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프레임, 카본 휠이라고 하면 고가인 탓에 선수들이나 오랜 자전거 경력의 숙련자가 사용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지만, 카본은 더 이상 특별한 소재가 아니다. 제조사들은 다양한 등급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어 로드바이크나 산악자전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도 심심치 않게 카본 프레임과 휠을 사용한다. 그러나 카본 자전거와 휠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편이라서 완전히 대중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엘파마의 로드바이크 레이다 스페셜(RADAR S)과 카본 휠셋인 제타(ZETA, ■관련기사: 엘파마 제타 튜블러 휠셋)는 로드바이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구성과 가격을 갖춘 카본제품이다.
엘파마 레이다 스페셜과 휠셋 제타는 준수한 부품구성이면서도 가격경쟁력을 높인 카본 로드바이크와 휠셋이다.
레이다 & 레이다 스페셜?
레이다는 엘파마 카본 로드바이크 중 가격경쟁력을 생각한 라인업으로 부품등급에 따라 R6800, R5700, R4600 3가지가 있다. R6800은 시마노 울테그라 풀셋을, R5700는 시마노 105 풀셋으로 구성됐다. 이처럼 기성 모델을 시마노 부품군 풀셋으로 구성하는 것이 엘파마 완성차의 특징이다.
반면 주문자가 요청 시 일부부품을 업그레이드 또는 다운그레이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는데 레이다 스페셜은 경제적인 이유로 다운그레이드를 할 때 자주 요청하는 구성을 미리 적용한 모델이다. 즉, 일부 부품을 미리 하위 등급으로 구성했다는 것.
레이다 스페셜은 모델명 데칼 뒤에 부품등급을 뜻하는 스티커(R6800S)를 붙인다. 번호 뒤의 ‘S’가 스페셜 모델임을 뜻한다. 헤드튜브는 상단 1.125인치, 하단 1.5인치인 오버사이즈 테이퍼드 헤드튜브를 사용하며 뒤 브레이크를 제외한 모든 케이블 루트는 프레임 외부에 위치한다.
시승자전거인 레이다 R6800S는 시마노 울테그라 그룹셋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크랭크셋과 앞뒤 변속기, 컨트롤레버, 체인이 울테그라다.
앞뒤 브레이크만 시마노 BR-561을 쓴다. 휠셋은 시마노 RS-11이지만 시승자전거는 취재를 위해 제타 휠셋을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레이다와 레이다 스페셜이 다른 점은 브레이크와 휠이다. 레이다 R6800을 기준으로 레이다 스페셜은 시마노 울테그라 브레이크 대신 시마노 BR-R561을 사용한다. 또한 휠셋은 DT스위스 스플라인 R28에서 시마노 RS-11로 바뀐다. 이외 프레임이나 컨트롤레버, 크랭크셋, 앞뒤 변속기 등의 부품은 동일하다.
이런 결과 레이다 R6800 스페셜은 21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 수 있었다. 일반 레이다보다 59만원이나 저렴하며 시마노 울테그라로 구성한 여타 카본 로드바이크와 비교해도 가격경쟁력이 있는 금액이다.
엘파마의 카본 휠, 제타
제타는 엘파마가 설계한 하이프로파일 카본 휠셋이다.
림 높이 50㎜의 카본 하이월 림은 열저항이 큰 레진을 사용하여 제동면이 섭씨 200도까지 온도가 올라도 열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제타는 엘파마가 설계한 카본 휠로 50㎜ 하이프로파일 림을 쓰는 튜블러 휠이다. 엘파마는 카본 림을 성형할 때 열저항성이 큰 레진을 사용해서 브레이크패드 접촉면 표면온도가 섭씨 200도 가까이 올라도 열변형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스포크는 사핌의 에어로 스포크인 CX-레이가 쓰였으며 앞바퀴가 20개, 뒷바퀴는 24개이다. 뒷바퀴 드라이브사이드만 크로스로 구성하고 나머지는 래디얼 방식으로 짜였다. 뒤 허브의 드라이브사이드는 오버사이즈 플랜지가 적용됐으며 프리바디는 11단용인데, 스페이서를 사용하면 10단도 사용할 수 있다. 부속품으로 전용 브레이크 패드와 전용 스포크렌치 그리고 10단용 스페이서가 포함된다. 타이어를 제외한 앞뒤 세트의 무게는 1460g(제조사 발표치)이다. 가격은 125만원.
스포크는 사핌의 에어로 스포크 CX-레이가 사용됐다. 뒷바퀴 드라이브사이드가 크로스 방식으로 짜인 것을 제외하고 모두 래디얼 방식으로 구성됐다. 드라이브사이드 플랜지가 오버사이즈인 뒤 허브를 사용해 반응성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시승자전거의 안장은 완성차 구성인 셀레이탈리아 SLS 카보니오 플로우 대신 SLR 플로우 S3를 사용했다.
본 시승은 레이다 스페셜 R6800S과 제타 휠셋을 별도로 시승한 것이 아니라 레이다 스페셜 R6800S에 시마노 RS-11 휠셋 대신 제타를 사용해 시승차를 꾸몄다. 안장 또한 셀레이탈리아 SLS 카보니오 플로우 대신 셀레이탈리아 SLR 플로우 S3를 썼음을 밝힌다.
난 경쟁적인 라이딩을 즐긴다. 그런 나에게 엔트리레벨 로드바이크를 시승하라고 하니, 시승을 승낙하고서도 무엇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지 시승 전부터 고민이었다.
취재일 아침, 시승지로 약속한 경기도 양주 말머리고개로 향했다. 약속장소에서 레이다를 받아 보니 고민했던 것보다 말짱하게 생긴 로드바이크다. 휠은 완성차 구성이 아니라 림 높이 50㎜의 하이 프로파일 휠셋 제타다. 림 프로파일이 최신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로우 림에 비해 멋스럽게 보인다. 그룹셋은 대부분 시마노 울테그라인데 브레이크만 등급이 낮은 부품이다.
페달링에 대한 반응은 레이스 바이크에 비해 무디지만 승차감은 오히려 좋은 편이다.
안장과 핸들 높이를 세팅하고 가까운 곰비골고개부터 넘어봤다. 예상대로 페달링에 대한 반응은 레이스 바이크에 비해서 약간 무디다. 대신 고속으로 다운힐할 때의 안정감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코너링에서 피버팅 시 휠의 느낌은 예리함보다 고요함이라는 편이 적당하다.
몇 번이나 고개를 오르내리고 고속으로 스프린트까지 수차례 반복해보니 자전거의 성격이 어지간히 드러난다.
자전거는 제각기 즐기는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난 레이스를 즐기다보니 자전거를 바꿀 때 마다 조금 더 반응이 빠르고 예리한 모델로 변천했다. 게다가 스스로 ‘심한 스프린터’라고 말할 정도로 자전거에 갑작스런 부하를 주기 일쑤다. 이런 사람에게 레이다는 어울리지 않는다.
프레임과 휠 모두 주행진동을 한껏 감소시키는 것에 집중한 것 같다. 그 때문에 코너링 시 감각적으로 예리한 면이 부족하다. 대신 고속으로 다운힐 시 안정성은 그리 나무랄 데 없다.
레이다는 안락한 대형승용차 같은 자전거다. 노면이 거친 곳을 지나가도 예상했던 것보다 무디고 완곡한 진동이 온다. 휠셋인 제타는 높은 속도로 장시간 라이딩을 해보지 않아 ‘공기역학적’이라거나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는 등의 말은 하지 못하겠다. 단지 림의 강성면에서 보면 레이스용으로는 조금 부족한 편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대신 레이스가 아닌 독주나 장거리 라이딩을 자주 하는 사람이 주행피로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추천할 만한 휠이다. 제타가 레이다의 좋은 승차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힘껏 스프린트해보면 레이다는 레이스 바이크와 다른 반응이다. 레이스 바이크는 아주 단단하고 경쾌한 반면 레이다는 무디지만 안정된 템포가 있다. 제타도 레이스처럼 수시로 가속하는 상황이 아니라 장거리 항속주행에 더 잘 어울린다. 스프린트 시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몇 번이나 지나갔지만 날카로운 주행진동은 느끼지 못했다.
총평을 하자면 레이다는 강력한 스프린트를 소화해야 하는 장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꾸준하게 장거리 라이딩을 즐긴다거나 로드바이크가 승차감 나쁘고 어렵다고 생각해 접근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타면 그 선입견을 없애 줄 안성맞춤인 로드바이크다.
레이다의 사이즈와 지오메트리.
■㈜엠비에스코프레이션 www.elfama.com ☎(070)4002-3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