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스테이지는 베르아드르숑(Bagnères-de-Luchon)부터 페야기드(Peyragudes, 17 스테이지)까지 143.5㎞의 산악구간에서 펼쳐졌다. 산악포인트 지점은 총 5지점으로 네 번째 언덕인 포드 발레(Port de Bales, 난이도 최상)와 피니쉬라인이 위치한 페야기드(언덕 정상 피니쉬로 산악포인트 2배)가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2012 투르 드 프랑스의 마지막 산악구간에 많은 산악포인트가 걸려있어 산악왕을 놓고 또마 뵈클레(16구간까지 107점)와 프레드릭 케시아코프(16구간까지 103점)의 대결에 관심이 모였다.
뵈클레와 케시아코프의 산악왕 쟁탈전
날씨는 16구간에 이어 무더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기는 흐린 하늘 덕분에 섭씨 15도의 시원한 날씨에서 진행됐다. 몇몇 언덕의 정상은 기온이 10도가 채 안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경기의 시작부터 몇 번의 브레이크어웨이 시도가 있었고 펠러톤이 추격하며 그룹의 속도가 빨라졌다. 선두그룹이 확실히 분리된 건 경기 시작 후 40분 정도가 지난 후였다. 알레한드로 발베르데(Alejandro Valverde, 모비스타), 또마 뵈클레(Tomas Voeckler, 유로카), 피에흐 롤랑(Pierre Rolland, 유로카), 데니스 맨초프(Denis Menchov, 카츄사), 프레드릭 케시아코프(Fredrik Kessiakoff, 아스타나) 등 24명의 선수가 그룹을 형성했다. 펠러톤을 이끄는 건 보아슨 하겐(Boasson Hagen, 스카이 프로사이클링)을 비롯한 4명의 스카이 팀. 물론 브래들리 위긴스(Bradley Wiggins, 스카이 프로사이클링)도 포함되어 있다. 위긴스의 옆엔 빈센조 니발리(Vincenzo Nivali, 리퀴가스 캐논데일)가 공격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24㎞지점에서 선두그룹과 펠러톤의 시간차는 15초였다.
17구간의 첫 언덕을 오르며 선두그룹의 앞에 선 이는 피에흐 롤랑이었다. 그 뒤로 산악왕을 겨루는 뵈클레와 케시아코프가 따라 붙었다. 정상을 1㎞도 남기지 않았을 때, 뵈클레와 케시아코프가 앞으로 나갔다. 뵈클레가 산악포인트 지점을 먼저 통과해 10점을 얻었고, 케시아코프는 2위로 8점을 더했다. 둘의 산악포인트 차이는 6점. 펠러톤은 언덕을 오르며 상당수의 선두그룹 선수들을 따라잡았다. 선두그룹에 남은 선수는 6명 뿐이었다. 언덕의 정상 무렵 니발리는 위긴스를 추월해 먼저 내리막으로 접어들었다. 니발리는 내리막에서 6명의 선두그룹에 합류했고, 스카이는 하겐을 앞세워 추격에 들어갔다. 니발리는 펠러톤을 25초 차이로 앞섰지만 선두그룹엔 그를 도와줄 팀 메이트가 없었다. 니발리는 속도를 줄여 펠러톤으로 복귀했다.
니발리가 펠러톤으로 순순히 복귀하자 스카이도 더 이상 선두그룹을 맹렬히 추격하지 않았다. 두 번째 언덕을 앞에 둔 43㎞ 지점, 선두그룹과 펠러톤의 시간차는 40초로 벌어졌고, 선두그룹이 안정됐다고 판단한 선수들은 펠러톤을 박차고 나왔다. 선두그룹과 그들을 쫒는 카운터어택 그룹, 펠러톤이 차례대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의 정상에 가장 먼저 모습을 보인 건 산악왕 뵈클레와 도전자 케시아코프였다. 뵈클레가 또 한번 앞섰고, 둘의 점수차는 8점으로 벌어졌다. 카운터어택 그룹은 내리막에서 선두그룹과 거리를 좁혔고, 70㎞지점에선 완전히 따라잡아 선두그룹의 숫자는 17명으로 늘어났다. 펠러톤과의 시간차는 3분5초. 펠러톤의 선두엔 리퀴가스 팀이 포진했다. 17구간의 하이라이트인 최고 난이도의 포드 발레와 연이은 페야기드(Peyragudes)에서 승부를 볼 심산이다. 스카이는 리퀴가스의 바로 뒤에서 견제하고 있었다.
세 번째 언덕에선 샌디 카사가 산악포인트를 차지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케시아코프가 포인트를 노리며 어택. 뵈클레도 포인트를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시아코프의 뒤에 붙어있던 뵈클레는 산악포인트 지점을 바로 앞에 두고 결국 케시아코프를 제쳤다. 16구간에서 스테이지 우승까지 한 뵈클레는 아직도 산악왕을 지킬 체력이 충분히 남아있는 듯하다.
81㎞에 위치한 중간 스프린트 포인트 지점에서 펠러톤과 선두의 차이는 2분15초로 줄었다. 이내 17구간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었다. 연속된 두 개의 언덕엔 산악포인트가 많이 걸려있고, 니발리에겐 시간차를 줄이기 좋은 구간이다. 리퀴가스는 펠러톤을 강렬하게 끌어댔고, 도망치는 선두그룹도 속도를 올려야 했다. 빨라진 속도를 못 이겨 낙오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선두그룹은 산산히 쪼개졌고, 펠러톤의 마이클 몰코브(Michael Morkov, 삭소뱅크), 마크 카벤디쉬(Mark Cavendish, 스카이 프로사이클링)도 뒤쳐졌다.
크리스토퍼 프룸, 팀을 위한 헌신
가장 먼저 포드 발레를 오르기 시작한 선수는 모비스타의 루이 코스타(Rui Alberto Costa, 모비스타)였다. 뒤 이어 발베르데가 선두에 합류했고, 이고이 마르티네즈(Egoi Martinez, 유스칼텔 유스카디)와 리바이 라이파이머(Levi Leipheimer, 퀵스텝)가 추격조를 결성했다. 추격조는 곧 뒤로 쳐진 코스타를 잡았다. 발베르데가 17초 앞서 단독 선두가 됐다. 그대로 정상을 통과. 발베르데가 가장 빨랐고, 그 뒤론 마르티네즈, 코스타, 카드리, 라이파이머 순으로 정상을 넘었다. 언덕을 오르며 뵈클레와 케시아코프의 신경전도 상당했다. 둘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며 접전을 펼쳤고, 승리는 또 뵈클레의 것이었다. 둘은 선두보다 1분55초 늦게 정상을 지났다. 옐로저지 그룹은 오르막에서 추격을 고삐를 죄어 7명을 제외한 모든 선두그룹을 따라잡았다. 옐로저지 그룹에 남은 인원은 34명. 선두의 리퀴가스 선수들도 이젠 3명으로 줄었다.
골을 20㎞를 남기고 발베르데가 단독 선두, 마르티네즈와 코스타는 50초 차이로 그를 뒤쫒고 있고, 뵈클레, 케시아코프, 카드리, 라이파이머는 2분5초 뒤쳐져있다. 펠러톤과 발베르데의 시간차는 2분40초. 선수들은 이제 페야기드만 올라가면 피니쉬라인을 만나게 된다. 페야기드로 올라가는 갈림길에서 코스타가 길을 잘못 들어서며 시간을 지체했다. 발베르데를 쫒는 건 마르티네즈 뿐이다. 하지만 둘의 시간차는 점점 늘어나 2분을 넘었다. 오르막으로 접어든 뵈클레 그룹은 바로 뒤따른 펠러톤에 흡수됐다. 펠러톤 앞의 리퀴가스 선수는 이제 이반 바쏘(Ivan Basso, 리퀴가스 캐논데일)와 니발리 뿐이다. 반면 스카이 팀은 아직도 4명의 선수가 남아있다. 옐로저지 그룹의 전체 선수도 24명으로 줄었다. 경사를 오르며 카델 에반스(Cadel Evans, BMC 레이싱)가 또 쳐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옐로저지 그룹의 티제이 반 가더른(Tejay Van Garderen, BMC 레이싱)은 에반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BMC 레이싱 팀의 목표는 이제 카델의 포디엄 입성에서 티제이의 베스트 영 라이더 저지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페야기드를 오르며 옐로저지 그룹의 몇몇 선수들이 어택했지만 위긴스를 앞서진 못했다. 오히려 옐로저지 그룹의 속도를 올려 선두를 따라잡는데 도움이 될 뿐이었다. 골을 3㎞남기고 선두는 어느새 발베르데만 남았고, 그 뒤를 크리스토퍼 프룸(Christopher Froome, 스카이 프로사이클링)과 위긴스가 쫒고 있다. 니발리와 반 가더른도 둘의 속도를 따르지 못했다. 발베르데와 프룸의 시간차는 1분25초에서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2㎞지점, 발베르데의 시간우위는 겨우 37초. 프룸은 두 번째 구간우승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위긴스를 버리지 못했다. 프룸은 계속 뒤를 돌아보며 위긴스를 재촉했지만 위긴스는 더 이상 가속할 힘이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발베르데가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고, 크리스토퍼 프룸과 위긴스가 19초 차이로 함께 골인했다.
발베르데는 17구간 우승으로 통산 3번의 투르 드 프랑스 구간 우승을 기록했다.
위긴스는 프룸의 활약으로 경쟁자들과의 간격을 키웠다.
피터 사간의 그린저지를 노리는 선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마 뵈클레는 17구간에서 산악포인트 2위의 케시아코프와 충분한 차이를 만들었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 산악포인트를 얻지 않더라도 완주만 한다면 산악왕이 된다.
카델 에반스의 포디엄 입성 희망이 빛을 잃어감에 따라 반 가더른은 BMC 레이싱 팀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발베르데는 우승과 함께 가장 공격적인 라이더(General most aggressive rider)상도 수상했다.
18구간 : 대규모의 브레이크어웨이 그룹 예상
블라냑(Blagnac)부터 브리브 라 가야드(Brive-la-Gaillarde)까지 222.5㎞는 평지 구간이다. 코스에 위치한 4개의 오르막들은 비교적 낮은 낮이도의 3등급 한 개와 4등급 3개다. 주최 측은 평지 구간인 만큼 대규모의 브레이크어웨이 그룹이 등장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