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데일의 알루미늄 로드바이크 캐드는 타사의 입문급 알루미늄 자전거와 다른 레벨의 프레임을 사용한다. ‘CAAD’라는 이름 그 자체가 캐논데일 어드밴스트 알루미늄 디자인(Cannondale Advanced Aluminium Design)의 준말로 캐논데일의 뛰어난 알루미늄 디자인을 뜻하니 그 자부심을 짐작할만 하다.
사실 캐드라는 이름은 캐논데일 MTB에서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0년대 초 캐드3(CAAD3)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로드바이크가 등장한다. 캐드가 크게 주목받게 된 건 1999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사이클 선수 마리오 치폴리니가 캐드4(R4000)를 타고 우승하면서였다.
캐논데일은 2000년대 들어 스포츠 자전거의 소재가 카본으로 빠르게 바뀌어 가는 중에도 카본 프레임과 함께 알루미늄 소재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오늘의 주인공 캐드12는 그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번째 캐드를 뜻하는 캐드10의 후속작임에도 11이 아닌 12로 명명한 것은 캐드10을 두 단계나 뛰어넘은 자전거라는 걸 의미한다.
캐드12는 캐논데일이 자랑하는 레이스용 알루미늄 로드바이크다.
수퍼식스 에보를 닮은 캐드12
캐드12는 캐논데일의 카본 로드바이크인 슈퍼식스 에보와 닮은꼴이다. 허리가 잘록한 헤드튜브와 BB30A용 와이드 BB셸, 카본 포크, 그리고 지오메트리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닮았다.
기존 캐드10의 헤드튜브는 원통형이었는데, 절구형 헤드튜브로 바꾸어 강성을 기존보다 10% 향상시켰다. 또한 캐드12에 적용된 BB30A은 비대칭형 BB인데, 정확히 말하면 BB셸의 논드라이브사이드가 BB30보다 5㎜ 더 길다. 때문에 BB30A의 폭은 BB30보다 5㎜ 더 넓은 73㎜이다. 이는 페달링을 할 때, 드라이브사이드에 구동부하로 인한 힘이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만큼 논드라이브 사이드로 축을 늘여서, 좌우에 가해지는 힘의 균형을 이루게 한 것이다. 덕분에 BB셸 부분의 강성도 12%나 증가했다.
슈퍼식스 에보와 동일하게 허리가 잘록한 형태의 헤드튜브. 전작에 비해 전면부 강성이 10% 높아졌다.
캐드12는 캐드10에 사용한 BB셸 폭 68㎜인 BB30보다 논드라이브사이드로 5㎜ 더 길어진 폭 73㎜인 비대칭 와이드 BB셸을 사용하는 BB30A 타입이다. 시트튜브를 보면 BB셸쪽에 가까울 수록 좌우로 넓어지는데, 논드라이브사이드로 미세하게 치우쳐서 Q-펙터 중앙에 라이더를 위치시킨다.
캐드 12의 카본 포크는 수퍼식스 에보에 사용하는 포크와 카본 등급이 다를 뿐 같은 몰드를 사용하여 형태가 똑같다. 한눈에 봐도 전작에 비해 얇아졌는데 무게가 280g으로 가벼운 편이다. 게다가 캐드 10의 포크에 비해 강성은 6% 높아졌고, 진동감쇠성도 12% 향상됐다. 프레임 무게는 전작보다 50g 가벼워진 1098g이다.
캐드12의 지오메트리를 보면 캐드10에 비해 스택이 10㎜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스탠드오버도 약간 높아졌다. 이는 포크를 교체하면서 블레이드의 수직길이가 길어졌기 때문인데, 전작이 수퍼식스 에보와 차이를 보이던 부분이다. 따라서 캐드12는 수퍼식스 에보와 동일한 지오메트리가 됐다.
수퍼식스 에보와 형태가 동일한 캐드 12의 풀카본 포크.
프레임에 감춰진 기술들
캐논데일의 모든 알루미늄 프레임은 스마트폼 기술이 적용된다. 스마트폼이란, 캐논데일이 지난 30년간 쌓은 알루미늄 기술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방식이다. 캐드12 또한 이 스마트폼으로 설계되었는데, 공기역학적 성능이나 동력전달성, 무게, 안정성 등을 고려하여 제작한 튜빙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작인 캐드10보다 높은 강성과 내구성을 자랑한다.
6069 알루미늄 튜빙은 하이드로포밍으로 성형했으며, 경량화를 위해 버티드 됐고, 용접은 스무스웰딩 공법을 적용해 용접부가 깔끔한 것은 물론 접합부의 응력발생도 줄인다. 아울러 종전까지 아우터 케이블루트를 사용하던 것과 달리 변속케이블을 프레임 안으로 넣어 외관도 말끔해졌다.
변속케이블이 내장형으로 바뀐 캐드 12 프레임.
캐드12의 프레임과 포크에는 스피드 세이브 테크놀로지가 적용됐다. 스피드 세이브 테크놀로지는 동력손실을 최소화하고, 빠른 가속과 코너링 속도를 비롯해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캐논데일은 스피드 세이브를 “포크와 리어스테이의 이상적인 균형을 이루는 마이크로 서스펜션 시스템”이라고 표현한다.
체인스테이를 측면에서 보면 드라이브사이드 체인스테이의 중간지점이 논드라이브사이드보다 납작하다. 이러한 형태는 노면에서 받는 충격을 흡수하여 체인의 흔들림을 줄이는 동시에 구동부하에 의해 리어스테이가 드라이브사이드로 치우치려는 작용에는 반발한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힘 전달을 돕는 동시에 주행진동은 줄이는 것. 시트스테이는 드롭아웃에서 시트튜브로 올라갈수록 얇고 가늘어지는 형태인데, 이 또한 수직변형률을 높여 주행진동을 줄이고 충격을 흡수한다. 또한 이와 함께 앞서 설명한 강성과 진동감쇠성이 향상된 포크가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상승작용을 한다는 것.
세이브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비대칭형 체인스테이. 노면의 충격을 줄여 체인의 출렁임을 억제하고, 동력전달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한다.
시트스테이는 시트튜브로 올라갈 수록 얇고 가늘어지는 형태이며, 시트튜브 또한 BB셸에 가까워질 수록 좌우로 넓고 앞뒤로 얇아져 리어스테이의 수직변형율을 높인다.
캐드12의 시트포스트는 구경이 25.4㎜로 전작인 캐드10에 사용하던 27.2㎜ 구경의 시트포스트 보다 가늘다. 또한 시트튜브는 BB셸 쪽으로 내려올 수록 좌우로 넓어지고 앞뒤로 얇아지는데, 이런 형태는 가는 시트포스트와 함께 수직변형율을 높여 승차감을 개선한다. 이번 기사의 시승 모델인 캐드12 105의 경우, 알루미늄 시트포스트를 사용하지만 상위 모델들은 카본 시트포스트를 쓰므로 더욱 뛰어난 승차감을 보인다.
시트포스트를 고정하는 시트클램프를 빼보면 안쪽에 핀이 박혀 있는 독특한 형태다. 클램프 내부의 핀은 시트튜브의 홈과 맞물리고 클램프볼트가 있는 부분이 탑튜브쪽에 위치하도록 한 방향으로만 삽입되는 구조다.
25.4㎜의 가는 시트포스트를 사용하여 승차감이 향상됐다.
캐드 12에 사용하는 시트클램프, 고정쇠를 달아 클램프가 잘못된 방향으로 장착되는 것을 방지한다.
캐드12는 할로우그램 SI 크랭크와 FSA 체인링을 조합한 무게 735g의 크랭크셋을 사용한다. 휠셋은 마빅 악시움이며, 슈발베 루가노 25C 타이어를 달았다. 디레일러와 컨트롤레버는 시마노 105, 브레이크는 텍트로 R741이다. 사이즈는 48부터 63까지 8가지가 있고, 무게는 54 사이즈 기준 8.12㎏이다. 가격은 215만원.
할로우그램 SI 크랭크와 FSA 체인링을 조합한 무게 735g의 크랭크셋과 시마노 105 디레일러를 사용한다.
슈발베 루가노 25C 타이어가 장착된 마빅 악시움 휠셋.
캐드 12의 지오메트리.
캐드는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캐논데일의 자부심이 묻어 있는 로드바이크다. 더구나 이번에 시승한 캐드12는 내가 타고 있는 슈퍼식스 에보와 소재만 다를 뿐 동일한 지오메트리와 유사한 성능이라는 것 때문에 발표 당시부터 관심 있던 모델이었다. 시승 자전거는 캐드 12 105였는데, 무채색 페인팅이 무심한 듯 강한 인상을 풍긴다.
눈에 띄는 변화
캐드12의 전작인 캐드10을 익히 봐왔기에 시승을 시작하면서 자전거의 외관상 변화한 점을 찾아보았다. 가장 먼저 인터널 케이블 프레임으로 바뀐 점이 눈에 띤다. 외부로 케이블을 지나게 제작했던 기존의 캐드와 달리 프레임 내부로 케이블을 지나게 하여 외부 오염을 차단하고 케이블 수명도 늘일 수 있게 했다. 또한 기존 보다 날씬해진 포크와 할로우그램 SI 크랭크를 적용하여 자전거의 무게를 덜어낸 점도 인상적이다. 볼트로 마감한 바엔드캡은 작은 부분이지만 라이더를 생각한 모습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강화도로 라이딩을 나갔다.
레이싱 알루미늄 로드바이크
집에서 멀지 않아 자주 찾는 강화도로 라이딩을 나갔다. 라이딩에서 첫 느낌은 힘 전달이 확실하고 동작이 기민하다는 점이다. 풀카본 포크을 사용했거니와 금속 프레임임에도 주행진동이 크지 않았다. 물론 카랑카랑한 알루미늄 고유의 특성은 존재하지만, 강성이나 힘 전달력에서 보면 프레임이 딱딱한 레이싱용 카본 로드바이크와 비슷한 느낌이다.
깔끔하고 미려한 외관과 가벼운 무게가 매력적인 캐드12.
캐논데일의 카본 로드바이크인 수퍼식스 에보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풀카본 포크(편집자 주: 형태는 같지만 수퍼식스 에보의 포크가 더 높은 등급의 카본을 사용한다)와 같은 지오메트리라 그런가 주행 특성도 비슷하고 라이딩 자세도 익숙했다. 강한 댄싱에서도 프레임의 뒤틀림이나 힘 손실이 느껴지지 않으며,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이면서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캐드12는 소위 ‘수평 탑튜브’라고 부르는 논슬로핑 타입 탑튜브 프레임인데, 이 또한 마음에 드는 점이다. 인듀어런스바이크 시냅스와 여성용 모델 등 일부 슬로핑 탑튜브를 사용하곤 있지만, 대부분 고집스럽게 수평 탑튜브를 쓰는 것이 캐논데일 로드바이크의 특징인데, 그런 고집이 반영되어 더 마음에 든달까.
코너에서 상당히 날카롭고 기민한 반응이다.
열정적이고, 강한 라이더에게 권함
캐논데일 캐드12는 탄탄한 주행감과 아쉬움 없는 부품 구성으로 본격적으로 로드바이크에 열정을 쏟으려는 라이더에게 어울린다. 웬만한 고급 카본 로드바이크에서나 느낄만한 아주 단단하고 짱짱한 프레임의 반응을 원한다면 캐드12를 적극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강한 스프린터 타입의 라이더가 더 잘 아울릴 것이라는 생각이다. 부품 구성 중에는 카본포크와 경량 SI 크랭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캐드12는 알루미늄이 입문급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게 했다. 안정적인 주행성은 물론 특유의 명료한 동력전달성은 레이스에서 전략적인 이용도 가능할 것 같다. 마빅 악시움 휠셋에 폭이 넓은 슈발베 루가노 25C 타이어가 장착된 점은 최근의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 다만 슈발베 루가노 타이어는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아 더 높은 TPI의 타이어를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더 높은 등급의 휠셋을 사용했더라면 캐드12의 성능을 더 깊게 체감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캐드12는 알루미늄 로드바이크가 입문급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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