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소피아 데프림픽 사이클 대표팀

인터뷰2013 소피아 데프림픽 사이클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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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제22회 데프림픽(Deaflympics)이 개최된다. 데프림픽은 4년마다 개최되는 청각장애인들의 올림픽이다. 장애인올림픽으로 불리는 패럴림픽(Paralympic)은 잘 알려진 편이지만 데프림픽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다.
프랑스의 청각장애인 에르젠 루벵스 알케(Eurgene Rubens Alcais)에 의해 시작된 데프림픽은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열렸다. 따라서 1960년부터 개최된 패럴림픽 보다 그 역사가 더 깊다. 우리나라는 1985년 제15회 미국 로스엔젤리스 데프림픽부터 국가대표 선수단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제1회 파리 데프림픽이 개최되었을 때 당시 경기종목은 육상, 축구, 사격, 수영 그리고 사이클. 첫 데프림픽에 사이클 종목이 있었다는 것이 의외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1896년 초대 근대올림픽부터 있던 종목이고 데프림픽의 주창자인 루벵스 알케 또한 청각장애 사이클리스트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게다.
지난 6월 29일, 2013 소피아 데프림픽의 성화 봉송이 시작됐다. 프랑스 파리 부와 드 방쎈 공원에서 채화된 성화는 호롱에 담겨 청각장애 사이클리스트들에 의해 유럽을 가로질러 불가리아 소피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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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2013 소피아 데프플림픽 국가대표 선수단의 결단식에 참석한 사이클 국가대표 팀. 왼쪽부터 진용철 감독, 고병욱, 김명회 선수, 이주호 수화통역사.
한편 이 기사가 작성되고 있는 2013년 7월 16일,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리아 소피아 데프림픽에 출전할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단의 결단식이 치러졌다.  물론 우리나라 데프림픽 사이클 국가대표팀도 결단식에 참석했다. 대한민국 데프림픽 사이클 대표팀은 진용철 감독과 고병욱, 김명회 선수, 이주호 수화통역사까지 모두 4명이다.

농아인들의 올림픽 – 데프림픽

데프림픽, 생소한 명칭인데 어떤 대회인가? 패럴림픽과는 어떻게 다른가?

진용철: 데프림픽은 농아인의 유대와 친목을 위한 대회로 ‘농아인올림픽’이라고 부른다. 소피아 데프림픽에는 사이클을 포함해 18개 종목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10개 종목에 출전하는 것으로 안다. 패럴림픽은 지체장애인(절단, 척수 등의 장애인와 시각장애인)들이 출전하는 대회로 농아인이나 지적발달장애인은 출전하지 못한다.
※註: 지적발달장애인의 경우 스페셜올림픽이 이에 해당한다.

데프림픽사이클 국가대표는 사이클 중 어떤 종목에 출전하는가?

진용철: 데프림픽의 사이클경기는 총 5종목이 있다.  1㎞ 스프린트, 포인트, 독주, 개인도로, 마운틴바이크다. 개인도로와 마운틴바이크 외에는 대부분 트랙경기 같지만 사실 MTB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도로경기로 치러진다. 우리 대표 팀은 이 중 마운틴바이크를 제외하고 전 종목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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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회 선수는 거의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이주호 통역사의 도움으로 진용철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데프림픽 외에 다른 국제경기 경험이 있나?

진용철: 2012년 우리나라에서 친선경기로 열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사이클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그 대회를 제외하고 사실 상 국제경기 경험은 없다. 아니, 사실상 농아인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국내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도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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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욱 선수는 어린 시절 인공와우수술(청신경에 전기자극을 줄 수 있는 장치를 삽입)과 언어치료를 병행해 일상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기 때문에 진용철 감독이 직접 지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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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2명에 임원 2명이지만 우리도 대한민국 사이클 국가대표입니다.”

(선수)두 사람은 어떤 계기로 사이클을 시작했나?

김명회: 우리 아버지도 청각장애인이시다. 젊은 시절 사이클선수로 데프림픽에 출전도 하셨다. 난 아버지의 추천으로 자전거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취미생활로 MTB를 탔고 대회에도 출전했었다. 그러다 중학교 때 좀 더 진지하게 사이클링에 다가가고 싶어서 시작했다. 이제껏 아버지의 지도로 사이클을 배웠다.
고병욱: 초등학교 4학년부터 스피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지금은 사이클 선수기도 하지만 의정부시청 소속 스케이팅 선수기도 하다. 사이클은 중학교 때부터 병행했다. 처음부터 사이클 선수를 꿈꾼 건 아니고 사이클이 스케이팅에 도움이 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시작했다. 사이클에 쓰이는 근육은 스케이팅에 쓰이는 근육과 같고 자세도 비슷하다. 사이클링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은 물론 정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각자 가장 좋아하는 경기는 뭔가? 또 싫어하는 경기는?

고병욱: 개인도로와 포인트경기가 좋다. 상대선수를 의식하고 경쟁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싫어하는 경기는 따로 없다.
김명회: 난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불편하다. 그런 면에서 독주와 스프린트가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싫어하는 경기는 없지만 긴 오르막을 오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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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도 젊은 시절 데프림픽에 출전했던 사이클 선수셨어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전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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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누군가 넘어지고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운동인데 뭘 그리 열심이냐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선수라고 생각해요.”

해외 선수 중에 롤모델이 있나?

고병욱: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다.
김명회: 영국 국가대표인 크리스 호이다. 언젠가 경륜경기 스프린트 장면을 봤는데 정말 멋지고 인상적이었다.

고병욱 선수는 MCT 양양투어에 번외 출전했었다. 펑크로 완주하지 못 했는데 아쉬운가?

운도 실력이다. 기재가 고장 나지 않게 하는 것도 실력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더 분발해야한다.

각자 현재 가장 아쉬운 점이나 바라는 점은?

고병욱: 기존에 (비장애인)선수들과 어울릴 일이 많지 않았는데 이번에 몇 차례 훈련을 함께 해봤다. 스스로 테크닉이 부족한 것도 많이 느꼈고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람이라면······, 사이클 기자재들이 모두 개인부담이라 경제적으로 힘에 부칠 때가 많은데 자전거업체에서 후원을 해주면 좋겠다.
김명회: 해외에는 장애인 실업팀도 많다고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코레일 팀에 장애인선수단이 있지만 단 한 팀뿐이면 누구와 경쟁하고 경기를 하겠나. 더구나 농아인 사이클은 선수나 경기도 전무한 실정이다. 함께 사이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진용철: 대표 팀으로서 당장 시급한 것은 장비다. 사이클부터 휠셋 부품들을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보니 좋은 부품이나 자전거를 쓰지 못한다. 프레임은 물론이고 휠셋과 타이어까지도 동호인들이 쓰는 품질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많다. 비단 데프림픽 대표 팀뿐만 아니라 장애인 사이클 선수들 모두의 고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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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사이클은 다른 장애인사이클에 비해서도 대회가 없어 실전 경험을 쌓기 힘들다. 고병욱 선수는 지난 마스터즈 사이클 양양투어에서 번외 선수로 출전해 상당한 실력을 내비쳤지만 아쉽게 펑크로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영주투어 힐클라이밍에서는 선두권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일반부 엘리트선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어울리지 못 하는 건 아닌데······”

데프림픽에 출전하는 각오는?

김명회: 큰 바람은 없다. 다만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출전하는 데프림픽이니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아버지에게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
고병욱: 국제경기에 출전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된다. 큰 욕심은 없다. 농아인사이클은 국내외 경기가 거의 없는 편이기 때문에 정확한 내 위치를 잘 모른다. 그래서 이번 데프림픽의 목표는 세계무대에서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오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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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즈 사이클 양양투어에 번외자로 출전한 김명회 선수. 사이클을 하면서 가장 적응이 안 되는 것이 힐클라임이라고 말하는 그는 실상 업힐을 할 필요 없는 독주나 스프린트 같은 단거리경기가 더 적성에 맞는다고.

데프림픽 이후의 목표는 뭔가?

고병욱: 난 사이클 선수이기도 하지만 빙상선수기도 하다. 10월말, 중장거리스케이트(5000m, 10000m)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다. 그걸 목표로 열심히 매진할 생각이다.
김명회: 최근까지 체계적인 사이클 훈련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경험도 부족하다. 지금은 감독님 지도하에 매일 훈련일지를 적고 스스로 변화를 체크한다. 이번 데프림픽 출전은 단순히 출전에 의의를 두는 경험일지 모르지만 그 경험과 지금부터의 훈련이 다음 데프림픽에서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진용철 감독과 이주호 통역사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주호: 난 농아인들과 장애인스포츠 관련된 일을 많이 했다. 주로 도민체전, 장애인체전 등에서 농아인 선수들의 통역을 하는 역할이었다. 사이클 국가대표 일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지금 데프림픽 사이클 대표선수들은 이제까지 내가 만난 농아인 스포츠선수와 사뭇 다르다. 이들은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이 있고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 할 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데프림픽을 마치면 이 친구들은 소속이 없어지고 운동할 기회도 많지 않다.
올림픽시즌이라고 반짝 몇 개월 형식적으로 훈련을 시킨다고 성과가 나겠나? 장애인사이클의 활성화는 물론 농아인 사이클리스트를 위한 대회와 실업팀이 절실하다.
진용철: 필요한 것을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작게는 장비부터 크게는 사람도 부족하다. 내 동생도 장애인 사이클 선수라 잘 안다. 그런데 농아인사이클은 전체 장애인사이클 수준보다도 더 떨어진다. 이는 매뉴얼이 없고 시스템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선수 부족은 전 사이클계의 숙제라고 치자. 장애인사이클은 선수가 소속될 팀이 거의 없다. 더구나 농아인사이클은 국내 경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바탕에 있어야 할 것은 선수지도자다. 우선 농아인선수를 이해하고 지도할 선수지도자가 부족하다. 선수를 이해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시킬 지도자가 없는데 어떻게 선수들이 양성될 수 있고 팀이 만들어질 수 있겠나.
이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장애인선수 지도를 해봤지만 다른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할지언정 말은 통한다. 그런데 농아인선수들은 몸은 불편하지 않아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들을 경계하고 차별을 뒀던 것은 아닌지 모두 생각해 볼 일이다.
※註: 진용철 감독의 동생은 2000년 시드니 팰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진용식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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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필요한 거요? 사이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죠. 국가대표 팀이란 것도 자랑스럽지만 올림픽시즌이 아니라도 소속 팀이 있고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마련되면 더 많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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