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나 ‘구간경기’ 같은 로드레이스는 긴 경기행렬이 장사진을 친다. 이 경기 행렬은 자전거를 탄 선수뿐 아니라 자동차와 모터사이클도 함께 한다. 대부분 선수지원이나 심판차량으로 짐작할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사실 더 다양한 임무들이 있다.
로드레이스 중계방송에는 주로 선수들의 경기장면만 나와서 모를 수도 있지만 사실 모든 도로경기는 자동차가 없으면 경기진행이 불가능하다. 팀 지원차량이 경기대열을 따라가지 못하는 개인도로경기에도 심판차량이나 중립지원차량은 반드시 경기그룹을 따라간다. 그린스포츠라고 하는 자전거경기를 자동차 없이 못 하는 이런 아이러니가 있는 것이다.
그럼, 자전거경기의 자동차들은 어떤 이유로 무슨 일 때문에 쓰이는 걸까? 그리고 이 수많은 자동차들이 어떻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까? 바로 라디오투어. 즉, 무선통신으로 가능한 것이다.
경기대열은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약속되어진(규정) 배치순서대로 출발한다. 그래야 심판장이 경기 중 차량을 이용한 경기통제가 수월하다.
가상 투르 드 코리아 2012 Stage4
라디오투어는 도로경기를 하면서 무선통신으로 경기상황을 전파하는 것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무선은 원칙적으로 심판 간 무선과 각 팀 지원차량과 보도기자 등에게 정보를 전파하는 무선이 다르다. 심판 간 무선은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무선통신이며 팀 차량 등의 무선은 들을 수만 있는 무선통신이다. 팀 차량이나 보도기자의 무선이 단방향인 이유는 누군가 무전기로 심판과 통신하려는 동안 선수사고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전파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폭우로 취소된 투르 드 코리아 2012의 4구간(여수-거창)을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렀다는 가정하에 라디오투어 내용으로 가상 구성했다. 경기 중 심판들의 지령과 팀카에 어떤 내용이 전달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20일 투르 드 코리아의 4구간인 여수-거창 구간이 엄청난 폭우로 경기시작 25분 만에 취소되었다. 그 아쉬운 하루를 라디오투어 형식으로 가상 구현해봤다. 이 라디오투어 내용을 다 읽는다면 팀 지원차량 외에 그 수많은 차량들은 뭔지, 심판차량, 중립차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팀 지원차량이 펑크 난 선수 앞에 어떻게 그리 빨리 나타날 수 있는지도 말이다(투어상황은 선두그룹이 결승선 통과 전까지만 설정했다).
경기대열의 안전은 내게 맡겨라 – 경기부장
대회감독을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부장이라고 부른다. 과거 ‘Race director’라는 명칭이었는데 그 호칭이 굳어진 결과다. 하지만 명칭이 심판장과 헛갈리는 일이 많아 그 임무를 분명히 하기위해 대회감독(Event director) 또는 구성감독(Organization Director)으로 부르는 것이 옳지만 현실성을 위해 여기서는 ‘경기부장’으로 쓰겠다.
경기부장의 정식명칭은 대회감독(Event director 또는 Organization Director)이다. 경기대열이 지나갈 코스상의 안전을 책임진다. 본 경기가 열리기 전 퍼레이드는 사진처럼 경기기부장이 통제한다.
경기부장은 경기 전후 준비사항과 경기 중 경기코스 상의 안전을 책임진다. 잔여거리 표시부터 보급구간 시작과 끝을 알리는 표시까지 모두 그의 책임이다. 따라서 경기부장 차량은 경기대열의 앞에 선다. 경기 전, 퍼레이드 구간이 있을 경우 본 경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선수그룹을 통제하는 것도 경기부장의 몫이다. 지금부터 경기부장의 무선을 시작으로 라디오투어로 들어 가보자.
경기부장: “심판장님, 경기부장입니다, 조금 전 신기삼거리를 지났고, 경기시작까지 약 1.5㎞남았습니다. 준비하십시오.”
심판장: “알겠습니다. 경기시작 후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기부장: “심판장님, 방금 11호 광장을 통과하며 경기시작(Race Open) 했습니다. 저는 전방으로 나가겠습니다.”
심판장: “예, 알겠습니다. 계속 수고해주세요.”
······
경기부장: “심판장님, 경기부장입니다. 여수공항과 조회교차로 사이에 공사구간이 있습니다. 선수들에게 주의주시기 바랍니다.”
심판장: “예, 알겠습니다.”
경기부장: “마셜 1호와 2호에게 알립니다. 경기대열 전방 약 3㎞에 공사구간이 있으니 앞으로 나와 위험구간통제 확실히 부탁드립니다.”
······
도로경기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 심판장
심판장 차량의 위치는 경기그룹 바로 뒤가 된다. 경기그룹과 선수들의 동태를 살피기 좋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그룹이 분리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심판차량에게 임무를 분배하기 좋은 위치기도 하다.
경기대열에서 심판장의 위치는 기본적으로 메인그룹인 펠러톤 뒤다. 이곳이 경기그룹이 분화될 때 싱판들에게 임무를 분배하기 쉬운 자리이기 때문이다.
심판장: “심판장이 심판진에게 알립니다. 경기시작 후 10분이 경과했습니다. 전방에 위험구간이 있으니 단단히 주의바랍니다. 인포바이크와 전방심판은 선수들에게도 경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심판장: “결승심판 차량은 조화교차로를 지나면 중간 스프린트 지점인 내구마을 입구로 이동해 주십시오.”
결승심판: “예, 알겠습니다.”
인포1(정보전달 모터바이크): “심판장님. 3번, 10번, 77번, 78번 선수가 펠러톤으로부터 나와 선두그룹을 형성했습니다.”
아나운서(각 팀카, 기자, 게스트에게만 들리는 단방향 방송): “현재 3번, 10번, 77번, 78번 선수가 펠러톤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선두그룹을 형성했습니다.
심판장: “인포1 나오세요. 선두와 펠러톤의 시간차를 측정하겠습니다.”
인포1: “심판장님 준비하십시오. 계측시작! 전방에 팔마사거리 표지판까지 측정바랍니다.”
인포바이크는 직접적인 통제권한 없이 경기그룹의 상황만 심판장에게 전달하는 심판장의 눈이다. 반면 모터사이클 심판은 팀 지원차량의 선행을 막을 수 있고 특별한 경우(신체접촉과 같은 규정위반 등) 선수 또는 선수그룹을 통제할 수 있다. 단, 직접적인 벌칙부과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아나운서: “선두 그룹과 펠러톤의 시간차는 23초입니다.”
심판장: “심판장이 결승심판에게 알립니다. 선두속도가 빠르니 결승심판은 가급적 빨리 중간스프린트지점으로 가시고, 배치완료 후 보고하십시오,”
결승심판: “예, 알겠습니다.”
심판장: “심판장이 인포1에게 알립니다. 선두와 펠러톤의 시간차를 다시 측정하겠습니다.”
인포1: “심판장님 준비하십시오. 하나, 둘, (계측)시작! 전방에 공단사거리 통과했습니다.”
······
아나운서: “선두 그룹과 펠러톤의 시간차는 31초입니다.”
심판장: “보드맨(시간차를 알리는 백보드를 등에 멘 모터사이클)은 선두와 펠러톤에게 시간차를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심판장: “심판장이 MC1(모터사이클 심판)에게 알립니다. MC1은 선두그룹 후방으로 위치를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MC1: “심판장님, MC1, 선두그룹 후방으로 이동했습니다.”
심판장: “MC1은 그대로 선두그룹을 맡아주세요.”
심판지시에 따라 위치를 바꾸는 중립차량
심판장: “심판장이 NS1에게 알립니다. 길가에 잠깐 정차했다가 선두그룹 후방으로 이동해서 MC1을 보좌하기 바랍니다.”
NS1: “알겠습니다.”
인포1: “심판장님, 펠러톤으로부터 102번, 88번 두 명의 선수가 나와서 선두그룹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심판장: “MC1은 서행하시다가 추격조를 만나면 추격조를 맡으세요. MC1은 NS1도 데리고 가시기 바랍니다.”
MC1:“알겠습니다.”
심판장: “C2(전방심판)는 선두그룹을 맡으시기 바랍니다.”
C2: “예, 알겠습니다.”
심판장: “NS2는 길가에 정차했다가 선두그룹이 지나가면 C2뒤를 따르세요. 이후부터 C2의 지시를 따르기 바랍니다.”
NS2: “예, 알겠습니다.”
중립차량 또는 중립지원차량은 전쟁에서 적십자와 같은 역할. 팀 지원이 끊긴 선수는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지원(물과 바퀴, 간단한 의료)한다. 상황이 없을 경우 중립차의 위치는 심판의 필요에 따라 정해진다. 대개 경기그룹 간 구분 또는 전방보호막으로 이용한다. 국제경기에서 중립차는 대부분 스폰서업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나 국내경기는 경기보직이 없는 심판이 운행한다.
아나운서: “펠러톤으로부터 88, 102번 두 명의 선수가 나와서 선두그룹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결승심판: “심판장님, 결승심판입니다. 중간 스프린트 지점 배치완료 했습니다.”
심판장: “결승심판 대기하세요. C2는 각 경기그룹의 시간차를 측정을 할 테니 준비되면 말씀해주세요. MC1도 같이 측정하세요.”
C2: “심판장님, MC1, 준비하세요. 하나, 둘, 시작! 송치터널 진입했습니다.”
(중략)
아나운서: “선두와 추격조의 시간차는 12초, 추격조와 펠러톤의 시간차는 22초입니다.”
(중략)
MC1: “심판장님, 추격조 전방에 선두그룹이 보입니다.”
심판장: “심판장이 C2, MC1에게 전달합니다. 추격조가 선두와 합류될 것 같으면 차량에 붙지 못하도록 피하시기 바랍니다.”
C2: “추격조와 선두그룹이 금방 합류될 것으로 보입니다.”
심판장: “MC1은 추격조를 따라가지 마시고 펠러톤이 시야에 나타날 때까지 서행하세요. C2는 추격조 뒤로 빠져서 모두 한 그룹으로 데려가세요.”
(중략)
아나운서: “추격조가 선두그룹을 따라잡기 직전입니다.”
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출동하는 팀 지원차량
C2: “심판장님, 선두그룹을 따라잡던 두 선수 중, 88번 선수가 펑크입니다.”
심판장: “MC1은 NS1을 데리고 팀카와 MC2가 오기 전까지 사고선수를 지원해주세요.”
팀 차량은 선수가 기재고장 또는 사고가 났을 경우 지원한다. 펠러톤에 있는 선수에게 물이나 음식을 보급할 수는 없고 선수가 심판의 허가 하에 팀카로 와서 보급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선수가 선두그룹에 있고 전방심판이 선두통제에 나서면 팀카는 심판장에게 원정지원을 하겠다고 요청할 수 있다. 기재고장이나 낙차사고 같은 경우는 심판이 팀카에 무전으로 알리면 해당선수의 지원에 나서게 된다.
아나운서: “88번 선수 펑크. 해당 팀카는 전방으로 이동해서 선수를 지원하시기 바랍니다(실제로는 해당 팀 이름을 호명 함).”
아나운서: “선두그룹은 102번 선수가 합류하여 모두 5명이 되었습니다.”
(중략)
심판장: “MC2는 낙차선수에게 가서 팀카가 선수지원을 완료하면 사고선수의 경기그룹 합류를 지켜보세요.”
(중략)
MC1: “심판장님 MC1입니다. 사고선수는 팀카 지원을 받고 있으며 MC2가 현장에 있습니다. MC1과 NS1은 펠러톤 전방으로 가겠습니다.”
심판장: “그러세요.”
C3: “심판장님, C3입니다. 77번, 78번 선수의 팀카가 전방지원을 가도 좋은지 묻고 있습니다.”
심판장: “이제 곧 스프린트지점입니다. 스프린트점이 지나고도 선두그룹이 유지되면 내보낼 테니 대기하라고 하세요.”
MC2: “심판장님, 펑크였던 88번 선수가 기재교체를 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심판장: “팀카가 선수 앞에 서지 못하게 하시고 선수가 제대로 경기그룹에 합류하는지 지켜보세요.”
사고처리로 후미에 낙오된 선수는 모터사이클심판에 의해 감독되어 경기그룹에 합류한다. 이때 팀카를 잡거나 후류를 이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팀카 등의 차량행렬 사이사이로 건너뛰며 자력으로 경기그룹에 합류해야 한다.
C2: “심판장님, 선두그룹이 중간 스프린트 지점을 1㎞정도 앞두고 있습니다.”
심판장: “예, 알겠습니다. 결승심판을 준비하세요.”
결승심판: “예, 준비됐습니다.”
······
C2: “심판장님, 방금 선두그룹이 스프린트 지점을 지났습니다.”
심판장: “알겠습니다. 결승심판은 스프린트 순위를 보고해 주세요.”
결승심판: “스프린트 순위입니다. 1위부터 4위까지 순서입니다. 78, 10, 77, 3 이상”
심판장: “예, 수고했습니다. 결승심판은 후미에 따라오다가 상황을 봐서MC2의 보조를 받아서 앞으로 나오세요.”
경기그룹에 따른 팀카의 분열
심판장: “C2 선두와 펠러톤의 시간차를 측정하겠습니다. 준비되면 말씀하세요.”
C2: “심판장님 준비하세요. 준비, 시작. 방금 남원대교, 다리를 건넜습니다.”
아나운서: “펠러톤과 선두그룹의 시간차는 18초로 펠러톤이 선두그룹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인포1: “펠러톤으로부터 3명의 선수가 뛰쳐나와 빠른 속도로 선두그룹으로 가고 있습니다.”
심판장: “선두그룹과 거리가 계속 좁혀집니까?”
인포1: “그렇습니다. 곧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심판장: “C2는 추격조가 선두그룹에 원만히 합류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세요.”
C2: “말씀하신 순간 추격조인 53, 44, 45번 선수가 선두에 합류했습니다. 선두그룹의 속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심판장: “선두와 펠러톤의 시간차를 측정할 테니 말씀해주세요.”
C2: “아! 선두에서 2명의 선수가 낙오되고 있습니다. 3번, 102번 선수입니다.”
심판장: “잠시 대기하세요.”
아나운서: “선두그룹에서 3번, 102번 두 명의 선수가 펠러톤 쪽으로 낙오하고 있습니다.”
심판장: “MC1은 3번, 102번 선수가 펠러톤에 잘 합류할 수 있게 지켜보세요. C2는 선두와 펠러톤의 시간차를 측정할 테니 준비되면 말씀하세요.”
C2: “준비하세요. 준비 시작, 요천삼거리까지 측정바랍니다.”
아나운서: “선두와 펠러톤의 시간차는 45초입니다. 현재 선두에는 44, 45, 53, 77, 78번 선수가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심판장: “결승심판은 K.O.M 지점에 배치됐습니까?”
결승심판: “예, 준비 완료했습니다.”
펠러톤에서 뒤떨어진 후미그룹 또는 낙오그룹은 심판 3호(후방심판, C3 또는 COM3)가 통제한다. 경기의지가 없거나 스스로 기권하는 선수는 회수차에 연락해 탑승시키기도 한다. 이밖에도 뒤에서 경기그룹으로 들어오려는 차량을 통제하기도 한다. 심판장, 전방심판(C2)과 함께 벌칙을 부과할 수 있는 정심(正審)이다.
심판장: “심판장이 C3에게 전합니다. 오르막이 시작되면 펠러톤에서 낙오하는 선수들이 발생할 겁니다. 잘 데리고 오시기 바랍니다.”
C3: “알겠습니다.”
(중략)
심판장: “MC1, MC2는 미리 앞서가서 K.O.M 지점을 넘어서 다운힐하는 선두선수를 관리하세요. NS1은 심판장 차량 뒤로 오기 바랍니다.”
심판장: “심판장이 C2에게 전합니다. 선두그룹의 팀카를 앞으로 보낼테니 잘 인솔하기바랍니다.”
C2: “예, 알겠습니다.”
아나운서: “44, 45, 53, 77, 78번 선수의 팀카는 전방으로 나가서 선수지원을 해도 됩니다. 전방으로 나갈 팀카들은 심판장 차량 옆으로 오기 바랍니다.”
C2: “심판장님, C2입니다. 현재 팀카 3대가 C2차량 뒤에서 운행 중입니다. K.O.M을 지나서 내리막이 끝날 때까지 선수지원은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심판장: “예, 그렇게 하십시오,”
전방심판(C2, 또는 COM2)은 선두그룹을 통제하는 심판이다. 선두그룹의 상황을 심판장에게 알리고 배속되는 팀카나 중립차량을 통제한다. 경기상황에 따라 독자적인 벌칙부과는 물론 보급의 가부도 관여한다.
(중략)
결승심판: “K.O.M 1위부터 4위 순위입니다. 45, 53, 44, 77번순으로 통과했습니다.”
심판장: “수고했습니다. 후미에 따라오다가 상황이 되면 앞으로 나오시기 바랍니다.”
결승심판: “예 알겠습니다.”
C3: “심판장님 C3입니다. 3, 22, 39, 63, 80, 99, 102, 111 모두 8명의 선수가 낙오그룹에 있습니다.”
심판장: “알겠습니다. 평지가 나오면 각 경기그룹 간 시간차를 측정할 테니 C2는 적당한 곳에서 알려주기 바랍니다.”
C2 : “알겠습니다.”, “심판장님, 시간측정 준비하세요. 준비 시작! 전방에 서무교차로, 길이 넓어지는 곳입니다.”
아나운서: “선두와 펠러톤의 시간차는 1분12초, 펠러톤과 낙오그룹의 시간차는 1분입니다. 현재 44, 45, 53, 77, 78번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3, 22, 39, 63, 80, 99, 102, 111번 선수가 낙오그룹에 있습니다.”
(중략)
심판장, 펠러톤을 버리다
인포1: “심판장님, 펠러톤을 이끌고 있던 옐로저지인 152번을 포함한 2번, 82번 등 12명의 선수가 펠러톤을 뛰쳐나와 선두그룹을 추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심판장: “인포1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시고 정확한 선수번호를 불러주세요. MC1은 추격조를 따라가세요. 인포2와 MC2는 심판장차량 옆으로 와서 대기하세요.”
아나운서: “현재 종합선두 선수를 포함한 12명의 선수들이 선두그룹을 쫓고 있습니다.”
인포1: “추격조는 옐로저지를 입고 있는 152번과 2, 12, 36, 81, 82, 91, 92, 101, 181, 191, 193번입니다.”
아나운서: “선두를 추격하고 있는 선수들은 152번과 2, 12, 36, 81, 82, 91, 92, 101, 181, 191, 193번입니다. 152번 선수는 현재 종합선두인 선수입니다.”
······
심판장: “조금 후면 펠러톤이 결승선 전방 20㎞지점입니다. 이후로는 어떤 차량도 경기그룹 앞으로 나갈 수 없으니 결승선으로 가야하는 차량들은 지금 전방으로 나가십시오.”
······
심판장: “각 경기그룹의 시간차를 측정하겠습니다. C2준비되면 말씀세요.”
C2: “준비하세요. 시작! 안의면계 지났습니다.”
······
아나운서: “선두와 추격조의 시간차는 40초, 추격조와 펠러톤의 시간차는 50초입니다. 펠러톤과 낙오그룹의 시간차는 1분10초입니다.”
심판장은 종합우승이 유력선수나 세계랭킹, 컨티낸털 랭킹, 국내경기 챔피언 등이 다수 포함된 경기그룹이 펠러톤에서 분리되면 그 그룹을 따라가고 펠러톤을 후방심판 등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종합선두(오버럴저지, 옐로저지)선수가 펠러톤에 남아 있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심판장: “MC2는 낙오그룹으로 가서 C3와 임무교대를 하시기 바랍니다. C3는 MC2가 가면 임무인계를 하시고 펠러톤으로 와서 임무를 수행하세요.”
심판장: “심판장이 각 심판에게 전합니다. 심판장 차량은 지금부터 옐로저지와 종합선두 팀이 리더로 있는 추격조를 따라 갈 겁니다. 추격조의 팀카는 지금 심판장 차량 뒤에 있는 중립차량 뒤에 서세요.”
(중략)
심판장: “인포2는 펠러톤의 상황을 전해 주세요.”
인포2: “현재 C3가 도착해서 경기그룹을 지키고 있습니다.”
심판장: “MC2는 별 이상 없습니까?”
MC2: “예, 8명 선수 그대로 후미에 있습니다.”
심판장 : “전 경기그룹 심판들은 경기구룹 간 시간차를 측정할 테니 준비하세요. C2는 준비되면 시작하세요.”
C2: “준비하세요. 준비 시작! 삼산교차로 지났습니다.”
아나운서: “선두와 추격조의 시간차는 20초, 추격조와 펠러톤의 시간차는 55초, 펠러톤과 후미그룹은 1분35초입니다.”
(중략)
심판장: “추격조가 선두와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C2와 NS2는 선두 팀카들을 인솔해서 길가로 서행하다가 추격조가 지나가면 심판장 차량 뒤로 와서 운행하십시오.”
C2: “알겠습니다.”
다른 차량들은 모두 결승선 전방에 설정된 우회로로 진입해야하지만 선수보호와 경기통제에 의무가 있는 심판장은 결승선을 통과해 들어온다. 반면 전방심판과 후방심판은 우회한다.
MC1: “심판장님, 추격조와 선두그룹이 합류되기 직전입니다.”
심판장: “예, 저도 확인했습니다.”
심판장: “심판장이 모두에게 알립니다. 현재 선두와 추격조가 합류되어 17명의 선수가 선두가 되었습니다. 선두는 지금 송정교차로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선두그룹과 추격조가 합류하여 현재 선두는 총 17명입니다. 선두그룹의 배번호는 152, 2, 12, 36, 44, 45, 53, 77, 78, 81, 82, 91, 92, 101, 181, 191, 193번입니다.”
인포1: “심판장님, 선두그룹에서 2번 선수가 펑크입니다.”
심판장: “심판장에 MC1에게 알립니다. 펑크 난 선수는 팀카에서 지원하시고, 현재 위치를 기록하시기 바랍니다.”
MC1: “알겠습니다.”
아나운서: “선두그룹 2번 선수 펑크, 해당 팀카는 나와서 지원하시기 바랍니다.”
심판장: “심판장이 결승심판에게 전합니다. 선두 그룹은 17명입니다. 순위판정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번 선수는 결승선 전 2㎞에서 기재고장을 일으켰으니 선두와 같은 시간기록으로 처리 바랍니다. 저는 선두 뒤를 따라 결승선을 통과하겠습니다.”
차량 움직임으로 경기상황을 파악
이상, 투르 드 코리아 2012에서 취소되었던 4구간을 심판들의 무전내용으로 가상 구현해봤다. 위 내용이 잘 이해가 간다면 당신은 도로경기중계를 볼 때 한 가지 재미가 더 늘은 것이다. 경기그룹의 행동이나 각 차량들의 출현으로 경기상황을 좀 더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을 것이고 심판장이 어떤 지령을 내렸는지도 간파할 수 있다.
이를테면, 심판장은 펠러톤에서 박차고 나온 선수들이 있다고 해도 그 즉시 전방심판에게 이들을 맡기지 않는다. 인포바이크와 모터사이클 심판을 보내서 직접관찰하고 통제한다.
그러다 선두가 펠러톤과 충분한 시간간격을 유지하고 펠러톤이 추격의지가 없어 보이면 전방심판을 배치한다. 즉, 선두그룹 뒤에 전방심판이 배치되었다는 것은 경기그룹 간 쫓고 쫓기는 상황이 안정되었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반면 방송화면에 선두를 따라오는 것이 모터사이클이라면 뒤에 이들을 맹렬히 쫓은 경기그룹이 있다는 뜻이 된다. 또, 선두그룹에서 전방심판차가 보이다가 사라졌다면 이들이 조금 후면 뒤에서 쫓는 경기그룹에 잡힐 것이라는 걸 예고하는 것이다. 참! 심판차량과 다른 차를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묻는다면 간단히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외부에 아무 장비 없이 평범한 차가 바로 심판차다. 아울러 게스트 차량이나 미디어 차량은 경기그룹에 접근할 수 없고 미디어 모터사이클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니 모두 외관으로 구분이 된다.
지로 디탈리아가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지금까지 경기중계를 볼 때 선수와 유니폼만 쫓았는가? 이제 중계방송에서 차가 나온다면 같이 보는 사람에게 친절히 설명해 줘라. 경기장면이 아니라 경기상황을 파악하며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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