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경기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도로경기. 그런데 도로경기도 한 가지 종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로경기의 종류와 그 형식을 간단히 알아본다.
매년 봄, 국내 로드바이크 동호인들을 설레게 하는 연례행사가 있다. 바로 ‘투르 드 코리아’다. 투르 드 코리아는 경기클래스가 ‘UCI 아시아투어’에 속하는 2.2(ME+MU2.2) 대회이며, 대회 방식은 스테이지 로드레이스다. 내부적인 내용으로 보면 엘리트경기와 스페셜경기로 나뉜다. 엘리트경기(공식경기)는 해외 초청 팀들과 국내 상위 팀들이 출전해 팀 대항으로 각축을 벌이는 경기이고, 스페셜경기는 사전 프리테스트를 통과한 동호인 팀들이 펼치는 그야말로 특별경기다.
지난 몇 년간 이 스페셜경기를 통해 로드바이크 국내동호인들은 도로경기의 개념들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제 많은 사람들이 도로경기하면 으레 투르 드 코리아를 떠올린다. 하지만 투르 드 코리아 같은 구간경기는 도로경기의 한 가지 형식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로드레이스가 투르 드 코리아 같지는 않다는 말이다.
‘로드레이스’는 한 가지 경기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사이클 도로경기에는 ‘투르 드 코리아’와 같은 경기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도로경기에는 구간경기를 포함해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종목들이 있다. 이제부터 각각의 경기형식을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1일 경기(One-day Race)
구간경기(Stage Races)
개인도로경기(Individual Race)
개인도로독주, 단체도로독주(Individual Time Trial & Team Time Trial)
크리테리움(Criteriums)
구간경기(Stage Races)
개인도로경기(Individual Race)
개인도로독주, 단체도로독주(Individual Time Trial & Team Time Trial)
크리테리움(Criteriums)
대회기간이 하루인 ‘1일 경기’
‘1일 경기(One-day Race)’는 대회기간이 하루인 도로경기를 말한다. 즉, 한 번의 출발과 한 번의 도착으로 구성된다. 도로경기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적인 형식을 들라면 그 첫 번째가 이 ‘1일 경기’이다. 그 이유는 다른 도로경기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 규정들을 1일 경기 규정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일 경기는 순위경기다. 아니 사실 모든 도로경기가 순위경기다. 다시 말하면 시간기록을 따지는 경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따라서 등위는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이 우승자이고 그 이후 차례로 순위가 부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선에 커다란 시계가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경기마감시간을 계산·계시하기 위한 것이다.
1일 경기의 경기마감 시간은 선두의 결승통과시간(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걸린 시간)의 5%를 넘지 않아야한다. 이후로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는 등위분류에서 제외된다. 그러므로 경기마감시간은 꼭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형식적으로 정확히 1일 경기라고 말할 수 있는 대회는 없다. 단지 각 대회에 포함된 도로경기는 1일 경기의 규정을 따른다.
외국의 사례를 들면 가까운 일본의 ‘재팬 컵 사이클 로드레이스’가 1일 경기다. 재팬 컵도 내부적인 대회기간은 2~3일이지만 마지막 날의 도로경기만 공식경기이고, 그 이외는 사전행사나 이벤트 경기다. 따라서 ‘UCI 아시아투어 캘린더(아시아에서 열리는 국제도로경기의 일정이 등재되는 캘린더. 모른 국제경기는 각 종목과 지역의 캘린더에 미리 등록되어야 한다)’에는 마지막 날 경기만 등재되어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인들이 ‘봄의 제전’이라고 칭송하는 ‘밀라노-산레모’, 프랑스의 ‘북쪽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파리-루베’가 모두 ‘1일 경기’의 대표적인 대회들이다. 아울러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아시아선수권대회의 로드레이스도 모두 ‘1일 경기’의 범주에 속한다.
1896년에 처음 열린 ‘파리-루베’는 단 하루 동안 열리는 대표적인 ‘1일 경기’이며 도로에서 펼쳐진 단일대회로 가장 오래된 자전거경기이기도하다.
Photo: ASO, B.Bade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펼쳐지는 ‘스테이지 레이스’
스테이지 레이스(Stage Races)의 우리말 경기이름은 ‘구간경기’다. 처음에 잠깐 언급한 투르 드 코리아가 바로 이 형식의 대회다. 구간경기는 매일 정해진 경기구간을 달리며 하루하루의 승자를 가린다. 그리고 마지막 구간까지 보너스타임과 페널티타임을 포함한 누적시간기록이 가장 짧은 선수가 대회의 종합우승자가 된다. 대회 기간은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르 드 프랑스’나 ‘지로 디탈리아’의 경우 프롤로그를 포함해 총 21~22구간으로 약 3주간 경기가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스테이지 로드레이스는 모두 두 개다. 첫 번째가 위에서 잠깐 언급한 투르 드 코리아(8~10구간)이며 다른 하나는 주니어 스테이지레이스인 ‘청주MBC배 직지찾기 국제도로사이클대회(5구간)’다.
구간경기의 각 구간은 도로경기나 독주경기(Time trial)로 구성될 수 있다. 도로경기 구간에서는 ‘1일 경기’ 규정이 적용되며 독주는 ‘독주경기’ 규정이 적용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프롤로그 경기를 할 수 있는데 프롤로그 경기는 개인독주경기로 치러진다. 프롤로그 경기의 결과로 각 선수들의 초기 등위분류가 이루어지면 그 등위의 역순으로 첫 구간 경기대열의 팀카 순서가 정해진다(프롤로그 경기가 없을 경우에는 추첨으로 정한다).
위에서 잠깐 시간기록에 대해 말했지만 매 구간의 등위는 ‘1일 경기’ 규정에 의거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로 정해진다. 하지만 종합순위는 결승통과시간의 누계가 가장 빠른 선수가 선두를 차지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결승선을 한 그룹으로 통과하면 그 그룹에 속한 선수 전체에게 동일한 시간기록을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승전 마지막 3㎞이내에서 펑크나 낙차 등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경우 사고선수는 마지막까지 함께 자전거를 타던 그룹의 시간기록을 받을 수 있다(마지막 3㎞규칙은 구간경기에만 있는 고유한 규정이다. 단, 산악구간 정상에 결승선이 있는 경우 이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단, 등위는 실제 결승선을 통과한 등위를 받는다. 만약 결승선을 통과 못한 경우라면 시간기록으로 인정한 그룹의 맨 마지막 순위를 받게 된다.
이렇게 매 구간의 순위는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대로, 종합순위는 시간기록누계로 정하다보니 경기 초반 한두 구간에서는 첫 구간 우승자가 종합순위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중반이후에는 구간우승자와 종합선두선수가 다른 경우도 많다. 물론 한 선수가 매 구간 연승을 하면 당연히 그 선수에게 가장 좋은 시간기록이 주어지므로 계속 종합순위도 선두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구간경기에서는 대회특별규정으로 구간우승자에게 미리정한 보너스타임(마이너스 시간, 실제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에서 일정한 시간을 빼주는 것)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구간우승은 종합순위를 지키려는 선수와 역전을 노리는 선수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반면 차량을 잡고 이동하거나 남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 등 심각한 반칙을 하게 되면 페널티타임(플러스 시간)이 부과되어 점점 종합우승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이밖에 각 구간 코스에는 K.O.M.(King Of the Mountain, 힐클라임 리더를 가리기위한 산악지형 중간결승선)이나 스프린트(Sprint, 스프린트 능력을 가리기 위한 중간 중간결승선) 지점을 정해 두고 이곳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에게도 보너스타임이나 점수를 주기도 한다. 위에 설명한 종합우승자, 구간우승자, 산악왕, 베스트스프린터에게는 각각의 리더저지를 수여하는데 매 구간 종합점수나 기록누계가 바뀔 때 마다 저지의 주인도 바뀌게 된다.
매년 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투르 드 코리아’는 ‘UCI아시아투어’에 속하는 ‘구간경기’다. 구간경기는 매일매일의 승자를 가리며 매구간의 결승통과시간의 누적이 가장 짧은 선수가 대회의 종합우승자가 된다. -사진제공: 국민체육진흥공단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 ‘개인도로경기’
국내 엘리트선수들이 출전하는 ‘1일 경기’의 대부분이 바로 이 개인도로경기(Individual Race)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위에 설명한 ‘1일 경기’나 ‘구간경기’ 모두 팀 단위로 출전하는 국제경기라는 것이다. 이런 대회는 출전 전에 미리 대회조직위가 요구하는 ‘팀원 수’를 맞추어야 하며, 예비선수(대회 전, 엔트리명단의 선수가 출전하지 못 할 경우 대신 출전할 선수. 경기 중 교체선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도 미리 등록시켜야 한다. 반면 개인도로경기는 선수개인자격으로 출전하는 경기를 말한다. 국내(내셔널 캘린더)에서 열리는 도로경기나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콘티낸털선수권대회 등의 로드레이스가 이에 속한다. 다시 말해 ‘1일 경기’나 ‘구간경기’는 기본적으로 국제경기 캘린더(UCI 월드투어, UCI 콘티낸털투어)에 등록되는 국제경기지만, 개인도로경기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월드컵, 콘티낸털선수권대회를 제외하고는 내셔널 캘린더(기본적으로 국제경기가 아니라는 뜻)에 등록되는 경기라는 것이다.
이밖에도 ‘1일 경기’나 ‘구간경기’는 최대 240㎞(남자 엘리트의 경우, 올림픽도로경기는 최소 250㎞, 최대 280㎞)까지 코스를 설정할 수 있는 반면, 개인도로경기는 최대 170㎞까지로 제한한다. 그리고 모든 기술지원은 중립차량에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며 팀 차량의 운행은 허용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엘리트 개인도로경기(3·1절 기념 강진투어, 대통령기 가평일주. 8·15경축 도로경기 등)는 내셔널규정과 대회특별규정으로 팀 차량의 운행과 선수지원을 보장하고 있다.
2007년 개정된 UCI 개인도로경기 규정에 의하면 UCI에 등록된 프로팀(최고 카테고리의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다)의 선수들은 개인도로경기를 1년에 3회까지만 출전을 허용한다. 그리고 아무리 개인자격으로 출전한다고 해도 같은 팀에서는 최대 3명이내로 출전이 제한된다. 이런 규정은 세계적으로 경기력을 인정받는 선수들이 작은 지역대회에 나가서 경기력을 남발하고 경기에 대한 포상을 휩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1일 경기’나 ‘구간경기’가 팀 단위로 출전하는 반면 개인도로경기는 선수가 개인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는 도로경기다. UCI 캘린더에 등록되는 국제경기와는 달리 대부분 내셔널 캘린더에 등록되는 경기이며 원칙적으로 경기 동안 팀 차량의 기술지원과 보급이 허용되지 않는다. 사진은 ‘2012 대통령기 가평일주 전국도로사이클대회’의 여자 엘리트 개인도로경기 장면
순수한 경기력은 ‘도로독주’를 보면 안다
도로독주(Time Trial)는 개인도로독주(Individual Time Trial)와 단체도로독주(Team Time Trial)로 나뉜다. 타임트라이얼이 우리말 경기이름으로 ‘독주’라고 이름 붙은 것은 짐작하는 것처럼 혼자 달리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개인도로독주의 경우 출전선수들은 일정한 시간차를 두로 각각 순서대로 출발한다. 대부분 앞 선수와의 출발시간차는 1분으로 설정하는 것이 관례다.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기록순으로 순위를 받는다.
단체도로독주가 개인도로독주와 다른 점은 2~10명(대회조직위가 사전에 미리 결정함)이 한 팀을 이뤄 팀 단위로 독주를 한다고 보면 된다. 개인도로독주가 1분 간격으로 한 명씩 출발한다면 단체도로독주는 한 팀씩 1분 간격을 두고 출발한다. 아울러 단체도로독주는 롤링주행(선두선수가 뒤 따르는 선수의 공기저항을 몸으로 막아내는 행동을 페어링이라고 하는데 이 페어링을 교대로 행해 체력소진을 줄이면서 속도를 높이는 주행법)을 하기 때문에 개인도로독주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박력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단체도로독주의 시간기록체크는 사전에 조직위에서 정한 주자(1번 주자, 2번 주자하는 식)를 기준으로 한다. 국내는 대부분 3번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시간기록으로 한다.
시간기록이 빨라야 이기는 경기지만 다른 도로경기와 마찬가지로 시간기록은 순위를 나누는 기준일 뿐이다. 즉, 트랙의 기록경기처럼 동일한 조건에 정해진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시간기록을 남겨 세계신기록이니 대회신기록 하는 형식은 없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의 도로독주경기 코스거리는 남자엘리트의 경우 40~50㎞, 여자엘리트는 20~30㎞다. 그 외의 대회에서는 최대 8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엘리트경기에서 ‘독주경기’가 단독경기로 열리는 대회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로세계선수권, 도로월드컵 등에서 도로경기의 한 종목으로 열린다. 또, ‘구간경기’에서 프롤로그나 독주구간으로 설정되어 타 경기의 일부로 구성되기도 한다. 모든 도로독주경기는 사진처럼 출발대에서 1명 또는 한 팀(단체도로독주의 경우)씩 출발하며 각 선수의 출발 간격은 관례상 1분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은 ‘2012 파리-니스’의 독주구간에서의 장면 Photo : ASO, P.Perreve
구간경기에서 프롤로그경기는 대부분 개인도로독주로 치러진다. 이 경우 남자엘리트 기준으로 코스거리는 8㎞를 넘지 않으며 여자와 주니어 프롤로그는 그 절반인 4㎞ 이내로 설정해야 한다. 이렇게 프롤로그를 개인도로독주로 실시하는 이유는 선수 개개인의 순수한 경기력을 볼 수 있는 지표적인 성격의 경기기 때문이다. 허나 대부분의 프롤로그 경기는 선수의 경기력을 모두 보여 줄 수 없을 만큼 아주 짧은 거리를 달린다. 게다가 본경기인 구간경기는 선수의 물리적인 경기력 외에도 팀워크나 전략, 선수의 경기운영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경기이므로 프롤로그는 간단한 이벤트나 선수들의 페인트 모션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도로독주는 단독종목으로 대회가 열리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월드컵, 콘티낸털선수권대회에서 개인도로경기와 함께 도로경기의 한 종목으로 열린다.
독주경기는 말 그대로 한 선수나 한 팀씩 전력으로 달리는 경기이므로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이나 팀 전력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지표적인 성격의 경기다. 그러나 구간경기의 프롤로그에서는 경기력을 모두 보여줄 만큼의 긴 거리를 달리는 것이 아니므로 팬들을 위한 ‘맛보기 경기’나 전력노출을 꺼리는 선수의 페인트모션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2012 파리-니스’의 독주구간에서의 장면 Photo : ASO, P.Perreve
독주경기는 코스 길이를 최대 8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로드바이크 보다 더욱 에어로다이내믹한 형태의 타임트라이얼 바이크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스가 매우 짧거나 오르막이 많은 경우 평소의 로드바이크로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2012 대통령기 가평일주 전국도로사이클대회’ 남자 도로독주 경기장면. 가평 독주코스는 산악지형이라 일반 로드바이크로 경기를 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도로에서 열리는 트랙경기 ‘크리테리움’
크리테리움은 최소 800m에서 최대 10㎞이내의 순환코스를 달리는 경기다. 대부분 도심에서 열리며 도로경기지만 다소 트랙경기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크리테리움의 등위를 판정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방법 중 한 가지를 미리 선택한다. 첫째는 일반 ‘1일 경기’처럼 정해진 주회(거리)를 타고 마지막 바퀴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대로 등위를 주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일정한 바퀴 수마다 스프린트 주회를 두고 매 스프린트의 순위에 점수를 매겨서 이 점수의 합산이 높은 선수 순으로 등위를 준다. 전자는 트랙경기의 스크래치와 같은 방식이며 후자는 포인트 레이스와 같다.
이밖에 분명하지 않은 규정은 ‘1일 경기’규정을 적용하라고 명시한다. 그러므로 각국의 내셔널규정에 따라 크리테리움의 경기 룰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크리테리움은 위 2가지 방법 중 전자의 것을 택하면서도 대부분 ‘시간+주회수’ 방법을 쓴다. 예를 들어 ‘50분+3주회’로 가정하면 50분 동안 바퀴 수에 관계없이 경기를 한다. 그리고 경기시간 50분이 경과하면 나머지 3바퀴 후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으로 순위를 부여한다는 뜻이다. 이때 심판은 남은 시간을 계시하며 제한시간이 경과하면 마지막 3바퀴를 선수들에게 알린다.
크리테리움은 트랙경기의 포인트레이스나 스크래치레이스를 도로의 순환코스에서 하는 경기로 이해하면 된다. 실제로 많은 규정들이 트랙경기의 것을 차용하고 있다. 대부분 시가지에서 열리므로 시민과 선수간의 거리가 가까워서 상당히 박진감 넘치고 관중호응도도 좋은 경기다. 사진은 지난 3월 ‘2012 대통령기 가평일주 전국도로사이클대회’의 우중(雨中) 크리테리움 -사진제공: 슈발베코리아
위에서 크리테리움이 트랙경기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경기 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고처리에 관한 사항까지 트랙경기의 것을 차용하고 있다. 크리테리움 규정 자체에 “트랙경기 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정되는 사고’에 대해서 사고 선수는 코스길이에 따라 한 바퀴에서 두 바퀴까지 ‘중립화’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인정되는 사고’란 펑크, 기재고장과 그로 의한 낙차, 불가항력적인 2차사고 등을 말한다. 그리고 ‘중립화’란, 사고선수가 사고 직전의 경기그룹에서 계속 경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 주는 것을 말한다. 즉, 중립화 바퀴 수 이내로 사고를 수습하고 경기를 다시 뛸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심판은 이 선수가 이제까지 계속 경기를 한 것으로 치고 사고 전의 선수그룹에 합류 할 수 있게 보장해 준다.
또 하나 트랙경기와 비슷한 점이 있다. 제외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제외’란 선두나 메인그룹이 뒤쳐진 선수를 한 바퀴 따라잡으면 따라잡힌 선수를 경기에서 즉시 탈락시키는 것을 말한다. 크리테리움은 이런 경우, 따라잡힌 선수그룹이 20명 이하면 경기에서 즉시 제외시킨다. 만약 따라잡힌 선수들이 20명 이상일 경우에는 심판장과 심판위원회의 재량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네 명의 선수가 메인그룹을 한 바퀴 따라잡았다면 심판위원회는 그대로 메인을 제외시킬 수 있다. 이는 경기 포상자가 네 명 안에서 모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3위까지 입상일 경우).
반면 두 명의 선수가 메인을 따라잡았다면 두 선수에게 +1Lap을 카운트하고 두 선수는 메인그룹과 한 그룹으로 간주한다. 단, 남은 잔여 주회수를 따라잡은 선수들에게 맞춘다. 결과적으로 따라잡힌 선수들의 잔여바퀴 수를 한 바퀴 박탈하는 것과 같다. 이는 트랙경기의 스크래치 레이스와 같은 룰을 적용한 것이다. 메인그룹을 즉시 제외시키지 않는 이유는 선두의 두 명으로는 경기 포상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명에게 +1Lap이 카운트된 상태라고 하자. 마지막 바퀴에 이 선수들이 5, 6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도 다른 선수들 보다 한 바퀴 앞선 것이 인정되어 1, 2위를 등위를 받게 된다. 다른 선수들이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다시 이들을 한 바퀴 따라잡아야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경기 중반, 두 명의 선수가 메인그룹을 따라잡아 이 선수들에게 +1Lap이 카운트되었다. 그리고 경기가 계속되어 경기종반 다시 다른 1명의 선수가 메인을 1바퀴 따라 잡았다면 심판위원회(심판장)는 +1Lap인 세 선수 외의 모든 선수들을 제외할 수도 있다. 즉, 포상자의 등위분류가 확정적이고 다른 선수들이 경기의 의지가 없을 때는 그 외의 선수들을 제외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경기내용을 뒤바꿀 만한 충분한 경기거리(잔여바퀴 수)가 남았다면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도로대회
이제까지는 로드레이스의 종류에 대해 말했다. 지금부터 말하는 대회들은 순전히 국내에서 열리는 엘리트 로드레이스에 대한 것이므로 처음에 언급한 ‘트루 드 코리아’ 같은 국제대회를 제외하고 설명하겠다.
우리나라 엘리트 도로경기대회의 기간은 한 대회에 대부분 3~4일 정도다. 그리고 대회형식은 세계선수권대회(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 우리나라 춘계 시즌오픈대회인 ‘3·1절 기념 강진일주 전국도로사이클대회’를 예로 들어보자.
대회기간은 총 4일, 1일차 경기는 단체도로독주, 2일차는 엘리트 개인도로경기, 3일차 고등부 개인도로경기, 마지막 날은 크리테리움을 한다. 이렇게 매일 도로경기종목을 하루씩 바꿔가며 경기하는 것이다. 자매 대회인 ‘대통령기 가평일주 전국도로사이클대회’도 단체도로독주가 개인도로독주로 바뀌는 것을 제외하고는 형식은 ‘3·1절 기념대회’와 다르지 않다.
도로사이클 세계선수권대회가 하루는 단체도로독주, 그 다음 날은 개인도로독주, 개인도로경기, 이런 식으로 대회를 구성하는 것처럼 국내 도로경기도 같은 방식을 취한다.
이렇게 며칠씩 경기를 하지만 스테이지레이스처럼 1구간, 2구간 하는 식으로 경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규정도 개인도로경기는 ‘1일 경기’ 규정에 근거해서 실시하며 독주경기도 독주 규정이 적용된다. 그리고 크리테리움은 먼저 설명한 것처럼 내셔널규정이 적용된 한국형 크리테리움으로 치러진다.
국제대회를 제외한 국내 도로경기대회는 위에서 말한 ‘3·1절 기념 강진일주대회’와 ‘대통령기 가평일주대회’, 실업사이클연맹에서 주관하는 ‘8·15경축 전국도로사이클대회’가 대표적이며 트랙경기와 마찬가지로 전국체전이 시즌오프 게임이 된다.
안타깝게도 2010년까지 국내 로드바이크 동호인을 위한 ‘1일 경기’는 전무한 형편이었다(※이 기사가 쓰여진 당시까지 국내 동호인 1일경기는 전무했지만 2013년부터 대한사이클연맹이 ‘코리아 마스터즈 사이클 투어’를 시리즈로 개최함으로써 국내 동호인 사이클 부흥에 초석이 놓여졌다 – 2013년 10월 8일 다시 씀). 지난 10여 년 간 수도권 몇몇 지자체와 서울시 사이클연맹, 지금은 없어진 생활체육협의회 등에서 로드레이스를 개최한 적이 있었지만 대부분 대회예산부족과 코스선정의 불편함, 경기운영능력 부족으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고 말았다.
그러던 중 지난 해(2011년) 자이언트 코리아에서 ‘자이언트배 전국 사이클·산악자전거대회’를 개최해 동호인 개인도로경기의 명맥을 잇기 시작했다. 비록 단일종목으로 열리는 대회가 아니었고 경기운영도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도 대회가 예정되어 있어 로드바이크동호인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아울러 ‘투르 드 코리아’를 위한 프리테스트가 2007년부터 1년에 두세 차례 열리고 있어 로드바이크 동호인들의 갈증을 일부나마 해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 본 기사는 2012년 기준으로 작성되어, 일부 개정된 규정과 대회 개최 사실이 반영되지 않았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