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노가 지난 4월 16일 미국의 자전거 대회 시오터 클래식과 온라인을 통해서 전 세계에 일제히 공개한 신형 데오레 XT, 그 실물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장소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가르다 호수(서울의 면적보다도 크다)의 북쪽 끝에 위치한 도시, 리바 델 가르다(Riva del Garda). 독일의 산악자전거전문지인 바이크가 개최하는 바이크 페스티벌의 기간 동안 시마노 유럽이 세계 각지에서 35명의 기자들을 리바 델 가르다로 불러 모아서 새로운 데오레 XT가 장착된 자전거를 체험할 기회를 준 것.
시마노 유럽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북미 그리고 남미에서까지 기자들을 초청하고는 이례적으로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신형 데오레 XT의 소개에 대해서 단 10분만을 할애한 것. 이유는 참가자들이 모두 자전거 전문지의 기자들이기 때문에 신형 데오레 XT의 특징과 사양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기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치를 곁들인 설명보다는 직접 흙에 타이어를 문지르면서 새로운 데오레 XT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행사는 테스트 라이드 위주로 진행됐다. 리바 델 가르다는 데오레 XT와 잘 어울리는 트레일이 산재한 산악자전거의 천국이고, 시기 또한 유럽의 산악자전거 애호가들이 한 곳으로 모여드는 때여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 호의 북쪽에 위치한 휴양도시 리바 델 가르다에서 아마추어들을 위한 자전거 축제가 열렸다. 시마노는 데오레 XT가 레이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그룹셋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데오레 XT M8000의 미디어캠프 장소로 바이크 페스트 기간의 리바 델 가르다로 정했다.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 뿐 아니라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인근 국가의 자전거 동호인들로 북적거렸다.
시마노 유럽의 프로덕트 매니저 팀 게리츠는 프레젠테이션을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지루한 설명보다는 직접 보고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것.
데오레 XT, 1982년생(33세)
시마노 데오레 XT는 1982년 판매를 시작한 최초의 산악자전거 전용 그룹셋이다. 최초의 모델인 데오레 XT M700은 기존에 존재하던 투어링용 그룹셋인 데오레를 기본으로 산악자전거에 맞게 개발한 것. 그래서 이름이 데오레 XT가 되었고, M700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3~4년 주기로 세대가 바뀔 때마다 꾸준히 숫자를 올려서 2011년 발표한 9세대 모델의 번호는 M780이었다. 자연히 다음 모델의 코드네임은 M790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새로운 XT의 이름은 M8000으로 결정됐다. 데오레 XT가 32살이 되는 동안 산악자전거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소재와 무게, 기어의 수와 서스펜션과 타이어 등 모든 부분에서 큰 발전이 있었고, 자전거의 용도와 라이딩 트렌드 그리고 그룹셋이 장착되는 부품의 형태 변화에 맞춰서 꾸준히 발전했다. 데오레 XT가 탄생했을 당시인 1983년과 지금의 산악자전거는 형태부터 라이딩 환경까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시마노는 11단 스프라켓이 처음 채용된 듀라 에이스에 9000이라는 숫자를 부여하면서 과거보다 높은 도약을 이뤘음을 알렸다. 마찬가지로 11단이 채용된 산악자전거용 그룹셋인 XTR에도 M9000이라는 4자리 숫자를 붙인바 있다. 이번 데오레 XT는 1년 먼저 선보인 M9000 XTR의 특징을 대거 물려받았기에, 세 자리 수 모델명에서 네 자리 수인 M8000으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시승차는 총 18대가 준비됐다. 휠셋이 생산 전이어서 XTR을 사용한 것 외에는 신형 데오레 XT인 M8000이 풀 세트로 적용됐다.
휠셋은 아직 대량생산 제품이 확보되지 않아 프로토타입을 전시했다. 27.5인치와 29인치 두 가지 휠 사이즈에 림 폭에 따라서 크로스컨트리용(20C)과 엔듀로/트레일용(24C)가 있다.
XT는 산악자전거에 있어서 근간과 같다. 최초의 산악자전거 전용 그룹셋이었을 뿐만 아니라, 산악자전거 그룹셋이 가져야 할 조건을 알리는 기준이었다. 10년 전에는 산악자전거 그룹셋의 구분이 간편했다. 크로스컨트리용 아니면 다운힐용으로 말이다. 성격이 이 두 장르 사이에 있다면 부품을 적당히 섞어서 쓰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라이딩 스타일이 훨씬 더 세분화되어 있다. 크로스컨트리와 다운힐은 여전하고, 엔듀로와 트레일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자연히 그룹셋도 라이딩 스타일에 맞게 적응하고 진화해야 한다. 시마노는 M9000 시리즈 XTR을 통해서 그 방향을 제시하고, M8000 데오레 XT를 통해서 대중화를 꾀했다.
3단 체인링이 주력이었고 2단 체인링이 옵션이었던 M780 데오레 XT가 크로스컨트리와 트레일 라이딩에 집중했었다면, M8000 데오레 XT는 1단 체인링 크랭크셋까지 추가해서 엔듀로 까지 영역을 넓혔다. 데오레 XT는 XTR처럼 레이스 기반의 그룹셋은 아니지만 높은 가격 대비 성능을 통해서 폭 넓고 다양한 취향의 라이더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시마노의 말대로 산악자전거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는 ‘모험을 위한 그룹셋’인 셈이다.
XC용 20C 휠은 퀵릴리스 타입이고, 24C 제품은 스루액슬을 쓴다.
새로운 데오레 XT의 컨셉은 파워풀하고 역동적이며 단호할 것이라는 세 가지다. 파워풀은 효율적인 힘 전달과 높은 반응성을 가진 제동성능을 뜻하고, 역동적은 11단 카세트 스프라켓과 라이더의 요구에 맞춘 3가지 조합의 체인링으로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 그리고 단호함은 거친 환경과 트레일에서 지속되는 변속과 제동의 신뢰성, 부품의 견고함을 의미한다.
효율 높이고 옵션 다양화
데오레 XT는 9000시리즈 XTR에 이어서 두 번째 11단 카세트 스프라켓을 채용한 산악자전거 그룹셋이다. 크랭크 셋은 체인링이 1장(싱글)짜리인 FC-M8000-1과 2장(더블)인 FC-M8000-2 그리고 3단(트리플) 체인링인 FC-M8000-3가 있다. 3단 체인링은 40-30-22T 하나뿐이지만 2단 체인링과 1단 체인링은 각각 3가지 옵션이 있다. 38-28T와 36-26T, 34-24T가 2단 체인링의 선택 가능 옵션이고 1단 체인링은 30T와 32T, 34T가 있다. 이전 M780 XT에는 2단과 3단 체인링 버전만 있었다. 1단 체인링 크랭크셋은 M8000 데오레 XT에서 처음 채용한 것.
1단 크랭크셋인 FC-M8000-1. 톱니 부분은 스테인리스 스틸이며 나머지 부분은 카본이다. 변속이 필요 없기 때문에 톱니가 체인에 더 깊숙이 파고드는 형태다. 체인이 이탈할 확률 또한 낮고 폭발적인 페달링을 할 때도 유리하다.
데오레 XT M8000의 세 가지 크랭크셋 중 주력이 될 더블 체인링 크랭크셋.
XTR에 이어서 데오레 XT도 11단 카세트 스프라켓을 달게 되었다. 마지막 스프라켓(40T 또는 42T)만 알루미늄이고, 나머지 스프라켓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
11단 카세트 스프라켓은 11-40T와 11-42T가 있는데 11-42T는 1×11 전용이다. 이 중 마지막 체인링인 40T 또는 42T만 알루미늄이고, 나머지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
이렇게 한 장 늘어난 스프라켓과 1, 2, 3단으로 나오는 크랭크셋 덕분에 라이딩의 스타일에 따라서 그리고 자전거의 종류, 휠 사이즈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급경사가 있는 지역을 자주 라이딩하거나 페달링 파워가 부족해서 더 넓은 기어비가 필요한 라이더는 3단 체인링 크랭크셋을 선택하면 되고, 오르막의 비중이 적고 다운힐 위주의 라이딩 또는 엔듀로 레이스를 생각하다면 1단 체인링을 선택하면 된다. 2단 체인링은 3단 체인링보다 가볍고 거친 지형에서 지면에 체인링이 닿을 일이 적어서 보다 험하고 역동적인 라이딩을 하는 라이더들이 선호한다. 참고로 유럽은 2단 크랭크셋이 주력이고, 국내에서는 3단 크랭크셋의 인기가 높다고.
사이드 스윙 방식 앞 디레일러. 신형 데오레 XT를 체험해 봤을 때 가장 큰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변속에 힘이 매우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변속 속도 또한 빠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11단 스프라켓의 채용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 같지만, 시마노 유럽의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이드 스윙’ 방식의 앞 디레일러에 높은 점수를 줬다. 기계식 앞 디레일러가 탄생한 이래 변속의 케이블은 시트튜브의 위 또는 아래에서 당기는 방식이었다. 이 구조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 바로 XTR을 통해서 한 걸음 먼저 선보인 사이드 스윙 방식이다. 다운튜브에서 앞 디레일러의 옆으로 곧바로 케이블이 연결되고, 이 케이블이 위/아래가 아닌 옆에서 당긴다 하여 사이드 스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효과는 대단하다. 보통 신형 부품이 나오더라도 곧바로 변화를 알아차리기는 어려운 편인데, 사이드 스윙이 적용 방식의 디레일러는 매우 적은 힘으로 변속을 할 수 있다. 적은 힘으로도 변속이 되기 때문에 체인에 의해서 부하가 걸린 상황에서는 같은 힘으로 변속기를 작동할 때 M8020의 경우 기존 XT 앞 디레일러보다 무려 50%나 더 강한 변속 파워를 발휘한다.
그렇다고 사이드 스윙 타입의 앞 디레일러만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3단 크랭크 셋에는 사이드 스윙 방식의 디레일러만 달 수 있지만, 2단 크랭크 셋은 다운 스윙과 탑 스윙 방식의 디레일러도 쓸 수 있다.
사이드 스윙 앞 디레일러를 쓰면 변속케이블이 다운튜브에서 연결된다. 탑 또는 다운 스윙 타입 디레일러와 비교했을 때 변속케이블의 길이가 줄어들고 저항이 생기는 부분 또한 적기 때문에 더 부드럽고 강한 변속을 할 수 있다. ⓒ Irmo Keizer / Shimano
뒤 디레일러도 개선을 이뤘다. 변속 레버와 호흡을 맞춰서 변속에 들어가는 힘을 20% 줄였고, 체인의 장력을 제어하는 스태빌라이저의 감도를 조작하는 방법을 개선했다. 스태빌라이저의 아래쪽에 있는 고무 캡을 열고 육각렌치로 돌려서 감도를 조작하는데, 스태빌라이저를 조작해서 디레일러의 텐션을 약하게 하면 크로스컨트리 라이딩에 어울리고 반대로 강하게 조작하면 체인이 위아래로 심하게 출렁거리기 쉬운 빠른 다운힐이나 엔듀로 라이딩 등에 어울린다.
시프터와 함께 호흡을 맞춰 변속에 들어가는 힘을 20% 줄였고, 스태빌라이저의 감도 조작 방법을 개선했다.
변속레버는 XTR처럼 변했다. 레버가 길어졌고 레버에는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엠보싱 처리를 했다. 브레이크 레버의 클램프를 이용해서 변속레버까지 고정하는 I-스펙 Ⅱ가 적용되었는데, 변속레버의 상하 각도와 좌우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길이가 길어진 변속 레버.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끝부분을 가공했다. ⓒ Irmo Keizer / Shimano
시마노는 XTR이 MTB 그룹셋 중 가장 높은 성능을 내지만 가격 때문에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적은 부담으로 XTR의 핵심 기능을 그대로 담은 데오레 XT M8000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새로운 데오레 XT가 지금껏 진화해온 시리즈 중 가장 높은 변속성능과 제동력 그리고 내구성을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데오레 XT M8000을 달고, 어느 곳에서 라이딩을 해도 괜찮다면서.
테스트 라이딩에 나서기 전 자전거를 세팅하는 각국의 미디어들.
시마노는 바이크 페스트 엑스포 부스에서 데오레 XT M8000의 전시와 정비 서비스 외에 올해로 탄생 25주년을 맞은 SPD(시마노 페달링 다이내믹스)페달과 신발을 전시했다.
바이크 페스트 기간 동안 유튜브 스타 대니 매카스킬의 드롭 앤 롤(Drop and Roll) 공연이 수시로 펼쳐졌다. 트라이얼 마스터 한스 레이(중앙)가 초대되어 마이크를 잡고, 대니 매카스킬이 선보인 기술을 설명하기도 했다.
테스트 라이딩 도중 바이크 페스트의 주최사인 독일 바이크紙의 기자를 만났다. 그는 1993년형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당시의 부품이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사진은 22년 전의 7단 데오레 XT 시프터.
데오레 XT M8000 그룹셋이 장착된 자전거를 시승 중인 기자. 뒤로 가르다 호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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