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타이베이 사이클 첫 편에서 짚어 본 대로 이번 타이베이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풀서스펜션 e-MTB다. 지난해 전기자전거의 약진이 두드러지더니 올해는 레저스포츠 쪽으로 더욱 진행된 모습. 따라서 시마노가 e-MTB용으로 내놓은 스텝스 E8000 드라이브 시스템이 주목을 받았으며, e-MTB용 타이어들도 부쩍 늘었다. 한편, 지금까지 시마노와 스램이 주도해온 전동변속기 분야에 FSA와 마이크로시프트가 뛰어들면서 전동변속기의 대중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무대 뒤가 더 궁금한 시마노
시마노는 e-MTB용 드라이브 시스템인 스텝스 E8000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텝스 E8000은 기존 e 드라이브 시스템보다 크기가 줄어 체인스테이를 비교적 짧게 만들 수 있고, Q-팩터 또한 줄어서 일반 MTB 크랭크셋과 같다.
시마노 부스는 전면에 e-MTB용 드라이브 시스템인 스텝스 E8000이 나섰다. 그 뒤로 듀라에이스 9100 시리즈를 비롯한 부품과 체험장이 마련됐으며, 안쪽으로는 지난 1월 공개한 에스파이어(S-PHYRE) 사이클웨어를 위시한 용품들을 전시했다. 대부분은 이미 공개되었거나 시판 중인 제품임에도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시마노는 별도의 컨벤션홀에서 딜러만을 대상으로 신제품 발표를 했다. 이곳에서 발표된 제품은 빠르면 올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
시마노의 핫플레이스는 정작 전시 홀이 아니다. 타이베이쇼는 평일 사흘간을 바이어를 위한 비즈니스 기간으로 진행하고, 주말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비즈니스 기간 마지막 날, 시마노의 신제품 발표회가 전시장 5층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세계 각지 딜러들만을 대상으로 한 이 발표회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언론에게도 비공개다. 작년 이맘 때, 이곳에서 듀라에이스 9100시리즈와 데오레 XT Di2가 발표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타이베이쇼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지난해 듀라에이스 사진이 유출됐던 것 때문인지 시마노 직원들뿐만 아니라 발표회장에서 나오는 딜러들도 쉬쉬하는 눈치다.
전동변속기, 양대 산맥 깨졌다
FSA가 무선 전동변속기 K-포스 WE를 선보였다.
2016 타이베이쇼에서 트라이애슬론 하이드레이션 시스템과 K-포스 라이트 모듈러 어드벤쳐 크랭크셋을 선보여 D&I 어워드 수상을 했던 FSA가 이번엔 로드바이크용 무선 전동변속기를 내놨다.
FSA의 무선 전동변속기 K-포스 WE는 작년 8월 유로바이크에서 프로토타입이 선보였었는데, 타이베이쇼에 전시된 제품은 출시용 제품이다. 시프터와 변속기 간은 무선이고, 배터리와 변속기 간에는 전원공급용 선이 이어져 있다. ANT+로 사이클링컴퓨터와 연결되어 변속정보를 표시하고 기록할 수 있다. 시프터 겸용인 브레이크 레버는 스탠더드 사이즈 외에 크기가 작은 컴팩트 사이즈가 있어 손이 작은 사람도 쓰기 쉽도록 했다.
K-포스 WE 브레이크 레버. 케이블은 브레이크용만 연결되며, 변속신호는 무선으로 전달된다. 레버는 스탠더드와 컴팩트 2가지 사이즈가 있다. 컴팩트 레버는 후드 부피가 약간 작고, 레버 길이도 짧아, 후드에서 변속 버튼까지의 거리도 더 가깝다.
K-포스 WE 앞뒤 변속기. 무선으로 작동하지만 시트포스트에 내장된 배터리와는 케이블로 연결된다. 앞 변속기에 무선 수신부가 있어 변속정보를 앞뒤 변속기에 배분하고, 배터리 충전은 뒤 변속기 케이블을 뽑아 충전한다. 한 번 충전으로 4~6000㎞ 주행이 가능하다고. 체인링은 53/39, 52/36, 50/34T, 카세트 스프라켓은 11-25, 11-28, 11-32T를 사용할 수 있다.
변속기용 배터리는 시트포스트에 내장하는 방식이며, 앞뒤 변속기가 함께 쓴다. 레버용 배터리는 CR2032 버튼형 전지다. 추후 펌웨어 업데이트와 변속 세팅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데스크탑 PC용 어플리케이션이 제공될 예정이라고.
아르곤18, 아이작 등 브랜드들은 이미 K-포스 WE 그룹셋을 채택한 완성차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K-포스 WE 림브레이크 캘리퍼. 두 개의 피봇이 한쪽으로 치우친 독특한 모양새다. 디스크 브레이크용 레버와 캘리퍼는 추후 추가될 예정.
마이크로 시프트도 전동변속기를 내놨다. 작년 타이베이쇼에서 MTB용 전동변속기, eXCD의 프로토 타입을 전시한 바 있는데, 올해는 출시 직전 제품을 선보였다. eXCD는 1×11 구동계용으로 뒤 변속기만 있으며, 기어 위치와 베터리 인디케이터를 겸한 시프터가 있다.
마이크로 시프트의 MTB용 전동변속기 eXCD. 1×11 구동계용이며, 체인의 출렁임을 방지하는 클러치 기술을 사용했다.
시프터는 기어 인디케이터를 겸한다.
배터리는 스티어러 튜브에 내장하고, 헤드셋 캡에 마이크로 USB 타입 충전단자가 있다.
배터리는 스티어러 튜브에 내장하며, 헤드셋 캡 형태의 마이크로 USB 충전단자가 포함된다. 완충하면 최대 16000회 변속할 수 있고, 체인의 출렁임을 줄이는 클러치를 잠그면 변속부하가 늘어서 변속 회수가 10000회로 준다. 마이크로시프트는 eXCD의 충전 포트가 일반 안드로이드 핸드폰과 같은 방식이어서 모바일 기기용 외장 배터리로도 충전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카세트 스프라켓의 최소 코그는 11T 최대는 46T를 지원한다. 시프팅할 때 버튼의 느낌은 가정집 초인종을 누를 때와 비슷하다.
MTB와 BMX 부품을 만드는 박스 컴포넌트의 ‘원 11 스피드 리어 디레일러’.
와이어 케이블 식 1×11용 뒤 변속기로 체인 장력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출렁임과 튀는 현상 줄이는 캠클러치(CamClutch™)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스프라켓의 최소 코그는 10T, 최대는 46T를 지원한다. 짝을 이루는 원 푸시푸시 시프터가 있으며, 시마노 11단 시프터와도 호환된다.
원 푸시푸시 시프터. 이빨이 많은 저단 기어로 변속할 때는 시마노 시프터처럼 메인 레버를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앞으로 누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단 기어로 바꾸는 릴리즈는 레버가 아니라 버튼을 옆으로 누르게 되어있다. 시마노처럼 엄지를 앞으로 더 뻗는다거나, 스램의 엄지를 들어 올리는 동작보다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주장.
콕핏은 에어로, 크랭크셋엔 파워 미터
FSA의 공기역학적인 부품 브랜드 비전은 작년에 내놓은 에어로 핸들바 ‘메트론 5D’의 프로파일을 이어받은 메트론 4D 플랫 M. A. S.를 선보여 D&I 어워드를 수상했다. 트리곤은 바스템 일체형 로드 핸들바 RB138를, 데다 엘리먼티 또한 바스템 일체형 핸들바 알라네라의 신형 프로토타입을 선보였다.
비전 메트론 5D의 프로파일을 그대로 이어받은 메트론 4D 플랫 마스.
메트론 5D가 바스템 일체형인 것과 달리 4D 플랫 마스는 일반 스템을 사용할 수 있고, 자사의 에어로바 익스텐더들과 결합되는 모듈러 에어로 핸들바다.
트리곤의 바스템 일체형 에어로 핸들바 RB138. 시마노 Di2를 위한 케이블 루트를 제공하며, 스템 하부에는 Di2 정션을 내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옵션으로 정션 커버 대신 장착할 수 있는 가민 사이클링컴퓨터 마운트가 있다.
데다 엘리먼티 알라네라의 차기 모델 프로토타입. 현재의 알라네라는 스템과 핸들바가 일체형이지만 공기역학적인 프로파일은 아니다. 그런데 타이베이쇼에 선보인 차기 모델은 위아래로 납작한 공기역학적인 형태에 헤드셋 위에 끼우는 스페이서까지 스템의 프로파일과 일치되도록 만들었다.
스램은 몇 년 전 쿼크를 인수해 파워미터 제품을 라인업에 올렸고, 지난해엔 시마노가 듀라에이스에 파워미터 내장형 크랭크셋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올해 타이베이쇼에는 FSA가 파워미터 내장형 크랭크셋, 파워박스 시리즈를 내놓았다.
작년, 유압 변속시스템 우노와 파워미터 크랭크암인 인파워 3D 플러스를 내놓은 로터는 더욱 진보된 모델인 2인 파워를 맨 앞에 내세웠다.
FSA의 파워미터 내장형 로드 크랭크셋인 파워박스 카본. 시마노와 스램 10-11단 호환 모델이며, 체인링은 46/36, 50/34, 52/34, 52/36, 53/39 5가지, 크랭크암 길이 또한 165, 170, 172.5, 175, 177.5, 180㎜ 5가지가 있다. CR2450 버튼형 전지가 쓰인다.
파워미터 내장형 MTB 크랭크셋인 파워박스 MTB 카본.
로터는 크랭크암 내부에 센서를 내장한 인파워 3D 플러스를 한층 발전시킨 2인 파워(2Inpower)를 전시했다. 좌우 크랭크암에 독립적인 센서를 내장해 좌우 편차를 파악할 수 있다. 인파워 3D 플러스가 AA 배터리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크랭크 스핀들에 리튬 이온 충전지를 내장했으며, 한 번 충전에 250시간을 사용이 가능하다. ANT+와 블루투스 듀얼밴드 통신을 지원하므로 사이클링컴퓨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앱으로 라이딩이나 훈련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독일의 카본 컴포넌트 업체인 THM의 경량 크랭크셋 클라비큘라 M3. 스파이더를 모듈화해서 BCD에 따라 컴팩트 드라이브용인 110㎜와 스탠더드 드라이브용인 130㎜를 선택할 수 있고, SRM 파워미터 또한 장착할 수 있다. 사진은 SRM 파워미터를 끼운 모습.
새봄 옷 갈아입는 휠셋들
지난해 허브에 세라믹 베어링을 채택했던 비전의 로드용 휠셋 메트론 시리즈가 탈 세라믹을 선언했다. 대신 허브에는 앵귤러 컨택트 베어링을 사용했다.
비전은 “세라믹 베어링이 구름성을 약간 향상시키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성능을 보장하진 않았다. 그보다 페달링할 때의 좌우 비틀림, 코너링 시의 편향이 구름성을 더 크게 저해한다. 우리는 그 때문에 축의 비틀림에 영향을 덜 받는 앵귤러 컨택트 베어링을 채택하게 됐다”고 베어링 교체의 이유를 설명한다.
지난해 허브에 세라믹 베어링을 채용했던 비전 메트론 시리즈가 허브 베어링을 앵귤러 컨택트 베어링으로 모두 교체했다. 앵귤러 컨택트 베어링은 회전축의 비틀림에도 손상 없이 구름성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실드베어링이다.
메트론 시리즈는 앵귤러 컨택트 베어링을 채택하면서 베어링의 위치도 허브 바깥쪽으로 최대한 이동시켰다. 이 역시 회전축의 비틀림을 최소화하려는 의도.
2년 전, 본지가 제조공정을 취재했던 어윈 사이클링의 카본 휠에도 변화가 있다. 종전의 어윈 카본 클린처 휠셋은 브레이크 트랙의 열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세라믹 섬유를 적층했으나, 올해부터는 세라믹 섬유를 적층하지 않고도 열변형에 견딜 수 있는 고성능 내열성 레진을 적용한다. 더불어 모든 카본 클린처 휠셋을 튜브리스 레디 타입으로 생산한다고.
어윈의 카본 클린처 휠셋이 브레이크 트랙에 세라믹 섬유를 적층하지 않아도 되는 고성능 내열성 레진을 사용한다.
올해부터 어윈의 카본 클린처 휠셋은 모두 튜브리스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는 튜브리스 레디 타입으로 만든다. 국내에는 ICW-38C, 58C가 유통되고 있다.
어윈의 허브보디도 일자형에서 절구형으로 바뀌었다.
DT 스위스는 하이프로파일 휠셋인 ERC 1100 다이컷 DB(ERC 1100 DICUT® DB)를 대표제품으로 소개했다.
ERC 1100 다이컷 DB는 F1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된 신예 부품업체, 스위스 사이드(SWISS SIDE)와 협업으로 만든 휠셋이다. 림 프로파일을 만드는 데는 스위스 사이드의 블랙 박스라는 소프트웨어가 쓰였다. 낮은 공기저항과 원활한 조향성, 편안함과 타이어의 접지력, 구름저항까지 감안해 높이 47㎜, 림 내폭 19㎜, 외폭 27㎜인 림이 만들어졌으며, 25, 28㎜ 타이어에 최적화됐다. 스포크는 허브영역과 림 영역을 합쳐 60%가 원형이고 한 가운데만 블레이드 타입인 독특한 형태다. 튜브리스 세팅을 할 수 있는 휠셋이다.
DT스위스의 아시아 태평양 세일즈 담당자인 프랭크 사이는 ERC 1100 다이컷 DB를 대표 제품으로 소개했다.
ERC 1100 다이컷 DB는 공기역학 전문업체인 스위스 사이드와 협업한 휠셋이다. 공기역학적인 면은 물론 조향성과 구름성, 장거리 주행에서도 라이더의 피로를 줄이기 위한 것이 이 휠의 컨셉이다.
클레멘트 타이어를 생산하는 클레멘트 사이클링의 돈 켈로그 대표. 올해엔 타이어뿐만 아니라 휠셋 생산을 시작했다고 설명하며, 신제품 휠셋 우수아이아(USHUAIA)를 들어 보인다.
우수아이아는 아르헨티나 빙하지대와 인접한 지역의 이름을 따왔다. 사이클로크로스, 그래블 장르용 카본 휠셋으로 28~50㎜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 튜브리스 휠셋이며, 디스크 브레이크용이다. 로터는 6볼트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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