 장착되는 타이어는 사이클로크로스용 트레드 패턴이 적용된 챌린지의 그리포 32C다. 포크와 프레임의 타이어 클리어런스는 38C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진흙이 잔뜩 묻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다. 당연히 펜더를 달 공간도 충분한 편.
그렇다면 디스크브레이크를 쓴 지데코의 제동력은 어떨까?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바퀴를 완전히 잠가버릴 수 있다. 최근 조금씩 로드바이크에도 장착되고 있는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는 로터를 160㎜ 또는 한 사이즈 작은 140㎜를 끼운다. 앞에는 160㎜, 뒤에는 140㎜를 끼우는 경우도 있다. 지데코는 앞뒤 모두 160㎜ 로터를 쓴다.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제동력이 강한 편이어서, 드롭을 잡지 않고 브래킷에 손을 얹은 상태에서도 충분한 제동력을 얻을 수 있다. 라이더의 체중이 무겁거나, 타이어에 진흙이 잔뜩 붙어 타이어가 도너츠처럼 변한 상태에서도 상당한 제동력이 확보된다. 지데코에 랙과 패니어를 달아 여행용으로 쓸 때도 믿음직한 제동력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프레임에 달린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는 IS 타입이어서 어댑터를 통해 포스트 타입의 캘리퍼를 고정했다.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 안쪽의 보강판은 디스크브레이크의 제동력으로 인해 프레임이 변형되거나, 불쾌한 진동 등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의 공통점 중 하나가 탑튜브의 아래로는 케이블을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어깨에 메고 뛰어야 할 일이 많기 때문.
‘에르고 숄더 섹션’은 자전거를 들어 어깨에 멜 때 편하도록 탑튜브의 하단을 평평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레임에는 에르고 숄더 섹션이라고 이름 붙인 부분이 있다. 치넬리는 탑튜브의 아랫부분을 비교적 평평하게 만들어서 어깨에 멨을 때 편하다고 주장한다. 원형 튜브에 비해서는 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평평한 부분의 폭은 약 3㎝로 10㎏의 중량을 분산하기엔 면적이 부족하다. 실제로 어깨에 자전거를 멨을 때 편하려면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지데코가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이기는 하지만, 국내에서 사이클로크로스 레이스를 위해 이 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기 때문에 어깨에 메는 경우는 레이스에서처럼 자전거를 메고 뛰는 것이 아니라, 계단을 오르내릴 때가 더 많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어깨에 메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치넬리가 의도한 효과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지데코의 완성차 무게는 10.28㎏(페달 제외, 사이즈 53.5㎝ 실측치)이다. 프레임만의 무게는 1530g이고, 포크는 580g이다. 가격 220만원이며, 국내 출시 사이즈는 51(S), 53.5(M), 56(L) 3가지다.
지데코는 즐거운 자전거다. 디스크브레이크는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제동력을 끌어내고, 32C 타이어는 편안하면서 비포장도로에서 뛰어난 접지력을 보여준다.
시마노 105 디레일러와 12-28T 10단 카세트스프라켓.
사이클로크로스에 적합한 46/36T 체인링.
헤드튜브 하단은 내경 1.5인치 오버사이즈 베어링을 쓴다. 이 부분만 보면 산악자전거 같다.
핸들바와 스템, 바테이프까지 모두 치넬리 제품이다.
치넬리 지데코 지오메트리
나는 로드바이크뿐만 아니라 산악자전거도 오래 타왔기 때문에 각각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지데코는 타이어의 형태나 폭, 자전거의 용도를 봤을 때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의 중간에서 로드바이크 쪽으로 조금 더 치우친 편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지데코의 주행능력을 보자면 기대 이상이다. 포장도로건 비포장도로건 가리지 않고 잘 달린다. 로드바이크에 기본을 두고, 산악자전거의 성격을 가미했기 때문에 도로에서 주행할 때도 대단히 편안하고 속도도 빠르다. 편안한 승차감은 32C 타이어 덕분이다. 최대공기압인 75psi까지 채우고 테스트를 했음에도 편안함이 유지됐다. 타이어의 접지력 또한 괜찮다. 급가속을 하면 미끄러지지 않을까 생각되는 자갈이 섞인 흙길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알루미늄 로드바이크는 경쾌하다. 하지만 이 경쾌함도 가벼운 무게가 뒷받침되어야 느낄 수 있는데, 지데코는 로드바이크와 비교한다면 체중이 제법 나감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 로드바이크 고유의 즉각적인 가속을 느낄 수 있었다. 둔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스테이를 제외한 부분은 색을 입히는 대신 브러시 가공으로 결을 내고 그 위에 클리어코트를 입히는 방법으로 마무리를 했다.
브레이크는 말이 필요 없다. 산악자전거를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라이더가 지데코의 안장에 올라 첫 브레이킹을 한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제동감이나 타이어의 반응이 산악자전거와 꼭 닮았다. 캘리퍼 브레이크가 달린 로드바이크처럼 레버를 세게 잡았다가는 타이어가 한 순간에 잠기고 만다. 기계식이기 때문에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보다 레버를 당길 때 미세하게 브레이크를 조절하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유압이 아닌 손의 힘으로 직접 제동을 하는 만큼 제동을 이끌어 내는 반응은 더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싶다.
시마노 RX05 사이클로크로스 휠셋은 시마노 산악자전거 휠셋에 쓰이는 것과 같은 센터락 방식으로 로터를 고정하며 25c부터 최대 38c의 타이어를 쓸 수 있다.
나라면 지데코를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겠다. 승차감이 좋고, 제동력이 뛰어나며 디자인이 좋아서 매일 타고 싶기 때문이다. 용도를 출퇴근으로 한정한다면 핸들바를 드롭바가 아닌 플랫바로 변경해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지데코가 가진 편안함을 한층 더 강화시킬 뿐 아니라, 자동차와 함께 달려야 하는 출퇴근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성을 더 살리자면 라이저바를 달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지데코는 알루미늄 특유의 응답성을 보이는 동시에 편안한 승차감을 지녔다.
가끔씩 지데코로 가벼운 오프로드를 달린다면 라이딩 테크닉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산악자전거를 경험한 라이더와 그렇지 않은 라이더는 기술적인 면에서 제법 차이가 난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차이가 나는 편이라서, 나는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산악자전거의 즐거움과 유익함을 알리고 있다. 산악자전거의 구입이 꺼려진다면 치넬리 지데코 같은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를 대안으로 생각해볼만 하다. 좁은 나무 사이를 달리거나 노면의 마찰력이 떨어지는 오프로드에서 자전거를 컨트롤하는 능력만 제대로 익혀도 도로경기에서 낙차하거나 사고가 나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데코를 시승하는 동안 느낀 점을 간략히 요약하며 시승 소감을 마치고자 한다.
치넬리 지데코와 함께 한 시간은 정말 즐거웠다.
사이클로크로스용 타이어인 챌린지 그리포 32 프로 타이어. 최대공기압은 75psi.
넉넉한 타이어 클리어런스. 사진의 타이어는 32C인데도 공간에 여유가 많다. 휠의 최대 타이어 사이즈인 38c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테스트한 자전거는 이미 몇 달 간 주행을 한 상태다. 출고 사양 그대로인데, 헤드튜브 하단이 앞 브레이크 케이블에 의해 페인트의 클리어 코트에 흔적을 진하게 남겼다. 이 부분에는 보호용 스티커 또는 필름을 붙이는 것이 좋겠다.
안장도 프레임과 색상을 맞췄다.
이 정도의 비포장도로는 지데코에게 고속도로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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