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일요일. 와츠스포츠 한남점이 라이더들로 부산하다. 100마일(약 161㎞)를 달리는 와츠 센추리 라이드의 참가자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와츠스포츠는 2013년 첫 센추리 라이드를 개최한 이래 해마다 한 두 차례 센추리 라이드를 진행하고 있는데, 단 몇 시간 만에 정원 100명이 채워질 정도로 인기가 높다. 어느새 11회를 맞는 이번 센추리 라이드에는 슬로바키아의 의류 브랜드, 이자도르의 창업자인 벨리츠 형제가 함께 달리는 ‘이자도르 × 와츠 센추리 라이드’로 진행됐다.
와츠스포츠 한남점 앞에 이자도르 × 와츠 센추리 라이드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오전 8시가 조금 지난 시간, 100명의 참가자와 벨리츠 형제 그리고 와츠스포츠의 임직원까지 총 106명이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약 161㎞의 장거리 라이딩에 나선다. 기록을 측정하지는 않지만, 저녁 7시까지는 와츠스포츠에 도착해야 하기에 마냥 여유롭게 달릴 수는 없다. 빠른 완주를 위해 오전 7시에 출발한 팀도 있다고.
코스는 와츠스포츠 한남점에서 시작해 한강자전거도로를 이용해 팔당을 지나 청평역을 거쳐 포천 수원산을 오른 후 소홀읍과 진접읍, 왕숙천 그리고 구리를 지나서 다시 한강자전거도로를 이용해 와츠스포츠로 회귀하게 된다. 총 2150m를 오르며, 수원산 전망대에 보급을 겸한 체크 포인트가 마련됐다.
팔당호를 지나 북한강을 끼고 청평 방향으로 달리는 참가자들.
와츠스포츠는 2013년 첫 센추리 라이드를 개최했다. 어느새 11번째 행사가 됐다.
이계웅 기흥인터내셔널 대표가 체크포인트에서 벨리츠 형제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코스에서 유럽의 프로 선수들과 함께 라이딩하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부끄러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가까이 가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진행 속도는 주최인 와츠스포츠의 예상보다 빨랐다. 정오 전후로 90㎞ 지점인 수원산 전망대에 상당수의 참가자들이 도착했고, 오후 2~5시 사이에 대부분의 참가자가 와츠스포츠 한남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완주자들에게는 핫도그와 커피 등의 간식과 함께 와츠스포츠 한남점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헬멧, 고글, 슈즈 등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16만 크레딧이 상품으로 주어졌다.
완주자들에겐 푸드트럭의 핫도그와 음료가 제공됐다.
완주 확인을 받은 참가자들에겐 와츠스포츠에서 사용할 수 있는 16만 크레딧이 주어졌다. 센추리 라이드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참가자들.
양찬우 와츠스포츠 부장은 “대다수의 인원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센추리 라이드를 마쳤다”면서 놀라움을 표했다. 코스의 난이도가 과거보다 낮아서 참가자들이 만족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도 들었지만, 완주자들에게 ‘좋은 코스에서 즐겁게 라이딩 했다’는 평가를 듣고서야 기우였음을 알았다고. 와츠스포츠는 도전적이면서도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코스를 마련해 센추리 라이드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자로드 창업자, 벨리츠 형제
이자도르의 창업자, 벨리츠 형제가 ‘이자도르 × 와츠 센추리 라이드’에 참석했다. 한국의 동호인들과 함께 라이딩한 것이 벌써 네 번째다. 왼쪽이 마틴 벨리츠(Martin Velits), 오른쪽이 피터 벨리츠(Peter Velits)다.
슬로바키아의 마틴과 피터 벨리츠 형제는 쌍둥이로 3년 간의 아마추어 팀 활동 이후 2007년 프로 사이클링에 데뷔해 팀 밀람과 HTC 하이로드 그리고 오메가 파르마 퀵스텝까지 같은 팀에서 활동을 했다. 2012년부터는 사이클 의류 브랜드 ‘이자도르’를 설립해서 프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시에 의류 디자인과 비즈니스까지 병행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피터 벨리츠는 2008년 뚜르 드 프랑스에 처음 출전한 이래 총 6번 완주했고, 2010년에는 부엘타 아 에스파냐에서 종합 3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2년부터 3년 연속으로 팀타임 트라이얼 세계챔피언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BMC 레이싱 팀으로 이적해 형제가 처음으로 다른 팀에 활동하게 되었고, 2016년 시즌을 끝으로 프로 사이클링에서 은퇴해 이자도르의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뚜르 드 프랑스 출전이 많았던 피터와 달리 마틴 벨리츠는 부엘타 아 에스파냐의 경험이 풍부하다. 2008년 첫 출전 이래 은퇴 전까지 총 7번의 부엘타를 완주했다. 피터보다 1년 더 레이싱 무대에서 활동했고, 2018년부터 이자도르에 전념하게 됐다.
벨리츠 형제는 2015년부터 한국을 방문해 팬들과 함께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동호인들에게 익숙한 남산과 북악산 업힐을 통해서 인생 첫 야간 라이딩을 경험했으며, 한강자전거도로를 이용해 팔당을 지나 경기도 광주시 분원리에 다녀오기도 했다. 서울에서 야간 라이딩을 하면서 고궁에 관심을 보였고, 그 결과 기와를 모티브로 한 저지를 제작하는 등 여행과 출장을 통해 얻은 경험과 영감을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센추리 라이드를 마친 벨리츠 형제와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여유롭게 수원상 정상에 오른 피터 벨리츠.
-형제가 오랜 시간 함께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마틴 “피터와 저는 정말 오랫동안 같은 팀에 있었어요. 아마추어와 프로를 합쳐서 총 6개 팀에서 같이 활동했거든요. 퀵스텝 팀에서 함께 있을 때 이적 시장의 요구로 피터가 BMC로 옮겨가게 됐어요. 사이클링을 시작한 이후 처음 다른 팀에서 활동하게 된거죠.”
-피터와 마틴 순으로 프로 사이클링에서 은퇴했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
마틴 “프로 선수였을 때보다 훨씬 여유롭습니다. 프로는 늘 훈련과 대회로 바쁘거든요. 저희가 현역이었을 때 이자도르를 설립해서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레이스에 출전하고, 비즈니스도 해야 했으니까요. 지금은 이자도르에 100%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피터 “마틴이 얘기한대로 삶이 많이 달라졌어요. 프로와 프로가 아닌 것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거든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쏟던 에너지를 모두 이자도르에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중이 좀 늘었다는 것도 차이점 중 하나겠네요.”
수원산 전망대에서 주변을 살펴보는 마틴 벨리츠. 서울을 벗어나 북쪽으로 달린 것은 처음이라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이자도르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이번 FW 제품에 자신이 있다고요.
마틴 “이자도르는 일 년에 두 번 컬렉션을 발표합니다. SS(봄/여름)와 FW(가을/겨울)죠. 이번 겨울 의류는 새로운 컬러와 조합을 통해서 신선함을 부여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제품으로는 메디오(Medio) 재킷을 꼽겠어요. 완벽한 방수 성능을 보이면서, 신축성이 좋아 착용감이 편안하고 반사소재를 써서 어두운 겨울에 운전자의 눈에 금방 띌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이자도르의 재킷 중 가장 따뜻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추운 겨울에 잘 어울릴 겁니다.”
-오늘 라이딩은 어땠습니까? 이번이 세 번째던가요?
피터 “네 번째입니다. 우린 한국을 정말 사랑해요. 오늘은 와츠스포츠를 출발해서 서울을 벗어나 북쪽을 달리고 왔는데, 날씨 또한 좋아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지요. 처음 보는 곳들을 눈에 많이 담았습니다.”
마틴 “몇 달 전부터 한국 방문을 고대했어요. 방문했을 때마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갔거든요. 라이딩 코스도 좋았고, 라이딩하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도 좋았어요. 한국음식 또한 즐기는지라 최대한 오래 머물다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벨리츠 형제는 아름다운 한국의 풍광을 즐기며 기억에 남을 라이딩을 마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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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츠스포츠 www.watts-sports.com ☎(02)797-8279
[바이크왓 한동옥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