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스파크(국내명 SS)는 이야기 거리가 많은 자전거다. 데뷔와 동시에 남녀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따냈고, 한 달 뒤에는 남녀 올림픽 금메달마저 손에 넣었다. 스파크는 가벼우면서 강하고, 레이스를 통해서 입증된 지오메트리와 서스펜션 성능을 바탕으로 스캇의 산악자전거 중 가장 높은 인기를 누려왔다. 스캇은 2017년형 신형 스파크를 선보이며, 라인업을 한층 더 강화했다.
스파크 745. 앞뒤 트래블 120㎜인 크로스컨트리/트레일 자전거다.
작년 여름 발표된 신형 스파크는 대중적인 알루미늄 모델부터 고가의 초경량 카본 모델까지 소재가 다양하고, 타이어의 규격도 27.5인치와 29인치 그리고 27.5 플러스까지 3가지나 된다. 여기에 휠 트래블도 100㎜와 120㎜가 있다. 원하는 타이어 사이즈를 고르고 휠 트래블을 선택한 다음, 예산에 맞는 프레임 소재와 부품 등급을 찾으면 적절한 스파크가 나온다. 최근에는 27.5 플러스 타이어를 쓴 전기자전거 버전인 E스파크까지 가세했다. 선택지가 이 정도로 다양하면 “취향에 맞는 모델이 없다”라는 말로는 스파크를 피해가기 어렵다.
크로스컨트리와 트레일에 한발 씩 담근 스파크 745는 견고한 프레임과 효율 좋은 서스펜션 시스템으로 제원상의 숫자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한 모델은 스파크 745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27.5인치 휠셋을 쓴다. 29인치를 쓰는 모델은 이름이 숫자 9로 시작한다. 경량 알루미늄 프레임을 썼고, 앞뒤 휠 트래블 120㎜다. 이보다 20㎜ 짧은 모델은 RC(레이싱 컨셉)라고 부르며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에 특화시켰는데, 트래블만 짧은 것이 아니라 지오메트리가 언덕을 오르는데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고, 프레임은 스램 이글 1×12 같은 싱글 체인링 전용으로 만들어졌다. 120㎜ 트래블을 가진 스파크들은 100㎜인 RC 모델과 달리 앞 변속기를 설치할 수 있다. 스파크 700, 900시리즈와 스파크 플러스가 해당된다. 스파크 745의 경우 1×11 구동계인 스램 GX 1이 장착되어 있는데, 앞 변속기를 달 수 있기 때문에 시마노 2×11 구동계도 설치할 수 있다. 휠 트래블이 120㎜인 스파크는 크로스컨트리와 트레일 바이크의 영역을 오가는 포지션인데, 평소 즐겁게 타다가 가끔씩 레이스에 출전해 땀을 흠뻑 흘릴 수 있는 자전거다.
1×11 구동계를 쓰는 스파크 745는 시프터가 오른쪽에만 있다. 왼쪽에는 시프터 대신 스캇 풀 서스펜션의 상징인 트윈락 레버와 시트포스트 리모트 레버가 달린다. 핸들바의 폭은 760㎜, 스템 길이는 60㎜다.
갬블러 같은 다운힐 자전거를 제외하면, 스캇은 풀 서스펜션 자전거는 스파크와 지니어스 2종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트레일 자전거인 지니어스와 올마운틴/엔듀로용인 지니어스 LT가 미들급이라면, 스파크는 이보다 짧은 트래블과 가벼운 몸집으로 언덕을 오르는 부분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스파크와 지니어스에는 스캇 풀 서스펜션의 상징이 된 트윈락 레버가 달려있고, 앞뒤 트래블을 미리 설정된 3단계로 동시에 조작할 수 있다. 스파크의 경우 120㎜-85㎜-락아웃 순서다.
싱크로스 드로퍼 시트포스트. 가동 범위는 S사이즈가 100㎜, M 이상은 125㎜다. 사진은 125㎜ 모델.
시트튜브는 로커링크 고정 부위에서 한번 꺾이는데, 과거에 이런 디자인을 쓰면 시트포스트를 시트튜브에 깊게 넣을 수 없는 단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높이조절식 시트포스트가 널리 쓰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스파크 745에는 싱크로스 브랜드의 높이조절식 시트포스트가 장착되어 있는데, 가동 범위(S사이즈 100㎜, M부터 125㎜) 안에서 흔들림이 전혀 없고, 작동 또한 부드럽다.
트러니온 마운트를 쓴 새로운 리어쇽을 달았다. 리어쇽 바디 양쪽에 달린 마운트를 볼트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트윈락 레버의 케이블 노출을 최소화했고, 고무 부품으로 방수처리를 해서 프레임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신형 스파크는 리어쇽의 위치를 탑튜브 아래에서 다운튜브로 옮겼다. 이사의 배경은 무게 중심과 리어쇽의 고정 방식 변경에 있다.
스파크에 쓰인 폭스 리어쇽은 트러니온 마운트라는 새로운 고정 방식을 쓴다. 리어쇽의 끝 부분의 구멍에 볼트를 관통시켜서 고정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트러니온 마운트는 리어쇽의 바디 끝부분 양쪽에 볼트를 하나씩 써서 고정한다. 리어쇽 자체의 스트로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리어쇽의 길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길이가 줄어든 만큼 서스펜션의 구조를 소형화시킬 수 있고 아주 작은 사이즈의 프레임도 만들 수 있다.
구형 스파크의 경우 리어쇽의 길이가 190㎜였고, 신형 스파크는 165㎜다. 스트로크는 리어휠 트래블이 100㎜인 스파크 RC의 경우 40㎜, 120㎜인 스파크와 스파크 플러스는 45㎜가 된다. 구형 스파크의 경우 38㎜였다.
전체적인 서스펜션 구조가 소형화되면서 스탠드오버가 낮아졌는데, M사이즈는 30㎜, S사이즈의 경우 40㎜나 낮아졌다. 리어쇽이 고정되는 부분의 폭이 다운튜브의 폭과 같기 때문에 외관이 깔끔하고, 강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다.
트러니온 마운트를 써서 리어쇽이 뒤집혀 장착되어 있다. 덕분에 무게 중심이 낮고, 리어쇽이 보다 민감하게 작동할 수 있다.
트러니온 마운트를 쓰면 리어쇽이 뒤집혀 장착이 되는데, 이것 또한 장점이 있다. 프레임의 무게 중심을 약간이나마 더 낮게 할 수 있고, 리어쇽이 감당해야 하는 스프링하중량이 줄어들어서 리오쇽이 보다 민감하게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트윈락 레버의 리모트 케이블이 프레임에서 돌출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 깔끔하고 사용 시 케이블 저항도 적다.
하드테일인 스케일에도 적용된 새로운 브레이크 마운트. 앞은 체인스테이에 달리지만, 뒤는 휠의 액슬이 관통해서 고정하는 구조다. 체인스테이에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체인스테이의 유연함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브레이크 마운트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160㎜ 로터용, 다른 하나는 180㎜용이다. 스파크 745에는 180㎜ 디스크 로터가 쓰인다.
엔트리 모델인 스파크 760과 960을 제외하고, 모든 스파크는 부스트 규격을 사용한다. 포크의 드롭아웃 간격이 100㎜에서 110㎜로 10㎜가 늘어났고, 뒤는 중심축을 기준으로 좌우 3㎜씩 늘어난 148㎜다. 부스트 규격은 휠과 프레임의 강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데, 사용할 수 있는 타이어의 폭도 키울 수 있다. 스파크 745는 폭 2.35인치의 맥시스 포캐스터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최대 2.4인치의 타이어를 끼울 수 있다. 참고로 스파크 RC는 2.3인치, 스파크 플러스는 2.8인치까지다.
바이크왓이 측정한 스파크 745 M사이즈의 실제 무게는 13.05kg이다. 스캇이 발표한 13.2kg보다 약간 가볍다. 사이즈는 S, M, L 3가지가 있으며, 가격은 355만원이다.
싱크로스 XR2.0 안장.
스캇이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체인가이드. 무게가 23g에 불과하며, 30-36T 사이즈의 체인링을 쓸 수 있다.
스파크는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좌우 비대칭 구조다. 리어쇽이 장착되는 다운튜브 주위가 그런데, 때문에 물통 케이지 고정 볼트의 위치가 오른쪽으로 쏠려있다. 불량이 아니니 걱정말자.
스파크 745의 지오메트리
BMW-SCOTT 팀 소속이었던 2010년 시즌에는 스캇의 하드테일인 스케일을 타고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에 출전했다. 스캇은 카본을 다루는 실력이 좋아서 가볍고 빠른 자전거를 잘 만들어낸다. 자전거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예나 지금이나 정체되지 않고 꾸준하다. 이번 테스트 라이드를 하며 느낀 점은 ‘성장하는 브랜드’라는 거다. 과거 영광을 누리던 대형 브랜드가 세월이 지나며 자전거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브랜드의 이미지는 가벼워지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스캇 스파크와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여전히 발전 중인 브랜드의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스파크 745는 밸런스가 뛰어난 자전거다. 무게 배분이 좋고, 페달링 성능이 뛰어나며, 페달을 돌리고 자전거를 기울이며 코너닝을 할 때, 그리고 이런 상황이 서로 함께 이루어질 때의 밸런스가 좋아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지고, 자전거가 잘 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산악자전거를 만들려면, 소재를 잘 다루는 능력과 서스펜션을 잘 설계하고, 적절한 세팅을 해야 한다. 각 부분의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이를 조합할 때의 경험이 부족하다면, 밸런스가 흐트러지게 된다. 스파크 745는 밸런스가 뛰어난 자전거다. 알루미늄 프레임을 썼는데 무게가 13kg이다. 카본 모델과 비교하면 당연히 무겁다. 대신 카본에 비해서 덜 무서운 가격표를 달고 있다. 무게 배분이 좋고, 페달링 성능이 뛰어나며, 안장에 앉아 페달을 돌리고 자전거를 기울이며 코너닝을 할 때, 그리고 이런 상황이 서로 함께 이루어질 때의 밸런스가 좋아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지고, 자전거가 잘 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파크의 지오메트리는 최신 산악자전거의 트렌드와 일치한다. 무게 중심을 낮춘 뒤 탑튜브를 길게 뽑고, 짧은 스템을 끼워서 거친 지형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예리한 컨트롤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곳을 만나면 안장을 낮춰보자.
최근 몇 년간 널리 보급된, 아주 유용한 자전거 부품이 있다. 바로 높이조절식(드로퍼) 시트포스트다. 초기에는 프리라이드처럼 과격한 라이딩 스타일에 주로 사용되었는데, 무게가 가벼워지고 시트포스트를 최대한 뽑았을 때도 유격 없이 단단해지면서 점차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긴 다운힐을 앞두고 자전거에서 내려 퀵릴리스 레버를 풀고 안장 높이를 낮추던 것이 아득히 먼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제는 엄지손가락만 잠시 움직이고 엉덩이로 안장을 누르는 만큼 순식간에 높이를 조절할 수 있으니까.
스파크에는 시트포스트용 리모트 외에 스캇 풀 서스펜션 자전거의 상징인 트윈락 리모트 레버가 달려있다. 앞뒤 서스펜션의 작동을 동시에 제어하기 때문에 트윈락이라고 부르는데, 이 레버를 적절히 사용했을 때 스파크가 가진 최대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과거의 풀 서스펜션 자전거는 서스펜션의 리모트 레버가 없어서 라이딩 중 포크나 리어쇽으로 손을 뻗어서 조작해야 했다. 당연히 라이딩 중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고, 레이스에서는 조작하는 시간만큼 기록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얼마 후 포크와 리어쇽에 각각의 리모트가 달리기 시작했는데, 따로 조작을 해야 하는 만큼 가끔씩 실수가 생겼고, 락아웃이나 풀 트래블 외에는 선택이 어려웠던 것도 단점이었다. 이런 점에서 스캇의 트윈락 시스템의 기능이 돋보인다. 프레임 설계 단계에서 서스펜션 제조사와 협업해서 앞뒤 서스펜션의 작동 느낌이 비슷하도록 만들었고, 트래블의 변화는 물론 모드에 따라서 지오메트리까지 변경되도록 만들어서 더 효율적이고 편안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핸들바 주변의 많은 리모트용 케이블이 보기 싫을 수도 있다. 케이블을 줄이면 분명 깔끔해 보인다. 그렇다고 약간 더 멋지게 보이는 것과 트윈락 레버의 거세를 거래하고 싶지는 않다.
케이블은 몇 개일까? 브레이크 유압 호스 2개, 변속 케이블 1개, 시트포스트 케이블 하나 그리고 트윈락 레버 케이블 2개로 총 6개다.
트윈락 레버를 상황에 맞춰 매번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최고겠지만, 실제 라이딩을 하다보면 숨이 차서, 눈에 보이는 장애물에 정신이 팔려서, 동료와 수다를 떨다가 조작을 놓치기도 한다. 그러니 모든 상황에 대응하려는 것보다는 전체 코스를 큼직하게 구역으로 나눠서, 평지나 노면이 좋은 긴 오르막에선 락아웃을, 이보다 약간 요철이 있으면서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곳에서는 트랙션 모드, 정상에 도달한 후에는 지속적으로 디센드 모드를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 이보다도 간단하게 쓰려면 오르막이 보이면 트랙션 모드, 정상부터는 디센드 모드 두 가지 중에서만 선택해도 된다. 그리고 디센드 모드에서는 시트포스트 높이를 함께 낮추는 것이 세트메뉴다. 참고로 트윈락 레버와 시트포스트 리모트는 모두 핸들바의 왼쪽에 있다. 스파크 라이더라면 왼손이 바빠져야 한다.
트레일과 크로스컨트리에 한 발씩을 담그고 있는 스파크 745의 휠 트래블은 120㎜. 월드컵 크로스컨트리 레이스를 위해 만든 스파크 RC보다 20㎜ 길다. 고작 20㎜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스파크의 120㎜ 트래블은 기대 이상으로 충분했다. 견고한 프레임 덕에 코너에서 충분히 눕힐 수 있고, 제법 높은 드롭에서 완벽하지 못한 착지를 해도 안정감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 트래블을 알려주지 않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내리막 구간에서는 분명 130㎜ 이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요약하자면, 스파크 745는 밸런스가 뛰어나고 디자인이 멋진 활용도 높은 자전거다. 베란다에 여러 대의 자전거가 있다면 출동 횟수가 가장 잦을 것이다. ‘한 대의 자전거를 고르라면?’ 이라는 질문의 대답으로 적절하다. 그리고 스스로를 도전하게 만드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 녀석보다 더 빠른 스파크 RC의 실력 그리고 시리즈 중 가장 터프하다는 스파크 플러스 또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