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은 2018년형 지니어스를 선보이면서 같은 서스펜션 플랫폼을 사용한 전기자전거, E-지니어스를 함께 공개했다. E-지니어스는 시마노의 전동 유닛인 스텝스 E8000과 부드럽다 못해 푹신한 27.5인치 플러스 타이어를 채용해서, 조향과 하중이동에만 신경을 쓰면 거칠고 가파른 언덕이 이어지는 산길에서도 숨을 헐떡이지 않고도 정상으로 데려다주는 E-MTB 고유의 쾌적함과 다운힐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기자전거였다.
29인치 휠과 12단 구동계 그리고 4피스톤 캘리퍼를 써서, 주행 성능과 제동력을 강화한 지니어스 910 e라이드.
E-지니어스는 지니어스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프레임과 포크로 27.5 플러스와 29인치 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녔다. E-지니어스 920 하나의 모델 빼고는 모두 27.5 플러스 타이어를 끼운 모델로 라인업이 구성되었는데, 27.5인치 휠 모델이라도 쇽 링크에 달린 칩을 돌려끼우고 여분의 29인치 휠을 끼우면 포크 교체 없이 곧바로 29인치 E-MTB로 변신한다. 27.5인치와 29인치일 때 사용 가능한 타이어의 사이즈가 다른데, 27.5 플러스는 폭 2.5인치에서 2.8인치까지 쓸 수 있고 29인치는 2.4부터 2.6까지다. 휠 사이즈를 변경하면 주행 성격 또한 바뀐다. 자전거와 노면 사이에 푹신한 토퍼 한 장을 깔아두고 달리는 느낌이 27.5 플러스라면, 손과 다리에 오는 진동 또는 충격이 좀 더 단단해지만 돌파력이 향상되고 노면의 요철을 평탄하게 만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빠르게 달리 수 있는 것이 29인치다. 스캇은 2019년 형 E-MTB의 이름을 E-지니어스가 아닌 지니어스 e라이드로 바꾸고, 휠의 구성을 2018년과는 완전히 반대인 29인치 위주로 개편했다. 무겁기 때문에 초기 가속이 느린 29인치 휠의 단점은 모터의 도움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산에서 오랜 시간을 라이딩하며 보내기에 29인치 휠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선수는 지니어스 910 e라이드를 탈 때 오르막에서는 크로스컨트리, 내리막에서는 엔듀로 자전거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고 이야기한다.
지니어스 910 e라이드는 출력 250W인 시마노 스텝스 E8000 모터에 504Wh 배터리를 사용해 오랜 시간 산길을 즐길 수 있는 트레일 E-MTB다.
29인치로 성격 바꾼, 전기 먹는 지니어스
2018년 스캇 E-MTB의 구성 멤버는 27.5인치 플러스를 중심으로 29인치 휠 버전이 추가된 정도였는데, 2019년에는 29인치로만 구성됐다. 최상급 모델인 지니어스 e라이드 900 튠드(920만원)과 테스트에 동원된 910(700만원) 그리고 920(610만원)이 국내에 공급되며, 크로스컨트리/트레일 자전거인 스파크(국내명 SS)의 E-MTB 버전인 스파크 920 e라이드(600만원)과 930(550만원)도 있다.
각종 케이블은 다운튜브 옆에서 프레임으로 들어간다. 서스펜션 포크에는 스캇이 개발한 전용 펜더가 장착되어 있다.
지니어스 910 e라이드는 앞뒤 트래블 150㎜씩인 트레일 자전거다. 지니어스와 랜섬에 쓰인 새로운 서스펜션 디자인을 공유하고 앞뒤 서스펜션은 스캇의 상징인 트윈락 레버로 제어한다. 트윈락 서스펜션 시스템은 핸들바 왼쪽에 달린 리모트 레버를 통해서 서스펜션을 ‘오픈–트레일–락아웃’ 3단계로 조절하는 기능인데, 단순히 서스펜션을 잠궜다 푸는 것이 아니라, 쇽의 댐핑과 지오메트리를 변경해서 각 모드가 필요한 상황에서 효율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예를 들면 락아웃은 앞뒤 서스펜션을 잠그는 것인데, 포장도로를 달리거나 노면이 부드럽고 긴 오프로드를 오를 때 사용한다. 오픈은 휠 트래블을 100% 활용하는 모드로, 다운힐 또는 업다운이 반복되는 코스에서 유용하다. 락아웃과 오픈 사이의 트레일 모드가 트윈락 서스펜션 시스템의 핵심인데, 앞뒤 휠 트래블을 150㎜에서 100㎜로 제한하고 BB의 높이를 살짝 올려서 시트튜브가 앞으로 서게 된다. 한마디로 언덕을 오르기 좋은 자세가 만들어지는 것. 시마노 스텝스 E8000 모터의 도움까지 받으면 트레일 모드는 사실상 길거나 험한 다운힐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길에서 유용하다.
리어쇽은 서스펜션과 연계되어 ‘오픈–트레일–락아웃’의 3단계로 작동하는데, 오픈 모드에서는 150㎜의 트래블을 모두 내고, 트레일 모드에서는 100㎜로 작동한다.
프레임과 포크는 29인치 타이어와 27.5 플러스를 모두 담을 수 있다. 29인치 휠은 폭 2.4부터 2.6인치까지의 타이어를 쓸 수 있으며, 27.5 플러스는 2.5부터 2.8까지의 타이어를 끼울 수 있다.
‘모터의 도움이 있으니 그냥 오픈 모드로 달리면 어떤가’라고 말할 수도 있다. 페달링의 효율이 좋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배터리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업힐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오픈 모드에서는 나무 뿌리를 넘어 오르거나 바퀴를 지날 때 리어쇽의 출렁임이 심해져서 몸이 앞뒤로 움직이면서 균형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되거나, 순간적인 체중의 쏠림 때문에 크랭크 암 또는 페달이 땅에 닿기도 한다. 트레일 모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꽤나 스마트한 모드다.
오르막 주행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주행 환경 변화에 따라 여러 레버들을 조작하려면 분주해기기 마련인데, E-MTB에 쓰이는 싱글 체인링 구동계는 앞 변속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유리하다. 게다가 변속 타이밍을 놓쳤더라도 모터에게 좀 더 의지할 수 있어서 꾸준한 라이딩을 이어갈 수 있다. 2018년 E-지니어스는 스텝스 E8000에 시마노 XT와 XT Di2 등 시마노 1×11 구동계를 사용했는데, 2019년 지니어스 e라이드는 시마노 스텝스 E8000에 스램 1×12 구동계를 혼합해 사용한다. 스템스 모터에 연결되는 크랭크 암은 2018년형 것보다 5㎜가 짧아진 길이 165㎜의 시마노 XT를 사용해서 지면과의 간섭을 줄였고, 스램 이글 34T 체인링과 스램 PG1230 11-50T 12단 카세트스프라켓과 조합된다. 뒤 변속기와 변속레버는 스램 NX 이글이다.
E-지니어스와 지니어스 e라이드의 차이점 중 하나, 카세트스프라켓의 숫자다. 지니어스 e라이드는 스램 이글 1×12 구동계를 사용한다.
20㎏이 넘는 묵직한 E-MTB는 강력한 브레이크가 요구된다. 전년도 모델이 2피스톤 캘리퍼를 사용했던 것에 비해 2019년 지니어스 e라이드는 4피스톤 브레이크가 기본이다. 시승한 지니어스 910 e라이드에는 올마운틴과 엔듀로/트레일을 위한 그룹셋 지(ZEE)의 4피스폰 캘리퍼와 203㎜ 디스크 로터가 사용됐다.
서스펜션 포크와 리어쇽 그리고 드로퍼 포스트는 모두 폭스의 제품이다. 27.5 플러스와 29인치 휠을 모두 품을 수 있는 36 플롯 퍼포먼스 에어 E-바이크용 포크가 쓰였고, 트러니언 마운트를 통해 BB에 가깝고 낮게 설치된 리어쇽은 폭스 누드 이볼 트러니온 스캇 커스텀이다. 시트포스트는 폭스 트랜스퍼 드로퍼 리모트로, 프레임의 사이즈에 따라서 스트로크가 다르게 적용된다. S는 100㎜, M은 125㎜, L과 XL은 150㎜까지 높이를 낮출 수 있다.
지니어스 e라이드로 매끈하게 라인을 그려나가는 이창용 선수.
지니어스 910 e라이드의 무게는 M 사이즈 기준 22.7㎏이고, 국내에는 S와 M 그리고 L 사이즈가 공급된다.
가격은 700만원.
지니어스 e라이드의 지오메트리
지니어스 910 e라이드는 앞뒤 150㎜ 트래블에 29인치 휠을 장착한 트레일 전기 산악자전거다. 외형은 모터와 배터리가 장착되어있는 점을 제외하고는 일반 지니어스랑 별반 다르지 않다.
29인치의 휠이 장착된 자전거를 산에서 처음 타보면 곧바로 큰 휠이 만들어내는 무게감을 느끼게 된다. 27.5인치 또는 26인치보다 큰 직경의 림과 길어진 스포크, 그리고 고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해서 만든 타이어까지, 모든 것이 무게를 늘리는 요인이다. 특히 출발할 때 이 무게가 체감된다. 하지만 강력한 모터가 힘을 보태는 전기자전거에게는 소소한 무게가 된다. 오히려 29인치 휠이 만들어주는 스피드와 부드러운 주행감에 감탄하게 된다. 지니어스 e라이드의 경우 그 느낌이 더욱 색다른데, 바로 트윈락 서스펜션 시스템 덕분이다.
핸들바 왼쪽에 자리 잡은 트윈락 리모트 레버. 앞뒤 서스펜션을 동시에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용한 레버이기 때문에, 스텝스 E8000의 모터지원 모드 변경만큼이나 사용에 익숙해져야 할 부품이다.
지금까지 E-MTB를 타면서 페달링에 의해 서스펜션의 효율이 떨어지는 현상인 바빙은 신경쓰지 않았다. 모터의 도움을 받으면 바빙이 조금 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업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윈락 시스템이 장착된 지니어스 e라이드를 탄 이후로 이 생각이 바뀌었다.
27.5 플러스와 29인치를 모두 쓸 수 있는 서스펜션 포크.
지니어스 e라이드에 장착된 트윈락 서스펜션 시스템은 리모트 레버 하나로 앞뒤 서스펜션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기술이다. ‘오픈–트레일–잠김’의 3단계로 조절 가능하고, 레버를 깊숙히 누르면 서스펜션을 잠기며 완전히 다른 자전거가 된다. 마치 서스펜션이 없는 하이브리드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느낌이다. 서스펜션의 트래블을 모두 사용하는 오픈 모드로 업힐을 할 때 느낌이 ‘라이더의 힘+모터의 힘’이라면, 포장도로 또는 부드러운 산길에서 앞뒤 서스펜션을 잠근 후 주행을 시작하면 ‘라이더의 힘×모터의 힘’으로 몇 배는 강해지는 느낌이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힘이 뒷바퀴로 전달된다.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 역시 출력을 감당해낼 만큼 비틀림이 없기 때문에 힘껏 밟아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또한, 페달에 힘이 가해질 때 리어쇽이 주저앉으면서 앞바퀴가 들리는 현상이 적어서 급경사에서 자전거를 컨트롤하기 용이했다. 때문에 같은 시마노 스텝스 E8000모터를 장착한 다른 자전거보다 출력이 올라간 느낌을 받게 된다.
트윈락 서스펜션 시스템의 트레일 모드와 스텝스 E8000 모터가 만나 업힐 능력이 상당하다.
나무뿌리나 요철이 많은, 우리가 흔히 달리는 산길을 오를 때는 트윈락 레버를 트레일 모드로옮겨 주행하면 충격을 부드럽게 잡아주면서 타이어의 그립을 유지할 수 있어서 편안하다. 개인적으로는 서스펜션 포크에 연결되는 트윈락 레버의 케이블을 느슨하게 해서 앞뒤 모드가 한 단계씩 차이나는 세팅을 선호한다. 차례대로 말하자면 오픈 모드는 그대로 두고, 트레일 모드에서는 ‘포크 오픈/리어쇽 트레일’로, 락아웃 모드에서는 ‘포크 트레일/리어쇽 잠금’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팅하면 락아웃 모드에서는 하드테일 자전거의 느낌으로 편하게 탈 수 있다. 페달링 효율은 올리면서 만나는 장애물을 서스펜션 포크가 적당히 흡수해줘서 균형이 흐트러지는걸 막아준다.
지니어스 e라이드는 트래블과 어울리지 않게 언덕을 잘 오르는 좋은 편이지만 업힐 성능을 조금 더 끌어올리고 싶다면, 뒤 타이어 교체를 추천한다. 순정 사양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컴파운드가 다소 딱딱한 타이어가 달려있다. 마모가 적어 수명이 길고 배터리 효율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젖은 나무뿌리 등을 만날 때 살짝 아쉬운 성능을 보여줬다.
앞뒤 150㎜ 서스펜션과 견고한 프레임이 E-MTB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수도 있는 높은 점프를 문제 없이 소화해낸다.
BB셸 부위는 지니어스 e라이드의 프레임 중 가장 강한 부분이다. 높은 힘을 받는 부분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250W의 힘을 내는 모터와 라이더의 페달링 파워가 체인으로 전달되고, 체인스테이가 메인 피봇을 통해서 연결되며, 리어쇽의 마운트가 바로 윗부분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모터 앞의 플라스틱 부품인 ‘엔진 커버’가 E8000 유닛을 보호한다.
다운힐 주행에서 29인치 휠의 역할은 지니어스 e라이드가 트레일 자전거라는 생각을 잊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폭스 서스펜션 포크와 29인치 휠이 열심히 일하면서 거친 노면에서도 부드러운 흐름을 만들어준다. 속도가 올라가도 불안한 느낌이 전해지지 않는다. 안정적인 느낌은 낮게 위치한 BB에서 나오는데, 고속영역에서 무게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방심하고 달리다가 낙차가 큰 드롭을 만나면 비로소 내가 타고 있는 지니어스 e라이드가 트레일 자전거라는 걸 인지하게 된다. 지금까지 테스트라이트를 통해 많은 E-MTB를 타봤지만 지니어스 e라이드가 가장 빠른 속도를 만들어 줬다.
코너링에서의 핸들링은 약간 묵직한 편이다. 29인치 휠과 64.8도로 누워있는 헤드튜브 각도의 영향이 큰데, 이 묵직한 느낌이 29인치 휠을 컨트롤 하는데 있어서 단점이자 장점으로 작용한다. 업힐과 같은 저속주행 시 27.5휠보다 핸들바에 약간의 힘이 더 필요한 것이 단점이라면, 반대로 내리막 주행에서는 안정적으로 잘 잡아주기 때문이다.
다수의 테스트라이드를 통해서 많은 E-MTB를 경험해 본 이창용 선수는 지니어스 910 e라이드로 가장 빠른 속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구동계는 스램의 NX 이글 12단이 적용되어 있다. 변속 레버가 E-바이크용이어서 1단 씩 변속이 이루어진다. 전기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라이더들이 사용할 때는 부품의 손상을 줄일 수 있어서 좋은 선택이지만, 변속이 익숙한 라이더에게는 조금 답답한 면이 있다. 브레이크는 시마노의 지(ZEE) 레버와 캘리퍼 그리고 203㎜ 로터가 장착되어 있는데, 4개의 피스톤이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해 큰 바퀴를 컨트롤하기 용이하다. 제동성능을 더 강화하고자 한다면, 아이스테크놀러지가 적용되어 냉각성능이 뛰어난 클래드 로터의 사용을 추천한다. 적은 비용으로 확실하게 성능을 올릴 수 있다. E-MTB의 경우 브레이크의 마모가 빠른만큼 처음 로터와 패드를 교체할 때 고려해 볼만한 업그레이드 옵션이다.
지니어스 e라이드는 강한 제동력 확보를 위해 4피스톤 캘리퍼를 사용한다. 지니어스 910 e라이드에는 시마노 지 브레이크 시스템이 채용됐다.
지니어스 e라이드는 애매모호한 ‘트레일’이라는 장르를 더욱 더 애매하게 만들어 버렸다. 업힐에서는 크로스컨트리에 가까워졌고, 다운힐에서는 엔듀로에 가깝다. 어정쩡한 애매함이 아니라 성능의 확장에 의한 긍정적인 애매함이다. 선수처럼 극단적인 라이딩 퍼포먼스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트레일 E-MTB는 더 먼거리를, 더 편하고,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 스캇노스아시아 www.scott-korea.com ☎1544-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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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왓 한동옥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