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개인도로 한국챔피언, 장경구

인터뷰2021 개인도로 한국챔피언, 장경구

장경구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1986년 이후 28년만에 우리나라에 남자 개인도로경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도로독주경기에서 한국챔피언에 올랐고, 2017년에는 개인도로경기 한국챔피언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잦은 어택으로 그룹을 쪼개고 브레이크어웨이에 나서서 경쟁자를 따돌리는 경기 스타일로 도로경기에서 활약하던 그가 2019년 돌연 경륜행을 선언했다. 도로경기의 강자였던 그는 경륜에서도 빠른 속도로 특선(S3)급에 안착하는 등 활약을 이어가다가, 2년 만에 도로경기 복귀를 알린다. 장 선수는 복귀 첫해인 2021년, 개인도로경기 한국챔피언에 다시 오르면서 건재함을 알렸다. 경륜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층 더 성장했다는 장경구를, 국가대표팀 합류 전에 만날 수 있었다.

-경륜에서 도로경기로 돌아왔습니다.


경륜에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10개월 정도 훈련 후 경륜훈련원을 졸업한 뒤 6개월 간 9번의 경주 후에 훈련원 동기인 임채빈 선수와 함께 특선급으로 승급됐어요. 운이 좋았고, 선배님들이 좋게 봐주셔서 경륜의 최고 등급인 특선급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특선급에서의 첫 경주를 준비하던 중, 코로나 19 팬데믹을 맞았고 곧바로 모든 경주가 중단됐어요. 코로나 19로 인해서 복귀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경륜이 제가 가야 할 길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 하에 결정한 일이에요. 제가 로드를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도로를 달리고 싶었습니다.
경륜을 다녀오면서, 중장거리 선수로서 공백이 생겼다기보다는 오히려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실업팀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성적과 대표팀 선발을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경륜을 다녀오고 보니 부담이 아니라 저에 대한 관심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짜 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따로 있더라고요.

-경륜에서 훈련하고, 경주하면서 배운 점도 많을텐데요.


그럼요. 정말 많았요. 육상으로 치면 저는 마라톤 선수인데, 갑자기 단거리로 종목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거리 전문인 선후배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형, 힘들 거예요”라고요.
개인적으로 잘 하는 게 있는데, 바로 묵묵히 훈련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순발력 위주로 신경을 바꾸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제 파트너였던 임채빈 선수를 많이 따라했어요. 임 선수는 우리나라 단거리 최고 선수예요. 처음에는 뒤를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었죠. 열심히 훈련을 하다보니 조금씩 뒤에 붙을 수 있게 됐고요.
한번은 임채빈 선수가 제게 말하더군요. “같은 훈련을 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데, 형은 한 종목의 최고였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이해하고 습득하는 게 확실히 다르다”고요. 그리고 “조금 더 노력한다면 곧 자기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칭찬해 줬어요. 무척이나 기운나는 응원이었고 더 열심히 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도로 경기 중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폭발적인 파워를 내지 못하는 것이 제 약점이었어요. 결승선 전의 스프린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잦은 도발로 다른 선수들의 힘들게 하는 전략을 주로 쓰는 편이에요. 여러 번 도발한 뒤, 독주로 나서서 끝까지 달리는 겁니다. 스프린트에 강한 선수들과 결승선까지 같이 가는 일을 만들지 않는거죠. 결승선 앞에서 스프린트로 승부가 갈린다면 불리하거든요. 그만큼 스프린트는 제 약점이었습니다.

그런데, 경륜을 다녀오니 많은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와 비슷한 전략으로 레이스를 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강하게 도망갈 수 있게 됐어요. 경륜에서 쓰던 파워가 그대로 남았거든요. 경륜에 가기 전에는 제가 트랙경기에서 따라가지 못하던 선수들을 이제는 이길 수 있게 됐어요. 복귀 후 아직까지 도로 경기에서 스프린트로 승부가 갈리는 상황은 없었지만 스프린트에 강한 선수들과 한번 겨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프린트에도 자신이 생겼습니다. 다시 답하자면, 경륜에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즈위프트로도 훈련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시작한지 1년 정도 됐습니다. 실제 라이딩과는 느낌이 많이 달라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어요. 즈위프트가 더 힘들었거든요. 즈위프트에서는 함께 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이용하기 어렵고, 회복하는 구간 없이 내리막에서도 계속 강하게 페달링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 혼자 앞서 나갔다가 그룹에게 금방 따라잡힌 뒤 반대로 혼자 뒤로 처지는 상황이 많았죠. 그런데 타다보니 금세 노하우가 생기고, 훈련하기에 좋다는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 훈련의 한 부분으로 쓰고 있습니다. 즈위프트의 워크아웃도 나쁘지 않았지만, 저는 레이스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높은 레벨의 레이스를 선택해서, 진짜 도로에서 달리는 것처럼 심박수를 200까지 올리도록 열심히 타고 있습니다. 인도어 트레이닝에 너무 힘 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진심으로 타는 편이에요. 늘 1등으로 레이스를 끝낼 마음이거든요.

-언제 즈위프트에 접속하면 장경수 선수를 만날 수 있을까요.


보통 오전 9~10시 사이에 이용해요. 오늘처럼 외부에 일이 있는 경우에는 아침 7시에 타고요. 아무래도 북미의 이용자들이 많은 시간대라서, 우리나라 라이더를 만나면 무척 반가워요. 그래서 레이스 등에서 뒤처지는 한국 라이더가 있으면 앞에서 끌어주며 집단에 합류시키려 도와주기도 하는데,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보니 ‘무슨 일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오늘 아침에는 트랙 개인추발 세계챔피언이 개설한 방에서 가볍게 타고 왔어요. 현역 선수 그리고 선수 출신이 아니라더라도 정말 강한 라이더들을 자주 만나게 되어, 자극이 되고 있습니다. 제 즈위프트 프로필에는 강아지 사진을 걸어둔 터라 누군지 궁금하기도 할 거예요. 요즘은 컨셉Z 자전거를 받고 싶어서 누적 상승고도 50000m를 올라야 하는 에베레스트 챌린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트랙 경기 전 몸을 풀 때도 유용하고요. 15분 정도로 워밍업을 마치는 법이 있는데, 즈위프트를 이용하면 편리하죠.

-즈위프트 동호인들과도 라이딩을 하는 편인가요?


매주 수요일 밤, KZR(코리안 즈위프트 라이더스)이 진행하는 캣 & 마우스 체이스 레이스에 참가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 훈련 시간대와 맞지 않아서 아직 경험을 못했어요. 저녁 8시30분에 시작하는지라 부담스럽거든요. 라이딩을 마치면 시간이 늦어서 다음날 훈련에 영향을 미치게 돼요. 제 훈련 루틴과 동떨어진 시간대라서 참가하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꼭 함께 타보고 싶습니다.

-도로 경기에 복귀한 후 첫해에 한국챔피언에 올랐습니다.


기대 이상의 한 해였어요.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챔피언 타이틀입니다. 2018년에도 노렸었는데, 아쉽게도 다른 선수의 낙차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선수가 이번에 저희 팀에 오게 됐죠. 하하. 실력도 좋고 성실한 선수예요.
복귀 후 결과가 좋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열심히 노력한 덕분인지 좋은 성적이 나왔습니다. 도로 경기 외에 트랙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우리나라 트랙 개인추발(4000m) 경기 기록은 박상훈 선수가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열린 경기에서 4분19초 대의 기록을 세웠죠. 제가 올해 4분20초 대를 기록하면서, 박 선수의 기록에 근접했고, 우리나라 벨로드롬에서 낸 가장 빠른 기록이 됐어요. 경륜에 다녀오면서 많은 게 바뀌었습니다. 트랙 경기 중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는 시야와 자리 선점, 게임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졌어요. 도로 경기에서도 파워가 증가한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경륜에서의 2년이 아깝지 않느냐”는 질문을 듣곤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오히려 크게 성장한 시간이었어요. 만약 경륜에서의 2년이 없었다면 빠른 은퇴를 고려했을 수도 있습니다. 후배들의 실력이 상당하거든요. 테크닉과 센스가 좋고 파워도 있어요. 그런 선수들과 여전히 경쟁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랜 기간 스캇 포일을 타다가 얼마 전 에딕트 RC로 바꿨죠?


네, 포일을 타고 좋은 성적을 많이 냈어요. 두 번의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포일로 따냈죠.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고요.

-디자인도 신경 쓰는 편인가 봅니다.


그럼요. 모양 많이 따져요. 하하. 개인적으로는 공기역학적인 앞삼각에 얇은 스테이를 쓴 디자인을 선호해요. 포일이 그랬고, 신형 에딕트 RC도 그런 면에서 마음에 들어요. 이전 모델보다 공기역학성능이 강화돼서 오르막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올라운드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도로 경기에서는 가벼운 프레임을 좋아하는 선수들이 제법 많아요. 경륜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무겁고 딱딱하죠. 경륜을 다녀온 후로는 로드바이크를 타는 스타일도 조금 바뀌었어요. 마치 무거운 자전거를 타듯 핸들바를 당기면서 타는 스타일로요. 파워가 늘면서 안장의 위치를 뒤로 이동시킨 거죠. 파워가 부족한 선수는 반대로 안장을 앞으로 옮기는 편이고요.
에딕트 RC가 이전 에딕트보다 견고해진 점도 선택의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전보다 강해진 페달링으로 그룹에서 도망칠 때 도움을 주거든요. 가벼운 무게는 언덕에서 이점을 제공하고요. 새 자전거를 받으면 3시간 정도 타본 후 미세하게 세팅을 조정하는 습관이 있어요. 처음 세팅이 몸에 맞는다고 느껴도 안장 위에서 3시간 정도를 보내면 다르게 다가오거든요. 그때부터 느끼는 점이 진짜 중요합니다.

-사용하는 타이어 사이즈가 궁금한데요.


경륜에 가기 전에는 폭이 얇은 타이어를 선호했어요. 23C가 기본이었고, 때때로 21C를 쓰기도 했고요. 지금은 25C 위주로 쓰고 있어요. 늘어난 힘이 잘 전달되고 코너링과 내리막도 안정적이거든요. 속도가 거의 안 붙은 상태에서 1400와트까지 힘을 쓰면서 빠른 가속을 할 때도 있는데, 제 힘을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어요. 얇은 타이어들은 이럴 때 헛돌면서 손실이 생기죠.

-올해의 목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입니까?


저는 훈련을 위해 즈위프트를 하더라도 모든 걸 다 쏟아붓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제가 출전하는 모든 경기를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시안게임도 중요하지만, 강진과 가평 그리고 한국챔피언십까지 모든 레이스가 똑같이 소중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출전하는 모든 도로 대회 우승하고 싶고, 팀으로는 음성군청 팀 최초로 남자 도로단체 우승을 거두고 싶어요.

-훈련과 대회 모두 전력을 다하면 부상의 위험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일곱 살 때 스케이트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오랜기간 선수 생활을 해서인지 운동을 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직장에 출근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이틀을 전력을 다해 훈련하고, 하루 쉬고 다시 이틀 훈련하는 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루로 보면 오전 운동하고 점심 식사 후 잠시 눈을 붙여요. 그리고 오후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한 다음 잠자리에 들죠.

-듣고 보니 만화 드래곤볼의 손오공식 훈련 같습니다.


하하. 맞아요. 보통 오전에는 자전거 훈련 4시간,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포함해서 3~4시간 훈련한 뒤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갖죠. 이렇게 월요일과 화요일 훈련하고 쉬는 날인 수요일에는 아예 자전거 안장에 오르지 않아요. 쉬는 날에도 가볍게 자전거를 타야 컨디션이 유지된다는 선수도 있는데, 제 경우에는 완전히 쉬는 편이 훈련에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거든요. 목요일과 금요일은 다시 훈련하고, 토요일은 강도를 낮춰서 오전만 자전거를 탑니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가볍게 캠핑도 가면서 몸 그리고 마음의 휴식을 갖고 있어요.
사이클 선수들은 특기와 종목에 따라 훈련 내용이 달라지는데, 클라이머의 경우 웨이트트레이닝의 비중이 낮고, 트랙에 강한 선수들은 반대로 웨이트트레이닝이 중요하죠. 저의 경우 경륜을 다녀온 후 스타일이 바뀌어서, 오전에는 자전거로 장거리를 달리고 오후에는 단거리 선수같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횟수보다는 무게를 늘리는 식으로요. 경륜에서 익힌 순발력과 순간적인 파워를 낼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제게 중장거리 선수가 그 정도까지의 무게를 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묻곤 하는데, 저는 단거리 선수의 파워와 중장거리 선수의 지구력을 모두 가지려 하기에 이런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코어 운동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요.

-스케이트로에서 사이클로, 언제 종목을 바꾸게 됐습니까.


저는 스케이트 선수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스케이트 선수셨고, 고모도 스케이트 코치로 활동하셨어요. 자연스레 스피드 스케이트를 시작했죠. 강원체고에 진학해 빙상부에서 운동할 때까지 줄곧 스케이트화를 신었어요. 그러다가 학교에 사이클부가 생겼고, 빙상부 감독님이 사이클부 감독을 겸하게 됐어요. 저와 다른 빙상부 친구 두 명 그리고 사이클 특기인 선수 두 명으로 구성된 강원체고 사이클부가 만들어졌습니다. 빙상부 시절에도 훈련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있었기에, 사이클부에서 함께 훈련하지 않겠냐는 제의에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기 때문인데요. 당시 제가 타던 자전거는 경기에 사용할 만한 것이 아니었어요. 운동화를 신고 타던 생활자전거였거든요. 배후령에서 빙상부 친구들은 뒤로 쳐졌지만 제가 사이클 선수들을 제치고 일등으로 올른 적이 있어요. 사이클부 코치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경구야, 사이클대회 나가보지 않을래?’라고 물어보셨어요.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그런데 오르막을 혼자 타는 경기가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바꿨죠. 가평투어의 도로독주 경기였는데 고등부 2위에 올랐어요. 사이클 경기의 재미를 알게 된 순간이죠. 그래서 겨울에는 스케이트, 여름에는 사이클 경기에 나가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간 전국체전에서도 2위에 오르면서 서울시청 감독님께 발탁되었고, 이후 사이클 선수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때 사이클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했을까요?


빙상부에서 운동하는 동안 ‘이만큼 힘든 운동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이클 경기에 나가고 훈련해보니 사이클도 무척이나 힘든 운동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한국체대 형이 세운 5000미터 한국신기록에서 2~3초 정도 모자란 기록을 냈어요. 중학교 선수 시절에는 고등부의 기록을 냈고, 고등부에서는 대학부 형들의 기록을 보였죠. 스케이트에도 종목별 파이널이라고 단거리와 장거리에서 낸 포인트를 종합해 겨루는 게 있습니다. 중등부와 고등부에서 한 번씩 일등을 했어요. 한번은 모태범 선수와 겨뤄봤고요. 스피드 스케이팅을 계속 했다면 어떤 일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와는 관계 없이 분명히 열심히 훈련했을 겁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경기가 있다면요.


금메달을 딴 인천 아시안게임보다도 더 생각나는 게, 21살에 참가했던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도로 경기예요. 200킬로미터 코스에서 198킬로미터를 독주로 달리다가, 마지막 2킬로미터를 남기고 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때 제가 어떤 선수인가를 자각했어요. 어떻게 게임을 해야 하는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보강해야 하는지를 깨달았죠. 그렇게 먼 거리를 홀로 달리다가 결국 추격한 선수들에게 흡수되었는데, 흡수된 이후에도 다시 어택할 수 있는 몸을 만들자고 다짐한 순간이었어요. 새로운 장경구가 만들어진 거죠. 그래서 제겐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중요한 경기로 남아있습니다.

-음성군청 팀에 젊은 선수들이 합류한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부터 저는 플레잉 코치로 활동하게 됐어요. 코치이자 선수인 셈이죠. 실력 있는 젊은 선수 여럿이 팀이 합류하는데, 서울시청과 LX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이클링 팀처럼 규모가 크고 강한 팀에 있던 선수들이죠. 사실 처음에는 말렸습니다. 우리 팀은 개인적으로 훈련을 해야 하니 어린 선수들은 자칫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요. 하지만 “형과 함께 훈련하고, 레이스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트랙과 도로를 넘나드는 선수로 꿈을 이루고 싶다고요. 개인적으로 참 기뻤어요. 이들에게 제 노하우를 숨김 없이 다 전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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