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사이클 동호인 A씨. 그는 지난 시즌을 대체로 만족스럽게 보냈다. 그란폰도에 여러 차례 나가 완주하고, 동료들과 장거리 라이딩 투어도 다녀오는 등 눈에 띄게 기량이 향상됐다.
이런 A씨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겨울 들어 인도어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데, 좀처럼 실력이 나아지지 않고, 수시로 무릎과 허리의 통증이 찾아오는 게 내심 불안하다.
A씨의 경우를 듣다보니 남 이야기 같지 않다. 우리 주변 동호인들이나 엘리트 선수들도 이런 증상을 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선수들과 동호인들의 부상예방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저스트바디의 김대환 트레이너와 케이벨로 사이클 트레이닝센터 김도형 센터장은 이렇게 말한다.
엘리트 선수들의 코어 트레이닝을 지도 중인 저스트바디 김대환 대표(왼쪽)와 케이벨로 김도형 센터장. – 촬영협조: 의정부시청 사이클 팀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를 많이 사용하며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이클리스트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자전거를 타기 전부터 이미 신체의 불균형이나 통증 등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시작하면 심폐지구력이나 근력, 근지구력 등이 좋아지지만 잠재되어 있던 불균형 등이 문제를 일으키곤 합니다.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도 같은 패턴을 보입니다. 오랫동안 강도 높은 운동을 하다 보니 불균형이 더 심화되는 경우도 있고, 시합 중 입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하도록 충분한 재활을 못한 것도 원인이 됩니다.”
– 겨울에 이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 많나요?
“아무래도 시즌 중엔 문제가 있더라도 참고 자전거를 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시즌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병원이나 트레이닝 센터를 찾는 선수와 동호인이 많은 편입니다.”
– 이런 증상을 개선하고 새 시즌을 활기차게 맞을 방법은 뭘까요?
심각한 문제라면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만 적절한 코어트레이닝만으로도 나아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럼, 코어 트레이닝이 무엇인지, 그리고 시즌을 대비해 인도어 트레이닝과 병행할 수 있는 코어 트레이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차분히 알아보도록 하자.
코어 트레이닝?
코어는 요추(Lumbar spine), 골반(Pelvis), 엉덩이(Hips) 주변, 즉 몸통에 붙어 있는 많은 근육의 집합체(Complex)이다. 따라서 학계에선 약자로 LPHC로 표현하기도 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횡경막, 복횡근, 다열근, 골반저근 또한 코어 근육이다.
‘플랭크’, ‘런지’, ‘스쿼트’ 같은 자세는 동호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코어 트레이닝이다. 그래서인가 코어 훈련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어려운 자세로 버티는 운동’, 혹은 복근과 엉덩이, 허벅지를 단련하는 운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그 또한 틀린 건 아니지만, 전문가를 통해 그 내용을 올바로 짚고 넘어가자.
코어 트레이닝은 신체 균형과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효율적인 힘 전달은 물론 운동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김도형 센터장은 코어 트레이닝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한마디로 자전거의 체인과 같다고 봅니다. 크랭크에 실린 파워가 체인을 통해 손실 없이 전달되어야 하듯이, 잘 발달된 코어는 큰 근육들이 만들어낸 힘을 효율적으로 잘 전달되게 합니다.”
저스트바디의 김대환 대표 트레이너는 “코어 트레이닝의 목적은 척추를 안정시키고 유연성을 증가시키며, 신체 움직임의 질을 높여 자전거를 탈 때 좋은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잘 단련된 코어는 부상 없이 좋은 기량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위 전문가들의 말을 정리하면 코어 트레이닝의 효과는 ‘신체의 안정성과 유연성 향상’, ‘좋은 자세 유지’, ‘효율적인 파워 구현’, ‘부상 방지’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런 효과는 자연히 기량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제 어려운 말은 뒤로하고 구체적으로 사이클리스트를 위한 코어 트레이닝을 알아보자. 본 기사에는 김대환 트레이너, 김도형 센터장이 제안한 8가지 동작과 이를 바탕으로 심화된 응용동작을 소개한다.
제2의 코어, 발
현대인들의 발은 과거 조상들의 발보다 그 기능이 약화됐다. 한 자리에서 일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쓰임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이클리스트들은 페달링으로 자전거를 추진하면서도 페달링 파워를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발에는 소홀한 편이다.
발바닥의 오목한 부분을 족궁 또는 아치(Arch of foot)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페달을 밟을 때 눌렸다가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온다. 딱딱한 스프링이 제 역할을 못하듯 유연하지 않은 발은 힘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며, 발목과 무릎에 무리를 주어 운동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족궁 마사지와 숏풋 동작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족궁 마사지.
족궁 마시지(족저근막 이완, Planta fascia release)는 아치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동작이다. 사진처럼 작은 덤벨의 손잡이에 아치에 두고 앞뒤로 움직이며 꾹꾹 누르거나 단단한 공을 밟고 아치에서 굴려주면 된다. 20~30초 실시하는 것만으로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숏풋.
발가락으로 방바닥에 떨어진 수건이나 작은 물건을 집어 올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발가락으로 물건을 집을 때의 동작이 바로 숏풋(Short Foot)이다. 숏풋은 아치의 수축·이완을 반복해 그 기능을 회복시킨다. 덤벨 손잡이 부분을 20~30회 잡았다 놨다 반복한다.
카프 레이즈.
까치발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 동작을 카프 레이즈(Calf raise)라고 한다. 사이클슈즈에 클릿을 장착하는 부위인 중족골 뒷부분, 즉 발바닥에서 아치가 시작되는 부분으로 덤벨 손잡이를 딛고 뒷꿈치를 들어 올린다. 이 동작은 발바닥과 대퇴, 복근, 둔근 등 하지 전체 근기능을 활성화시킨다. 8~12회 반복하도록 하자.
숨은 페달링 근육 찾기
사이클리스트들에게 페달링은 어쩌면 숨 쉬는 것만큼 익숙한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이클리스트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는 운동손상도 페달링과 관련한 근불균형이 원인인 경우가 다반사다. 유명 선수들조차 자전거에서 내려와 맨몸으로 페달링에 사용하는 근육을 사용하게 해보면 어렵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라이더들에게 “페달링 근육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하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대퇴사두근’을 가장 먼저 말한다. 실상 페달링에는 이런 허벅지 근육 외에도 엉덩이와 배, 허리 근육까지 사용하게 된다. 이런 근육들을 부드럽고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해 안정적이고, 쉽게 더 높은 파워를 내고, 불균형을 방지하는 것이 코어 트레이닝의 본질이다.
최근에는 파워미터의 보급으로 단편적이나마 페달링과 관련한 불균형을 빨리 알아챌 수 있게 됐는데, 좌우 2%이상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보완 운동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하이 니.
페달링할 때는 밀고 당기는 근육을 모두 사용하는데, 당기는 근육은 많은 파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페달링의 효율과 부상방지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준다.
하이 니(High knee)는 보행동작을 응용해 팔과 다리(무릎)를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천천히 들어 올리고 5~10초간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다. 자세를 유지하면서 느껴보면 들어 올린 다리뿐만 아니라 디딘 다리의 허벅지와 엉덩이, 허리까지 힘이 들어가는 걸 알 수 있다.
이 동작을 보고 “페달링에 팔 동작이 무슨 역할을 하지”하고 의문하는 이가 있을 텐데, 팔다리 동작을 같이 할 때 코어가 더 크게 활성화 된다. 하이 니는 좌우 번갈아 8~12회 실시한다.
마운틴 클라이머.
마운틴 클라이머(Mountain climber)는 하이 니보다 난이도가 높은 운동이다. 상체의 힘을 많이 동원해 복근은 물론 대흉근, 광배근까지 다양한 코어 근육 단련에 도움을 준다.
준비 동작은 팔굽혀 펴기를 할 때처럼 엎드리면 된다. 이 때, 사진처럼 지면을 디딘 손보다 어깨가 앞으로 살짝 나오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후 한쪽 무릎을 굽혀 가슴까지 올리면 되는데, 올린 발은 땅을 딛지 않고 잠시 자세를 유지한다. 좌우 번갈아가며 8~12회 실시한다.
싱글 레그 힙 브리지.
싱글 레그 힙 브리지(Single leg hip bridge)는 마운틴 클라이머 동작을 보완하는 운동이다. 드러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굽혀 지면을 디딘 후 엉덩이를 들어 올린다. 손은 지면을 향하게 내려놓고 좌우 무릎을 번갈아 들어 올리면 된다. 동작마다 호흡하며, 잠시 자세를 유지한다. 8~12회 실시.
싱글 레그 에어플레인.
싱글 레그 에어플레인(Single leg airplane)은 말 그대로 한 다리로 서서 비행기를 흉내 내면 된다. 양팔을 벌리고 상·하체를 수평으로 유지하는 게 요령이다. 이 자세는 발의 기능과 신체 밸런스 유지에 도움을 주며, 대퇴사두근, 햄스트링, 둔근, 복근 등 다양한 근육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유연성을 향상시킨다. 10~15초를 유지한 후 반대쪽으로도 똑같이 실시한다.
에어플레인 + 하이 니.
싱글 레그 에어플레인과 하이 니를 연결한 응용동작이다. 앞서 실시한 운동이 다소 정적이었다면 이 운동은 다이내믹한 동작을 추가해 불안정성을 높임으로써 둔근과 복근에 더 강한 수축을 줄 수 있다. 좌우 번갈아 8~12회 실시한다.
싱글 레그 사이드 터치.
싱글 레그 사이드 터치(single leg side touch0)는 엉덩이 측면 중둔근을 강화하는 운동이다. 다리를 옆으로 들어 올리면서 반대쪽 손은 바닥에 터치한다. 디딘 다리가 옆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면서 곧게 펴는게 요령이다.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운동으로 손이 무릎정도 높이까지만 내려가도 무방하다. 장경인대염과 요통에 효과가 탁월한 운동.
소도구를 이용한 심화 훈련
앞서 알아본 맨몸 운동들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면, 다음 단계로 소도구를 이용해 난이도와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기구는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덤벨, 저항 튜브, 스포츠 밴드 등을 이용하면 된다.
덤벨을 이용한 싱글 레그 힙 브리지.
양손에 덤벨을 쥐고 싱글 레그 힙 브리지를 하며 반대쪽 팔을 앞으로 뻗는다.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사용할 때 코어 근육이 훨씬 더 많이 일을 하게 되는데, 특히 이 운동은 사이클링 시 댄싱에 도움이 된다.
저항 튜브를 이용한 하이 니.
기둥이나 문틈에 저항 튜브를 고정하고, 하이 니 자세에서 튜브를 당겨 좌우 팔근육과 광배근을 쓰는 동작이다. 불안정성을 높여 발과 둔근에 큰 자극을 주게 되고, 사이클링 시 상체의 지지력과 밸런스를 향상시킨다.
저항 튜브를 이용한 플랭크.
플랭크는 팔꿈치로 지면을 지지하고 엎드린 자세인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코어 운동이다. 오랜 시간 길게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긴 시간 플랭크를 하기보다는 30초~1분 안팎을 실시하면서 난이도를 높이는 것을 추천한다.
위 사진처럼 플랭크 자세에서 좌우 번갈아 저항 튜브를 잡아당기면 광배근과 복근이 더 많이 동원하게 되어 난이도가 높아진다. 이 동작 역시 상체의 안정성을 높여 일관성 있는 페달링과 파워를 유지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스포츠 밴드를 이용한 밴드 힙 애브덕션.
양 발에 밴드를 건 후, 다리를 좌우로 벌려주는 동작 밴드 힙 애브덕션(Band hip abduction)은 힙의 측면 중둔근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이다. 페달링 시 작용하는 둔근은 런지, 스쿼트에서 처럼 뒤로 미는 대둔근이 주로 사용되지만 무릎이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각도로 잘 움직이기 위해서는 중둔근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경인대증후군을 호소하는 동호인들의 대부분은 중둔근 약해서 무릎이 바깥쪽으로 돌며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밴드 하이 니.
양 발에 밴드를 걸고 하이 니 동작을 한다. 디딤 발의 발바닥 아치 운동과 동시에 페달을 올릴 때 필요한 고관절 굴곡근 등을 강화시킨다.
호흡근 단련
나면서부터 한 호흡인데도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거쳐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 대다수가 잘못된 방법으로 호흡을 하고 호흡근의 약화되어 있다고 한다.
횡격막으로 대표되는 호흡근은 호흡뿐만 아니라 척추의 정렬과 자세유지에도 역할을 한다. 연구에 의하면 호흡근은 지구력 운동 시 의외로 빨리 피로를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몸통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다리로 가는 혈액의 양도 줄어 운동수행에 제한을 준다고.
무엇보다 호흡은 내쉬는 것보다 들이마시는 중요하다. 숨을 들이마실 때, 어깨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배가 나오는 것이 올바른 호흡이라고 보면 된다. 흔히 전자를 흉식호흡 후자를 복식호흡이라고 한다.
파워브리드를 이용한 호흡근 훈련. 파워브리드는 강도를 조절하며 흡기근을 단련할 수 있어 횡격막을 위한 아령이라고 불린다.
크리스 프룸, 게런트 토마스 같은 유명 선수들이 있는 영국 대표 팀은 파워 브리드(제품명)로 대표되는 호흡근 트레이닝 장비를 도입해서 큰 효과를 보았다.
사이클링은 훌륭한 심폐 운동인데, 장비까지 써가며 따로 호흡근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놀라운 건 심폐능력이 상당한 프로 선수들도 의외로 일반인 수준 또는 그 이하의 흡기근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김대환 트레이너와 김도형 센터장은 고강도의 코어 트레이닝보다 운동전후, 꾸준히 반복할 수 있을 정도의 코어 트레이닝을 추천했다.
지금까지 사이클리스트들을 위한 코어 트레이닝에 대해 알아보았다. 기사를 마무리하며 두 전문가들은 이런 조언을 한다.
“해외 유명 선수들을 보더라도 단지 근육량이 많다고 자전거를 잘 타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전거에 오르기 전의 몸 상태가 중요합니다. 신체 기능 간의 균형이 잘 잡혀있어야 하죠. 그렇다고 코어 트레이닝을 고강도로 오랜 시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운동전후, 적절한 강도로 자신에게 맞는 코어 운동을 5~10분이라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러 어려운 운동을 무리하게 하지 마시고 지속가능한 운동을 꾸준히 하시길 바랍니다.”
■취재 협조
– 케이벨로 사이클 트레이닝센터 www.kvelo.co.kr
– 저스트바디 blog.naver.com/justbody_gym
– 액티브 라이프 activelif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