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동옥
사진 Daniel Geiger / Merida , 서종철, 한동옥
메리다는 뉴 스컬트라를 통해서 경량과 공기역학성능을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마그슈타트 메리다 R&D 센터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 다니엘 슈벵크(Daniel Schwenk)와 로드부분 프로덕트 매니저 패트릭 라프렐(Patrick Laprell)를 만나 스컬트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뉴 스컬트라의 개발자 다니엘 슈벵크. ⓒ서종철
-뉴 스컬트라 프로젝트, 언제 시작했나?
“3세대 스컬트라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새로운 스컬트라를 개발해서 각종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윈드터널 테스트를 거쳤다. 금속으로 만든 프레임 구조물 위에 다양한 형태의 패스트백 튜브를 바꿔 끼워가면서 윈드터널에서 비교 테스트를 했고, 마지막 프로토타입 3가지를 만든 후 최종 선택된 프레임을 완성차로 조립하는 데까지 총 18개월이 걸렸다.”
– 개발 과정 중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난관이었나?
“무게를 줄이는 것이었다. 단순히 무게만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볍게만 만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난다. 예를 들면 자전거를 캐리어에 얹어서 이동한다고 가정해보자. 다운튜브를 붙잡는 형식의 캐리어를 썼을 때, 과도하게 감량한 프레임은 라이딩 중이 아닌 자전거의 이동 중에 파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강성을 가지는 동시에 공기역학적인 형태를 고려했고, 이 부분을 만족시키면서 프레임과 포크를 합한 무게가 1000g 이하가 되도록 노력했다.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무게를 줄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개발에 착수한 18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4세대 스컬트라. 무게를 줄이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 여러 요소 중 무게가 핵심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 가벼운 무게를 먼저 상정하고 여기에 다른 부분을 맞춰나갔다. 공기역학성능도 가벼운 무게를 달성할 수 있는 레벨에서 부여했고, 다른 부분 또한 마찬가지다.”
– 스컬트라에 쓰인 캄테일 형태가 공기역학성능과 무게 그리고 강성을 고루 충족시키는 최선의 방법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공기역학성능이 좋으면서 강성이 뛰어나고 무게 또한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지금보다 조금 전의 에어로 프레임을 떠올려 보자. 튜브의 앞부분은 지금과 같지만 뒷부분이 둥글다. 평평하게 자른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인데, 무겁고 강성이 떨어진다. 캄테일 튜브는 에어로다이내믹를 추구하면서 강성과 무게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다시 말해 현재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니엘 슈벵크는 날개의 뒷부분을 잘라낸 캄테일 형태가 공기역학성능과 무게, 강성을 고루 만족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캄테일 형태가 적용된 포크의 뒷부분. ⓒDaniel Geiger/MERIDA
-뒤 브레이크를 체인스테이 앞으로 옮겼다.
“카본 프레임에서 승차감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시트스테이를 길게 만드는 것이다. 뒤 브레이크를 BB셸 아래로 옮기면서 브레이크를 고정하는 브리지를 없앴고 그래서 시트스테이가 깨끗하고 길게 만들어졌다. 보통 브리지를 쓸 때는 양쪽 스테이 하나씩과 브리지까지 3개의 구조물이 있었는데, 뉴 스컬트라의 경우 브리지를 없애는 대신 시트튜브와 시트스테이가 만나는 부분을 더 강화할 수 있었다. 승차감이 좋아지면서 강성 또한 향상될 수 있음을 보여준 부분이다. 그 다음은 공기역학성능이다. 시트스테이 주변에서 브레이크가 발생시키는 공기저항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뉴 스컬트라가 올라운드 자전거 중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하나?
“라이드의 경우에는 그렇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모든 경쟁사의 올라운드 또는 스탠더드 로드바이크의 편안함을 측정해보지는 않았다. 스컬트라가 가장 편안한 자전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최상위권에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
-프레임 하나에 400개나 되는 카본 프리 프레그를 사용했다고 들었다. 제작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이렇게 카본 조각을 많이 사용한 이유는?
“카본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작업임을 뜻한다. 긴 카본 프리프레그는 오직 탑튜브와 다운튜브의 중간 부분에만 사용했다. 카본은 각도를 바꿔가면서 적층을 해야만 여러 방향에 대응할 수 있는 강성이 생기는데, 보통 강성이 필요한 부분에 계속 보강하다보면 무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강성이 필요한 부분을 최대한 작게 나눠서 적층하는 방법을 썼다. 상대적으로 강성이 약한 부분에는 큰 덩어리의 카본 프리프레그를 사용하고, 헤드튜브나 BB셸처럼 높은 강성이 필요한 곳에는 여러 각도로 적층하기에 유리하도록 카본 프리프레그를 잘게 쪼개서 사용했다.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큰 조각은 숫자를 줄였고, 작은 조각은 숫자를 늘려 사용한 것이다. 이유는 무게를 줄이면서 목표한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뒤 브레이크를 BB셸의 아래에 달았다. 공기역학성능이 좋아졌고, 승차감이 크게 향상되었다.
-뒤 브레이크를 다이렉트 마운트 타입을 쓰면서 BB셸 아래로 옮겨 공기역학성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 브레이크에 다이렉트 마운트 타입을 쓰지 않은 이유는 무언가?
“뒤 브레이크를 BB셸로 옮기면서 브레이크가 고정되는 시트스테이의 브리지를 없앨 수 있었는데, 그만큼 무게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앞 브레이크를 다이렉트 마운트 타입으로 변경하게 되면 프레임의 무게가 늘어나 버리고 만다. 브레이크를 고정하는 볼트를 위한 구멍의 숫자가 일반 듀얼 캘리퍼 브레이크는 하나인데 비해서 다이렉트 마운트 브레이크는 피봇을 고정하는 볼트 자체가 피봇 역할을 하기 때문에 2개가 된다. 볼트가 고정되는 구멍 주위는 필연적으로 카본을 더 써서 두껍게 만들어서 강화해야 하는데, 포크의 경우 무게가 30~50g이 추가된다. 공기역학으로 얻는 이익보다는 최대 50g이 늘어나는 무게 패널티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앞에 다이렉트 마운트 브레이크를 쓰지 않은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브레이크 자체의 무게가 아니라 다이렉트 마운트를 고정하려면 포크에 봍트용 구멍을 하나 더 내야 하고, 이 구멍이 최대 50g의 무게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Daniel Geiger/MERIDA
-팀 프레임에서 녹색이 빠졌다.
“펠러톤에서 녹색을 사용하는 팀이 제법 많기 때문에 녹색과 핑크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본연의 색인 핑크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덕분에 자전거가 한결 깔끔해졌다.”
-람프레-메리다가 사용하는 로드바이크 모두가 당신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그 중 한 대를 고르라면?
“스컬트라를 선택하겠다. 이 자리가 스컬트라의 발표회장이라서가 아니라 내 라이딩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자전거이기 때문이다. 가볍고 공기역학적이며 편안하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올라운더다. 평평한 지형에서도 효율적이고, 가벼운 무게는 길고 가파른 언덕에서 놀라운 무기가 된다. 하지만 매우 공격적인 라이딩 스타일이고 그룹이 아닌 홀로 라이딩을 즐긴다면 리액토가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컬트라 팀 모델은 무게만 감량한 것이 아니라 팀 바이크의 컬러에서 녹색도 덜어냈다. 덕분에 한결 깔끔해졌다.
메리다 유럽의 프로덕트 매니저, 패트릭 라프렐. 미국의 자전거업체 피봇 사이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서종철
-람프레-메리다는 이탈리아 팀이다. 메리다가 로드바이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래 이탈리아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이탈리아에는 피나렐로, 콜나고, 데로자 등 전통 깊은 자전거 브랜드가 많다. 그래서 대만업체인 메리다가 한 순간에 인지도를 높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대신 꾸준히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이미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그에 비해서 월드챔피언인 루이 코스타의 영입은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가 람프레-메리다로 이적한 이후 그의 고국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매출이 크게 성장하는 것을 살필 수 있었다.”
-4.56㎏. 스컬트라 9000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가장 가벼운 양산 자전거 타이틀을 획득했다.
“초경량 프레임을 완성했지만, 각종 부품을 달았을 때 ‘실제 완성차’의 무게는 우리도 알 수 없었다. 각 부품의 실제 무게가 알려진 것과 다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저울에 달린 스컬트라의 경우 이곳 발표회장에서 조립된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일부 부품을 호텔에서 택배로 수령했는데, 미캐닉들이 조립을 마친 후 저울에 올리던 순간은 정말이지 긴장감으로 고요했다. 저울이 표시한 숫자는 4.55㎏. 트렉이 에몬다로 세운 기록을 넘은 양산 자전거 최고 기록이었다. 하루가 지나자 무게가 10g 늘어난 것은 이상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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