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신용윤
시마노는 2016년 하반기, 그 간 자사가 내놓았던 의류와 신발, 아이웨어를 정리·개편할 것을 예고했다. 레이스용 신발, ‘에스파이어(S-PHYRE)’의 등장은 그 신호탄인 셈이었다. 현재 에스파이어는 레이스 의류와 아이웨어를 추가하며 시마노 라이프기어 최고급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과거 기능성 중심으로 개발했던 의류라인을 통합하여 라이딩 효율에 초점을 맞춘 ‘퍼포먼스’ 라인업으로 재편했으며, 출퇴근부터 모험과 여행에 어울리는 익스플로러 시리즈까지 갖추어 각 카테고리의 특색이 또렷해진 모습이다.
시마노 이볼브 저지와 빕숏.
이번에 소개하는 이볼브는 2018 SS 퍼포먼스 라인으로 출시된 남성 사이클웨어로, 단출하면서 디자인에 착용감과 기능성을 중시한 것이 특징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볼브
앞서 말한 대로 시마노 퍼포먼스 라인은 효율성에 중점을 둔 의류들이다. 그럼, 라이딩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야하는 레이스웨어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이볼브는 경기력으로 대변되는 효율성 못지않게 편안한 착용감, 빼어난 외양, 라이딩 중의 편의와 안전을 고려하는 실질적이고 대중적인 라이딩 웨어이다.
레이스웨어는 경기력을 위해서 사실 여러 가지 편의성을 놓아야 한다. 이를테면 무게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능성 원단의 사용을 자제해야하고,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기 위해 착용감은 몸에 아주 꼭 낄 정도로 팍팍해야하며, 주머니의 공간도 넉넉하면 불리하다. 뿐만 아니라 페달링 포지션을 위해서 자전거에서 내렸을 때의 맵시나 편안함은 필요 없는 것이라고 자신을 세뇌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라이딩에선 편안한 착용감에 보급식도 넉넉히 넣을 수 있어야하고, 자전거에서 내려 쉴 때도 멋지게 보이길 원하지 않는가. 시마노 이볼브는 바로 이 두 가지 양면의 경계를 잘 저울질한 옷이다.
이볼브는 차분한 단색 저지와 빕숏으로 보이지만 종합선물 세트 같은 다양한 기능성으로 무장했다. 우선 저지의 주원단은 내구성 소재인 폴리아미드에 신축성 소재인 엘라스틴을 27%나 혼방했으며, 직조밀도가 조밀하면서도 두께가 얇다. 신축성 섬유의 혼방율이 높으면 착용감이 편안하고, 여기에 직조밀도가 높으면 타인이 볼 때도 들뜬 느낌 없이 안정되어 보이는 장점이 있다. 주원단 외에 일종의 안감으로 사용된 원단이 있는데, 폴리아미드 94%에 엘라스틴이 6% 혼방됐다. 주원단과 달리 편직공법이 사용되어 방사형 문양에 공극이 크고 도톰하다. 주원단이 착장감을 결정한다면 안감은 흡한성 통기성 같은 기능성에 초점을 뒀다.
이볼브 저지의 안감은 겉감에 덧대어 붙였다. 전체 면적을 합포한 것이 아니라 가장자리만 본딩해 안팎의 원단기능성을 보존했다. 사진은 안감이 붙은 형태를 잘 보이기 위해 이볼브 저지를 뒤집어 입은 모습.
재미있는 점은 두 원단을 본딩 했다는 것이다. 옷을 만들 때 원단이 갖고 있는 기능을 부여하는 방법에는 크게 재봉과 합포가 있다.
합포는 두 가지 원단을 일종의 접착제와 강한 압력(롤링)으로 붙이는 공정인데, 겨울의류에 주로 사용되는 방풍성 겉감과 보온성 안감을 하나로 합친 것을 떠올리면 쉽다. 겨울옷은 폐쇄성기능이 많아 합포에 대한 단점이 크지 않지만, 여름 원단은 합포 과정에서 발한성, 통기성 같은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기능성을 요하는 부위마다 마름을 달리해 원단을 재봉하곤 하는데, 마름의 형태를 심미적,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승화하는 작업이 어렵고, 재봉선에 따른 무게와 제작공정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게 된다.
겉감에는 레이저 커팅으로 통기구를 만들어 안감의 기능성을 보조한다. 레이저로 커팅된 부분은 별도의 마감 없이도 올이 풀리지 않는다.
시마노 이볼브는 이 부분을 본딩으로 해결했다. 과거 기능성 의류의 본딩이 기존처럼 마름질한 옷의 박음질을 대체하거나 마무리에 그쳤다면 이볼브는 합포와 본딩의 장점을 각각 취했다는 것이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원단 한 가지를 사용해 네 조각 마름의 차분한 셔츠 스타일을 유지했다. 가슴과 어깨, 등골, 겨드랑이엔 안감을 겉감에 덧대어 붙였는데, 가장자리만 본딩했기에 대부분의 통기성과 흡한성이 저하되지 않았다. 또한 겉감에는 안감의 통기성을 도울 수 있게 레이저 커팅으로 마이크로 벤트라는 통기구를 만들었다.
최근의 레이스웨어들이 박음질이 없이 레이저 커팅된 무시점 소매와 밑단으로 구성하는 것과 달리 소매와 밑단에 시점을 두고 본딩했다.
뒷주머니 입술을 본딩해서 등에 꼭 붙게 만들었다. 공기역학적인 효율을 기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주머니 안은 생각보다 넉넉하다. 주머니 하단엔 넓은 면적으로 반사소재가 적용됐다.
두 원단을 덧대어 만든 옷이지만 입었을 때는 겉돌지 않고, 몸에 꼭 붙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착용감이 편안하다.
뒤주머니 입술도 본딩으로 마감해서 허리에 꼭 붙어 보이지만, 주머니 안이 보기보다 넉넉하다. 주머니 하단에는 넓게 반사소개를 적용해 야간 시인성도 좋은 편이다.
이볼브 빕숏. 등판엔 저지의 등판과 동일한 원단을 사용해 원단기능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했다.
이볼브 빕숏은 하지부에 폴리아미드 59%, 엘라스틴 41%를 혼방했다. 이볼브 저지 또한 신축성 섬유의 혼방율이 레이스웨어에 비해 높았는데, 이는 이볼브가 강한 압박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우선하는 옷임을 뜻한다. 무시점 멜빵에 등판은 저지의 안감과 같은 원단을 사용해 일관된 기능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자칫 흘겨 지날 수 있는데, 오른쪽 바지자락에는 숨은 주머니(?)가 있다. 주머니입술을 레이저 커팅했고 주머니 공간은 바지자락 안쪽에서 본딩했기에 허벅지에 착 붙어 잘 보이지 않는다. 주머니 너비나 내부 공간으로 보아 라이딩 중 섭취하는 겔 타입 보조식품 하나 넣으면 안성맞춤이다. 바짓단에도 앞뒤, 옆에서 잘 보일 수 있게 넓은 반사소재가 붙었다.
패드는 에스파이어와 같은 형식이다. 부드러운 겉감에 에어홀로 통기성과 완충성을 높인 폼을 내장했는데, 장거리 라이딩에 적합하도록 고안했다.
이볼브 저지와 빕숏은 UPF 50+ 자외선 차단 가공이 되어 있으며, 저지 색상은 비치 카키, 블루, 블랙, 네이비 4가지, 빕숏은 블랙과 네이비 2가지 색상이 있다. 가격은 저지 15만원, 빕숏 18만원.
오른쪽 바지자락에는 겔 타입 보조식품을 넣으면 딱 맞을만한 크기의 숨은 주머니가 있다.
바짓단에도 넓은 면적에 걸쳐 반사소재가 붙었다.
빕숏의 패드는 에스파이어와 같은 형태다. 부드러운 겉감에 에어홀로 통기성과 완충성을 높인 폼을 내장했다.
찰떡 궁합, 이볼브 장갑과 RP9 슈즈
이볼브 장갑 & RP9 슈즈.
이볼브 장갑은 종전의 어드밴스트 반장갑과 꼭 닮았다.
이볼브 반장갑은 지난 해 출시된 어드밴스트 반장갑과 꼭 닮았다. 손바닥 신경보호와 그립감 향상을 위해 패드가 내장된 것이나, 손목의 움직입을 방해하지 않는 편안한 입수부, 여미는 벨크로를 열면 손등까지 사선으로 크게 노출되어 장갑을 끼고 벗기 쉬운 것이 그렇다. 다른 점은 손등을 가볍고 신축성 있는 홑겹 원단으로 바뀌었고, 반탄형 완충소재인 폴론 XRD® 패드 대신 젤 패드가 쓰인 점이다. 색상은 4가지로 저지 색상과 동일하다. 가격은 4만5000원.
어드밴스트 장갑과 달리 손등 원단이 얇고 가벼운 소재다.
손바닥엔 완충용 젤 패드가 내장됐다.
벨크로를 풀면 손목에서 손등까지 사선으로 열려 장갑을 끼고 벗기 쉽고, 벨크로를 여몄을 때도 손목의 움직임이 원활하다.
시마노 퍼포먼스 라인 신발의 대표 주자 RP9. 갑피는 한 마름으로 재단되어 이음매를 최소화했다. 표면의 검정 무늬는 레이저 천공된 통기구다.
이볼브가 퍼포먼스 라인 의류의 대표 모델이라면 신발은 RP9이 대표주자다. 갑피는 한 마름으로 재단하여 이음매를 최소화했고, 페달링 시 뒤꿈치 들림을 방지하는 단단한 외장 힐컵이 장착됐다. 밑창은 에스파이어 슈즈 RC9과 동일한 강성지수 10인 카본 솔을 사용했다. 신발은 1개의 벨크로와 IP-1 보아다이얼로 조이고 푼다. 라스트 너비에 따라 일반형(노멀)과 발볼이 넓은 와이드형이 있으며, 색상은 블랙, 화이트, 네이비, 블루 4가지가 있다. 사이즈는 36(225㎜)부터 44.5(282㎜)까지 18가지. 가격은 33만원.
밑창은 에스파이어 슈즈와 동일한 강성지수(10)인 카본 솔이 사용됐다. 신발코를 비롯해 밑창 앞부분은 고무재질의 완충 범퍼가 덧대어졌다.
페달링 시 뒤꿈치 들림을 방지하는 단단한 외장 힐컵이 채용됐다. 뒤꿈치 상단엔 신발을 신을 때 편리한 힐탭(손잡이)가 부착됐다.
박음질과 마무리가 깔끔한 신발 내부.
깔창 버튼으로 아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기본 내장된 버튼은 미디움, 별매품인 커스텀핏 인솔에는 더 높은 높이의 버튼이 포함된다. 깔창 앞쪽의 통기구는 밑창의 통기구 위치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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