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데일 스카펠 / CANNONDALE SCALPEL

테스트라이드캐논데일 스카펠 / CANNONDALE SCALPEL
CANNONDALE SCALPEL

글 / 사진 한동옥

스카펠(Scalpel)은 20년 간 월드컵 서킷을 누비고 있는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용 자전거다. 2001년 데뷔한 1세대 모델은 레프티 포크를 단 알루미늄 프레임에 유연한 카본 시트스테이를 써서 68㎜의 리어 휠 트래블로 여러 크로스컨트리 대회와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활약했다. 세대를 거듭나면서 스카펠을 나타내는 숫자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먼저 리어휠 트래블이 증가했다. 68㎜에서 80㎜로 이후에는 100㎜로 커졌다. 바퀴 사이즈도 마찬가지다. 26인치로 시작해서 27.5인치를 거쳐서 지금은 29인치로 정착했다. 휠 트래블이 길어지고 바퀴가 커진 것은 크로스컨트리 무대가 점점 거칠어졌기 때문이다. 돌이 가득한 락가든이 당연하고 점프와 드롭까지, 과거의 크로스컨트리와는 거리가 멀던 것들이 속속 월드컵 서킷을 채우기 시작했다.

※ Scalpel은 스캘펄 또는 스캘펠이라고 읽어야겠지만, 캐논데일의 국내 수입사인 산바다스포츠의 방침을 따라 ‘스카펠’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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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펠 하이모드 1은 경량인 하이모드 카본 프레임에 캐논데일 레이싱 팀의 컬러를 적용한 레플리카다. 완성차의 무게는 9.76㎏이고, 시승차는 시마노 데오레 XT인 부분을 모두 XTR로 교체해서 조금 더 가볍다.

지난 5월 데뷔한 신형 스카펠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전통적인 스카펠이라고 할 수 있는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용과 앞뒤 트래블을 20㎜씩 늘리고 드로퍼 포스트 채용과 보다 공격적이고 라이딩으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지오메트리를 살짝 손 본 스카펠 SE다. 이 중 레이스용인 스카펠 하이모드(Hi-MOD) 1을 시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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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싱글 크라운 레프티 포크인 오초를 달았다. 오초(Ocho)는 스페인어로 여덟을 뜻하는데, 8번째 버전의 레프티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캐논데일은 스카펠이 험하디 험한 유럽의 월드컵 XC 서킷을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프레임을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용 하드테일인인 F-Si에 먼저 장착한 신형 싱글 크라운 레프티 오초를 쓰는 것을 전제로, 가볍고 강하며 효율적인 프레임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바로 체인스테이에 쓰인 ‘플렉스 피봇(flex pivo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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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스카펠은 크로스컨트리 레이스를 위한 모델과 공격적인 성향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스카펠 SE 두 버전으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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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스테이는 시트튜브 안으로 들어가서 메인 피봇으로 고정된다.

플렉스 피봇은 체인스테이와 시트스테이를 부싱 또는 베어링을 써서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 피봇 위치에 해당하는 체인스테이 부분을 얇은 판 스프링처럼 만든 것이다. 바로 이전 버전의 스카펠도 리어 스테이에 피봇이 없는 구조였지만 플렉스 피봇과는 다른 성격이었다. 100㎜라는 비교적 짧은 트래블 덕분에 리어 휠의 궤적과 페달링에 의한 리어쇽의 영향이 트레일 또는 올마운틴 자전거에 비해서 적다는 이유로, 경량화 그리고 리어스테이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를 하나로 만드는 방법을 쓴 것. 이는 여러 제조사의 크로스컨트리 자전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자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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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튜브에 연결된 리어쇽은 리모트로 제어할 수 있다.

캐논데일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스카펠을 설계하면서, 체인스테이의 뒷부분이자 드롭아웃의 바로 앞에 피봇이 위치하는 호스트 링크를 쓰기로 했다. 피봇 없이 스테이를 하나로 만드는 것과 비교했을 때, 무게 증가 없이 호스트 링크를 적용할 수 있다면 리어쇽과 페달링 간의 안 좋은 영향을 줄일 수 있고, 전체적인 서스펜션의 효율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캐논데일은 부싱을 사용하는 기계적인 피봇을 설치했을 때의 무게 증가를 200g으로 계산했다. 피봇 하나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프레임 무게의 10%가 증가하는 셈. 엔지니어들은 무게 패널티가 없는 호스트 링크를 창조하기 위해서 2001년 선보였던 오리지날 스카펠의 체인스테이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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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아웃 바로 앞부분을 얇게 만들어서 가상의 피봇으로 설정했다. 플펙스 피봇은 보호를 위해서 고무 프로텍터가 씌워진다.

1세대 스카펠은 드롭아웃 바로 위 시트스테이에 피봇이 있었지만, 피봇과는 별개로 체인스테이의 중간 부분만 카본으로 만들어서 승차감 개선과 접지력 증가를 꾀했다. 신형 스카펠은 체인스테이의 드롭아웃 피봇에 해당하는 위치를, 마치 자동차에 쓰이는 판 스프링처럼 좌우로 넓고 위아래로는 가늘게 만들었다. 스프린트 같이 격한 페달링으로 발생하는 좌우 비틀림에 충분히 대응하면서, 리어 서스펜션이 작동해야 할 땐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한 것. 드롭아웃 피봇은 움직이는 범위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캐논데일 엔지니어들은 가벼운 무게를 유지하면서 서스펜션 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리어쇽과 볼트 등의 하드웨어를 모두 포함한, 도색된 하이모드 버전 프레임 셋의 무게는 1910g이고, 여기에 레프티 카본 오초 포크의 무게 1446g이 더해진다. 월드컵에서 경쟁하고 있는 유명 브랜드들의 프레임들보다 적게는 33g, 많게는 140g이 더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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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은 헤드튜브 양 옆에서 프레임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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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사이드는 체인스테이 보호대가 플랙스 피봇까지 연장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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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민과 협업해서 만든 휠센서. 사이클링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 캐논데일 앱과 함께 사용하면 자전거의 주행 정보뿐만 아니라 여러 부품의 정비 주기 등을 관리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가벼운 무게와 레이스에 필요한 강성 확보를 넘어서, 가속과 업힐 그리고 다운힐을 모두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서스펜션과 이를 통한 더 높은 그립의 확보, 거친 환경에서도 뛰어난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는 통합 설계가 가능해졌다. 노면추종력이 좋은 프레임은 언덕을 오를 때 접지력을 잃지 않아 효율적이고, 다운힐에는 타이어가 공중에 뜨는 시간을 줄여서 안전하게 제동하는 동시에 종합적인 컨트롤 능력이 향상된다. 스카펠에 채택된 4바 링키지 서스펜션은 이전 어느 모델보다도 뒷바퀴를 노면에 밀착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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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이 거칠어질수록, 코스가 길어질수록 스카펠이 실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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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부품은 오른쪽으로, 포크는 왼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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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본 커버로 스텐션 튜브를 보호한다.

스칼펠은 프레임 등급과 부품 조합에 따라서 총 5가지 모델이 있으며, 모두 레프티 오초 포크를 사용한다. 가장 저렴한 모델은 알루미늄 오초 포크를 쓴 스카펠 카본 3로 510만원이며, 최고 사양의 모델은 하이모드 카본 프레임과 카본 레프티 오초에 스램 XX1 이글 AXS 무선 전동그룹셋을 쓴 스카펠 얼티밋(1300만원)이다.

시승 자전거는 경량인 하이모드 프레임에 레프티 카본 오초를 쓴 스카펠 하이모드 1이다. 시마노 XTR 1×12 구동계인데, 크랭크셋은 캐논데일 할로우그램을 썼고 체인과 카세트스프라켓에는 시마노 데오레 XT다. 시승차는 할로우그램 그랭 크랭크셋과 XT 부품을 모두 XTR로 교체했다. 휠셋은 캐논데일 할로우그램 25 카본이며 슈발베 레이싱 랄프 2.25 타이어를 허친슨 타이판 2.1로 교체한 후 튜브리스로 세팅했다. 부품 교체 전의 완성차 무게는 9.76kg이며, 가격은 9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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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셋은 캐논데일 할로우그램 25 카본이며, 순정 타이어는 슈발베 레이싱 랄프 2.25이나 허친슨 타이판 2.1로 튜브리스로 변경했다. 할로우그램 뒤 허브 안에는 DT스위스의 스타 래칫 시스템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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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쇽 링크의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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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데일 스카펠의 지오메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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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데일의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용 자전거는 8세대 레프티 포크인 ‘오초’ 출시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레프티 오초와 동시에 개발된 하드테일 F-Si(에프에스아이)는 프레임을 비롯한 많은 부품을 시스템화 했다. 오초 그리고 F-Si가 레이스 무대를 달리기 시작하자, 캐논데일 팬들은 신형 스카펠의 출시를 예측했고 마침내 새로운 서스펜션 디자인과 레프티 오초를 쓴 신형 스카펠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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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와 카세트스프라켓 등을 시마노 XTR로 교체했다.

29인치 휠과 100㎜ 앞뒤 휠 트래블은 현대 레이스용 크로스컨트리 풀 서스펜션 자전거의 표준 스펙이라고 할 수 있다. 100㎜ 이상의 서스펜션은 무게가 증가하고, 가속력이 떨어지면서 탑승 자세도 높아진다. 신형 스카펠을 받아 간단하게 세팅을 하고 시험 주행에 나섰다. 첫 느낌은 편안하다. 휠베이스가 살짝 길어졌지만 무게 중심이 낮아져서, 핸들바의 높이를 낮추는 공격적인 세팅을 해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리모트 레버로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해머링을 해보니 기대 이상으로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인다. 지오메트리를 보면 헤드튜브가 71도에서 68도로 변경되고, BB 중심에서 헤드튜브 중심까지의 수평 거리인 리치가 2㎝ 가까이 길어지면서 휠베이스가 제법 연장됐다. 어찌 보면 자전거가 길어진 탓에 둔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낮은 무게 중심 덕분에 향상된 안정감이 라이더에게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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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인치 휠은 요철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효율적인 서스펜션이 더해지면 빠른 속도로 험로를 돌파할 수 있다.

레이싱 풀 서스펜션 자전거의 성능을 평가할 때 중요하게 체크하는 부분이 있다. 언덕을 가속하며 올라갈 때 페달에 실린 라이더의 체중이 서스펜션을 압축하며 발생하는 킥백 현상을 얼마나 적게 나타나는지인데, 신형 스카펠은 이 부분에서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험로에서도 편안함이 유지되기 때문에 페달링에 집중해서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타이어를 끈끈하게 노면에 달라붙게 만드는 앞뒤 서스펜션은 슬립 없는 오르막 가속과 안전한 다운힐 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익숙한 훈련 코스에서 테스트 라이드를 하니, 밤사이 누군가 노면을 매끈하게 다져놓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행질감이 향상되었음을 느낀다. 진입 라인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뒷바퀴가 헛돌고 마는 얄밉게 벗겨진 나무뿌리도 오늘은 밉지 않다. 페달이 반 바퀴는 헛돌면서 좌우 균형을 잡아야 상황에서 스카펠의 리어 서스펜션은 자전거를 앞으로 밀어낸다. 내리막에서는 휠베이스가 길어졌다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전거의 컨트롤이 용이하고, 뒤로 누운 헤드튜브로 인해 거칠고 경사가 심한 곳에서 과감한 돌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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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튜브에 붙은 공기압 세팅 테이블. 체중에 따른 공기압과 리바운드 설정이 표시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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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과 점프, 크로스컨트리 레이스에서 필수가 됐다. 편안하면서 다루기 쉽고 빠른 자전거가 필요하다.

편안해진 지오메트리와 페달링과 거리를 둔 독립적인 리어 서스펜션, 그리고 추가 무게 없이 완성된 견고한 프레임까지 모두 역동적인 라이딩을 돕는다. 지금까지 선수로서 레이스를 하는 동안 풀 서스펜션보다는 하드테일을 선호했지만 이제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새로운 스카펠, 레이서의 고뇌를 줄여주는 서킷용 무기다. 아주 날카로운 수술용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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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티 오초와 플렉스 피봇. 스카펠의 서스펜션은 독특하다.
testride_Cannondale_Scalpel_rd.jpg ■ ㈜산바다스포츠 www.sanbadasports.co.kr  ☎(02)555-5199 [바이크왓 한동옥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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