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바이크, 메리다의 본산을 가다

특집챔피언 바이크, 메리다의 본산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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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초 바이크왓은 대만 자전거산업의 기술과 그들이 바라보는 비전을 듣기 위해 대만을 찾았다. 첫 번째로 소개할 업체는 ‘챔피언의 자전거’로 알려진 메리다다.

몇 년 전, 기자는 지인들에게 ‘자전거’라는 단어로 생각나는 나라가 어디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중국, 일본, 네덜란드 순으로 언급되었고 투르 드 프랑스 경기를 봤다는 친구 한 명이 프랑스를 언급했을 뿐이었다. 모두 자신들이 말한 나라가 자전거를 많이 탄다는 것이다. 그럼, 그들이 타는 자전거는 모두 자국에서 만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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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대만 자전거산업을 세계 최고의 위치로 견인한 주역 중 하나인 메리다의 본사를 찾았다. 

모든 공산품산업이 그렇듯, 이런 물음에 다시 이름을 올리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러나 자전거와 관련 사업을 좀 아는 사람에게 ‘자전거산업’이라는 단어로 바꿔 떠오르는 나라를 물어보면  대만을 빼놓지 않는다. 사실 빼놓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만을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단순히 자전거 생산량으로 보면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대만의 경우엔 고부가가치인 스포츠자전거에 있어 세계시장을 끌고 가는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대다수의 유명 스포츠자전거 브랜드와 부품사가 대만을 통해 위탁생산하거나 관련 사업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계가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능력이 없이 브랜드만 운영하는 업체에게는 제조자가 개발해서 생산까지 해주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대만의 자전거업체는 중국 내에 다수의 자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하도급업체가 수없이 활동하고 있어 중국의 자전거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만이 이런 평가를 듣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영향이 컸다.

대만은 어떻게 자전거산업 강국이 됐나

80~90년대 중국과 대만의 자전거산업은 생활형 자전거 생산이 주류였다. 1992년 중국이 경제개방을 시행했고, 1994년 ‘대만동포 투자보호법’을 통과시켜 대만의 자본과 산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인다. 중국 무역투자가 커지자 대만 내에선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거나 자국 내 산업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되는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만의 자전거산업도 중국 저가 자전거에 밀려 위기를 맞았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자전거산업 역시 이 시기에 국내 생산을 접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1999년 대만 리덩휘 전 총통이 대만·중국 양국론을 펼쳤고, 2000년엔 대만의 독립을 주장한 천수이비엔 총통이 당선되자 2000년대 중반까지 양국의 정치·경제 갈등은 고조된다. 이에 대만에선 신성장동력론에 힘이 실리게 되는데, 이때부터 정부의 주도로 자국산업의 해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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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쇼의 A팀 부스. A팀은 2000년대 초 중국의 저가 자전거에 밀려 위기에 처한 대만의 자전거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는 평가는 듣는 민관합작 클러스터다. 메리다는 이 A팀을 발기하고 앞서 견인한 양대 주역 중 하나다. 

자전거산업에선 2002년, 11개 업체가 이 정책에 호응해 공동연구사업단을 만들고 자전거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한다. 이 연구에 대만 정부는 재정적 투자와 제도적 지원을 했으며, 2003년 이 민관합작사업단 멤버는 20여개 업체로 늘게 된다. 이 사업단은 공동으로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개발된 기술은 사업단 내 기업들이 공유했다. 또한 자신들뿐만 아니라 해외 자전거업체가 편리하게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은 낮추는데도 힘써 대만을 자전거의 실리콘벨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다. 

 

이 사업단이 바로 대만 자전거산업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A팀이다. 오늘날 세계 2대 자전거 박람회가 된 타이베이쇼를 가보면 언제나 이 A팀의 부스가 전시장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A팀을 처음 발기하고 견인한 주역을 보면 우리에게도 익숙한 업체가 보인다. 대만 자전거산업의 양대 산맥이라고 불리는 자이언트(■관련기사: 자이언트 핵심공장, GTM을 가다) 그리고 메리다다. 

메리다는 어떤 회사인가?

1972년 금속 기술자인 아이크 쳉(Ike Tseng, 1932~2012)이 설립한 메리다는 초창기, 자전거가 아니라 모터사이클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다. 일본 혼다와 야마하의 부품을 위탁 생산해주며 관련 기술을 습득한 메리다는 국산 모터사이클 생산을 검토하게 이른다. 그러나 완성차를 생산하는 데는 더 많은 기술과 부품들이 필요했기에 공정을 줄일 수 있는 자전거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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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는 초창기 모터사이클 부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시작했다. 이후 스스로 완성제품을 내놓으려는 시도 끝에 모터사이클과 비슷하면서도 관련 공정을 줄일 수 있는 자전거로 선회하게 된다.

수년의 노력을 들여 독자적으로 자전거를 생산할 수 있게 되자 미국과 일본, 유럽 브랜드의 자전거를 맡아 위탁생산을 하게 된다. 메리다는 197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위탁생산을 통해 자전거에 대한 기술은 물론 생산성에 대한 노하우를 상당히 축적했는데, 처음엔 단지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OEM)을 했으나 1990년대에 들어서는 자체적인 개발시스템이 없는 타 브랜드의 자전거를 대신 개발하고 생산까지 해주는 제조자 개발생산(ODM)도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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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업 초기 메리다가 롤리에 납품한 싱글기어 로드바이크. 메리다는 70년대부터 현재까지 OEM 생산을 통해 자전거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축적했으며, 90년대 이후부터는 타 브랜드의 ODM을 할 정도로 높은 기술수준을 자랑한다. 

설립은 1972년에 했지만 메리다라는 브랜드가 해외에 알려진 건 채 30년이 안 됐다. 1988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자체 브랜드 자전거를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한다. 당시 OEM 수주규모를 비춰보면 일본, 미국, 독일이 더 큰 시장이었지만 스스로의 생산능력을 고려하고, OEM 원청업체와의 마찰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시장 확장을 시도하기보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노르웨이에 이어 스웨덴과 덴마크에도 수출을 하게 됐으며 점증적으로 생산라인을 강화해 199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의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한다.

정상들과 함께한 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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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챔피언 10회의 위업을 달성한 군 리타 달레는 다른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 스타이며 메리다에게 ‘챔피언 바이크’라는 수식어를 가져다 준 장본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 메리다는 산악자전거 선수들을 후원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고취시키는데도 많은 노력을 쏟았다. 2001년 노르웨이의 산악자전거 선수인 군 리타 달레 플레샤(Gunn-Rita Dahle Flesjå)를 후원하기 시작했으며, 2002년 그녀가 소속된 MTB 프로 팀인 멀티밴-메리다 바이킹 팀의 공동스폰서로 나선다. 메리다의 스폰서십은 단지 브랜드 이미지를 고양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자전거의 품질과 디자인을 향상시키는데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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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부터 메리다는 군 리타 달레, 2010년 남자 XCO 세계챔피언인 호세 안토니오에르미다(사진 아래) 등이 소속된 멀티밴-메리다 팀의 공동후원사다. 

군 리타 달레는 2002년 산악자전거 XCO 유럽챔피언과 세계챔피언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매년 승승장구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녀는 2015년까지 세계챔피언의 상징인 레인보우저지를 무려 10벌(XCO 세계챔피언 4회, XCM 세계챔피언 6회)을 모았고, 유러피언 챔피언십 XCO 6회 우승, 유러피언 챔피언십 XCM 2회 우승, 월드컵 종합우승 4회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우며 메리다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멀티밴-메디다 팀 소속이자 스페인 대표인 호세 안토니오 에르미다 라모스(José Antonio Hermida Ramos)도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10 XCO 세계챔피언에 올라 해외시장에서 메리다의 입지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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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UCI 월드팀인 람프레-메리다의 후원사가 된 메리다는 타임트라이얼바이크 워프, 에어로바이크 리액토, 최근 발표한 초경량 올라운더 스컬트라까지 자사 로드라인업에 일대 변혁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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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표한 완성차 무게 5.8㎏의 초경량 로드바이크 스컬트라 9000. ⓒDaniel Geiger/MERIDA

산악자전거에서의 큰 성공에 힘입어 메리다는 로드레이스 팀도 후원하게 된다. 2013년 UCI 월드팀인 람프레-메리다와 스폰서십을 체결한 메리다는 이후 프로선수들의 피드백을 통해 타임트라이얼바이크 워프, 에어로바이크 리액토, 경량 올라운더인 스컬트라 등을 새로 내놓으며 자사 로드라인업에 일대 혁신을 불어넣고 있다.

메리다의 생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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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사옥 옆, 공장에는 컨테이너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을 바쁘게 나르는 모습이었다. 

현재 메리다는 대만 타이중 서남쪽 창화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독일 마그슈타트에 연구개발센터가 위치해 있다. 대만 본사와 독일 연구개발센터에 각각 하나씩 공장이 있으며, 중국에도 3군데(현재도 증축 중에 있다고)의 공장이 있다. 

과거에는 저가형 자전거를 중국공장에서 생산하고 고급 스포츠자전거를 본사에서 생산하는 형태였으나 현재는 모든 공장의 생산능력과 기술이 평준화됐단다. 연구개발센터가 운영하는 독일공장을 제외하고, 세계 각지로 출하해야 하는 일정에 따라 자사의 자전거와 OEM, ODM 브랜드 자전거가 유동적으로 라인업을 바꿔가며 생산하는데, 연간 3백만 대 이상 자전거를 생산 할 수 있다. 

※ 취재진은 12월 초, 메리다 본사를 방문해 알루미늄 프레임을 만드는 용접부, 카본과 알루미늄 프레임을 페인팅하는 도장부, 조립라인, 부품관리 부서에 대한 견학을 할 수 있었으나, 사진촬영과 영상녹화는 허용되지 않았다. 본 기사의 생산관련 사진은 메리다가 제공한 공식사진임을 밝히며 현장설명은 메리다 본사 대외업무 담당자인 리카 리앙이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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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공장은 프레임 빌딩과 도색, 조립, 부품관리 등으로 부서가 나뉘어 있으며 6개의 조립라인이 있다. 

1050명이 근무하는 메리다의 본사는 약 3만5000평방미터 부지에 사무동과 연구동, 프레임 빌딩과 도색을 비롯한 6개 조립라인을 갖춘 공장이 있다. 임원진과 사무, 연구 인력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생산직 근로자인데, 생산직의 경우 연습생, 중급자, 상급자, 관리자로 직급을 나누고 각 공정과 생산라인 별로 관리자와 상급자들이 교육을 맡고 있다. 각 공정과 라인별로 직원교육파트가 별도로 있어 현장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며, 분기마다 사내 기능대회를 열어 실력이 출중한 사원에게는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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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빌딩부에서는 숙련도와 난이도에 따라 파트를 나누어 프레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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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부는 신발커버를 씌우고 에어샤워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다. 알루미늄 하드테일 MTB부터 최고급 카본 로드바이크인 리엑토, 스컬트라의 도색과정도 볼 수 있었다. 사진은 자동 도색실을 거쳐 나온 제품을 사람이 살펴 제대로 착색되지 않은 곳을 추가로 도색하는 모습. 이후 자동으로 건조실을 통과해 본 도색과정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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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색을 마친 프레임은 로고와 그래픽을 얻는 데칼 작업을 마친 뒤 마무리 도색을 한다.

 

조립라인에는 잔잔하면서도 활기찬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능률적인 작업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란다. 헌데 취재 중 돌연 음악이 바뀌었다. 공포물이나 서스펜스 영화에서 위기감을 표현할 때 나올 법한 음악인데, 처음에는 조용히 울리다가 시간이 흐르자 볼륨이 커진다. 그리고 이내 컨베이어벨트로 움직이던 조립라인이 정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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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라인은 능률적인 생산을 위해 은은하면서도 활기찬 음악이 흐른다. 검품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음악이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분위기로 바뀐다. 이를테면 영화 ‘죠스’의 메인 테마 같은······. 

취재진을 안내한 리카 씨에 따르면 마지막 포장 직전에 조립된 자전거의 상태와 구성물을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견되면 위기의식을 고취시키는 음악으로 바뀌어 근무자들에게 주의를 준단다. 그리고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볼륨이 커지면서 컨베이어벨트를 세우고 문제가 일어난 부분을 근무자들이 스스로 찾아 수정한 후 다시 라인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딱딱하고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위트 있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오랫동안 쌓아 온 지혜가 보이는 부분이다.   

새로운 비전, 전기자전거

취재 당시에는 총 6개의 조립라인을 가동하고 있었는데, 평상시에는 낮과 저녁 2교대 근무지만 바쁠 때는 24시간 3교대로 생산할 때도 있단다. 

조립라인은 추후 5개 라인으로 축소하여 인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유는 전기자전거 생산량이 늘어서인데, 일반 자전거 생산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립라인 1개를 줄여 2개의 전기자전거 전문조립 라인을 만든다고. 

메리다는 3~4년부터, 전기자전거의 수요가 독일을 위시해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에서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에 주목하고 독일 연구개발부에서 전기자전거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에 있어 두 가지 분야로 접근했는데, 하나는 일반적인 생활형 전기자전거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용인 전기 MTB이다. 그 간에도 일부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으나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기자전거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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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라인 일부는 최근 유럽에서 수요가 느는 전기자전거 생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리카 씨에 따르면 “전기자전거 같은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면 바로 공장에서 생산할 수 없다. 독일과 본사에 각각 연구개발부가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독일센터는 제품의 설계와 구현을 담당한 부서이고 본사의 연구개발부는 개발된 제품을 어떤 방법으로 효율성 있게 생산현장에 적용할지 다시 연구하는 부서다. 그 때문에 공장 옆에 연구동이 위치해 있다”고 귀띔한다. 이렇게 본사 공장을 통해 안정화된 생산기술은 다시 중국의 공장에도 이전된다. 

전기자전거의 경우, 각 나라별로 지정된 법규가 있어 이를 충족해야 수출할 수 있는데, 현재는 모든 나라별로 따로 생산할 수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단일 규격으로 생산하고 메리다의 전기자전거 규격이 충족되는 나라에만 판매할 계획이다.

상생을 실천하는 기업

메리다는 몇 해 전부터 ‘MORE’라는 표어를 내세우고 있다. “더 멀리, 더 좋은 자전거, 더 나은 지구환경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이 신조의 골자다. 메리다는 전기자전거가 이런 소신에 가장 접근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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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의 수석부사장 윌리엄 젱은 전기자전거가 “자전거산업에 있어 차기 유망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취재를 마치며 메리다의 수석부사장이자 마케팅 총괄을 맞고 있는 윌리엄 젱에게 메리다의 경영이념을 묻자 “모든 사업 파트너와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일례로 해외 판매에 있어 현지 공급사와의 이익배분을 할 때 본사의 마진을 타 브랜드보다 낮게 설정한다고 한다. 이는 공급사가 본사를 신뢰하고 메리다란 브랜드로 자신 있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신 공급사도 만에 하나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본사와 함께 부담하자는 것이 메리다의 방식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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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다의 경영이념을 묻자 윌리엄 젱 부사장은 “가족은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는 공동체입니다. 우린 모든 파트너와 가족이 되길 원합니다”라고 답했다. 나만 이라든지 너만 이라는 마음이 생기면 함께 멀리 볼 수 없다는 것.

윌리엄 젱은 “동양에서 말하는 가족이란 개념은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언제든지 함께 고락을 같이 할 수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해외에 진출했을 때 대부분의 유럽 자전거 브랜드들은 이런 경영마인드가 없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린 아시아 기업만의 경영철학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고 할 수 있죠. 아울러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마인드는 소비자로 하여금 우리를 신뢰할 수 있게 합니다”라고 말한다. 함께 사는 상생의 안목,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사를 시작하며 대만이 중국의 저가경쟁에 의해 도태될 위기를 겪었던 시절을 언급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자 현 마잉주 대만 총통은 정치적 긴장완화와 경제부양을 목적으로 오히려 중국과의 교류를 다시 확대했다. 현재 대만의 중국 무역투자가 긴장시기보다 네다섯 배 늘었고, 자전거산업에서도 그간의 고급 기술이 중국으로 크게 이전됐다. 그럼에도 대만 자전거업계가 여유로울 수 있는 것은 단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메리다가 똑똑히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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