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포츠자전거’하면 로드바이크를 쉽게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스포츠자전거 이용자 절대다수가 보유하고 있는 자전거의 종류는 산악자전거라고 불리는 MTB다. 또한 아직까지도 자전거대회의 상당수가 산악자전거 위주의 대회이며 로드바이크와 MTB 모두 출전할 수 있는 대회라고 해도 산악자전거 출전자가 아직은 더 많은 실정이다.
헌데 MTB 이용자들의 산악라이딩과 도로라이딩 빈도를 비교하면 어떨까? 애초에 MTB가 다른 자전거와 비교해 더 안전하고 튼튼할 것이라는 인식으로 산악라이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산악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산악라이딩을 하는 라이더들도 도로라이딩 빈도가 높으며 그 중에는 싱글트랙을 배제한 임도위주의 라이딩만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포티한 산악라이딩을 하고 싶어도 수영이나 스키처럼 전문적인 강습기관이 드물다.
둘째, 트레일에서 등산객과의 마찰이 심하고 지형적인 여건도 사실상 산악라이딩을 여유롭게 즐길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이 밖의 문제들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의 두 가지가 가장 큰 이유가 되곤 한다. 전자의 경우, 최근 국가대표 산악자전거 선수출신들이 전문 강사로 나서며 산악자전거의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들이라고 두 번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다운힐 동호인이자 다운힐러 커뮤니티인 DH클럽 운영자인 손창환은 안전하면서도 테크니컬한 트레일에서의 라이딩을 꿈꾸다가 스스로 삽을 들게 됐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손창환은 바로 두 번째 이유, 그 불편한 진실에 맞선 사람이다. “MTB 타기 불편한 자연지형 보다 타기 좋게 만든 인공지형이 더 친환경적이다”고 주장하며 “초급자부터 국가대표선수까지 누구나 익스트림하면서도 안전하게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곳을 만들기 원한다”고 말한다. 자타 공인 대한민국 산악자전거 트레일 빌더 1호라고 불리는 그가 바라보는 그곳을 지금부터 따라가 본다.
“트레일 빌딩, 정말 잘 놀기 위해 시작했다.”
바이크왓 독자들에게 자신을 소개를 해 달라.
경제적인 직업은 자영업을 하고 있지만 DH클럽이라는 온라인카페 운영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온라인에서의 별명은 더치(그가 키우던 개 이름). 2001년 처음 접한 MTB가 다운힐 자전거라 모든 산악자전거가 다운힐 타입이라고 착각하고 산악자전거에 입문했다(웃음). 2005년부터 지인이 운영하던 다운힐 커뮤니티인 DH클럽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2004년 클럽행사를 계기로 산악자전거 코스를 개발하고 만드는 일(트레일 빌딩)에 관심을 두게 됐다. 2011년부터 한국산악자전거협회에서 경기코스 개발과 대회시설을 담당하는 시설이사직도 수행하고 있다.
한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2012년을 의미 있던 일과 아쉬운 것, 그리고 최근 근황을 말해 달라.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산악자전거협회 시설이사로서 협회주관 대회의 (MTB)코스를 조성하는 현장에서 지내는 일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지난 용평리조트배 산악자전거 페스티벌 코스개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국제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는 MTB 인듀어런스 장르인 수퍼D 경기를 국내 최초로 개최하는 등 동호인들에게 MTB의 다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뿌듯하다.
반면 DH클럽 운영에는 다소 소홀했던 것이 아쉽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올마운틴 장르도 그 활성화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개인적인 일과 몸담고 있는 단체의 업무가 많다 보니 실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근래에는 시즌오프를 하면서 산악자전거협회 1년 결산과 내년 계획을 잡고 있고, 트레일 빌더로서는 2013년 준공예정인 ‘고창 MTB 파크’의 기본설계와 실시설계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처음에는 동호회 행사를 위해 등산로로 쓰이던 트레일을 개선하고 기물을 만들었다. 하지만 더욱 테크니컬한 라이딩을 위해서는 전문적인 트레일 빌딩이 필요했다고.
트레일 빌딩···, 라이딩을 즐기기는 쉽지만 직접 삽을 들기는 쉽지 않은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나도 우리나라 여건 상 여느 동호인들처럼 자연적인 지형에서 다운힐을 즐기던 동호인이었다. 시간이 흘러 좀 더 재미있게 자전거를 즐기기 위해 코스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 트레일 빌딩까지 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코스를 만든다기보다 발굴하고 자전거를 타기 좋게 개선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자연지형을 이용한 라이딩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흔히 경험했겠지만 등산객과 마찰을 빚으며 트레일을 공유한다는 것도 힘들었고······. 그러다가 인터넷을 통해 해외 다운힐 영상들을 접하고 좀 더 재미있게 라이딩을 즐기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트레일 빌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트레일 빌딩에 관심을 두다보니 단순히 코스뿐만 아니고 국내 자전거 대회의 천편일률적인 행사문화에도 다형성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동호회 차원의 대회도 열고 그에 따른 트레일을 조성하게 된 것이 계기다.
동호회 차원의 대회? 어디에 어떤 코스를 조성했었나?
2004년 DH클럽이 주축으로 개최한 ‘한우물 프리라이딩 페스티벌’이 시초다. 수도권 인근에서 프리라이딩과 다운힐을 즐기는 동호인들이라면 잘 알 텐데, ‘한우물’이라는 곳은 관악산 서쪽 능곡을 지나는 코스다. 새롭게 트레일을 만들었다기보다 기존에 등산로로 쓰이던 길을 자전거를 타기 좋게 보수하는 개념이었다. 당시에는 경험하기 힘들었던 뱅크나 드롭, 도약대 등을 설치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그 때의 또 다른 목적이었다. 대부분 흙을 이용하기는 힘들어 나무 구조물을 만들어 설치했었다.
“5살 꼬마부터 70대 노인까지 여유롭게 MTB를 탈 수 있는 곳”
트레일 빌딩을 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을 텐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
가급적 자연훼손 없이 라이더가 안전하면서도 즐겁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조건을 찾고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울러 테크닉이 상이한 라이더들이 모두 즐겁게 탈 수 있는 코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렵다.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난이도 높은 코스를 만들면 대중의 접근이 힘들고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어진다. 내가 상설 바이크파크를 꿈꾸게 된 동기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가 2007년부터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 동호인들과 함께 조성하기 시작한 트레일들은 3년 동안 국내 최초의 상설 바이크파크라는 이름을 걸고 국내 올마운틴과 다운힐 장르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지산 바이크파크는 결국 2011년 문을 닫았다.
상설 바이크파크, 듣기에는 쉬운데 정확히 어떤 개념인가? 그리고 어떤 장점이 있나?
2007년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에 상설 바이크파크를 조성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더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서 2009년 세계 최대의 상설 바이크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캐내다 휘슬러에 견학을 갔었다. 인터넷 영상으로만 봐서 익스트림한 이미지가 강했던 휘슬러파크를 실제로 보니 더 놀라운 곳이었다. 5살짜리 꼬마부터 70대 노인까지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며 즐기는 그 곳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를 거다.
바이크파크는 우선 그런 심리적인 안정감과 여유로움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또한 등산객과 동선을 따로 쓰기 때문에 수도권 인근에 비일비재한 등산객과의 안전사고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등산객들과의 마찰은 표면적인 일일뿐이다. 초보자부터 국가대표선수까지 모든 라이더가 안전하고 재미있게 탈 수 있는 단 하나의 코스는 사실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 하지만 상설 바이크파크라면 난이도별로 여러 가지 코스를 만들 수 있고 그 코스끼리 조합도 가능하다. 그뿐 아니라 유사시 접근성도 좋아 안전사고 등에도 대처하기 쉬워진다.
전문 트레일 빌더로의 나선 것은 조금 전에 언급한 지산리조트 바이크파크 조성 때부터인가?
앞서 말 한대로 트레일 빌딩에 관심을 둔 건 그 이전부터지만 2007년 지산리조트를 계기로 좀 더 욕심낸 게 사실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지 않던가. 지산바이크파크를 시작할 때는 단순히 ‘잘 놀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웃음). 지산 프리라이딩 페스티벌도 그런 이유로 개최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캐나다 휘슬러 바이크파크에 다녀온 후 본격적인 청사진이 그려졌다고 말 할 수 있다.
더욱 전문적인 트레일 빌딩을 위해 2009년 세계 최대의 바이크파크를 운영하는 캐내다 휘슬러리조트를 찾은 손창환은 휘슬러 바이크파크의 트레일 빌딩을 담당하는 그라비티로직의 책임자와 만나 바이크파크가 추구해야할 점과 기술적인 조언을 듣기도 했다.
휘슬러 바이크파크에 갔을 때 트레일 빌딩에 관련된 사람들과도 만났었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때 휘슬러 바이크파크의 트레일 빌딩과 코스관리를 맡고 있던 그라비티로직의 책임자를 만났다. 그에게 휘슬러 바이크파크가 추구하는 바를 설명 듣고 기술적인 부분의 조언 받기도 했다.
“상설 바이크파크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 필요”
기자가 알기로 지산 바이크파크는 2011년 바이크파크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 무슨 문제점이 있었나?
결국에는 수익이다. 투자비용 대비 소모가 더 컸다. 나와 동호인들이 지산리조트와 협조해 그 일을 시작했을 때는 어떤 금전적인 이익을 기대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코스를 조성해야 더 현실적인 트레일이 나올 수 있었고 더불어 지산리조트도 더 큰 투자의지가 생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지산의 투자는 소극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생업을 두고 동호인들이 개인적인 참여로만 새로운 트레일을 만든다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말이다. 점차 신규 코스개발이 힘들어졌고 2011년 여름 호우로 인해 슬로프에 수해가 나는 등 복합적인 문제도 있었다. 결국 몇 년간 명맥만 유지하다가 손을 들게 되었지만 지산 바이크파크라는 인프라로 인해 트레일 빌딩의 개념과 노하우도 더 확실히 축적할 수 있었고 올마운틴, 다운힐 장르 라이더들의 라이딩 기술도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지산 바이크파크 외에도 김천 MTB파크 리빌딩을 컨설팅하기도 했고 2011년부터는 한국산악자전거협회 시설이사로서 삼천리자전거배와 용평리조트배 등의 경기코스를 조성하기도 했다.
지산 외에도 상설 바이크파크에 관심을 두는 곳이 있었다고 아는데 그 동안 진전된 곳이 있나?
2010년 김천시가 지자체 차원에서 개장한 김천 MTB파크가 1차 개장 후, 내게 리빌딩을 의뢰해서 4X코스형식의 트레일을 컨설팅 했다. 이후 상설 바이크파크는 아니지만 지난 2년간은 산악자전거협회 주관대회인 무주대회(삼천리자전거배)의 다운힐 코스와 4X코스를 새롭게 구성했고, 지난 용평리조트배에서도 다운힐 코스와 4X, 수퍼D 코스를 개발했다.
용평리조트 코스들은 대회전과 이후에도 스키시즌 전까지 상설로 운영했으며 상설화에 많은 관심이 있는 곳이다. 현재는 전북 고창군이 진행하고 있는 고창 MTB파크의 설계를 맡았는데 계획대로라면 내년 중에 완공될 예정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바이크파크의 필요성들이 대두되고 있고 관심이 있는 곳도 여럿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는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계획과 투자의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바이크파크를 만들기에는 사용자들이 많지 않아 수익률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하는 문제와 같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수익을 위해서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2000년대 초반 문을 연 캐내다 휘슬러 바이크파크가 수익사업으로 전환되기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2년 전부터는 스키시즌의 매출을 앞서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장기적인 안목으로 트레일을 신설하고 그 인프라를 쌓는 동안 유저는 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자체나 리조트는 ‘트레일 한두 개 만들면 알아서 오겠지’하고 쉽게 생각하거나 행사위주의 코스만 바란다. 그리고 단번에 많은 사람이 우르르 몰려서 흥행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산악자전거협회 시설이사로 처음 트레일 빌딩을 한 전남 영암 월출산배 코스. 당시 다운힐경기에는 메이저대회규모의 참가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다시 바꿔서 질문해보자. 이런 현실에도 국내에서 바이크파크가 활성화 될 날이 올까?
올 것이다. 공연문화가 발전하기 이전 과거에는 동네에 영화관 하나 있는 것이 고작인 시절이 있었다. 영화관람이 모든 공연의 전부였던 시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을 돌아보라 영화는 물론이고 연극, 뮤지컬, 음악회 등을 수많은 종류의 공연을 열 수 있는 공연인프라가 있다. 그리고 그런 공연문화가 어떻게 산업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우리는 자전거에도 흔히 ‘자전거 문화’라는 말을 쓴다. 자전거도 공연문화와 같은 것이다. 한강 자전거 길에서 라이딩 하는 것이 영화관람 같은 것이라면 프리라이딩이나 다운힐은 뮤지컬 같을 것일 수 있다.
공연문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문화는 인프라가 있어야 성장한다. 우리나라 스키리조트를 예로 들어보자 스키시즌에는 리조트는 물론 지역 민박과 스키대여점, 식당 등이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한다. 하지만 스키시즌이 지나면 어떤가. 캐내다 휘슬러리조트도 바이크파크를 운영하기 전에는 그 주변이 우리나라 스키리조트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휘슬러는 사시사철 분주하고 활발하다.
“대회도 틀에 박힌 천편일률 벗어나야”
지난 2년간 한국산악자전거협회에서도 활동을 했는데 대회주관을 직접해보고 느낀 문제점은 무엇인가?
대회를 주관하는 측도 주최하는 측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협회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도 협회가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적인 부분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대회는 대회장과 코스 등 관련 시설을 조성하는 것에는 인색하면서도 참가인원은 많았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내면이 있다. 이는 위에서 예로 든 공연문화에 비유하면 공연장과 무대는 궁색하게 만들면서도 일류배우를 캐스팅하고 많은 관객이 오길 바라는 것과 같다.
특히 지자체가 주최하는 대회를 보면 주최 측 담당자들이 자전거에 대한 인식은 없고 업무평가 위해서 질보다 양(참가인원)만 따진다. 그리고 과거의 관행을 고수하려고만 한다. 이러다보니 참가자들을 유도하기 위해 참가기념품과 상금 등을 과도하게 내걸기도 하는데 결국 대회를 즐기러 참가하는 사람만 손해를 보게 된다. 다양한 공연문화처럼 자전거대회도 앞으로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추어 다양한 종목과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져야 한다.
동호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대회를 위해 주최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회로 키우고자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회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과 같다. 매회 새롭고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고 시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회의 질을 매번 높여가야 한다. 덧붙이자면 많은 주최자들이 마지막 덕목을 고급스러운 기념품, 높은 상금 등으로 잘못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트레일이 그저 흙더미 좀 쌓고 삽질 좀 하면 뚝딱 만들어지는 것 같지만 그 보다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라이더가 별 힘을 들이지 않고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어야 하면서도 안전하게 라이딩이 가능해야 하니까요.”
그럼, 한국산악자전거협회는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나?
우선 협회는 계속 노력 중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대회에서의 미흡한 점은 주관사와 주최사의 입장차 때문에 한 번에 큰 변화를 보이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2013년에는 종목이나 출전등급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개인적인 바람은 틀에 박힌 것을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도 누누이 얘기했지만 각각의 대회가 다형성과 전문성을 보일 수 있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스를 비롯한 대회장의 세팅에서 참가자들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부분의 예산도 현실화되었으면 한다.
요전에 나상훈 선수와 인터뷰에서 월드컵, 세계챔피언십의 대회에서의 에피소드와 느낀 점을 들었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은 말이 “체력이나 체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환경”이라고 하더라. 본인이 생각하기에 스스로 UCI 경기급의 트레일을 조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다. 충분히 가능하다. 조성할 수는 있지만 그만한 지원이 따라야하는 데 그런 여건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대회를 보면 동호인경기를 전문으로 하는 협회대회가 오히려 엘리트경기를 위주로 하는 대회의 코스보다 더 테크니컬 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절대적인 난이도가 더 높다는 말이 아니다. 엘리트코스가 더 테크니컬 해져야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 선수들이 배출될 것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엘리트경기의 코스도 조성해 볼 생각은 없나?
물론 그럴 생각이 있다. 엘리트경기단체에서 요청이 있고 그것이 우리나라 MTB선수들의 경기력을 위한 것이라면 얼마든지 응할 용의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난 다른 타 단체는 물론 업체, 지자체를 막론하고 트레일 빌딩과 관련된 일을 문의하면 조언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그게 내가 궁극적으로 MTB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설계와 컨설팅을 맡았다는 전북 고창군의 고창 MTB파크의 구성을 설명하는 손창환 씨
전북 고창군 방장산 일원에 국내 최대규모로 조성된다는 고창 MTB파크는 초급자부터 숙련자까지 탈수 있는 4개의 다운힐 코스와 XC를 즐길 수 있는 전용트레일과 임도는 물론 4X코스와 펌핑트랙 등을 포함한다.
손창환이 생각하는 우리나라 MTB와 바이크파크의 미래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자전거는 이미 우리 여가생활에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최근 로드바이크 인구도 많이 늘었지만 아직도 MTB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올마운틴과 다운힐 인구도 점점 느는 추세다. 또한 수도권인근 산에서 겪고 있는 등산객들과의 마찰도 바이크파크가 발달한 나라들에서 이미 십여 년 전에 겪었던 일들이다. 이런 면을 봤을 때 우리나라에도 상설 바이크파크의 수요는 늘 것이다. 또 상설 바이크파크가 늘어남에 따라서 더욱 MTB인구가 늘 가능성도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MTB문화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 겪었던 과도기와 시행착오에서 빨리 벗어나 성숙한 MTB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게 내 바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