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프레임과 휠셋 등을 카본으로 만드는 작업은 노동집약적인 일이다. 카본이 롤 단위의 프리프레그 원단이 카본공장에 공급되면 필요한 조각으로 재단을 하게 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백 개 이상의 작은 카본시트를 손으로 겹겹이 붙여서 형태를 만들고 금속 몰드에 집어넣어 열과 압력을 가해 경화시키는 모노코크 프레임 제작과정은 많은 사람의 손길을 요구한다. 때문에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서 카본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BMC가 자사를 상징하는 모델이자 기함인 카본 프레임 임펙(Impec)을 본사가 위치한 스위스에 설립한 카본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인 것도 위와 같은 이유다. 인건비가 비싼 스위스에서 카본 프레임을 만들면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 부정적인 시선의 배경이다.
BMC는 기존의 방법으로 카본 프레임을 만들면서 ‘메이드 인 스위스’ 딱지를 붙이려는 시도를 한 것이 아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감성적인 요소를 충족시켜줄 수 있지만 가격만 상승할 뿐, 성능 자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BMC는 근본적인 요소에서 접근을 시작했다. 모노코크 공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카본 프레임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결과 임펙이 탄생했다.
캄파뇰로 수퍼 레코드 EPS 그룹셋으로 꾸며진 임펙
임펙의 핵심기술은 카본 원사를 고가의 위빙머신을 이용해 원단(시트)가 아닌 튜브의 형태로 곧바로 직조한다는 점이다. 즉, 직조된 원단을 조각으로 자른 것을 튜브 형태로 붙여서 만드는 방법이 아닌, 카본 원사로 직접 ‘튜브’ 형태로 직조하는 것이다. 여러 조각의 카본을 모아서 만든 것이 아닌, 처음부터 하나의 튜브로 완성되는 것.
BMC가 LSW(Load Specific Weave)라고 이름 붙인 이 기술은 튜브형태로 직조를 하는 과정에서 각 부분에 필요한 강성 수준에 맞춰 최적의 직조를 해낸다는 점이 포인트다. 알루미늄 튜브로 치면 버티드 가공이라고 할 수 있고, 모노코크 카본 프레임에 비유하면 강성이 필요한 부분에 카본 시트를 추가로 접층하거나 특정 방향에 맞춰 배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BMC는 LSW기술을 통해 카본 원사의 교차각도나 밀도를 조절하거나 유지하는 방법을 써서 필요한 비틀림 강성과 강도를 확보했다.
스위스 임펙 공장의 핵심, 위빙머신(직조기계).
위빙머신은 카본 원사를 이러한 튜브 형태로 직조해 낸다. LSW 기술을 사용해 사용되는 위치에 맞는 강성을 부여한다.
LSW 기술을 써서 위빙머신으로 만든 각각의 튜브는 SNC(Shell Node Concept) 기술을 통해 각각 연결되어 프레임으로 완성된다. 카본 인젝션 몰딩 방식으로 만든 셸 노드는 러그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셸 노드와 카본 튜브는 에폭시로 접합된다. BMC 로고와 임펙이라는 이름표 데칼을 붙이는 과정을 제외한 생산과정의 대부분이 전자동 로봇에 의해 진행된다. 때문에 BMC는 ‘Handmade by Machines’이라고 말한다.
인젝션 몰딩 방식으로 만드는 카본 셸 노드. 좌우로 합친 후 위빙머신이 만든 튜브를 끼워 에폭시로 접착한다.
임펙이 두 가지 지오메트리로 생산된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레이스핏과 퍼포먼스핏으로 나뉘는데, 레이스핏은 프로 사이클링 선수들에게 적합한 지오메트리이고 퍼포먼스핏은 레이스핏보다 편안한 주행을 제공하는 지오메트리다. 레이스핏이 퍼포먼스핏보다 시트튜브, 헤드튜브가 짧아 상체를 더 낮게 숙이는 자세를 가져오게 된다. 레이스핏과 퍼포먼스핏 각각 50, 52, 55, 57, 60의 다섯 가지 프레임 사이즈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시트포스트도 오프셋에 따라 오프셋 +30, +10, -5 세 가지로 나뉘어 선택의 폭이 넓다.
임펙은 완성차 또는 프레임셋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완성차의 경우 그룹셋과 휠셋 등 부품의 선택과 조합이 가능하다. 구동계는 시마노 듀라에이스와 듀라에이스 Di2, 캄파뇰로 수퍼 레코드와 수퍼 EPS 4가지 중 선택 가능하다. 휠셋도 마빅과 라이트웨이트, 짚 중 선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레이스핏의 프레임 셋이 준비되어 있다. 프레임셋의 가격은 1200만원, 오프셋 +10 시트포스트가 기본 제공이고 +30이나 -5 시트포스트는 주문 사양이다. 완성차의 경우 얼마 전까지 주문 후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공급이 부족했으나, 최근 수급이 안정화되어 주문 후 2달 정도면 손에 넣을 수 있다.
시마노 듀라 에이스 9070 Di2 사양. 프레임의 빨간 부분이 러그 역할을 하는 셸 노드다.
캄파뇰로 수퍼 레코드 사양.
임펙 프레임셋. 국내에는 오프셋 +10 시트포스트를 단 레이싱핏 모델이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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