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에보에 공기역학성능을 더했죠. 결과는 빠릅니다 – 조나단 쇼틀러
글 / 사진 한동옥
캐논데일 독일 프라이부르크 R&D 센터에서 근무 중인 선임연구원 조나단 쇼틀러(Jonathan Schottler)는 기계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열정적인 사이클리스트다. 평소 로드바이크로 훈련하고 산악자전거 레이스나 그래블 레이스에 출전하기도 하는데, 320㎞를 달려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래블 레이스, ‘더티 칸자(Dirty Kanza)‘에 자신이 개발한 슈퍼X를 타고 나가 몇 번이나 포디움에 오르기도 했다. 캐논데일에서 근무한지 7년차인 그는 카본 로드바이크와 산악자전거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 과거에 개발한 자전거로는 CAAD12와 슈퍼X, F-Si 그리고 시스템식스가 있다. 캐논데일의 공기역학 컴포넌트에 ’노트‘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자신의 결정이었다고. 대학과 대학원을 마치는 7년 동안 자전거숍에서 미케닉으로 일하며 학비를 마련했던 경험 때문에 자전거를 개발할 때 늘 미케닉의 입장도 고려한다. 특히 프로 레이서들이 사용하는 레이스용 자전거는 정비 용이성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나단 쇼틀러에게 슈퍼식스 에보 개발에 대해 물었다.
EF 에듀케이션 퍼스트 프로 사이클링 팀의 미첼 도커 선수와 함께. ⓒDavid Schultheiss
-슈퍼식스 에보를 개발하는데 얼마나 걸렸나요.
“컨셉을 정하고 캐드로 설계를 시작한지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시스템식스 프로젝트가 2년 먼저 시작됐고 거기서 나온 데이터와 기술이 상당부분 반영되었어요. 이후 공장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윈드터널 테스트를 반복했고요.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완성해봤는데 테스트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폐기하고 새로 시작했어요. 이런 과정이 끊이지 않고 반복되다보니 2년 내내 두통을 앓았지요. 하하. 지금은 아주 개운하네요.”
개발완료까지 2년 6개월이 소요된 3세대 슈퍼식스 에보. ⓒDavid Schultheiss
-정확히 어떤 일을 하죠?
“네이슨이 공기저항을 줄이는 동안 저는 프레임과 포크 등의 구조를 만듭니다. 강하고 가벼운 뼈대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죠. 시스템식스도 네이슨과 제가 나눠서 일을 한 것처럼 슈퍼식스 에보도 같은 과정을 거쳤어요. 그리고 같은 기간에 하드테일인 F-Si도 함께 개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벼운 산악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거든요. 이렇게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주당 70시간 이상씩 일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조나단 쇼틀러의 임무는 강하고 가벼운 뼈대를 완성하는 일이다.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료됐다.
-슈퍼식스 에보에 공기역학성능을 더했습니다.
“가벼운 자전거가 언덕을 오를 때 빠르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여기에 무게 증가라는 패널티 없이 공기역학성능을 부여한다면 더 빨라집니다. 언덕에서 빠른 라이더들이 탄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지고요. 그리고 시스템식스를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공기역학성능이 뛰어난 자전거는 다운힐에서 무척 빠르고 안정적이에요. 같은 속도로 내리막을 달려도 힘을 더 적게 쓰죠. 슈퍼식스 에보는 빠릅니다.”
-2세대 에보와의 가장 큰 외관의 차이는 시트스테이 같습니다.
“시트스테이를 낮춘 이유는 공기역학적인 면에서 유리하고, 승차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예요. 시트스테이가 짧아지기 때문에 무게가 약간 줄어드는 장점도 있죠. 슈퍼식스 에보는 경량 자전거인 만큼 모든 부분을 1그램 이하 단위로 측정해서 계산했어요.”
체인스테이는 비대칭으로 만들었다. 아니, 모든 캐논데일의 로드바이크 체인스테이는 비대칭이다.
-포크와 체인스테이가 비대칭이군요.
“에보는 PF30 BB를 쓰는데, 논드라이브 사이드의 폭이 5㎜ 더 넓습니다, 그래서 체인스테이가 논 드라이브사이드가 더 굵은 비대칭 디자인이고 강성이 매우 높아요. 비대칭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드라이브사이드에는 체인링이 있기 때문에 체인스테이의 두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넉넉한 타이어클리어런스를 확보하려면 두께가 얇아질 수밖에 없죠. 결국 여유가 있는 논 드라이브사이드를 강화해야 합니다. 슈퍼식스 뿐만 아니라 캐논데일이 만드는 모든 자전거의 체인스테이는 비대칭이며, 논 드라이브사이드가 더 두껍습니다.
포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슈퍼식스 에보 디스크는 왼쪽(논 드라이브사이드)이 더 두껍습니다. 정면에서 봤을 때 확인할 수 있어요. 이유는 브레이크 때문이에요. 비대칭 체인스테이는 페달링에 따라 뒤 허브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버티는 것이 목적인데, 포크는 조금 다릅니다.
코너링을 하거나 거친 길을 지날 때 자전거를 제대로 제어할 수 있도록 버텨야 하고, 제동 시 캘리퍼가 주는 강력한 힘을 견뎌야 해요. 그런데 두 힘의 방향이 서로 달라요. 자전거가 달릴 때 받는 힘은 주행방향과 같은데, 제동 시에는 캘리퍼가 장착되는 부분에 주행방향 반대로 높은 힘이 전달되거든요. 그 힘은 디스크 로터의 꼭지점 부분에서 가장 강하게 걸리고,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포크라면 그 부분이 두동강나게 됩니다. 절단되지는 않더라도 제동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겠죠.
포크를 정면에서 보면 캘리퍼가 달리는 쪽이 두껍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동력을 견디기 위해 보강했기 때문이다.
포크를 옆에서 보면 블레이드의 중심에 스티어러튜브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뒷부분에 달립니다. 블레이드와 스티어러튜브가 만나는 지점또한 강화해야 했고, 오프셋을 조절했어요. 그리고 로터가 포크 블레이드와 매우 가깝게 위치하도록 클리어런스를 설정했습니다. 포크도 에어포일 형태인데, 로터와의 갭이 크면 공기역학적으로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1㎜ 정도로 타이트하게 맞췄습니다. 미케닉이 브레이크를 블리딩하기 쉽도록 공간은 마련해 뒀고요.”
-본인의 미케닉 경험을 제품에 반영한다고요.
“학생시절 자전숍에서 일을 해서, 미케닉들의 고충을 잘 알아요. 그래서 미케닉들이 정비를 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브레이크 호스는 교체할 필요가 없고, 사용량이 적은 앞 디레일러의 케이블은 뒤보다 교환주기가 길죠. 기계식 그룹셋을 사용할 때 뒤 변속기 케이블 교환이 쉽도록 했고, 필요하다면 BB셸 아래에 있는 커버의 부품을 교체해 앞뒤 디레일러 케이블을 바깥으로 뺄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기계공학을 공부하는 7년 간 자전거숍에서 미케닉으로 일했다는 조나단 쇼틀러. 누구보다 미케닉의 고충을 잘 안다고 말한다.
-카본 원사는 어떤 것들을 사용했습니까?
“하이모드 프레임의 경우 토레이와 미쓰비시의 카본을 쓰는데, T800과 MR70, HR40과 YS60 그리고 약간의 T300 카본이 들어갑니다. T800을 주재료로 사용하고, MR70은 아주 높은 강성이 필요한 부분에 적용하고 있어요. MR70이 T800보다 5배 가까이 비싼 소재거든요. 고강성 카본을 사용하면 같은 강성을 목표로 할 때 적은 양을 써도 되기 때문에 가벼운 무게로 이어지죠. HR40과 YS60은 잘 휘지 않아서 탑튜브와 시트스테이 등 튜브의 옆면에 사용하고 있고요. M40은 개발 과정에서 프로토타입에 사용해 봤는데, 최종 제품에는 쓰지 않았습니다. 다른 카본들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거든요. 한 번은 아주 비싼 카본 한 가지 소재만으로 프레임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요. 무척이나 가벼웠죠. 그런데 강성이 부족했어요. 강성과 강도 각기 다른 성질의 카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또한 아무도 사지 않을 정도의 비싼 가격표를 달 게 될 겁니다.
가볍고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카본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했고, 사진의 슈퍼식스 에보가 그 결과물이다. ⓒDavid Schultheiss
캐논데일은 사실 어떤 카본을 썼는지를 홍보하지는 않아요. 결과물이 더 중요하니까요. 적절한 카본 원사를 쓰고, 정확한 위치에 어떤 방법으로 적층하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MR70은 시스템식스 그리고 F-Si의 소재이기도 해요. 우리는 큰 자전거 회사이기 때문에 카본을 대량으로 소비하고, 그만큼 작은 회사보다 더 싸게 재료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이모드 프레임에 비싼 카본 소재를 많이 적용할 수 있었지요.”
포크와 다운튜브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스티어러튜브는 포크 블레이드의 중심이 아니라 살짝 뒤쪽에 위치한다.
-캐논데일은 PF30 BB를 사용하죠.
“맞습니다. BB셸의 폭이 73㎜인 PF30이죠. 캐논데일이 BB30을 개발한 건 잘 아실 거예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죠. 그런데 쓰다보면 BB에서 소리가 나는 문제가 있었어요. 5년 전 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BB셸을 가공하는 정밀도를 높이고 공구를 사용해서 몇 번의 재작업을 해도 괜찮은지 테스트를 했어요. 소리가 나던 프레임을 가져와 살펴보니 어떤 것은 공구를 적절하지 않게 사용한 것도 있었고, 제조과정에서 공차가 있어서 소리가 나는 것도 있었어요.
PF30은 BB셸의 내부 지름이 46㎜인데, 0.05㎜ 더 작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BB는 45.95㎜이죠. 합치면 정확하게 46㎜가 됩니다. 아주 정밀하죠. 캐논데일 프레임은 제작과정에서 BB셸을 3곳에서 각 3회 측정한 후 BB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로드바이크의 BB폭은 73㎜이고 산악자전거는 83㎜를 쓰는데, 사이클로크로스 자전거인 슈퍼X는 산악자전거와 같은 83㎜ BB셸을 쓰고 있어요. BB의 폭이 넓어지면 프레임이 강해지지만 Q팩터와 타이어클리어런스 때문에 무한정 넓힐 수는 없습니다.”
크라운 뒷부분은 공기역학적인 커버라고 할 수 있다. 다운튜브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나는 역할이다.
-테스트라이드를 해보니 프레임이 편안하면서도 강성이 높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헤드튜브와 BB셸은 각각의 최적치의 강성을 설정했어요. 슈퍼식스 에보 M 사이즈의 프레임이라면 헤드튜브의 강성은 100Nm/˚, BB셸은 60~62Nm/˚입니다. 전체 사이즈를 모두 따지면 헤드튜브는 90~105Nm/˚, BB셸은 60에서 63Nm/˚ 사이고요. BB셸은 사이즈에 따라 강성 차이가 크지 않은데, 헤드튜브는 제법 차이가 있죠. 44가 가장 낮은 90Nm/˚이고 가장 큰 프레임인 62는 105Nm/˚입니다. 보통 신장이 커질수록 무겁고 힘이 세지기 때문에 어떤 사이즈를 타더라도 같은 라이딩 느낌을 주기 위해 정한 수치입니다.
헤드튜브와 BB셸은 무한정 강하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BB셸의 강성이 과도하게 높으면 따분한 자전거가 됩니다. 안장에서 일어나 자전거를 흔들며 춤을 권해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시체 같이 느껴지죠. 헤드튜브도 마찬가지예요. 과도한 강성의 헤드튜브라면 코너를 도는 중 요철을 만난다면 충격을 라이더에게 여과 없이 전달해서 라이딩 퀄리티가 줄어듭니다. 그리고 안장에 앉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라이더에게 전해지는 피로가 커지고요. 그래서 최적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크의 경우 측면 강성이 무척이나 중요한데, 목표치를 설정한 후에 조금씩 카본을 보강하면서 완성해 갑니다. 20g 추가, 20g 더… 이런 식으로요. 브레이크 호스가 포크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강성이 부족해질 수 있는데, 이를 상쇄하기 위한 보강을 했습니다. 포크 크라운의 뒷부분은 구조적인 기능은 없고, 공기역학적인 의미가 있어요. 다운튜브와 부드럽고 자연스레 연결되게 한거죠.”
무게와 부피 그리고 재료 사용을 모두 줄이는데 성공한 시트포스트 바인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고. ⓒAle Di Lullo
-슈퍼식스 에보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은 어디입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자랑하고 싶은 곳이 있거든요. 바로 시트포스트 바인더입니다. 최적화가 무척 잘 이루어진 부분이죠. 바인더가 시트포스트를 밀어서 시트튜브에 단단히 고정되는 방식인데 전체적으로 카본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볼트와 클램프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서 공기역학적으로도 좋아요. 이전에 비슷한 방식으로 바인더를 제작하려면 프레임을 일단 만들고 나서 기계로 구멍을 뚫고 안쪽에 따로 만든 카본 부품을 넣어 접착한 후 다시 건조시키는 등 110분이 소요됐어요. 공장에서 프레임 하나를 제작하는데 이 정도의 시간이 추가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 만든 바인더는 5분 이내에 끝납니다. 거의 2시간 가까이 제작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 비용 절감과 생산효율적인 면에서 아주 뛰어나죠.”
[바이크왓 한동옥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