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신용윤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을 위해 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한국 여자 사이클의 기대주, 나아름을 만났다.
지난 3월, 런던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해 국제무대를 동분서주하던 국가대표 사이클팀이 잠시 몸을 추스르기 위해 국내로 돌아왔다. 한 달 정도만 머물다 다시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호주 전지훈련을 떠나야한다는 대표 팀. 그들이 떠나기 전 태능선수촌으로 찾아가 여자 사이클 중장거리부문 기대주 나아름을 만났다.
나아름은 2006년 여자 주니어 사이클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나 여자고등부 트랙경기를 휩쓸며 당시부터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2009년 나주시청 팀에 입단과 동시에 국가대표로 생활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트랙경기 중에서도 포인트 레이스나 스크래치 같은 선수 간 심리전이 중요한 경기에 유독 강해 ‘게임의 여왕’이란 호칭이 아깝지 않던 그녀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 올림픽 개인도로경기 출전권 획득을 위해 로드레이스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바이크왓 독자들을 위해 자신을 소개해 달라.
나주에서 자라고 지금도 나주에서 살고 있다. 1남 3녀 중 셋째다. 아직 결혼한 형제가 없어서 부모님과 형제들 모두 함께 산다. 사이클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했다. 아버지가 운동을 무척 좋아하셔서 자식들에게 권장하셨다. 그래서 언니와 오빠 그리고 나까지 삼남매가 사이클을 했다. 오빠는 고등학교 때 그만뒀지만 언니는 2010년까지 나와 같은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지금은 삼양사로 이적했다. 삼양사 팀의 나희경 선수가 내 언니다.
2010년부터 괄목할 만하게 경기력이 향상된 것 같다. 우매한 질문인줄 알지만 계기나 비결이 있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경기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마음가짐 이다. 2009년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실업팀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국가대표가 됐다. 고등부 때는 실업팀이 목표였고, 막상 실업선수가 되자 잠시 목표를 잊게 되었다. 당시엔 성적에도 욕심이 없었다. ‘아직 1년차인데 뭐 어때’ 이런 생각이었다. 그런데 남들이 그러더라. “쟤, 실업팀 선수가 되더니 흐리멍덩해졌어!”라고. 그런 소리를 들으니 정신이 번쩍 나고 자존심도 상했다. 그래서 한 해 동안의 방황을 끝내고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최근 3년간의 트랙경기 결과를 보면 기록경기 성적도 좋지만 순위경기에 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도 그렇게 느끼나? 그렇다면 그런 이유가 있나?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트랙경기 대부분이 경쟁구도로 경기가 실시되어도 기록경기는 혼자만의 싸움이 될 때가 많다. 반면 순위경기는 여러 가지 게임적인 요소가 있고 선수 간의 심리전도 치열하다. 난 여러 선수가 겨루는 팍팍함, 다양한 변수, 그리고 심리적인 싸움, 그런 것에 흥미를 느낀다. 흥미로우니 즐겁고 즐기니까 저절로 성적에 반영된 것이라고 이해한다.
그동안 준비했던 트랙경기의 단체추발종목의 올림픽출전이 불투명해지자 이제 그는 로드레이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단체추발 올림픽 출전권 획득 실패. 하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로드레이스도 게임적인 요소가 많은데 트랙보다는 압박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개인도로경기보다 타임트라이얼이 결과가 더 좋은 것은 경쟁에 대한 압박이 덜하기 때문인가?
아! 속마음을 들킨 것 같다(웃음). 사실 난 도로전문이라고 말할 순 없다. 도로레이스에 치중한 건 몇 개월 안 된다. 지난해부터 단체추발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대표 팀 모두 노력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5월까지 아직 몇 번 기회가 더 있는 개인도로경기에 승부를 걸었다. 그런데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경험부족이 사실이다. 대표 팀에 있는 성은 언니(구성은, 대구광역시체육회)를 보면서 ‘이게 연륜이 구나’라고 느낄 때가 많다. 반면 독주는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속이 편하다. 하지만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개인도로경기에서 더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
“트랙경기도 한두 명씩 겨루는 기록경기보다 한꺼번에 많은 선수들이 접전을 펼치는 순위 경기가 더 흥미롭죠. 마치 게임 같잖아요. 도로레이스가 그런 맥락인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힘들기도 해요.” 지난 3월 대통령기 가평일주 도로사이클대회에서 나아름은 여자 개인도로경기 우승을 거머쥐었다.
만약 올림픽에 신설되었으면 하는 경기가 있나? 그리고 실제로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고 가정하면 어떤 종목이면 좋겠는가?
신설되었으면 하는 것은 포인트 경기다. 이유는 가장 잘 하고 즐기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누군가 지금 올림픽 출전권을 준다고 한다면 단체추발경기의 출전권을 달라고 말하고 싶다. 국가대표 팀에 들어오면서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습한 종목이고 이제 팀원 모두 서로 하나라고 느낄 만큼 애착이 생긴 종목이다. 모두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 아쉬움이 많다.
국가대표팀에서 혹시 ‘악바리’ 같은 비슷한 별명으로 불리지 않나?
남자선수들과 경쟁적으로 훈련한다고 하던데 그런 별명이 생길 법하지 않겠는가?
(웃음)처음 사이클을 시작했을 때 사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했기 때문에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운동하기 싫어서 도망 다닌 적도 있다. 그 때는 선생님들이 ‘뺀질이’라고 놀렸다. 그때 이후로 별명은 없다. 남자선수들 하고는 2009년 대표 팀으로 발탁된 후부터 훈련을 했는데 처음에는 나이 차이 많은 오빠들이라 어려움이 앞섰다. 그런데 막내라고 잘 챙겨줘서 지금은 편하다. 훈련하다 보니 남자들도 사람이더라. 남자들도 훈련이 힘들 땐 나처럼 힘들어 하고 훈련강도가 내려가면 금방 얼굴이 펴진다. 그래서 여자, 남자 차이에 대한 불편함이나 훈련이 더 힘들다는 생각은 없다.
롤 모델이나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나?
라이벌이라기보다 꼭 한 번 같은 조건에서 민혜 언니(이민혜, 서울시청, 3월 현재 UCI 세계사이클링센터에서 훈련 중)와 겨뤄보고 싶다. 동생으로서 언니에게 키 재기를 해보고 싶다고 할까. 대회에서 만난 적은 많은 데 대부분 컨디션이 서로 차이나거나 종목이 엇갈렸다.
사이클 선수로서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나?
지금 한국 남자 사이클 선수하면 선수와 지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조호성’을 꼽는다. 조호성 선배가 그 만큼 성실하고 자기관리를 잘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여자 사이클 선수하면 처음 떠오르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5년 전, 이민혜 선수에게도 같은 질문을 한적 있다. 남자 로드바이크 동호인들이 도전한다면 받아줄 용의가 있는가?
(당시 이민혜의 대답 “레이스 중의 저는 여자가 아니랍니다.”)
물론이다. 그런데 승부는 해보나 마나다.
여자가 남자를 이긴다는 건 대부분의 가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남자가 여자를 이기려들면 그 사람 힘들어진다.
프로필 :
나아름 (23, 나주시청)
- 포인트경기 UCI 7위(2012년 3월 현재)
여자 3㎞개인추발 한국신기록(3분39초518, 2010세계선수권대회) 보유 - 2012 아시아선수권대회 도로독주 1위
2011-2012 제1차 트랙월드컵 포인트경기 1위
2011-2012 제2차 트랙월드컵 스크래치 3위
2011 아시아선수권대회 포인트경기 1위
2011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추발 1위 대회신기록(3분37초108)
2011 전국체전 3관왕(포인트경기, 개인추발, 도로독주)
2010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 옴니엄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