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신용윤
리액토는 2013년 5월 지로 디탈리아를 목전에 두고 메리다가 발표한 에어로 로드바이크로 발표이후 UCI 월드팀 메리다-람프레의 주력 레이스바이크가 됐다.
※편집자 주: 2015년 1월 1일, UCI 규정이 개정되어 ‘UCI 프로팀’이라는 명칭이 ‘UCI 월드팀’으로 바뀜.
리액토 5000은 리액토 시리즈 카본제품 중 중간에 위치한 모델이다.
메리다가 람프레의 메인스폰서가 된 그 해 2월, 스페인의 섬 마요르카에서 메리다-람프레의 팀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선보인 공식 레이스 자전거는 올라운드바이크인 스컬트라 SL과 타임트라이얼바이크 워프 TT다. 하지만 무대 뒤에선 새로운 자전거의 프로토타입이 테스트 중이었다. 그 자전거가 지금의 리액토다.
원만한 부품구성으로 가격접근성을 높였으나 공기역학적인 프레임의 형태와 기능에서는 상위 모델과 동일하다.
타임트라이얼 바이크를 닮은 리액토
현 리액토 이전에도 메리다에는 리액토가 있었다. 프레임의 형식도 에어로타입이고 올라운드 바이크에 비해 더 공격적인 지오메트리였다. 지금의 리액토가 전작과 다른 점은 타임트라이얼 바이크 워프TT를 개발하며 실시한 풍동실험 데이터를 적용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리액토는 환골탈태했고 지금의 리액토는 워프TT와 이란성 쌍둥이처럼 닮게 됐다. 컴팩트한 오프셋 리어스테이를 포함해 전체적인 프레임 형태에서 워프TT의 모습이 언뜻 언뜻 나타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메리다는 리액토를 발표하며 “일반적인 로드바이크와 비교 시, 시속 50㎞로 달릴 때 10W이상의 힘을 아낄 수 있다”고 빠른 속도에서의 항속성과 공기역학적인 성능을 과시하기도 했다.
리액토 프레임의 튜빙은 공기역학적이면서 강성을 높일 수 있는 캄테일 형태를 취하고 있다.
캄테일 형태는 시트포스트를 빼보면 잘 파악된다. 시트포스트와 시트튜브의 모양이 비행기 날개의 꼬리부분을 잘라낸 것 같은 형태다. 시트포스트에는 시마노 Di2용 배터리팩을 내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시트포스트 클램프 방식도 공기역학적인 성능을 높이기 위해 탑튜브에 내장되는 방식이다. 볼트를 조이면 웨지가 시트포스트 앞부분을 눌러 고정하게 된다.
한편 워프TT에 비해 강성은 더 개선됐다. 비행기 날개처럼 공기역학적으로 만들어진 타임트라이얼 바이크의 튜브는 너비에 비해 폭이 좁아서 수직강성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수평과 비틀림에는 취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의 에어로바이크들은 비행기 날개의 꼬리부분을 잘라낸 형태의 캄테일 튜브를 많이 사용한다. 캄테일은 타임트라이얼 바이크의 튜브만큼 에어로 다이내믹하지는 않지만 일반 원형튜브에 비해 공기역학성능이 우월하면서도 강성을 높일 수 있다. 리액토도 캄테일 튜브를 사용했는데 메리다는 이 형태를 ‘NACA 패스트백’이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체인스테이와 BB셸, 헤드튜브는 올라운드 바이크인 스컬트라 SL과 비등한 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레이업을 강화했다.
승차감을 개선하기 위해 시트스테이에는 메리다의 바이오 파이버 댐핑 컴파운드 기술이 사용됐다.
시트포스트 상단의 60%를 비우고 엘라스토머 윈도우를 삽입해 안장으로 전해지는 주행진동을 감소시키고 착석감을 높였다.
리액토는 에어로바이크가 다소 취약할 수 있는 승차감에도 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리어스테이는 워프TT와 같이 오프셋 형식을 유지했으면서도 승차감을 위해서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의 길이를 더 길게 만들어 진동감소 폭을 넓혔고, 시트스테이에는 메리다의 독자기술인 바이오 파이버 댐핑 컴파운드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카본 레이업 과정에서 아마섬유를 삽입하는 것이다. 목화가 면의 원료이듯이 아마는 흔히 린넨이라고 불리는 마직섬유의 원료다. 이 아마섬유를 삽입함으로써 비틀림에 강해지면서 진동감소효과가 상승한다고 한다. 또한 시트포스트 상단에는 탄성체인 엘라스토머를 삽입했는데 메리다는 이를 S-플렉스 기술이라고 부른다. 에어로 시트포스트 앞뒤 길이의 절반이상이 이 엘라스토머로만 되어 있어 착석감을 높이는데 일조한다.
입문자부터 레이서까지 아우르는 구성
메리다의 카본프레임은 CF2, CF3, CF4까지 3가지 등급 있는데 등급에 따라 유연성과 강성, 무게 등의 특성이 다르다.
CF4는 메리다의 전체 라인업 중 리액토 시리즈 최고급 제품인 리액토 팀-E와 타임트라이얼바이크 워프TT 팀-E에만 사용한다. 시승자전거인 리액토 5000은 CF3를 사용하는데 선수들이 사용하는 팀 모델에 비해 오히려 승차감면에서는 더 좋은 편이다. 반면 비슷한 등급의 올라운드 바이크 스컬트라 5000이 CF2인 것을 감안하면 자전거의 특성을 반영해 더 높은 물성의 소재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시마노 울테그라 컨트롤레버를 사용한다.
앞뒤 변속기 또한 11단인 시마노 울테그라이고 크랭크셋은 BB386 규격에 맞추어 FSA 가서머 프로 스텐다드 드라이브를 사용한다.
브레이크는 시마노 105 다이렉트 마운트타입을 사용하는데 뒤 브레이크는 에어로 성능을 위해 BB셸 뒤에 위치한다.
리액토 5000의 부품구성을 보면, 앞뒤 변속기와 컨트롤레버는 시마노 울테그라 6800을 사용했고 크랭크셋은 BB386 규격에 맞춰 FSA 가서머 프로 52-36T를 장착했다. 스프라켓은 시마노 105 11단 11-28T를 사용한다. 앞뒤 브레이크는 다이렉트 마운트타입 시마노 105를 사용하는데 뒤 브레이크는 공기역학성능을 위해 BB셸 뒤로 숨겼다.
포크와 앞 브레이크, 헤드튜브와 다운튜브로 이어지는 셰이프도 공기역학성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안장은 프롤로그의 카파2다.
시트포스트 헤드는 안장 고정뭉치를 위아래로 뒤집으면 7㎜ 금속레일과 7×9㎜ 카본레일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좌우를 바꾸면 안장의 셋백 위치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사진은 안장 고정뭉치를 좌우로 바꾸었을 때 셋백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안장레일 가운데를 기준으로 앞뒤 6㎜정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케이블은 아우터 케이싱까지 프레임 내부를 지나는 인터널루트 방식이다.
케이블은 모두 프레임 안을 지나는 인터널루트를 사용하며, 시트포스트 클램프는 공기역학성능을 고려하여 탑튜브에 내장되는 웨지타입이다. 시트포스트에는 시마노 Di2 내장배터리팩을 삽입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시트포스트 헤드는 안장 레일 고정뭉치를 상하로 뒤집으면 7㎜ 금속레일과 7×9㎜ 카본레일용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안장 고정뭉치 전체를 좌우로 바꾸어 끼우면 안장이 셋백되는 정도를 바꿀 수 있다. 안장은 프롤로그 카파2 스틸레일이고 핸들바는 FSA 가써머 컴팩트 OS다. 휠셋은 알루미늄 클린처타입으로 림높이 38㎜의 메리다 수퍼에어로 38을 사용했다. 색상은 카본/화이트 한 가지이며 사이즈는 47, 50, 52, 54, 56, 59까지 여섯 가지다. 가격은 260만원.
리액토 5000의 지오메트리
메리다 리액토는 프로 팀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레이스 바이크다. 물론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모델은 상당히 강성이 높고 단단한 프레임을 쓴다. 이번에 내가 시승하게 된 리액토 5000은 에어로 카본 로드바이크 중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260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프로선수들이 사용한 프레임 보다는 좀 더 편안한 프레임을 사용했다.
시승 전에 부품들을 살펴보니 앞뒤 변속기는 시마노 울테그라가 장착됐고, 105 브레이크가 쓰였다. 브레이크가 한 등급 낮은 부품이 사용됐는데, 풀셋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가격적인 면을 고려하고 성능면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시마노 105 브레이크가 상위모델처럼 다이렉트 마운트방식으로 바뀌고서 이전 보다 더 뛰어난 제동력을 확보했기에 성능적인 밸런스에 별문제는 없어 보인다.
고속에서 더 기분 좋은 주행
“휠셋 때문에 초반 가속은 조금 더딘 편이지만 속도가 붙으면 기분 좋은 항속성을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시민공원을 달려보았다. 리액토, 이 친구는 생긴 것부터 거칠게 몰아쳐 달라고 말하는 것 갈다. 고속 기어비로 천천히 주행하면서 댄싱을 해보았는데 페달에 체중을 실어 강하게 밟을 때의 느낌은 매우 단단하고 바지런하다. 스프린트를 해보니 상상하던 것 보다 속도가 올라갈 때까지 가속은 조금 더딘 편이다. 그러나 가속이 붙은 상태에서는 상당히 기분 좋은 항속성이 보인다. 한동안 시속 40㎞이상 고속으로 주행하다가 마치 라스트스퍼트를 하는 것처럼 더 높은 속도로 가속을 해보았는데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가속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으로는 프레임이 라이더의 힘을 잘 받아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어로바이크로서 갖춰야할 부분에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기본적인 코너링과 내리막에서의 안정성을 살펴봤는데 다 만족스럽다. 아니, 이미 마음속에서는 합격점을 준 상태였으니 말이다.
에어로바이크가 갖춰야할 기본 덕목
“빠른 속도로 항속하다가 더욱 강한 스퍼트를 해보니 안정적이면서 역동적인 가속이 이루어진다.”
에어로바이크의 가장 큰 미덕을 꼽으라면 빠른 속도로 항속 시 라이더의 힘을 아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전거 제조사들은 에어로바이크를 내놓으면서 풍동실험결과와 얼마나 라이더가 힘 손실을 줄일 수 있는지 말한다. 이런 미덕은 레이스 시 고속으로 움직이는 펠러톤에서 라이더가 낙오되지 않고 결승선까지 갈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전거가 아껴준 힘은 선수로 하여금 마지막 스퍼트에서 역량을 발휘하게 한다. 리액토의 항속성에 집중해 시승을 해본 것이나 마지막에 라스트 스퍼트를 해본 것 모두 이런 특성이 얼마나 잘 반영됐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물론 아주 먼 거리를 달리면서 테스트한 것도 아니고 더구나 독주로 시승한 것이기에 성능파악에 한계는 있었겠지만 오히려 집단으로 긴 레이스를 할 때, 리액토 5000이 더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다.
트라이애슬리스트에게도 추천
시승에서 초반 가속이 조금 더딘 것은 장착된 휠셋이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리액토 5000은 림높이 38㎜인 알루미늄 클린처 휠을 사용하는데 만약 MCT같은 레이스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휠은 평소 연습용으로 사용하고 경기용은 좀 더 가벼운 휠을 따로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독주를 하다가 든 생각인데 리액토는 트라이애슬리스트들에게도 유용한 레이스바이크가 될 것 같다.”
독주를 하면서 느낀 건데 리액토 5000은 트라이애슬론 동호인이나 선수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아이언맨 경기 같이 먼 거리(180㎞)를 오래 달려야하는 상황에는 타임트라이얼바이크가 더 유용하지만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의 경우는 사이클이 40㎞, 스프린트 트라이애슬론은 20㎞, 더 긴 코스가 있더라도 80㎞정도다(주: O3 트라이애슬론의 경우 120㎞). 이렇게 코스가 짧기 때문에 코스에서 다른 선수와 경쟁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짧은 코스에서 에어로 성능을 한껏 끌어올리기도 힘들기 때문에 올림픽트라애슬론 선수의 경우 에어로바가 달린 타임트라이얼바이크가 아니라 일반 로드바이크에 짧은 익스텐더를 달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리액토 5000의 경우 수영으로 지친 선수의 힘을 아껴줄 수 있고, 다른 선수와 경쟁도 가능하다. 그리고 사이클에서 아낀 힘으로 러닝에서 더 많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타임트라이얼바이크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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