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가 퍼포먼스 로드바이크인 디파이의 2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2014년 발표한 오리지널 디파이와 마찬가지로 디스크 브레이크 전용이며, 시트포스트에만 쓰였던 충격감소 기술 D퓨즈를 핸들바에도 확대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최상위 모델인 디파이 어드밴스 프로 0에는 자이언트가 직접 개발한 파워미터가 적용된다.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디파이가 2세대로 진화했다. 더 편안해지고 더 높은 핸들링 성능을 지겨, 장거리 라이딩에서 라이더의 피로를 줄여준다. ⓒSterling Lorence
자이언트가 지로 디탈리아의 가장 높은 산악코스로 자주 설정되는 유명한 산악도로 ‘파쏘 델 가비아’와 ‘파쏘 델레 스텔비오’가 지척인 ‘산타 카테리나 발푸르바’에서 신형 디파이를 공개했다. 테스트라이드를 통해서 신형 디파이의 성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의도에서다. 2019년형 모델로 공급되는 신형 디파이는 새로 설계된 프레임과 포크 그리고 충격과 진동흡수성능을 극대화한 시트포스트와 핸들바를 눈여겨봐야 한다.
디파이 개발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3가지 요소가 있는데, 기술적으로 완성된 편안함과 종합적인 컨트롤 성능 그리고 다재다능할 것이다.
지로 디탈리아의 유명한 고갯길, 파쏘 가비아에서 신형 디파이가 공개됐다. ⓒSterling Lorence
기술적으로 완성된 편안함
자이언트는 라이딩 퀼리티를 결정하는 부품인 타이어의 사이즈를 결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했다. 디파이는 인듀어런스 자전거인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만 장거리를 달리더라도 몸에 전해지는 충격과 진동이 적다. 기존 디파이는 25C 타이어를 사용했는데, 신형은 28C 타이어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로드바이크는 서스펜션 역할을 타이어가 하는 만큼 폭이 넓은 타이어는 곧바로 승차감을 향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코너링 성능과 제동력 향상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형 디파이는 전보다 더 넓은 28C 타이어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했다고. 타이어 클리어런스도 넉넉해서 최대 32C 타이어까지 사용할 수 있고, 옵션으로 제공되는 펜더를 달 경우에는 28C로 제한된다.
타이어 클리어런스는 넉넉하다. 기본으로 28C 타이어가 장착되고, 최대 32C 타이어까지 쓸 수 있다. ⓒSterling Lorence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신형 디파이. 사진은 최상급 모델인 디파이 어드밴스 프로 0. 시마노 Di2와 디스크 브레이크, 튜브리스 타이어 그리고 파워미터까지, 현대 로드바이크 기술이 모두 투입됐다.
자이언트의 마케팅 매니저 앤드류 저스카리스는 가볍고 강한 로드바이크는 비교적 쉽게 개발할 수 있지만, 가볍고 강한 동시에 편안함까지 갖춘 자전거를 개발하려면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지 않는 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구현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충격을 받으면 뒤로 움직여 라이더에게 전달되는 충격과 진동을 걸러내는 D퓨즈 시트포스트. 튜브의 모양이 알파벳 D와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Sterling Lorence
자이언트가 2013년에 2014년 모델로 선보인 사이클로크로스용 자전거, TCX의 시트포스트에 처음 적용했던 충격흡수 기술이 D퓨즈(D-Fuse)다. 시트포스트의 뒷부분이 평평해서 전체적인 모양이 알파벳 D와 비슷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인데, 충격을 받았을 때 시트포스트가 뒤쪽으로 움직이면서 충격과 진동을 흡수한다. 중요한 사실은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프레임이나 포크의 강성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가속 그리고 핸들링 성능을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TCX를 통해서 D퓨즈의 충격흡수능력이 험한 지형에서는 자전거를 다루는데도 유리하다는 것이 입증됐고, 자이언트는 이 D퓨즈 기술을 새로 선보인 인듀러런스 자전거, 디파이에도 적용시켰다. 그리고 4년이 흘러 디파이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때, 이 D퓨즈를 자전거의 앞부분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바로 핸들바다.
컨택트 SL 스템. 프로펠을 통해서 선보인 컨택트 SLR 에어로 스템과 비슷한 모양이다. 유압 브레이크 호스가 스템 안으로 지나가 깔끔하며, 공기역학적인 이점이 있다. 시마노 울테그라 Di2를 사용하는 디파이 어드밴스 프로 0는 외부로 노출되는 일체의 케이블이 없다.
D퓨즈 기술이 적용된 핸들바는 소재에 따라서 카본인 컨택트 SLR D퓨즈와 알루미늄 합금인 컨택트 SL D퓨즈 두 모델이 있다. 완성차의 등급에 따라서 상위 모델인 어드밴스 프로 시리즈에는 카본 제품이 보급형인 어드밴스에는 알루미늄 핸들바가 적용된다. 로드용 핸들바의 경우 승차감 향상을 위해서 부드럽게만 만든다면 라이더가 느끼는 피로는 줄어들 수 있지만, 코너링이 불안정해지고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가속을 할 때도 불리해진다. 그래서 자이언트는 D퓨즈 핸들바를 힘의 방향에 따라서 다른 특성을 보이도록 만들었다.
즉, 핸들바를 기준으로 라이더의 체중이 눌리는 아랫방향으로는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했고, 위로 당기는 힘에는 강하게 버티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거친 노면에서는 핸들바가 아래쪽으로 최대 12㎜까지 움직이며 진동과 충격을 흡수하고, 스프린트 같이 빠른 가속을 위해서 안장에서 일어나 핸들바를 좌우로 흔들거나 극도로 심한 경사를 오르며 핸들바를 당길 때 단단하게 버티는 높은 강성을 보여준다.
디파이의 승차감 향상에 크게 기여한 컨택트 SLR D퓨즈 핸들바. 카본을 쌓는 방법과 방향을 연구해서 핸들바가 아래쪽으로 움직일 때와 위로 움직일 때를 구분해서 각각의 특성을 다르게 설정했다. 그래서 진동을 잘 흡수하면서도 스프린트 때는 강하게 버틴다.
수치를 보면, 원형 튜브를 쓴 컨택트 SLR 핸들바와 비교 시 수직변형률이 10% 높고, 당기는 방향(위쪽)의 강성은 무려 30%나 더 높다. 무게는 6% 더 가볍다고.
중요한 점은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서 편안함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핸들바의 고정 각도 ±5도 범위 안에서 강성과 수직변형률을 설정할 수 있는데, +5도일 경우(D퓨즈의 평평한 부분이 수평이 될수록) 가장 승차감이 좋아지고, 반대로 -5도가 되었을 때 가장 강한 강성을 보이게 된다. 카본 핸들바가 알루미늄 핸들바보다 직경이 5㎜ 크고 높이 또한 2㎜가 더 높다.
D퓨즈 핸들바와 시트포스트, 라이더의 신체에 닿는 두 부품이 조화를 이뤄서 만들어내는 좋은 승차감을 통해 라이더는 더 먼 거리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자이언트의 신발과 의류, 액세서리 등을 총괄하는 제프 슈나이더가 신형 서지 프로에 대해 설명 중이다. ⓒSterling Lorence
종합적인 컨트롤 성능
자전거를 빠르고 안전하게 달리려면 쉽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제동력이 무척 중요한데, 자이언트는 날씨나 라이딩하는 지형의 경사도, 라이더의 체중에서 영향을 적게 받는 디스크 브레이크를 기본으로 채용했다. 첫 디파이도 디스크 브레이크 전용이었기 때문에 2세대 디파이가 디스크 브레이크만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앞뒤 캘리퍼는 모두 플랫마운트를 통해 고정된다.
BB셸의 강성은 레이스용 에어로 로드바이크인 신형 프로펠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높아서 강한 페달링에도 프레임이 휘청이지 않아 컨트롤하기 쉽다.
앞뒤 휠은 모두 12㎜ 스루액슬로 체결된다. 플랫 마운트를 통해서 캘리퍼가 고정되고, 디스크로터는 앞뒤 140㎜다.
앞뒤 휠은 12㎜ 스루액슬을 통해서 고정된다. 로드바이크에 쓰는 12㎜ 스루 액슬을 나사산 피치에 따라서 두 가지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사산이 1㎜인 것과 1.5㎜가 있는데, 디파이에는 1.5㎜가 적용됐다. 액슬을 더 빠르게 끼우고 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스루 액슬은 프레임의 좌우 그리고 포크의 좌우를 하나의 부품처럼 강하게 체결해 강성이 향상된다.
휠셋은 자이언트 완성차 등급에 따라서 카본 림을 쓴 SLR-1 디스크 휠셋과 알루미늄 림인 P-R2 디스크 그리고 S-R2 디스크 휠셋이 쓰인다. 모두 튜브리스 사양이며, 자이언트 가비아 AC 1 튜브리스 28C 타이어를 공통으로 달고 있다. 폭이 넓어 접지력이 좋은 튜브리스 타이어와 디스크 브레이크가 만나 강한 제동력과 높은 코너링 성능을 만들어낸다.
자이언트 카본 휠셋인 SLR-1 디스크가 쓰였다. 다른 자이언트 로드바이크와 마찬가지로 튜브리스 사양이다.
자체 개발 파워미터 적용, 높은 활용도
디파이는 활용도 또한 높은 자전거다. 28C도 충분히 폭이 넓은 타이어지만 더 좋은 승차감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최대 32C의 타이어를 달 수 있도록 했다. 옵션으로 펜더를 달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타이어 사이즈는 28C로 제한된다.
자이언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워미터, 파워 프로. 좌우 각각의 파워를 측정할 수 있으며 자이언트의 GPS 컴퓨터인 네오스트랙과 완벽하게 호환된다. ⓒSterling Lorence
디파이의 최상급 모델인 어드밴스 프로 0에는 자이언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파워미터가 기본 장착되어 있다. 파워프로(Power Pro)라고 이름 붙여진 자이언트의 파워미터는 크랭크암 좌우 각각의 파워를 측정할 수 있으며, 가속도계를 포함한 다축 센서를 통해서 케이던스와 페달링 각도 등을 파악해서 페달링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250mAh 용량의 3.7V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저전력 프로세서와 만나 1회 충전으로 무려 150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Sterling Lorence
자이언트 네오스트랙 GPS 컴퓨터와 연동되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ANT+를 지원하는 다른 제조사의 사이클링 컴퓨터와도 쉽게 연결할 수 있다. 외부에 표시되는 LED를 통해서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고, 250mAh 용량의 3.7V 리튬이온 배터리는 저전력 프로세서와 만나 1회 충전으로 최대 150시간(또는 약 2400㎞)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자이언트 라이드링크(RideLink) 앱을 통해서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거나 라이딩 전 보정을 할 수 있다.
100㎏의 충격 테스트를 통과했고, IPX7 등급의 방수 성능을 지녔다. 사용가능한 외부 온도는 영하 10도에서 영상 50도 사이다.
파워프로는 신형 디파이 외에 TCR과 프로펠 등 어드밴드 프로 등급 이상의 완성차에 포함되어 공급되고, 1년 후부터 애프터마켓용으로도 공급할 예정이라고.
‘GIANT’ 데칼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뀐다.
파쏘 가비아를 오르다
자이언트는 신형 디파이의 데뷔 무대를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 산타 카테리나(Santa Caterina)로 정했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산악자전거와 로드바이크 라이딩으로 무척이나 유명한 곳이다. 지척에 지로 디탈리아의 단골 업힐 코스인 파쏘 가비아와 파쏘 스텔비오가 있기 때문이다. 가비아(Gavia, 2621m)와 스텔비오(Stelvio, 2758m)는 각각 지로 디탈리아 루트에 10번, 12번 포함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클라이밍 코스이다.
테스트라이드에 나선 일행. 호텔을 떠나나 마자 곧바로 오르막이다. 워밍업은 가비아 초입의 비교적은 낮은 경사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어이쿠. ⓒSterling Lorence
첫날의 목표는 ‘정찰’이었다. 새로운 디파이와 친해지고, 돌로미티 산악코스의 노면을 파악하며 다음날 있을 본격적인 라이딩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거리는 그리 길지 않다. 산타 카테리에서 곧바로 언덕이 시작되는데, 가비아의 도로 정상까지 13㎞로 5~10% 사이의 길이 이어진다. 산타 카테리나가 해발 1700m 이상이어서 상승 고도는 900m 약간 못 미친다.
처음에는 완만했다가 순간 14%에 이르는 강렬한 굽이길이 나타나고 후반에는 지친 다리로도 쉽게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해지는데, 언덕을 오를 때보다 다운힐이 더 재미있는 길이다. 급제동과 페달링을 반복해야하는 헤어핀 구간이 거의 없고, 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왼쪽으로 펼쳐지는 멋진 광경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타 카테리나 방향은 다운힐이 재미있다. 노면이 괜찮은 편이고 시야도 넓어서 시원하게 속도를 낼 수 있다. 굽이길을 즐기는 스포츠카와 모터사이클 또한 많이 찾는 곳이다. ⓒSterling Lorence
가비아 정상에서 단 몇 분의 휴식 후 바로 자전거를 돌려 호텔로 돌아왔다. 군데군데 노면이 거친 구간이 있지만 28C 튜브리스 타이어와 D퓨즈 부품들을 믿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충격에서 의해서 핸들바를 놓친다거나 자세가 흐트러지는 위험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스티어러튜브를 자르지 않아서 핸들바가 높게 세팅된 상태여서 자세가 높아 앞바퀴의 그립이 모자랄 수도 있었지만, 타이어의 절대 그립이 높아서 문제가 없었다. 타이어에 ‘가비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기자도 가벼운 몸은 아니지만, 체중이 더 나가는 다른 기자에게 라이딩 소감을 물었다. 키가 190㎝를 넘고 체중에 100㎏에 육박하는 거구였는데, 디스크 브레이크 덕에 걱정하지 않고 브레이킹과 공격적인 다운힐을 할 수 있었다고.
“벌써 처진 사람은 없지?” S부터 XL까지 모든 사이즈의 자전거가 총동원 됐다. ⓒSterling Lorence
첫날의 정찰 라이딩은 비교적 금방 끝났다. 고도 900m 가량 오르고 후딱 내려왔기 때문. ⓒSterling Lorence
정찰 라이딩에서도 디파이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사실 가비아의 진면목은 산타 카테리나 방향이 아니라 반대편인 폰테 디 레뇨(Ponte di Legno)에서 오르는 18㎞ 구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는 좁은 길과 악명 높은 암흑터널 그리고 깎아지른 절벽과 거친 노면까지. 멋진 풍광과는 달리 라이더를 괴롭히는 요소들이 가득하고 이런 곳이야 말로 디파이에게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진짜’ 가비아를 오르지 못해 조금 아쉽지만, 다음날 있을 스텔비오 라이딩을 모두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 타이어에 붙은 이름이 아주 적절하다. 가비아에서 대단한 성능을 보여줬다. 정말 믿음직한 친구다.
본격적인 테스트 라이드를 하는 둘째 날 아침, 앤드류가 일정이 변경됐다고 알린다. 유럽의 휴가철을 맞아 스텔비오에 오르는 차량과 모터사이클이 너무 많아서 안전하지 않을뿐더러, 사진을 맡은 유명한 자전거 사진가 스털링 로렌스(Sterling Lorence)의 의견에 따라서 다시 가비아를 오른다는 것이다. 지그재그 헤어핀이 많은 스텔비오보다는 고저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배경이 더 멋진 가비아를 오르자는 것이다. 물론 반대 방향에서.
헬리콥터에서 내려다 본 파쏘 모르티롤로. 최대 경사도가 18%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Sterling Lorence
모르티롤로 정상에 단숨에 도달했다. 게임하면서 ‘핵’을 쓴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Sterling Lorence
산타 카테리나에 몇 안 되는 택시인 랜드로버 디펜더에 올라 어딘가로 향했다. 로드 라이딩을 하면서 차로 셔틀을 한다니…. 얼마나 멀리 가는 것일까? 스텔비오 패스의 초입이라고 할 수 있는 보르미오(Bormio)를 지나자마다 멀리 노란 헬리콥터가 보인다. 산악자전거 다운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웬 헬리콥터지? 역시 지로 디탈리아 코스로 유명한 사악한 힐클라임 코스, 파쏘 모르티롤로(Mortirolo, 1852m)로 가기 위함이다. 최대경사도 18%에 평균경사도가 10.5%에 이르는 고통의 언덕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힘을 다 소진하지 않고, 2번째 셔틀인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이곳 정상에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해서 파쏘 가비아를 넘어 산타 카테리나로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60㎞ 정도의 코스로 평지는 없고, 내리막과 오르막 그리고 내리막으로 이뤄진 간단한(!) 코스다. 갈림길이 나오면 가비아 표지판을 따라 가면 그만이다.
모르티롤로 다운힐을 즐기고 있는 기자. 아직 팔팔하다. ⓒSterling Lorence
폰테 디 레뇨를 지나는 일행.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잠시 후부터는…. ⓒSterling Lorence
이 표지판이 나타나면서 본 무대가 시작된다. ⓒSterling Lorence
모르티롤로에서 시원하게 시작한 다운힐을 통해 길고 강한 제동에도 림의 변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디스크 브레이크의 위력을 체감한 뒤, 가비아로 향했다. 폰테 디 레뇨를 지나 잠시 도로의 가장자리에서 차들의 행렬을 보내며 언덕을 오르자 가비아 초입이 나타난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폰테 디 레뇨 방향에서 오르는 파쏘 가비아는 노면이 거칠고, 매우 좁을 뿐만 아니라 경사도가 수시로 변해서 라이딩의 리듬을 잃기 십상이다. 3% 정도여서 기어를 바꾸고 속도를 올리면 어느새 10%로 변하기도 하고 금방 속도계에 12%가 넘게 표시되기도 한다.
힘들다고 바닥만 보고 페달링을 해서는 대단히 위험하다. 왼쪽으로 난간 없는 절벽이 노출되어 있고 모터사이클 그리고 반대방향으로 내려오는 사이클리스트들 또한 많기 때문이다. 차는 몇 대 나타나지 않았다. 가비아 정상에서 산타 카테리나 방면은 군데군데 노면이 좋지 않은데 비해서, 이쪽은 전체적으로 노면이 좋지 않다. 특히 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그런 편인데 다운힐을 할 경우 특히 조심해야겠다. 오르막을 오르면서도 노면이 좋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면, 다운힐 시에는 대단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목한계선을 지나면서 어느새 산은 나무가 사라지고, 바위와 이끼 그리고 잡초만 남게 된다. 속도계에 남은 거리가 얼마쯤인지 현재 고도를 보며 유추해본다. 아직도 한참이다. 고개를 숙여 땅을 보는 것 대신 네오스트랙 속도계의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각종 정보를 확인해 본다. 3초 평균 파워와 누적 상승고도, TSS 등. 한숨 나오는 수치들을 보자니 더욱 힘들어진다.
가비아 하단은 이렇게 파릇파릇 예쁜 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예쁜 모습과는 다르게 경사도가 사납다. ⓒSterling Lorence
몇 백 미터 정도 되는 깜깜한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조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구간을 위해서라도 라이트가 필요하다. 사실 전날 제프 슈나이더가 라이트와 미등을 나눠주며 충전해서 가지고 오라고 했지만, 기자 중 아무도 들고 오지 않았다. 이런! ⓒSterling Lorence
가야할 길이 이렇게 잘 보이는 건 좋은 조짐이 아니다. ⓒSterling Lorence
스털링은 스쿠터 뒷자리에 앉아 부지런히 언덕을 오르며 사진을 담는다. 12%가 넘는 경사도에서는 11-34T 카세트 스프라켓과 컴팩트 크랭크셋에 고마움을 느낀다. 28T 안쪽의 작은 카세트였다면 어땠을까? 11-34T에 축복을~!
사진 촬영을 위해 몇 차례 일부 구간을 반복해 오르며, 꾸준히 페달을 돌리다보니 어느새 가비아 정상이다. 양 방향 모두 정상에 가까울수록 경사도가 낮아지는데, 산장이 있어서 알아보기 쉽다. 여기까지의 상승고도는 총 1693m, 이제는 추울 정도로 시원한 다운힐만 남았다. 하루 전의 정찰 라이딩으로 지형은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
주변에 나무가 사라지고 황량한 풍경만 계속된다면 정상에 가까이 왔다는 뜻이다. ⓒSterling Lorence
거의 다 올랐다. 안장에서 일어설 힘이 없지만 스털링의 지시는 따라야 한다. ⓒSterling Lorence
12명의 일행은 3개 조로 나누어 다운힐을 시작했고, 시야가 확보되는 동시에 노면이 좋은 곳에서는 최고속도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75㎞/h가 속도계에 찍히는 것을 보고 코너 앞에서 강하게 제동을 시작한다. 제어가 쉽고, 작은 손가락 힘으로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점이 느껴진다. 블라인드 코너에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이 불쑥 나타날 때도 제어가 쉽다. 겨울에 내린 눈으로 인해 파손된 구간을 지날 땐 안장에서 일어나기 보다는 D퓨즈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려 오히려 체중을 실어봤다. 자칫하면 펑크가 날 수도 있지만, 가비아 AC1 28C 튜브리스 타이어는 이 정도는 우습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우당탕 퉁탕 충격이 오는 노면을 자연스레 통과시켰다.
펑크, 이틀간 12명이 노면이 거칠기로 유명한 가비아를 2번이나 달렸음에도 한 명도 겪지 않았다. 튜브리스 타이어와 카본 림의 열변형에서 자유로운 디스크 브레이크 덕분이다. 속도와 가비아의 코너링을 즐기며 다운힐을 하다 보니 아침 일찍 떠난 산타 카테리나다.
디파이는 가벼운 기어비로 장시간 높은 산을 올라도 피로가 적고, 강력한 디스크 브레이크와 접지력 높은 타이어로 뛰어난 제동력과 코너링 성능을 보였다. 가비아는 디파이의 발표 장소로 최적이었고, 디파이는 기자들 모두를 가비아 정상에 올려놨다.
디파이 체험은 이렇게 강렬했다. 격렬한 레이스에 나가는 선수가 아니라 그란폰도 같이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평범한 라이더를 위해 만들어진 퍼포먼스 자전거, 장시간 달려도 손목과 엉덩이, 허리 등에 오는 고통을 줄여주는 인듀어런스 자전거, 뛰어난 접지력으로 높은 제동력과 코너링을 지녀서 라이더가 한층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 모두가 신형 디파이를 설명하는 말이다.
여기에 대단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보통 자이언트의 자전거들은 각 국가에 따라서 스펙이나 컬러 등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는 자이언트 인터내셔널 모델 그대로 도입이 된다고. 기자가 시승했던 최상급 모델인 디파이 어드밴스 프로 0는 울테그라 Di2 디스크 그룹셋에 자이언트 SLR-1 카본 디스크 휠셋 그리고 자이언트 파워 프로 파워미터로 무장한 하이테크 사양인데도 가격은 525만원(미국은 5300달러)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파워미터의 대중화를 알리는 자전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워미터와 Di2가 빠진 어드밴스 프로 1은 385만원으로 한층 더 친근한 가격이고, 어드밴스 등급의 프레임을 쓴 디파이는 더 저렴해서 울테그라 사양인 어드밴스 1이 230만원, 105를 쓴 어드밴스 2는 205만원이다. 다재다능한 신형 디파이는 올해 9월부터 국내에 공급된다.
지오메트리 변화는 크지 않다. 대부분의 수치가 이전 모델과 같으며 포크레이크가 45㎜에서 50㎜로 늘어났고, 그에 따라 M 사이즈 이사의 모델은 트레일이 2㎜씩 짧아졌다. 그리고 스탠드오버 높이가 살짝 높아졌다.
신형 디파이 라인업
디파이 어드밴스 프로 0. 신형 디파이 최상급 모델이다. 시마노 울테그라 Di2 디스크 그룹셋을 쓰며, 자이언트의 카본휠인 SLR-1 디스크를 사용했다. 카본 핸들바인 컨택트 SLR D퓨즈를 장착해 편안하면서도 뛰어난 핸들링을 보여준다. 파워미터인 파워 프로를 기본 장착하고 있으며, 가격은 525만원이다. XS, S, M, ML 사이즈가 국내 공급된다.
디파이 어드밴스 프로 1. 프레임과 컨택트 SLR D퓨즈 카본 핸들바, 스텔스 스템, SLR-1 디스크 휠셋이 어드밴스 프로 0와의 공통부품이다. 기계식 울테그라 디스크 그룹셋을 쓰고, 파워미터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격은 385만원, 사이즈는 XS, S, M. ML이 있다.
디파이 어드밴스 1. 어드밴스 프로 시리즈보다 한 단계 낮은 어드밴스 등급의 카본 프레임을 쓰는 대신 보다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다. 시마노 울테그라 그룹셋에 자이언트 컨덕트 SL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았다. 휠셋은 자이언트 P-R2 디스크 알루미늄이며, 스템이 일반형이고 핸들바도 알루미늄 소재인 컨택트 SL D퓨즈다. 가격은 230만원이고 사이즈는 XS, S, M. ML 4가지다.
디파이 어드밴스 2. 시마노 105 그룹셋을 사용했다. 브레이크는 자이언트 컨덕트 SL 디스크이며, 자이언트 P-R2 디스크 알루미늄 휠셋을 쓴다. 가격은 205만원. 사이즈는 다른 모델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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