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자이언트 설악그란폰도(이하 ‘설악그란폰도’)가 5월 20일 개최됐다. 자이언트코리아가 주최‧주관하고 인제군과 속초경찰서, 홍천경찰서 등이 후원한 이 대회에는 총 3226명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대회당일 2747명이 출발한 것으로 집계되어 역대 설악그란폰도 중 최다 참가인원을 기록했다.
2017 자이언트 설악그란폰도가 5월 20일, 인제군 상남면과 설악산권역에서 개최됐다.
오전 7시 출발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참가자들이 상남체육공원으로 몰려들었다.
설악그란폰도는 올해로 8회째다. 코리아 오프로드 트라애슬론 클럽이 2010년 처음 개최했으며, 2014년 자이언트코리아가 메인 스폰서를 나서면서 전국 규모의 대회로 성장했다. 설악산 일대의 빼어난 자연풍광과 도전적인 코스가 라이더들의 호평으로 이어져 매년 꾸준히 참가자가 늘고 있는 대회다.
참가부문은 인제군 상남면을 출발하여 구룡령, 조침령, 필례계곡, 한계령을 경유해 돌아오는 208㎞의 그란폰도, 조침령까지 그란폰도 코스를 따라가다가 기린면 진동계곡을 경유해 상남으로 돌아오는 105㎞의 메디오폰도로 나뉜다. 그란폰도는 12시간, 메디오폰도는 7시간 이내 출발지로 돌아와야 완주로 인정된다.
올해 설악그란폰도에는 3200여명이 참가신청했으며, 그 중 2747명이 출발선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설악그란폰도의 출발시각은 오전 7시. 이른 새벽부터 출발지인 상남면 체육공원은 몰려드는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짧은 시간에 워낙 많은 참가자들의 모이는 통에 출발 시간을 30분 가량 늦춰야 했으며, 정렬한 참가자들이 출발하는 데만도 30분 이상 소요될 정도였다.
미산계곡을 지나 첫 고개인 살둔마을로 들어서는 참가대열의 선두.
살둔마을 고개에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건 KSPO 선수이자 2014 도로경기 한국챔피언인 서준용. 서준용은 동호인들과 함께 설악그란폰도를 즐기고자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하고 번외로 참가했다. 때문에 전날까지 열렸던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배 사이클대회를 마치자마자 인제로 달려왔다는 후문.
인제와 홍천 경계에 있는 산간지역 살둔마을은 출발한 참가자들이 코스에서 처음 맞이하는 고개. 짧지만 제법 경사도가 높아 금방 숨이 차오르는데, 초반이어서인지 이곳을 지나는 참가자들은 이 숨 가쁨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출발한지 1시간 남짓, 구룡령을 대열 선두가 통과했고, 1시간 30분이 되지 않아 구룡령 1보급소는 라이더들로 꽉 채워졌다.
살둔마을을 통과하는 참가자들의 표정에서 숨 가쁨마저 즐기는 여유가 느껴진다.
1보급소가 위치한 구룡령은 출발 1시간 반이 채 지나지 않아 참가자들에게 점령(?)당했다.
보급품을 받는 줄이 길어지자 마음이 급한 이들이 보급을 포기하는 모습도 왕왕 목격됐다.
구룡령에서 첫 보급을 마친 이들은 다음 관문인 조침령을 향해 도전의 박차를 가했다. 날던 새도 자고 넘는다는 고개, 조침령의 위세는 대단했다. 초반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경사도가 페달링하는 이들의 숨을 막았고, 앞선 이들이 보이는 굽이마다 한숨과 탄식이 쏟아졌다. 그러나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오르고 또 오른다. 기자가 조침령 시작부터 정상까지 2시간 가까이 취재했건만 이곳을 넘는 이들의 끝을 확인하지 못했을 정도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조침령은 초반부터 가파른 경사로 참가자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전 XC 국가대표이자 사이클 엘리트선수였던 최진용이 등짐장수가 됐다. 은퇴 후 사이클링 트레이닝센터를 운영하는 최진용은 자신이 지도하는 동호인들과 설악그란폰도를 참가했는데, 조침령을 함께 오르던 회원이 넘어지면서 하필 물통 케이지가 깨졌다고. 이후 최 코치가 물통과 보급식까지 저지 안에 넣어 등짐을 졌고, 밀고 끌고 달래면서 결국 함께 완주에 성공했다고.
정오가 되도록 조침령을 오르는 행렬은 계속 이어졌다.
조침령 터널에서 잠시 더위를 피하는 동호인들. 큰 숙제를 마친 것처럼 홀가분한 여유가 느껴진다.
조침령 정상, 터널에서 잠시 더위를 피한 이들의 얼굴에 성취감과 오르막에서 잊었던 여유가 피어났다. 메디오폰도 참가자들은 큰 숙제를 마친 안도감마저 엿보인다. 반면 한계령을 향해 필례계곡으로 길을 잡는 그란폰도 참가자들의 표정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먼 거리, 가파른 언덕, 예년을 웃도는 높은 기온이 참가자들을 시험했고, 멋진 풍경과 함께 하는 벗들이 이들을 웃게 했다. 그렇게 길었던 하루가 흘러갔다.
2보급소인 원진개 쉼터를 통과하는 그란폰도 참가자들에게선 웃음기가 가신 비장함이 엿보인다.
2보급소에서 휴식 중이던 참가자들은 중간 컷오프 시간인 1시 30분이 지나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으며, 컷오프 시간에 입박해 도착한 이들은 계측지점부터 통과한 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올해는 참가자 2747명 중 1075명이 그란폰도를 완주했고, 1015명이 메디오폰도를 완주했다. 부문을 통합한 완주율은 76%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2% 낮아졌지만 참가자와 완주자가 크게 늘은 것을 감안하면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한계령으로 향하는 필례로의 막판 오르막은 ‘내려가라’고 되뇌는 노랫말을 떠오르게 한다. 멀리 1158봉과 전망바위가 산악왕을 꿈꾸는 이에게 힘내라고 말하는 듯하다.
자이언트코리아와 함께 행사조직위를 맡고 있는 엄기석 씨는 “자이언트코리아와 일부 조직위 인사들의 노력만으로 전국 규모의 대회를 연다는 것이 녹녹치만 않았지만 자전거 동호인들의 호응에 힘입어 지금까지 큰 탈 없이 대회를 개최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후원지자체인 인제군이 대회인수를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라고도 귀띔했다.
인제군을 비롯해 홍천군과 속초시 일부까지 넘나드는 설악그란폰도의 특성상 해가 갈수록 지자체간 긴밀한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출·도착지인 인제군이 공식 주최자로 나서 준다면 그야말로 대회 발전에 천군만마를 얻는 셈. 차기 대회조직위에 주최지자체가 참여하게 될지, 또 얼마나 많은 도전자들이 나설지 설악그란폰도의 앞날이 기대된다.
한계령 휴게소 삼거리에 다다른 라이더들이 오색 쪽으로 장쾌하게 뻗은 다운힐을 보며 다시 힘을 내고 있다.
■ 2017 자이언트 설악그란폰도 사진 갤러리
■ 2017 자이언트 설악그란폰도 www.granfondo.kr
■ 자이언트코리아 www.giant-korea.com ☎(02)463-7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