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이자 사업가, 마틴 & 피터 벨리츠

인터뷰프로 선수이자 사업가, 마틴 & 피터 벨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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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I 월드 팀 선수이자 사이클 의류업체 이자도르의 창업주인 벨리츠 형제를 지난 10월 21일 서울 한남동 와츠사이클링에서 만났다.
쌍둥이 형제인 마틴과 피터 벨리츠는 2007년 프로 데뷔 후 바이젠호프, 팀 밀람, HTC-하이로드, 오메가 파르마-퀵스텝(2013) 같은 팀을 거치며 2013년까지 줄곧 같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해왔다. 2014년 피터가 팀을 이적하면서 현재 마틴은 에디스-퀵스텝(2015), 피터는 BMC 레이싱 팀에서 활동 중이다.
마틴은 2004년부터 3년 연속 슬로바키아 U23 로드레이스 챔피언에 오른 바 있으며, 2009년엔 로드레이스 챔피언(일반부), 2010년에는 타임트라이얼 챔피언과 부엘타 아 에스파냐 팀타임트라이얼 구간 우승도 거머쥔 적 있는 슬로바키아의 사이클 간판스타다.
피터는 또한 2003년 U19 슬로바키아 로드레이스와 타임트라이얼 챔피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 2년 연속 슬로바키아 타임트라이얼 챔피언에, 2007년에는 U23 로드레이스 세계챔피언, 2012년부터 3년 연속 팀 타임트라이얼 세계챔피언에 오른 입지전적인 선수다.
이런 이들이 2012년 사이클 의류업체인 이자도르를 설립해 사업가로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같은 팀 시절부터 줄곧 의류 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벨리츠 형제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의류 디자인과 제작을 병행하고 있다. 2015 시즌 막바지, 서울에서  만난 벨리츠 형제는 고된 월드투어와 시차 때문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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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사이클 선수이자 이자도르의 창업주인 벨리츠 형제. 왼쪽이 마틴 벨리츠, 오른쪽이 피터 벨리츠 이들은 쌍둥이 형제다.
바이크왓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피터 : 제 이름은 피터 벨리츠고 여긴 쌍둥이 형제인 마틴입니다. 우리는 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고, 저는 BMC 레이싱 팀, 마틴은 에티스-퀵스텝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와 마틴은 투르 드 프랑스를 5번 완주했고, 올해로 프로생활 9년째입니다.
벌써 시즌 막바지에 다다랐군요. 지금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피터 : 한국에 오기 바로 직전 일본에서 열린 재팬 컵에 참가했습니다. 재팬 컵이 처음이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BMC 레이싱 팀을 응원해주는 사이클 팬들도 많았고,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틴 : 피터는 재팬 컵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전 앞으로 두세 경기가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어제 막 경기를 마치고 슬로바키아에서 한국으로 왔는데 시차적응 때문에 조금 힘듭니다. 하하.
사이클선수로서의 길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피터 : 자전거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아마 12살 때 탔던 MTB일 겁니다. 그러다가 마틴과 함께 동네 자전거 대회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 대회에서 레이스가 얼마나 재밌는지 알게 됐습니다. 이후 레이싱에 대한 열정이 자연스럽게 로드레이스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타임 트라이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요?
피터 : 팀 타임 트라이얼의 경우에는 선수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팀원들과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제가 너무 쉽게 표현했나요? 하하. 저만의 비결을 말해달라면 전 개인 타임 트라이얼 경기를 팀 경기라 생각하고 레이스에 임합니다. 팀원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이 타이밍에 동료들이 어떤 말을 하고 무슨 주문을 할지 스스로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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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프로팀 데뷔 이후 2013년까지 줄곧 같은 팀에서 활동했던 벨리츠 형제. 사진은 HTC 하이로드 시절의 마틴(첫 번째 줄 가운데 왼쪽)과 피터(오른쪽).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생활하다가 지금은 각자 다른 팀에 속해 있는데, 경기에서 만날 때 어색하진 않나요?
피터 : 마틴과 떨어진지 2년째입니다. 우리가 같은 팀에 있었던 건 행운이었습니다. 서로 의지할 수 있으면서 선수로서 조언을 해주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떨어져 있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팀에 속해있다고 해도 이것 나름 배우는 점들이 많습니다. 슬로바키아에서 지낼 때는 같은 집에서 살기 때문에 떨어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같은 팀일 때의 기억을 돌이켜 보면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의류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까? 
피터 : 선수생활을 하면 많은 자전거 용품들을 후원받습니다. 선수생활을 오래할수록 여러 제품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죠. 이런 경험을 사업에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하던 차에 마틴이 의류 사업을 하길 원했습니다. 사이클 의류에 우리가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틴 : 새로운 도전으로 사이클에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HTC-하이로드 시절 피터와 사업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제 머릿속엔 온통 사이클 의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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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생활의 경험을 사업으로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특별한 분야를 정하지는 않았었습니다. HTC-하이로드 시절 마틴이 의류 사업을 제안했고, 그의 아이디어를 들어봤는데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사이클 의류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팀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마틴 : 이자도르를 시작할 때 동료들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친한 선수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주기도 하고, 실제 입어보고 피드백을 보내주는 선수들도 꽤 있습니다. 어떤 선수는 이자도르 저지를 부모님께 선물하기도 했죠.
피터 : 팀 동료들을 구매자라 생각하고 제품에 대해 자세한 조언을 얻기도 합니다. 팀 동료들도 그 역할을 해주는데 거리낌이 없고요. 선수생활을 하면서 의류사업을 병행하는 우리 모습을 부러워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하하.
브랜드 이름을 이자도르라고 지은 이유는 뭔가요?
마틴 : 브랜드 이름 정하기가 그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피터와 이름을 짓다가 너무 답답해서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는데 거리에서 어떤 노래를 듣게 됐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노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가사에 ‘이자도르’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들렸습니다. 바로 피터에게 연락해서 브랜드 이름을 이자도르라고 짓자고 했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피터가 이자도르를 검색해 보니 이자도르는 그리스어에서 파생한 단어로 이집트신화에 등장하는 여신 이시스의 선물이라는 뜻이더라고요.
※편집자 주: 고대 유럽에서는 새 생명의 탄생을 신의 축복으로 돌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아자도르(Isadore)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남자에게 지어주는 이름이다. 같은 뜻으로 여자 이름은 이자도라(Isadora)가 있다. 
이자도르의 컨셉은 뭔가요?
마틴 : 저와 피터가 선수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인 했으며, 심플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사이클 의류가 이자도르의 컨셉입니다. 라이딩할 때는 물론 카페를 가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나눌 때에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옷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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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을 할 때는 물론 일상에서 친구들과 어울리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옷이 벨리츠 형제가 추구하는 사이클 의류다.
디자인은 누가 하나요? 그리고 영감은 어디서 얻으십니까?
마틴 : 디자인은 저와 피터가 같이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우선 서로 공유하고,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서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디자인 합니다. 이자도르의 컨셉인 편안함과 심플함을 고수하면서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입니다.
피터 : 경기를 치르다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나라를 돌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세계여행인 셈이죠.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들을 이자도르 디자인 컨셉에 활용하는 편입니다. 선수생활 자체가 영감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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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이 이자도르 F/W 컬렉션 중 가장 힘들게 만들었다는 마르살라 메리노 멤브레인 소프트셸 재킷. 머릿속으로 구상한 디자인을 모두 담아내고자 1년 동안 프로토타입만 5개를 만들었다고.
이자도르 F/W 컬렉션에 대한 특징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마틴 : 붉은색의 마르살라 메리노 멤브레인 소프트셸 재킷은 추운 날씨에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멤브레인 울을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5개나 만들었고,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우리 형제에게 특별한 작품입니다. 사이클링 의류를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가슴에 지퍼로 여닫을 수 있는 통풍구가 있는데 동료 선수들에게 위치와 크기 등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피터 : 전 F/W 저지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서메리노 저지는 3개의 점이 디자인의 포인트인데 너무 크면 뚱뚱해보이고, 너무 작으면 있는 것만도 못해서 꽤 애를 먹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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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판덱스와 양모를 혼방한 원단을 사용한 서메리노 저지. 뛰어난 보온성과 통기성이 특징이다. 3개의 점은 디자인 포인트로 이 점의 크기를 정하는데 피터가 애를 먹었다고.
전체적으로 양모를 사용한 제품들이 많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마틴 : 슬로바키아는 양모(Wool) 생산량이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양모를 사용해서 사이클링 의류를 만들고 싶었고, 이자도르의 컨셉과 양모의 특징을 접목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양모는 따뜻하고 수분을 머금어도 쉽게 무거워지지 않는 특성이 있죠. 그래서 저지나 빕숏 등에 사용하기 적합한 소재입니다.
패턴과 디자인이 참신하네요.
피터 : 디자인을 하는 것보다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어 이자도르 로고를 박더라도 원래의 디자인을 저해하지 않도록 위치를 잡는데 마틴과 많은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퍼포먼스 위주의 제품을 이자도르에 추가시킬 계획은 없나요.
마틴 : 선수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여러 브랜드의 퍼포먼스 제품들을 입어 보았다고 자부합니다. 피터와 함께 퍼포먼스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이클링 웨어들을 입었을 때의 경험들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이자도르의 레이스 웨어는 빠르면 내년에 출시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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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은 내년에 퍼포먼스 제품을 내놓아 이자도르의 제품군을 지금보다 다양하게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생산과 생산관리는 어떻게 이뤄집니까?
마틴 : 생산의 80%는 슬로바키아에서 하고 나머지 20%는 체코에서 합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장이 있는데 슬로바키아에 있을 때 시간만 허락한다면 공장에 자주 들르는 편입니다.
이자도르는 지금까지 몇 개국에 진출했습니까? 
피터 : 슬로바키아를 포함해 한국, 독일, 덴마크, 스페인, 미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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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팀 생활로 다져진 팀워크가 선수생활과 사업을 병행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이자도르 운영을 병행하는게 힘들지 않나요?
피터 : 1년 단위로 보면 사업에 몰두할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틴과 난 서로 담당 분야를 나눴기 때문에 그 분야에 충실하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항상 이자도르를 위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마틴 : 홈페이지 운영과 마케팅은 피터의 몫이고, 저는 품질관리와 유통을 맡고 있습니다. 디자인은 저와 피터 공동으로 작업하죠. 저희를 포함해 이자도르에는 총 8명의 직원이 있는데 저와 피터가 선수생활을 해서 그런지 팀워크의 중요성을 많이 따지는 편입니다.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면 선수생활과 병행하는게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곧 시즌이 끝나는데 휴가 계획은 세우셨나요?
피터 : 마틴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제 전 한 달 동안 휴가를 갈 예정입니다. 슬로바키아로 돌아가 그동안 밀린 이자도르 업무도 보고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휴가를 보낼 생각입니다. 휴가를 마치면 내년 시즌을 위해 트레이닝이 시작되는데 그 전까지 자전거는 만지지도 않을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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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호인들과 함께 한 나이트 라이드 서울. 프로 선수이기에 이자도르의 옷이 아닌 팀 유니폼을 입고 라이딩했다.
인터뷰를 마친 벨리츠 형제는 한국의 동호인들을 만나 생애 첫 야간라이딩을 했다. 라이딩에서 마틴과 피터는 이자도르의 옷이 아닌 자신들의 현재 팀 유니폼을 입었다. 현역 프로 선수 신분이기에 정작 자신들이 만든 옷은 공식행사에서 입을 수 없다고.
벨리츠 형제는 “이자도르는 우리 형제가 느끼고 바랬던 라이딩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옷에 담아낸 겁니다. 편안함 그리고 친근감 있는 사이클 의류를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겁니다”라는 말을 한국의 라이더들에게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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