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우(Pau)부터 베르아드르숑(Bagnères-de-Luchon)까지 16스테이지는 197㎞의 산악구간이었다. 코스에 설정된 산악포인트 지점은 모두 4곳이다. 선수들이 먼저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 최고의 난이도인 HC, 그 다음 둘은 차상위 난이도인 1카테고리다. 각각에 걸린 산악포인트는 HC에 25점, 1카테고리에 10점으로 산악왕을 노리기에 충분하다. 15구간을 마친 시점, 산악왕은 프레드릭 케시아코프(Fredrik Kessiakoff, 아스타나)로 67점의 산악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16스테이지의 출발선에 선 선수는 모두 155명이었다. 경기일 15일이 지나며 16스테이지 경기에 나오지 않은 선수는 라디오섁의 프랭크 쉴렉(Fränk Schleck, 라디오섁-닛산-트렉)이다. UCI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14일 채집한 프랭크 쉴렉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인 시파메드(Xipamide)이 발견된 것이다. 라디오섁 팀은 즉각 프랭크 쉴렉을 투르 드 프랑스에서 철수시켰고, 도핑 스캔들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결과, 쉴렉 형제는 더 이상 이번 투르 드 프랑스에서 볼 수 없게 됐다.
2012 투르 드 프랑스 최대의 브레이크어웨이
경기는 시작부터 달아올랐다. 몇몇 선수들은 출발과 함께 선두를 형성하려 노력했고, 잠시 뒤 대규모의 선두그룹이 형성됐다. 또마 뵈클레(Tomas Voeckler, 유로카), 옌스 포크트(Jens Voigt, 라디오섁), 아라시로 유키야(Arashiro Yukiya, 유로카), 세르지오 폴리뇨(Sergio Miguel Moreir Paulinho, 삭소뱅크), 레인 다라메(Rein Taaramae, 코피디스), 프레드릭 케시아코프(Fredrik Kessiakoff, 아스타나) 등이 포함된 선두그룹의 규모는 38명. 브래들리 위긴스(Bradley Wiggins, 스카이 프로사이클링)는 선두그룹에 경쟁자가 없다고 판단한 듯 편안한 모습이다. 선두그룹을 쫒는 선수는 티보 피노(Thibaut Pinot, FDJ)가 유일했다.
26㎞지점의 스프린트 포인트는 폴리뇨가 앞장선 가운데 선두그룹이 먼저 통과했다. 펠러톤이 스프린트 포인트를 지날 무렵 선두그룹과의 시간차는 2분10초였다. 41㎞지점, 스카이 팀이 이끄는 펠러톤이 티보 피노를 따라잡았다.
첫 산악포인트 지점부터 선두그룹에서 포인트 경쟁에 불이 붙었다. 유로카의 또마 뵈클레와 아라시로 유키야가 선두에 섰고, 산악왕 저지를 지키려는 케시아코프가 그 뒤에 붙었다. 2:1의 싸움에서 승자는 뻔했다. 포인트 지점을 지날 무렵 유키야가 뵈클레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뵈클레가 25점의 포인트를 적립했다. 케시아코프도 두 번째로 포인트 지점을 통과하며 20점을 얻었다. 언덕의 정상을 지나는 선두그룹과 펠러톤의 시간차는 3분40초.
16구간의 두 번째 산인 콜두 투아말레(Col du Tourmalet)의 정상고도는 2,115m. 피레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여길 오르려면 길이 19㎞, 평균경사도 7.4%의 오르막을 지나야한다. 선두그룹이 투아말레를 오르기 시작했을 때 펠러톤과의 시간차는 5분25초까지 늘어나 있었다. 투아말레를 오르며 선두그룹은 경쟁을 거듭하며 작은 그룹들로 나누어졌다. 선두는 뵈클레와 브리스 페유(Brice Feillu, 사워 소자산)로 좁혀졌다. 둘은 함께 투아말레를 올랐고, 뵈클레가 산악포인트 지점을 먼저 통과했다. 케시아코프는 오르막을 오르며 다른 경쟁자들에게 일일이 반응하며 체력을 너무 소진한 탓인지 뵈클레 보다 1분30초 늦어 4위로 산악포인트 지점을 통과했다. 케시아코프는 107점으로 여전히 산악왕이고, 뵈클레는 87점으로 차이를 20점까지 줄였다. 펠러톤이 투아말레의 정상에 올랐을 때 뵈클레는 펠러톤을 10분10초 앞서 있었다.
새로운 산악왕 탄생
16스테이지의 세 번째 난관인 1카테고리 언덕, 콜드 아스팡(Col d’Aspin)을 오르며 케시아코프가 뒤쳐졌다. 뵈클레와 페유가 선두를 다투며 언덕을 올랐고, 크리스 앵커 소렌슨(Chris Anker Sorensen, 삭소뱅크), 옌스 포크트(Jens Voigt, 라디오섁), 고르카 이사궤레 인사우스티(Gorka Izaguirre Insausti, 유스칼텔 유스카디) 등 7명의 선수가 뒤를 따랐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펠러톤의 선두엔 빈센조 니발리(Vincenzo Nivali, 리퀴가스 캐논데일)와 이반 바쏘(Ivan Basso, 리퀴가스 캐논데일)가 나왔다. 둘은 위긴스를 떼어 놓으려 속도를 올렸지만 위긴스는 떨어지지 않았다. 위긴스에겐 3명의 든든한 팀 메이트가 있었다. 오히려 뒤쳐진 건 카델 에반스(Cadel Evans, BMC 레이싱)였다. 아스팡에서 뵈클레는 10점의 산악포인트를 더했다. 펠러톤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선두와 시간차는 9분20초. 카델 에반스는 위긴스 그룹보다 45초 더 늦었다. 아스팡을 내려가며 세 명의 BMC 선수들이 카델의 그룹 복귀를 도왔다. 베스트 영 라이더 저지를 보유한 티제이 반 가더른(Tejay Van Garderen, BMC 레이싱)은 위긴스의 그룹에 있었지만 카델을 도우려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마지막 언덕을 오르며 뵈클레는 드디어 페유를 따돌렸다. 정상을 9.5㎞ 거리에 두고 뵈클레는 페유와 10초의 시간차를 만들어냈다. 펠러톤은 9분30초 뒤에 있다. 한번 만들어진 간격의 폭은 쉽게 늘어났다. 정상을 5㎞남기고 뵈클레와 페유의 시간차는 50초까지 늘어났다. 결국 페유는 뒤를 쫒던 크리스 앵커 소렌슨에게도 추월당하고 만다. 옐로저지 그룹은 산악구간을 통과하며 그 숫자가 크게 줄었다. 옐로저지를 지키려는 스카이 팀과 개인종합 순위 시간차를 줄이려는 리퀴가스 듀오(니발리, 바쏘)가 긴장을 만들며 속도가 상승한 것이다. 티보 피노, 피에흐 롤랑(Pierre Rolland, 유로카) 등이 연이어 낙오하면서 옐로저지 그룹의 숫자는 14명으로 줄었다. 니발리가 어택했지만 크리스토퍼 프룸(Christopher Froome, 스카이 프로사이클링)과 위긴스가 뒤따르며 간격은 100m를 채 넘기지 못했다. 언덕은 한참 남았지만 카델은 다시 뒤처져 위긴스와의 시간차는 3분20초를 넘기고 있었다. 니발리가 다시 어택했고, 위긴스와 프룸이 뒤따르며 세명의 옐로저지 그룹을 만들었다. 마지막 언덕을 가장 먼저 오른 선수도 또마 뷔클레였다. 그는 16구간의 산악포인트 1위를 독식하며 산악왕에 등극했다.
또마 뵈클레는 16구간의 모든 산악포인트 지점을 1위로 통과하며 한 스테이지에서 70점을 얻었다. 또마는 케시아코프를 4점 앞선 총점107점으로 산악왕을 차지했다.
옐로저지 그룹이 정상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뵈클레 보다 7분45초 뒤에 있었다. 뵈클레는 여전히 소렌슨을 비롯한 선두그룹에 쫒기고 있었지만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내리막에서도 뵈클레의 페달링을 계속됐고, 골을 5㎞남기고 소렌슨과 시간차는 1분50초였다. 또마 뵈클레 골인. 소렌슨은 1분40초 차이로 2위. 이사궤레가 3위였다.
또마 뵈클레는 2012 투르 드 프랑스 16구간 우승으로 개인 통산 4번째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우승을 기록했다.
뵈클레에게 16구간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는 투르 드 프랑스에서 구간우승과 산악왕, 가장 공격적인 라이더 수상까지 하루에 3가지를 상을 받았다.
개인 종합순위에서는 카델 에반스(+8분6초)가 7위로 떨어졌다. 1위부터 3위까지 브래들리 위긴스(74시간15분32초), 크리스토퍼 프룸(+2분5초), 빈센조 니발리(+2분23초)는 16스테이지에서 함께 골인해 순위나 시간차의 변동이 없었다. BMC 레이싱 팀의 리더는 카델의 추락으로 티제이 반 가더른으로 바뀌었다. 가더른은 위긴스보다 종합순위 시간이 7분55초 늦어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위긴스는 4번만 옐로저지를 방어하면 종합우승의 영광을 안게 된다.
경쟁자가 없어진 그린저지는 이변이 없는 한 피터 사간(Peter Sagan, 리퀴가스 캐논데일)의 것이 될 것이다.
티제이 반 가더른은 16구간 경기를 마치며 BMC 레이싱 팀 내 가장 우수한 종합순위를 기록하게 됐다.
17구간 : 2012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산악구간
17스테이지는 베르아드르숑(Bagnères-de-Luchon)부터 페야기드(Peyragudes, 17 스테이지)까지 143㎞의 산악구간 경기이다. 산악포인트 지점은 총 5개가 설정됐는데 난이도는 가장 어려운 HC부터 1~3등급까지 다양하다. 피니쉬라인은 1카테고리의 언덕을 올라 정상에 위치하고 있어 두 배의 산악포인트가 부여된다. 날씨도 16구간과 같이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16구간에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한 뵈클레가 산악왕 저지를 지킬 체력이 남아있을지가 17구간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