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탈리아 전역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던,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7년 지로 디탈리아(이하 지로)는 5월 5일부터 28일까지 21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었고, 참가 선수들은 하루 평균 171.4㎞, 총 3615.4㎞를 달렸다. 100회를 맞이한 지로, 치열한 경쟁 끝에 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주인공은 팀 선웹의 톰 듀물랭 (Tom Dumoulin)이었다. 듀물랭은 네덜란드인으로는 처음 지로 우승자이자 100회째 지로 우승이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100회 지로 디탈리아의 종합우승은 팀 선웹의 톰 듀물랭이 차지했다. 듀물랭은 자이언트 타임트라이얼 머신인 트리니티 어드밴스 프로 TT를 타고, 2번의 타임트라이얼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톰 듀물랭이 입은 지로 디탈리아 핑크저지엔 많은 의미가 담겼다. 100회째 지로 디탈리아 우승의 주인공이고, 자신의 첫 그랜드 투어 우승이자 고국 네덜란드에 안겨준 첫 핑크저지였기 때문이다.
톰 듀물랭의 우승은 사실 쉽지 않았다. 강력한 우승후보 나이로 퀸타나(Nairo Quintana)와 이미 지로를 2번이나 우승한 바 있는 전년도 챔피언 빈센초 니발리(Vincenzo Nivali)가 듀물랭의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스프린터들의 활약하던 투어 초반이 지나, 10 스테이지에서야 개인타임트라이얼이 열렸다. 이때 톰 듀물랭는 압도적인 기록으로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나이로 퀸타나가 입고 있던 있던 말리아 로자를 빼앗아 오게 된다. 이후 줄곶 말리아 로자를 지키던 듀물랭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스텔비오 패스를 2번이나 넘는 스테이지 16은 톰 듀물랭에게 악몽이 될 뻔 했다. 경기 도중 배탈이 나서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기 때문. TV를 보던 사이클링 팬들을 놀라게 한 생리현상으로 약 1분 30초의 시간이 사라졌다. 퀸타나에겐 곧바로 핑크저지를 가져올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15 스테이지에서 낙차했던 자신을 기다려 팰러톤에 합류할 수 있도록 예우해 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듀물랭을 기다려 천천히 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로를 시작한 이래 우승이 없던 니발리가 이 퀸 스테이지에서 우승하면서, 듀물랭과 퀸타나 그리고 니발리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듀물랭과 함께 19개 스테이지에서 활약한 자이언트 TCR 어드밴스 SL.
지로의 마지막 스테이지가 듀물랭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개인 타임트라이얼이기 때문에 니발리와 퀸타나는 어떻게 해서든 후반부의 돌로미티 스테이지에서 듀물랭을 따돌려야 했는데, 쉽지 않은 일이었다. 스테이지 19에서 퀸타나는 다시 듀물랭에게 핑크 저지를 가져오면서 38초 차로 벌렸고, 다음날도 말리아 로자를 지켜 53초 차이를 만들면서 듀물랭은 4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퀸타나가 가진 53초의 리드는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듀물랭의 추격을 따돌리기에는 충분한 격차가 아니었다.
듀물랭은 “상상도 못 했지만 운이 좋게 우승을 위한 조건이 맞아 떨어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감했다.
100회 지로의 마지막 무대는 F1 경기가 열리는 몬자 서킷에서 출발해 밀라노 대성당까지 총 29.3km를 달리는 개인타임트라이얼. 평지와 내리막으로 이뤄진 코스에서 듀물랭은 퀸타나와 니발리보다 큰 58T 체인링을 걸고 놀라운 속도로 질주했다. 퀸타나가 가졌던 53초의 우위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듀물랭은 결국 퀸타나보다 종합기록에서 31초 앞서 100회 지로의 종합우승자가 됐다.
“오늘 컨디션이 좋았어요. 코스의 반 정도를 달렸을 때 이어폰을 통해 더 이상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죠. 순간 승리를 예감했습니다.”
톰 듀물랭은 우승의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오늘 제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동안 그랜드 투어에서 우승할 거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저는 이번 지로에서 강했고, 운이 좋았으며, 우승을 위한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