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한성
사진 신용윤
메리다의 스컬트라는 가벼운 무게, 편안한 승차감, 공기역학적인 성능까지 고루 갖춘 올라운드 로드바이크다.
지금까지 스컬트라는 4번의 세대를 거치면서 매번 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현 4세대 스컬트라는 전작보다 높은 공기역학적인 성능을 갖췄음에도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강성, 승차감까지 확보해 올라운드바이크라는 이름에 충실한 자전거다.
메리다는 자사의 로드바이크 모델명에 숫자를 붙여 프레임과 부품구성의 등급을 표시한다. 숫자는 크게 100과 1000단위로 구분할 수 있는데, 100번 대는 프레임이 알루미늄이고 1000번 대는 카본이다. 그리고 맨 앞자리 숫자가 대체로 구성부품의 등급을 표현하는데, 시마노 부품을 예로 들면 1은 시마노 클라리스, 2는 소라, 3은 티아그라, 4는 105, 5와 6은 울테그라, 7 이상은 듀라에이스와 같은 식이다.
본 기사에서 시승한 모델은 2017년형 스컬트라 5000으로 카본 프레임에 시마노 울테그라 그룹셋을 장착했다.
4세대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 받은 스컬트라 5000
4세대 스컬트라가 처음 출시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스컬트라는 2가지 라인이 있었다. 앞서 언급한 팀 모델과 7000 이상 상위급 모델은 새로 개발된 4세대 스컬트라의 프레임을 사용했고, 그 이하의 프레임은 3세대 스컬트라와 동일했던 것이다.
그러나 2017년형부터 스컬트라는 본 기사의 주인공인 5000을 포함하여 카본과 알루미늄 전 모델이 상급 카본 프레임과 동일한 튜빙형태, 지오메트리로 바뀌었다.
튜빙 형태와 지오메트리는 동일해졌지만 카본 등급에는 차이를 둔다. 스컬트라 카본 프레임은 CF5, CF4, CF2 3가지 등급이 있는데, CF5는 초경량 모델인 스컬트라 7000과 9000에 사용한다. CF4는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컬트라 팀에 사용됐는데, 강성과 무게, 승차감의 균형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그 이하 스컬트라 6000, 5000, 4000은 CF2가 사용됐는데 초고강성 카본 레이어를 줄이고 일반 카본의 적층밀도를 높이되 자사의 최상급 카본 프레임에 사용된 나노 매트릭스 카본(Nano Matrix Carbon) 기술을 사용해 카본의 물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나노 매트릭스 카본 기술은 카본나노튜브 즉 CNT로 카본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프레임을 만들 때, 카본 원단에 합성수지(레진)를 침착시킨 프리프레그를 적층해서 제작하게 되는데, 카본원단에 침착하는 레진에 미립자 크기의 CNT를 고루 섞어 카본의 내충격성, 진동감쇠성, 내구성 등의 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프레임 형태를 살펴보면 전작의 경우, 탑튜브가 위로 볼록하게 올라온 형태였으나 간결한 직선형으로 바뀌었다. 또한 다운튜브와 헤드튜브, 시트튜브, 시트스테이 그리고 포크 브레이드는 캄테일 튜빙으로 바뀌어 강성과 공기역학성능이 향상됐다. 캄테일은 비행기 날개에서 꼬리부분을 잘라낸 형태를 말하는데, 스컬트라의 튜빙은 NACA0028로 미항공자문위원회(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에 등록된 프로파일코드 0028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카본제품은 카본 프리프레그를 적층해서 만든다. 프레임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이 적층과정 중에 내부에 합성수지 주머니를 넣는다. 이후 금형에 넣고 열성형을 할 때 이 공기주머니에 고압의 공기를 불어넣는데, 적층된 카본을 매끄럽게 유착시키기 위해서다.
스컬트라의 경우엔 튜브와 튜브가 만나는 지점에 공기주머니 대신 폴리스틸렌 소재의 솔리드 금형을 넣어 사용하는 EPS공법을 사용했다. 메리다는 이를 주름 방지 시스템(Anti Wrinkle System)이라고 부르는데, 공기주머니를 사용하는 것보다 프레임 내부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 수 있어 응력이 발생될 소지를 줄이고, 무게가 절감되며 강성과 내구성이 향상된다.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에는 아마에서 추출한 바이오파이버를 삽입해 진동감쇠성을 높였다. 메리다는 이를 플렉스스테이라고 부른다. 아울러 시트스테이는 기본적으로 캄테일 형태를 유지해 좌우 비틀림엔 강하면서, 위아래로 얇은 형태로 만들어 승차감을 극대화했다.
프레임 특징에 부합하는 지오메트리
4세대 스컬트라의 지오메트리는 (구)람프레-메리다 팀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잘 알려졌다. 프로 선수들은 3세대 스컬트라보다 더 낮고 공격적인 지오메트리를 원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헤드튜브가 낮아지고, 포크 길이가 짧아졌다. 구체적으론 3세대에 비해 스택이 6~10㎜ 낮아졌고, 리치는 사이즈 별로 2~8㎜ 길어졌다. 결과적으로 라이딩 포지션을 낮게 만든 것인데,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프레임의 이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한 메리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탑튜브가 곧아지면서 스탠드오버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탠드오버는 지면으로부터 탑튜브 중앙까지의 높이를 말하는데 전작의 경우, 52 사이즈 기준 스탠드오버는 836㎜이지만 2017 스컬트라 5000은 766㎜로 70㎜가 낮아져 과거보다 자전거의 컨트롤이 쉽다.
스컬트라 5000에는 시마노 울테그라 풀셋이 장착됐으며, 핸들바와 스템, 안장 그리고 포크는 자사의 컴포넌트를 사용했다. 체인링은 50/34T이고, 스프라켓은 11-28 11단이다. 시트포스트는 메리다 H SB15으로 헤드를 제외하곤 카본이며 구경은 27.2㎜다. 안장은 메리다 스포츠 프로, 핸들바는 메리다 익스퍼트 컴팩트 로드 OS를 쓴다. 휠셋은 시마노 RS11이며, 타이어는 컨티넨탈 울트라 스포츠 25C가 장착됐다. 앞뒤 브레이크 케이블은 탑튜브 내부를 통과하는 인터널 루트를 사용한다. 케이블 루트는 전동방식과 기계식 변동방식 모두 호환된다.
54사이즈 기준으로 완성차 무게는 8㎏, 사이즈는 44, 47, 50, 52, 54, 56이 있다. 색상은 람프레-메리다 팀 색상과 블랙/그린 2가지가 있고, 가격은 255만원.
스컬트라 5000 시승 제의가 들어왔을 때, 먼저 자전거 사진부터 찾아봤다. 람프레-메리다 팀 컬러이지만 외관이 심플해 보이고 무난해 다소 심심한 자전거라고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라이딩을 해보니 ‘이게 웬걸’ 속속들이 숨어있던 매력들을 느낄 수 있었다. 지레짐작으로 시승기를 어떻게 써야하나 걱정부터 했었는데, 라이딩을 마치니 오히려 할 말이 많은 자전거다.
취재일, 평소보다 짧은 라이딩이 아쉬워서 며칠 더 자전거를 빌려가기로 했다. 취재할 때 라이딩한 코스가 대부분 평지 위주였기 때문에 내가 사용하던 휠셋으로 평소 라이딩하던 코스를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 날, 경기도 구리시 우리 집에서부터 한강을 경유해 남산과 북악스카이웨이를 다녀오기로 했다.
“스컬트라 5000의 시승 중 가장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 점은 코너링이다. 평지는 물론 다운힐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인 코너링이 돋보인다.”
스컬트라 5000을 타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안정적인 코너링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운힐에서 잦은 코너링을 할 때 긴장하는 편인데, 스컬트라 5000은 마치 오랫동안 타서 익숙한 자전거처럼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파할 수 있었다. 라이딩 포지션이 낮은 편임에도 편안하고, 조향도 왠지 여유롭다. 자전거에 적응하는 시간이 짧았음에도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평지에서의 가속 시, 순발력도 꽤나 좋은 편이다. 직선주행에서 페달에 힘을 주는 그대로 쭉쭉 뻗는 느낌이 시원시원하다.
남산-북악 라이딩 이후, 프레임에 대해 더 자세히 느끼고 싶어 스컬트라 5000에 장착된 기본 휠셋 대신 내가 쓰는 카본 휠셋을 사용해봤다.
업힐에서 체중을 실어 댄싱을 해보았는데, 예상대로 카본 휠셋을 쓰니 스컬트라의 제 면모가 나타나는 것 같다. 앞서 말했지만 기본 휠을 쓸 때도 모든 부분에서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는데, 카본 휠 때문에 모든 평가가 배가되는 기분이다. 결과적으로 스컬트라 5000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을 꼽으라면 휠셋이다.
물론 카본 프레임에 시마노 울테그라 풀셋을 장착한 것 치고, 가격이 높지 않아 꼭 단점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스컬트라 5000을 구입한다면 고급 휠셋으로 교체하는 걸 고려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컬트라 5000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휠셋이다. 부품 대비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프레임의 제 성능을 발현시키기 원한다면 고급 휠셋으로 교체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스컬트라 5000이 과거보다 공기역학적으로 향상됐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실상 몸으로 느끼긴 쉽지 않았다. 다만 현재 내 자전거보다는 어느 정도 향상된 성능을 보이는 것은 단적으로 파악했다.
앞서 라이딩 한 구리에서 한강 자전거도로를 포함해 남산, 북악스카이웨이를 쉬지 않고 달린 라이딩 시간을 보니, 업힐이나 다운힐 구간에서의 기록은 평소와 비슷하지만 전 구간 라이딩시간이 기존의 내 기록을 갱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감으로 느끼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게 공기역학적인 성능이든 동력전달성이 좋아서든 상대적으로 진보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스컬트라 5000을 타기 전까지 내게 좋은 자전거란, ‘무조건 강성이 높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 타고 있는 자전거도 그렇고, 요전까지 당장 사고 싶은 자전거도 그러했다. 그런데 스컬트라 5000은 나의 이런 욕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자전거다. 높은 강성과 편안함이 공존하고, 스컬트라 5000의 경우 휠셋을 교체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가벼운 무게까지 스컬트라는 올라운드 로드바이크라는 이름에 걸맞는 요소들을 확실하게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좋은 로드바이크가 ‘넌 강해져야해’라고 소리치는 코치선생님 같은 자전거였다면, 스컬트라 5000은 부드럽게 보듬어주면서 카리스마까지 있는 여자 친구 같은 그런 자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