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마(CORIMA)는 1973년, 기계 성형업체로 시작했다. 초창기 자동차나 항공기 부품용 금형과 목업 등을 만들었으나 1988년 돌연 사이클 트랙 경기용 카본 디스크 휠셋을 내놓은 이후,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카본을 이용한 사이클링 부품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에는 4스포크 카본 휠셋을 내놓는가하면 이듬해에는 카본 핸들바와 트랙바이크용 프레임까지 제작한다. 코리마의 4스포크 카본 휠셋과 카본 프레임은 1993년 영국의 사이클 선수인 크리스 보드만(Chris Boardman)을 만나 당시 아워레코드 신기록(52.270㎞)을 세운다. 이 명성에 힘입어 코리마의 카본프레임은 로드바이크용으로 리뉴얼되어 ‘푸마’라는 이름으로 1999년까지, 트랙용 프레임 ‘쿠거’, ‘VIF’는 2014년까지 판매됐다.
코리마는 카본 스포츠 자전거 1세대로 일찍이 공기역학적인 디스크 휠, 림·스포크·허브 일체형 카본 휠은 물론 트랙과 로드용 프레임도 생산한 업체다. 사진은 2014 코리마 VIF 트랙바이크.
현재 코리마는 휠셋 전문업체를 표방한다. 일반 사이클용 휠셋 외에도 스포츠 휠체어와 장애인 사이클경기에 사용하는 핸드바이크용 휠셋 등 고급 카본 휠셋이 주요제품이다.
회사 이름인 ‘CORIMA’는 ‘협동’을 뜻하는 ‘Cooperation’의 앞 두 글자, 창업자이자 동업자인 장 마리 리파(Jean-Marie Riffard)와 피에르 마르탱(Pierre Martin, 현 코리마 CEO)의 성 두 글자씩을 조합한 것. 창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남동부 로히올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제품을 프랑스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마의 최상급 휠셋 MCC S+
UCI 월드 팀인 아스타나의 휠로도 잘 알려진 코리마는 뛰어난 휠 강성과 공기역학성능이 특징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미 90년대 초에 공기역학적인 디스크 휠과 4스포크 모노블럭 휠을 만들었으며, 당대를 대표하는 선수가 이를 이용해 아워레코드를 수립하는 등 일찍이 놀라운 성과를 거둔 만큼 이에 대한 코리마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코리마는 자사 림의 공기역학적인 형태를 ‘컨셉 2D(Concept 2D)’라고 부른다. 컨셉 2D는 타임트라이얼이나 트라이에슬론 경기 등에 주로 사용하는 3스포크 카본 휠 개발과정에서 실시한 전산유체 시뮬레이션과 풍동실험이 토대가 됐다.
42㎜ MCC S+ 튜블러는 코리마 에어로다이내믹의 전형인 3스포크 카본 휠셋의 림 프로파일을 그대로 사용한 휠셋이다.
코리마의 로드 휠셋은 림 높이별로 32, 47, 73㎜가 있으며, 휠의 소재별로 S, S+, MCC S+로 구분한다. ‘S’는 카본 림에 금속 허브와 스포크를 사용하고, ‘S+’는 카본 림과 허브에 금속 스포크를 쓴다.
‘MCC S+’는 림, 허브, 스포크 모두 카본을 사용한 코리마의 최고급 휠셋으로 림 높이 32, 47㎜ 제품에만 있다. 본 기사에서는 42㎜ MCC S+ 튜블러 휠을 사용했는데, 앞서 설명한 컨셉 2D의 원형인 3스포크 카본 휠의 림 프로파일과 일치하는 휠셋이다.
적절한 반응성, 탁월한 승차감
림은 3K와 12K 카본으로 만들었다. 림 이외에 스포크와 허브보디, 플랜지까지 모두 카본.
47㎜ MCC S+ 림은 3K와 12K 카본을 함께 사용했다. 앞뒤 각각 12개의 스포크가 쓰였는데, 자세히 보면 앞뒤 휠에 차이가 있다. 앞바퀴는 공기역학적인 형태의 납작한 카본스포크이고, 뒷바퀴는 굵고 둥근 카본스포크를 썼다. 스포크의 짜임새도 얼핏 보면 래디얼 타입이지만 앞뒤가 다소 다르다.
앞바퀴 스포크는 허브플랜지와 림을 수직으로 이은 래디얼 타입이다.
뒷바퀴는 허브플랜지 외부를 스쳐 지나는 접점을 스포크로 이었다.
47㎜ MCC S+ 앞뒤바퀴 스포크 짜임새의 비교.
앞바퀴가 허브 플랜지와 림을 수직으로 이은 전형적인 래디얼 타입이라면, 뒷바퀴는 림(원) 내부 한 지점을 출발해 허브플랜지(원) 외부를 스쳐 지나는 직선의 접점을 스포크로 이었다. 뒷바퀴에서 특히 주목할 점이 바로 스포크가 허브 플랜지와 연결된 방향이다.
강성이 매우 높은 카본을 사용해 스포크 개수가 줄고, 스포크를 허브에 접합한 방법이 다를 뿐이지 스트레이트 풀 타입 알루미늄 스포크와 허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형태다. 이는 허브(플랜지)가 원운동을 함에 있어서 가장 높은 속도와 견인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와 방향에 스포크를 결합하고 이를 림과 그대로 연결한 구조인 것.
앞바퀴 스포크는 공기역학적 성능을 고려한 납작한 모양.
뒷바퀴는 굵고 둥근 스포크를 썼다. 앞뒤 스포크 모두 허브쪽이 굵고 림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테이퍼드 형이다.
여기에 앞뒤바퀴 모두 허브쪽이 두껍고, 림쪽으로 갈수록 살짝 가늘어지는 테이퍼드형 스포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면서 주행 중 외력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비틀림에도 대비했다.
정리하면 앞바퀴는 고른 강성과 기민한 조향에 주력한 것이며, 뒷바퀴는 반응성과 동력전달효율을 감안한 형태인 것. 실제 47㎜ MCC S+를 장착한 로드바이크를 타보면 상당히 안정적이고 싹싹한 반응성을 보이면서 승차감 또한 뛰어나다.
뒷바퀴에서 프리허브 보디를 분리한 모습.
프리허브 보디는 3개의 폴을 사용한다. 시마노/스램 타입과 캄파뇰로 타입 중 선택할 수 있다. 사진은 시마노/스램 타입.
무게는 앞뒤 1130g(앞 480g, 뒤 650g 발표치)으로 50㎜에 가까운 하이프로파일 휠셋으로는 상당히 경량이다. 전용 브레이크 패드와 티타늄 소재 QR, 공기주입용 익스텐더, 10단 스프라켓용 스페이서가 포함된다.
가격은 32㎜, 47㎜ MCC S+ 똑같이 483만원. 튜블러 외에 클린쳐 타입도 있는데, 기존까지 국내에는 튜블러 타입만 출시되었다. 클린처 타입은 2016년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
코리마 47㎜ MCC S+의 구성품. 티타늄 축을 쓴 경량 QR과 전용 브레이크 패드, 공기주입용 익스텐더와 10단 스프라켓용 스페이서가 포함된다.
누군가 내게 ‘경기력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자전거 부품’을 들어 보라면 단언컨대 휠셋이라고 말할 것이다. 트랙경기가 펼쳐지는 벨로드롬에 가보면 그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오픈 벨로드롬이 대부분인 우리나라는 그날 선수들의 컨디션, 경기가 실시되는 시점의 바람이나 습도 등에 따라서도 휠셋을 달리 사용한다. 도로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날씨는 물론이고, 경기형식이나 거리, 코스의 지형 그리고 자신의 라이딩 스타일에 따라서 휠셋은 달라진다. 그러기에 휠셋은 좋고 나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적합한 휠이 있다고 봐야겠다.
MCC S+는 페달링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가볍다. 하이프로파일 휠이지만 평지와 클라이밍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사용해도 될 정도.
퍼포먼스 뛰어난 전천후
이번에 내가 사용한 코리마 47㎜ MCC S+(이하 ‘MCC S+’)는 풀 카본 튜블러 타입으로 코리마 로드 휠셋 중 최고급 제품이다. 높이가 꽤 높은 에어로프로파일 림인데 무게가 가벼운 편이다.
라이딩을 해보니 페달링에 대한 반응도 빠르고 가벼워, 하이프로파일 휠이지만 평지와 클라이밍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사용해도 될 법하다.
과격한 댄싱에서도 높은 강성과 반발력보다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자전거가 좌우로 격하게 흔들릴 정도의 스프린트성 댄싱에서는 굳센 강성보다는 살짝 부드러운 감을 느낄 수 있는데, 스포크가 카본인데다가 개수 또한 적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다.
MCC S+로 항속을 해보면 주행진동이 적고, 주행 중 가속에 있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빠른 회피나 조향에 있어서도 안정적이다. 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자면 주행진동이 적고 승차감이 좋다는 점이다.
데미지 줄이고, 상황을 고려한다?
앞서 강한 스프린트에서 ‘부드럽다’는 표현을 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덧붙이자면 MCC S+가 무르고 라이더의 힘을 잡아먹는 휠이라는 뜻이 아니다. 실상 레이스급 휠에서 무른 제품을 찾는 것이 더 힘들다. 굳이 표현하자면 욕심이 많은 휠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이야기해보겠다.
MCC S+는 짧은 경기보다 장거리 레이스에 더 적합하다.
난 전형적인 스프린터다. 트랙경기인 단체추발에서는 스타트를 맡아 팀의 초반 속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고, 도로경기에서는 라스트스프린터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려고 노력하는 라이더다. 그래서 경기거리가 짧고 지형적으로도 무난하다면 소위 ‘짱짱하다’고 표현하는 아주 높은 강성의 휠셋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런 휠들이 ‘마지막 한 방’, 라스트 스프린트를 위한 휠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런 옹골진 휠들은 라이더의 피로를 줄여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경기거리가 길어지거나 지형적인 여건에 따라 항상 사용할 수 있는 휠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스프린터인들 피로가 쌓이고 컨디션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이런 이유에서 서두에 선수들이 경기거리나 지형, 자신에 컨디션에 따라 휠셋을 바꾼다는 말했던 것이다.
라이더의 피로도를 줄이면서 퍼포먼스 또한 갖춘 균형이 잘 잡힌 휠셋이다.
MCC S+는 이런 점에서 올컨디션 휠셋으로 볼 수 있다. 휠셋에게 마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앞서 언급한 강성충만한 짱짱한 휠이 ‘짧고 굵게, 화끈하게 가는 거야. 컨디션 따위는 안중에 없어 오로지 라이더가 쏟아낸 힘만 고스란히 받아낼 테야’하는 휠이라면, MCC S+는 ‘오늘은 피곤한 하루가 될 거야. 라이더를 생생하게 살려서 결승선에 데려가야 해. 그런데 중간 스프린트 포인트 2곳도 그냥 묻어갈 순 없어’ 이런 걸 고려하는 휠셋이다.
강성, 안정성, 승차감 그 어떤 항목을 들더라도 특출하지 않지만 모든 상황을 위해 꼼꼼히 균형을 맞춘 휠. 적어도 내게 MCC S+는 그런 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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