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스테이지는 알베흐빌(Albertville)부터 라투스위에-리시벨르(La Toussuire – Les Sybelles)까지 148㎞의 비교적 짧은 코스다. 하지만 투르 드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난이도(HC)로 분류된 산을 두 개나 넘어야하는 등 선수들에게 상당한 체력과 다운힐 실력을 요구한다. 현재 옐로저지를 방어하고 있는 브래들리 위긴스(Bradley Wiggins, 스카이 프로사이클링)는 올해 투르 드 프랑스 시작 전 11구간이 가장 힘든 구간이 될 것이라 했을 정도.
난이도가 높은 만큼 코스에 배치된 4개의 산악포인트 지점에서 1위에게 수여되는 포인트는 각 25점, 25점, 5점, 20점으로 상당히 높다. 게다가 산악왕 저지를 입고 있는 또마 뵈클레(Tomas Voeckler, 유로카, 10구간까지 산악포인트 28점)는 10구간 우승으로 지쳐있는 상태라 산악왕 저지의 변동은 예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편, 11구간 경기부터 남은 구간에서 칸첼라라(Fabian Cancellara, 라디오섁)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둘째 아이의 출산을 앞둔 아내와 함께 있기 위해 스위스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산악왕을 노려라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로버트 헤싱크(Robert Gesink, 라보뱅크)가 팰러톤을 박차고 나왔다. 사전에 브레이크어웨이를 계획했던 선수들이 그의 뒤를 따라서 선두그룹의 숫자는 이내 30명까지 늘었다. 크리스 앵커 소렌슨(Chris Anker Sorensen, 삭소뱅크)은 10구간까지 위긴스와 종합순위 시간차 20분1초로 28위에 랭크돼 선두그룹 중 옐로저지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다. 첫 번째 산인 콜드라 마들렌느(Col de la Madeleine)를 오르며 여러 개의 그룹이 도발을 시도했다. 정상이 가까웠을 때 선두그룹은 28명이었고 펠러톤을 2분55초 앞서 있었다. 프레드릭 케시아코프(Fredrik Kessiakoff, 아스타나)와 피터 벨리츠(Peter Velits, 오메가팔마 퀵스텝)가 마들렌느 정상에 걸린 25점의 산악포인트를 얻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갔다. 벨리츠가 먼전 산악포인트 지점을 통과해 25점을 얻었지만 케시아코프도 20점을 챙겼다. 케시아코프가 10구간까지 쌓은 산악포인트는 21점. 산악왕 탈환이 가까워 보였다. 둘은 내리막에서 잠시 선두그룹과 거리를 두는 듯 했으나 이내 다시 뭉쳤다.
두 번째 오르막에서는 종합순위 2위의 카델 에반스(Cadel Evans, BMC 레이싱)가 위긴스와의 시간차를 좁히기 위해 애썼다. 79㎞ 지점에서 티제이 반 가더른(Tejay Van garderen, BMC 레이싱)이 먼저 치고 나갔고, 카델 에반스가 뒤따랐다. BMC의 두 선수는 위긴스의 그룹을 20초까지 앞서기도 했지만, 꾸준히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언덕을 오르는 스카이팀을 완전히 따돌릴 수 없었다. 언덕의 정상에선 산악왕을 노리는 케시아코프와 피에흐 롤랑(Pierre Rolland, 유로카)이 아찔한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산악왕 포인트 지점을 지나며 케시아코프가 롤랑과의 충돌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25점의 산악포인트를 챙겼다.
프레드릭 케시아코프(Fredrik Kessiakoff, 아스타나)는 11구간의 두 번째 산악포인트 지점을 가장 먼저 통과하며 산악왕 저지를 탈환했다.
스카이, 개인 종합순위 선두 장악
11스테이지의 마지막은 1카테고리로 구분된 고난이도 오르막. 길이 18㎞에 평균경사도는 6.1%에 이른다. 마지막 오르막으로 접어들며 로버트 키셀로브스키(Robert Kišerlovski, 아스타나)와 바실 키리옌카(Vasil Kiryienka, 모비스타), 피에흐 롤랑, 소렌슨(Chris Anker Sorensen, 삭소뱅크)이 선두에 섰다. 라우렌스 텐 담(Laurens Ten Dam), 피터 벨리츠(Peter Velits, 오메가팔마 퀵스텝)가 1분15초 차이, 다니엘 마틴(Daniel Martin, 가민)과 케시아코프가 2분55초 차이로 그 뒤를 쫒고 있었다.
선두에 3분30초 뒤진 옐로저지 그룹은 위긴스, 프룸(Christopher Froome, 스카이 프로사이클링), 카델 에반스, 빈센조 니발리(Vincenzo Nivali, 리퀴가스 캐논데일), 프랭크 쉴렉(Frank Schleck, 라디오섁), 티제이 반 가더른(Tejay Van garderen, BMC 레이싱), 티보 피노(Thibaut Pinot, FDJ), 브라이코비츠(Janez Brajkovic, 아스타나) ,반 덴 브룩(Van Den Broeck Jurgen, 로또 베리솔) 등 16명으로 종합순위 시간차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상황.
반 덴 브룩, 브라이코비츠, 티보 피노가 먼저 치고나가 그룹을 형성했다. 12㎞를 남겨두고 니발리가 옐로저지 그룹에서 뛰쳐나왔다. 잠시 뒤 어택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던 니발리는 10㎞를 남기고 다시 공격을 시도해 앞서있던 반 덴 브룩의 그룹에 합류했다. 그 사이 카델 에반스와 프랭크 쉴렉 등이 뒤쳐졌다. 이틀 간 산악구간을 달리며 쌓인 피로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승선 4.5㎞를 남기고 위긴스 그룹이 니발리를 다시 따라잡았다. 이 때 니발리 그룹의 뒤까지 위긴스를 끌어준 프룸이 갑자기 어택을 개시했다. 피노가 즉각 반응했고 위긴스는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종합순위 3위의 프룸을 2위로 올리기 위한 스카이 팀의 작전이었다. 스카이 팀의 작전은 성공이었다. 경기 후 프룸은 2위로 올라서 개인종합순위에서 스카이 팀이 1, 2위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
언덕을 오르는 동안 어택과 방어를 계속하며 속도를 올린 옐로저지 그룹은 대부분의 선두를 따라잡았다. 그들이 따라잡지 못한 선수는 피에흐 롤랑 뿐 이었다. 옐로저지 그룹 내에서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피에흐는 뒤돌아보지 않고 꾸준히 언덕을 올랐고, 구간우승과 함께 가장 공격적인 라이더도 수상했다.
피에흐 롤랑은 엄청난 산악포인트가 걸린 11구간을 리드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과 함께 산악포인트도 55점을 챙겨 현재 산악포인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옐로저지 그룹의 공세에 따라잡히지 않은 선수는 피에흐 롤랑 뿐, 그는 가장 공격적인 라이더 상도 수상했다.
2위는 프룸을 견제하며 속도를 올린 티보 피노, 간발의 차이로 프룸은 3위로 들어왔고, 반 덴 브룩과 니발리, 위긴스가 함께 들어왔다. 마지막 언덕에서 어택한 니발리도 뒤쳐진 카델 에반스를 종합순위에서 앞질렀다. 현재 종합순위는 1위 브래들리 위긴스(48시간43분53초), 2위 크리스토퍼 프룸(+2분5초), 3위 빈센조 니발리(+2분23초), 4위 카델 에반스(+3분19초), 5위 반 덴 브룩(4분48초) 순이다.
크리스토퍼 프룸의 도움으로 위긴스는 시간차를 전혀 잃지 않았다.
그린저지 홀더 피터 사간
티제이 반 가더른은 베스트 영 라이더 저지를 지킨 것은 물론 종합순위 7위까지 올라섰다.
12구간 : 스프린터를 주목하라
12스테이지는 전체 거리 226㎞로 올해 투르 드 프랑스 전체에서 가장 긴 코스이다. 경기의 시작과 함께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하지만 80.5㎞에서 두 번째 정상을 통과한 이후엔 크게 어려운 구간이 없다. 전체 구간이 길고 힘든 오르막은 경기 초반에만 있기 때문에 이번 구간은 다시 한 번 스프린터들의 활약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