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신용윤
스캇 포일은 일개 브랜드의 간판 모델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전거다. 지난 몇 년 간 로드바이크계의 트렌드가 된 ‘에어로’ 경쟁의 시작이자, 벤치마크 모델이며, 이전의 에어로바이크와 세대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2011년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첫 선을 보인 포일은 과거의 에어로 로드바이크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접근한 자전거였다. 포일 이전의 에어로 로드바이크는 대부분이 공기역학성능에 치우친 나머지 강성이 떨어지거나 무게가 무거운 편이었는데, 포일은 비행기 날개의 뒷부분을 잘라낸 형상인 ‘캄테일 튜빙’을 써서 공기역학 성능과 강성을 고르게 향상시키고, 무게는 줄인 신개념 로드바이크였다.
1세대 포일을 발표한지 만 4년만인 지난 2015년 6월. 스캇은 투르 드 프랑스를 목전에 두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포일의 2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신형 포일은 공기역학성능을 강화한 동시에 더 높은 강성을 부여하고 승차감까지 크게 개선했다니 무려 3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2세대로 진화한 포일, 그 중에서도 최고급 모델인 포일 프리미엄이다.
포일, 진화의 배경
과거 포일이 처음 등장했을 때, 포일은 펠러톤을 지키는 일부터 스프린트와 힐클라임까지 모든 레이스 상황에 홀로 대처해야하는 올라운더이어야만 했다. 대량생산 자전거 최초로 프레임 무게 800g 이하를 기록했던 1세대 애딕트가 퇴역하고, 그 빈자리를 포일이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포일은 아주 가벼워야 했으며, 높은 공기역학성능을 갖추면서도 에어로바이크의 약점인 강성까지 보완해야 했다.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캄테일 튜빙이다. 비행기 날개의 꼬리부분을 잘라낸 것 같은 형태의 캄테일은 뒷부분이 없지만 가상의 날개가 있는 것처럼 공기흐름이 원활한 동시에 강성을 높일 수 있는 형태다. 또한 뒷부분을 잘라낸 만큼 무게와 부피도 줄일 수 있다.
1세대 포일 이후 등장한 다수의 에어로 로드바이크들이 이 캄테일 튜빙을 적용했고, 지금도 캄테일 튜빙을 사용한 새로운 에어로바이크가 태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공기역학 성능과 강성, 경량까지 확보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음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빈틈없어 보였던 포일도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승차감이다.
“레이스 바이크가 강성이 우선이지 승차감은 무슨 필요가 있나”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승차감이 좋은 자전거는 장거리를 달려도 주행피로가 적고,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을 달리더라도 자전거 컨트롤이 편하기 때문에 승차감은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1세대 포일은 에어로 로드바이크의 단점인 부족한 강성을 보완하는데 집중하다보니 과도하게 프레임이 단단해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
세월이 흘러 2013년 여름, 애딕트가 한층 가벼운 몸무게로 돌아왔고, 그와 함께 인듀어런스바이크 솔라스가 발표됐다. 그리고 이듬해엔 타임트라이얼바이크 플라즈마가 합류하며 사실상 레이스에서 포일의 짐을 나눠 들어줄 동료들이 생겼다.
이에 스캇의 엔지니어들은 공기역학성능과 강성 향상, 더불어 승차감까지 좋은 신형 포일의 개발에 착수한다. 새로운 포일을 개발할 기술은 앞서 언급한 포일의 동료들을 개발하며 모두 갖추어졌다. 공기역학적인 부분은 플라즈마를, 경량화는 애딕트를 참조했으며, 승차감은 인듀어런스 바이크 솔라스의 기술에 기인한다.
2세대 포일의 공력성능
신형 포일의 공기역학적인 형태는 크게 3단계로 개발됐다. 1단계는 튜브의 에어포일 형태를 결정하는 것이고, 2단계는 CFD(전산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형태의 적합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튜브들을 실물로 제작하게 되고 마지막 3단계로 실제상황을 가정한 풍동실험을 했다.
풍동실험 시 여러 가지의 형태의 튜브를 테스트해야 했기 때문에 스캇은 테스트 프레임에 기본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3D 프린터로 제작한 에어로 튜브를 교체해 씌워가면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에 따라서 다시 튜브의 디자인으로 돌아가 각 단계를 반복해 지금의 포일이 완성된 것이다.
스캇이 한 풍동실험에 따르면 프레임은 자전거의 전체 공기저항 중 바람의 각도에 따라 최소 65%에서 최대 80%까지 공기저항을 일으키고, 앞바퀴는 20~30%, 뒷바퀴는 5~10%의 저항이 발생했다고 한다. 프레임을 각 부분 별로 나누어 보면 바람이 정면에 불어올 때 헤드튜브와 포크가 가장 큰 저항을 일으켰고, 바람의 각도가 커질수록 시트튜브와 다운튜브의 저항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프레임의 전체 공기저항 중 최소 32%, 최대 54%가 프레임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헤드튜브와 탑튜브 전면, 포크에서 발생했다. 이는 에어로 프레임 설계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전면부라는 것을 뜻한다.
신형 포일은 헤드튜브가 길어지고, 다운튜브가 낮아졌다. 구형보다 부피가 살짝 늘었기도 했지만, 이 때문에 더 커 보이기도 한다. 긴 헤드튜브와 낮은 다운튜브는 모두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형태인데, 헤드튜브를 앞에서 보면 가운데가 잘록한 절구통 같은 모습이다. 배가 불룩한 항아리형 헤드튜브를 썼던 전작을 개선한 것이다.
다운튜브가 낮아지며 포크의 상단을 감싸 안았고, 그만큼 다운튜브와 앞바퀴가 더 가까워졌는데, 포크 크라운 부분을 지난 공기가 다운튜브 사이에서 회전하며 발생시키는 와류를 줄이기 위함이다. 시트스테이 또한 낮아지고 시트튜브가 물갈퀴처럼 뒷바퀴 쪽으로 늘어난 이유도 시트 튜브를 지난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뒤로 보내기 위해서다.
이렇게 바뀐 신형 포일의 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스캇은 1세대 포일과 비교 풍동실험을 실시했다. 구형과 신형 포일에 각각 시마노 Di2 그룹셋과 짚 404 휠셋, 그리고 하나의 물통 케이지를 달고 더미 라이더의 페달링은 90rpm을 유지했으며, 주행풍의 각도는 0도(정면)부터 요앵글 ±20도 구간을 매 2도씩 변경하며 측정했다. 이 결과 신형 포일이 구형에 비해 전 측정구간 평균 6와트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시속 45㎞로 총 40㎞를 달렸을 때, 신형 포일이 구형보다 27초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미미한 차이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일반 로드바이크와의 차이가 아니라 같은 에어로바이크인 1세대 포일과의 비교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한편, 신형 포일의 브레이크는 일반적인 시마노 다이렉트마운트 타입 브레이크를 썼다. 여타 에어로바이크들이 포크나 프레임 안쪽으로 숨겨지는 일체형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 이유는 타임트라이얼 바이크인 플라즈마를 개발하면서 실시한 풍동실험 데이터 때문이다. 플라즈마의 풍동실험에 따르면 다이렉트마운트 타입의 에어로 브레이크 대신 포크 일체형 브레이크로 줄일 수 있는 공기저항은 3%에 불과했다. 일체형 브레이크를 쓰면 소폭이나마 공기역학성능이 더 좋아지지만 제동력에서는 손해를 보고 정비가 더 까다로우며 가격 또한 상승한다. 따라서 작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잃기보다는 제동성능이 좋고 정비가 간편한 다이렉트 마운트 브레이크를 선택하는 편이 전체적인 효율성에서는 앞선다고 본 것이다.
프레임과 통합 설계한 콕핏
신형 포일이 전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프레임셋 뿐만 아니라 핸들바와 스템으로 이루어진 조향부, 이른바 콕핏을 프레임과 동시에 개발했다는 것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공기저항을 가장 크게 발생시키는 포크와 헤드튜브 그리고 콕핏으로 이어지는 구획을 하나로 보고 통합설계를 한 것.
신형 포일의 콕핏은 스캇의 부품·휠 브랜드인 싱크로스 제품으로 스템 일체형 핸들바다. 헤드튜브 상단과 콕핏이 만나는 부분에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고무 커버가 마련되었으며 핸들바 상단은 프레임의 튜브와 같은 캄테일 형태가 되었다.
포일 프리미엄에는 싱크로스 에어로 RR1.0 콕핏이 사용됐는데, M사이즈 완성차에 기본 장착되는 폭 420㎜, 스템 길이 110㎜ 제품이 395g이다. 이렇게 일체화된 스템과 핸들바는 공기역학적인 성능뿐만 아니라 강성 향상에도 이점이 있다.
사이즈는 핸들바 폭으로 380, 400, 420, 440㎜까지 4가지가 있다. 또한 스템의 길이는 380㎜ 핸들바의 경우 100㎜ 한 가지이고, 400㎜ 핸들바는 스템 길이 90, 100, 110㎜, 420㎜ 핸들바는 100, 110, 120㎜, 440㎜ 핸들바는 110, 120, 130㎜까지 준비되어 총 10가지다. 싱크로스 에어로 RR1.0 콕핏은 최고급 모델인 포일 프리미엄과 포일 팀 이슈에만 적용된다.
강성 그리고 승차감
카본 프레임에 있어 강성과 승차감은 기존까지 상충되는 요소라는 견해가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의 발전된 프레임 설계방식과 카본기술은 이런 견해를 무색하게 만든다.
신형 포일은 이 두 가지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솔라스와 애딕트에 적용된 ‘바이 존 컨스트럭션(BI ZONE CONSTRUCTION,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눈 구조)’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이 개념은 프레임을 강성 영역과 승차감 영역으로 나눈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
힘 전달이 최우선인 헤드튜브, 포크 상단, 다운튜브, BB셸, 체인스테이는 파워존으로 설정하여 높은 강성을 부여하고, 승차감에 영향을 주는 탑튜브, 시트스테이, 시트포스트, 시트튜브, 포크 하단은 컴포트 존으로 설정해서 카본의 적층 방향과 튜브의 형태를 그에 적합하게 만드는 것이다.
외형으로만 보자면 헤드튜브는 전작보다 10㎜ 길어졌으며, 다운튜브는 헤드튜브와 BB셸 단이 넓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다운튜브 또한 헤드튜브처럼 가운데가 잘록한 형태다. 체인스테이 또한 전작보다 위아래로 단면적이 넓어졌는데, 드라이브사이드가 더 굵은 비대칭형으로 구동부하가 걸리는 드라이브사이드와 균형을 맞췄다. 또한 다운튜브가 낮아지며 포크 크라운을 감싸 안은 형태가 됐는데 헤드튜브 다운튜브와의 일체감이 높아지면서 공기역학적면에서나 강성면에서 유리한 형태가 됐다.
그 결과 페달링과 동력전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BB셸의 강성이 13% 높아졌고, 조향성과 밀접한 헤드튜브는 13.5%, 포크 상단은 6% 강성이 향상되어 페달링에 있어 매우 탄탄하고 빠른 반응성을 보이며, 조향성 또한 상당히 안정적이다.
한편, 승차감에 있어서는 페달링에서 느껴지는 옹골찬 느낌과는 상반된 편안함을 보인다. 이를 위해 시트스테이를 얇게 만들었으며, 시트튜브와의 접점 또한 탑튜브보다 낮게 설정해 시트튜브의 수직변형률(Vertical Compliance)을 1세대에 비해 89%나 개선했다. 아울러 포크 하단의 변형율 또한 11% 높였는데, 스캇은 이 결과 “2세대 포일은 신형 애딕트에 근접하는 승차감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신형 포일의 승차감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에 있었으니, 바로 114회 파리-루베(257.5㎞) 경기다. 파리-루베는 원데이 레이스로 가장 오래된 클래식 경기이자 ‘북쪽의 지옥’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험난한 코블스톤 코스를 자랑한다. 2016년 4월 10일 열린 이 경기에서 오리카-그린엣지의 매튜 헤이먼(Matthew Hayman)이 신형 포일을 타고 우승을 거뒀다. 물론 파리-루베에 에어로바이크가 투입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이번 경기에 매튜 헤이먼 외에도 에어로 로드바이크로 출전한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올라운드와 인듀어런스 바이크가 큰소리치던 북의 지옥에서 포일이 우승한 것은 현대 에어로바이크의 승차감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사의 주인공인 포일 프리미엄은 스캇 HMX 카본을 사용했으며 프레임 무게는 M 사이즈(54) 기준으로 페인트와 시트클램프, 물통 케이지 고정 볼트 등의 하드웨어를 모두 포함해 945g다. 포크는 스티어러튜브를 절단하지 않은 상태로 335g이니 프레임셋으로 1280g이며, L 사이즈(56)의 경우 1295g이다.
프레임만 보면 구형보다 무게가 늘었지만, 포크와 모든 하드웨어를 합친 프레임셋으로 비교할 경우 구형이 1370g이니 70g 이상 더 가벼운 셈이다.
본 기사에 사용한 완성차의 경우 콕핏 420×120㎜, 프레임 M(54) 사이즈 기준 6.89㎏(실측치)이었고, 같은 콕핏을 장착한 XS(49) 사이즈는 6.8㎏이다.
부품은 시마노 듀라 에이스 Di2 풀셋이 장착됐으며, 휠셋은 짚 404 클린처, 타이어는 컨티넨털 그랑프리 4000S Ⅱ 23C, 안장은 싱크로스 RR1.0 카본이 사용됐다. 크랭크셋은 52/36T, 카세트는 11-28T를 쓴다.
국내에 출시된 사이즈는 XXS(47)부터 L(56)까지 5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각 사이즈별 기본 콕핏 규격은 47(380×100㎜), 49(400×100㎜), 52(420×100㎜), 54(420×110㎜), 56(420×110㎜)이다. 그렇다고 정해진 규격의 콕핏으로만 구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포일 프리미엄과 팀 이슈의 완성차, 프레임셋을 구입하는 경우 구매자의 신체여건에 맞는 콕핏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얼마든지 자신에게 맞게 피팅을 할 수 있다.
포일 프리미엄의 완성차는 1350만원이며, 기계식 듀라 에이스 그룹셋과 짚 60 클린처 휠을 사용하는 포일 팀 이슈는 985만원이다. 프레임셋은 포일 프리미엄이 560만원. 팀 이슈가 550만원.
시승취재를 약속한 날, 오전 도로훈련이 늦어져 약속시간에 못 맞출까 훈련을 마치자마자 부랴부랴 약속장소로 달려갔다. 그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자전거는 스캇의 새로운 포일, 그 중에서도 가장 고급이라는 프리미엄이다. 순간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참하고 실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외형은 다소곳하면서도 아주 당차 보인다. 특히 튼실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보이는 앞 삼각, 작으면서도 날씬한 뒤 삼각은 묘하게 조화로운 모습이다. 그대로 자전거를 바꿔 타고 경산에서 청도로 가는 한적한 919번 도로를 달려봤다.
라이딩을 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가볍고 경쾌하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기 전에 들어 본 무게도 가벼웠지만 그보다는 페달링하는 느낌이 아주 단단하고 실해서 힘 손실이 없기에 자전거가 날아갈 듯 달려나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한 20분 정도 평탄한 곳을 달리니 운문호수(청도군 운문면 소재)로 넘어가는 고개를 만났다. 단거리, 중장거리를 크게 가리지 않는 성격이지만 내 클라이밍 실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없고, 그리 즐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고개를 오르면서 불현 듯 ‘이 자전거 정체가 뭐야? 이 정도면 나도 클라이머라는 말 들을 수 있겠는데’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만큼 오르막을 오를 때도 발군의 성능을 보인다. 그 고개의 넘어 갔다 돌아올 때는 15%이상의 오르막이 되는데, 신기한 마음에 몇 번이나 이곳을 올라갔다 내려가길 반복해 봤다.
딱 내 스타일이야, Di2 스프린터 스위치
내리막을 내려갈 때는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고속의 다운힐에서 코너링도 안정적이고 프레임이 탄탄해서인지 겁 없이 평소보다 속도를 더 높여 보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핸들바 안쪽을 보니 그제야 작은 스위치가 보인다. 처음 접하는 것이지만 이게 말로만 듣던 스프린터 스위치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기에 바로 테스트에 들어갔다.
스프린트를 하며 양쪽 스위치로는 변속을 해봤다. 스프린터 스위치는 변속레버와 마찬가지로 왼쪽이 앞 변속기, 오른쪽이 뒤 변속기용인데, 변속레버와 다른 점이라면 고속기어 쪽으로만 변속된다. 다시 말해 앞은 큰 기어, 뒤는 작은 기어 쪽으로만 변속된다.
선수들도 경기를 하다보면 종종 변속 타이밍을 놓치곤 하는데, 결승선을 앞둔 라스트 스프린트 시라면 더욱 난감한 일이다. 드롭을 꽉 잡고 페달링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다시 변속레버에 손가락을 뻗거나 후드를 잡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프린트 스위치는 드롭을 잡은 상태에서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면 바로 변속이 되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사실 난 이전까지 전동변속기가 필요한지 의문이었는데, 이 스위치 하나만으로도 전동변속기는 필요한 존재가 됐다. 단지 즉각적인 변속이 문제가 아니라, 찰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상황에서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정말 네 정체가 뭐니?
스프린터 스위치를 테스트하다가 다시 느낀 점인데, 파워풀한 가속 시 포일의 반응과 힘 전달성은 매우 일품이다. 엉덩이를 들고 강한 스프린트를 할 때, 꿈쩍하지 않고 라이더의 힘을 고스란히 뒷바퀴로 전달한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가속이 빈번히 일어나고 코너링이 많은 크리테리움에 포일을 사용해보고 싶다.
승차감면에서도 만족스럽다. 다만 시승 시에는 그리 노면이 나쁘거나 아주 긴 장거리를 달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감흥은 일지 않았는데, 정작 시승 취재를 마치고 며칠 후 포일의 승차감에 대해 감탄하게 됐다. 팀 동료들과 파리-루베 경기 동영상을 보게 됐는데, 포일을 탄 오리카 그린엣지의 매튜 헤이먼이 엄청난 험로를 달려서 우승을 하지 않았는가. 그 모습을 보고 난 내가 포일을 탔을 때보다 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포일에게 ‘네 정체가 뭐니’하고 묻고 싶다.
꿈에 나타나는 자전거
선수라면 자전거의 부족한 점도 잘 파악해야 한다고 해서 시승 직후 다시 한 번 포일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시승 자전거의 경우, 일체형 핸들바의 스템이 내게 약간 짧았는데, “일체형 핸들바가 피팅 시 불편할 것 같다”고 했더니 10가지 사이즈가 있고, 구입 시에 자신에게 맞는 핸들바를 고를 수 있단다.
난 스프린터다. 많은 사람들이 스프린터라고 하면 단거리 선수 또는 순간적인 폭발력만 있고 지구력은 부족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난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도로경기에서 타임트라이얼과 개인도로경기를 가리지 않으며, 트랙에서 전형적인 단거리인 1㎞ 독주나 단체스프린트 같은 경기를 하는 동시에 스크래치 같은 중장거리경기 그리고 복합경기인 옴니엄에도 출전한다. 지금의 사이클 스프린터들은 통념을 깨야만 우수한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스프린터에게 갖는 편견처럼 기존의 에어로바이크들에게는 공기역학에서는 유리하지만 ‘프레임이 무르다’거나 ‘단단하면 무겁다’, ‘승차감은 생각지도 말라’는 등의 편향된 시선이 있었다. 일부 수긍되는 부분도 있지만 포일에게는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여담인데 시승 후에 부족한 점을 찾아보라는 기자와 감독님 때문에 참 많이 곤란했다. 감독님은 “선수가 자전거의 단점도 잘 찾아야지”하시면서 본인이 직접 포일을 시승하기도 했다. 그리고 말씀하시길 “이런 자전거가 내 선수시절 있었어야 하는데 말이지”하신다.
마치 내 꿈속에서 꺼낸 자전거 같은데 단점을 찾으라니······ 힘들었다. 이젠 그 자전거가 내 꿈속에 나타난다. 감독님을 졸라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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