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C의 체인 X11SL DLC는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며, 변속성을 원활하게 하는 독특한 아우터 플레이트 디자인과 저마찰 코팅이 특징이다.
우리나라 자전거 동호인들에게 KMC는 ‘골드체인’으로 잘 알려졌다. 9단 변속기 시절부터 널리 알려진 황금색 X-SL, X-EL 체인 때문인데, 지금도 인기가 높다.
KMC는 이른바 체인전문업체다. 자전거 체인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용 체인까지 생산하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나 카탈로그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렇지 알고 보면 ‘체인 하나에 무슨 기술이 저리 많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인데,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적용기술 간의 시너지를 중시하고 있다. 이런 KMC의 기술력은 다른 산업계에서도 인정하고 있으며, 일찍부터 시마노 체인을 생산하는 업체로도 알려졌다.
X11SL DLC는 KMC의 최고급 체인이다.
내구성 높은 가벼운 체인
X11SL DLC는 KMC의 11단(MTB/로드 호환) 최고급 체인이다. 앞서 시마노 OEM 생산을 한다고 설명했는데, OEM 업체 제품이라고 깔보면 큰 오산이다. 듀라에이스 체인과 비교하면 가격은 물론 생산에 들어가는 기술과 공정만으로도 X11SL DCL이 한참 고급이기 때문이다.
X11SL DLC의 SL은 수퍼라이트, 즉 경량을 뜻한다. 116링크 기준, 공식 발표치가 243g으로 듀라에이스(247g)에 비해 소폭 가벼운 편. 그런데 실측해보니 화려한 컬러(착색 때문에 더 무거울 확률이 높음)를 적용한 X11SL DLC에 체인을 연결하는 커넥터까지 포함해서 239g으로 발표치보다도 가볍다.
검정 바탕에 빨강 포인트 컬러가 착색된 X11SL DLC 체인의 무게는 239g(체인 커넥터 포함, 실측치). 시마노 듀라에이스 체인 발표치보다 8g 가볍다.
무게를 먼저 밝힌 이유는 X11SL DLC의 가벼운 무게를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마노 듀라에이스와 비교한 무게가 발표치로는 4g, 실측치로도 8g 정도이니 별 차이가 없는 셈.
물론 X11SL DLC이 가볍다는 건 자명하지만 가벼운 무게가 체인의 가장 큰 덕목도 아니고, 내구성과 내마모성을 생각하면 경량은 상반된 특성이다. 밀도와 비중이 낮은 경량합금은 무게가 가볍지만, 내구성과 내마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한 내마모성을 위해 초경합금(높은 경도)을 사용하면 무거워지고 취성(깨지는 성질)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자전거 체인은 내구성이 높은 공구강과 알루미늄합금을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즉 가벼운 것보다 내구성이 높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란 것.
그럼에도 X11SL DLC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 경량화에 집중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너·아우터 플레이트의 중간을 길게 뚫었는데, 진흙 등의 오염물질이 빨리 빠지게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보다는 경량화에 더 설득력 있는 디자인이다. 여기에 모든 마디에는 중공형 체인핀을 채용했고, 플레이트의 허리도 여타 체인에 비해 한결 잘록하다. 이 공정의 대부분이 CNC 가공으로 마무리가 고급스러운데, 특히 중공형 체인핀은 가운데가 비었음에도 아주 견고해보이고, 매끄럽게 마무리 됐다.
달리 말하면 이 정도로 경량화에 힘썼는데, 무게가 듀라에이스 체인과 비슷한 정도라면 상대적으로 주요 소재가 무겁고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적으로 KMC는 자사 X-SL 시리즈의 내구성을 350Kgf(킬로그램포스), 즉 350㎏로 당기는 힘까지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최신 코팅기술을 동원한 내마모성
내마모성 또한 탁월한데, 여기에는 초경화(경도를 높이는) 코팅기술이 적용됐다. KMC의 체인 라인업을 보면 X11SL과 X11SL DLC이 있다. 두 제품은 외관에 있어선 별 차이가 없고, 외부에 적용된 코팅기술만 다르다. X11SL는 질화티타늄 코팅, X11SL DLC는 질탄화티타늄 코팅을 적용한 제품이다.
X11SL DLC는 외부를 질탄화티타늄 코팅했다.
두 코팅 모두 금속의 표면에 강력한 결합력으로 증착소재를 코팅하는 기술이다. 앞서 X11SL는 질화티타늄 코팅이 적용됐다고 했는데, 티타늄을 ‘질화’, 즉 비금속 원소인 질소(세라믹)화했다는 뜻이다.
통칭 질화물 코팅은 세라믹화된 증착소재를 모재에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이온화 결합시켜 강력한 점착성(잘 떨어지지 않음)을 보인다. 재미있게도 질화금속은 이미 금속성을 잃었음에도 그 고유의 특성이 보존된다. 질소화(세라믹화)하여 증착재로 활용하는 금속은 모재(여기선 체인)와의 결합성, 증착목적, 증착 후 나타나는 색상에 따라 티타늄, 지르코늄, 크로늄 같은 금속이 이용된다.
질탄화티타늄 코팅은 티타늄 탄소질화물 코팅이라고 불리며 초경화와 내식성을 물론 내마모성을 크게 향상시키며, 마찰계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모재의 특성을 유지한 채 강성을 향상시키므로 자전거 체인인 X11SL DLC의 경우엔 동력전달성까지 높인다.
X11SL의 질화티타늄 코팅은 내식성, 내화학적 목적이 크며, 내마모성 역시 향상된다. 내식성은 티타늄의 특성이며, 세라믹화 하여 경질이 됐으므로 내마모성도 향상된 것이다. 코팅 후 모재는 황금색 또는 밝은 은색을 띄는데, 바로 이 코팅 때문에 KMC가 골드체인이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X11SL DLC은 질화티타늄 코팅보다 더 최신기술을 사용했다. 이른바 질탄화티타늄 코팅. 질탄화는 질소+탄소화를 뜻한다. 앞서 설명한 질화티타늄 코팅 과정에서 소량의 탄소를 이온화 결합하는 것으로 질화티타늄 코팅보다 경도가 높고 마찰계수는 작은 최신 기술이다.
질화티타늄 코팅의 표면 경도는 2200~2400Hv(비커스경도), 마찰계수 0.5이고 질탄화티타늄 코팅의 표면경도는 2900~3100Hv, 마찰계수 0.4이다.
질탄화티타늄 코팅은 실상 자전거 체인 같은 제품보다 가공기제에 더 많은 쓰임이 있는 기술이다. 절삭공구의 팁을 코팅하여 절삭성을 높이며, 표면이 사포 같은 철판을 코팅하면 그 자체로 연마공구가 될 정도로 강력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제품명에는 DLC(Diamond Like Coating, 다이아몬드 같은 코팅)이라는 접미어를 붙였다.
디자인에 의한 변속성 향상
체인 플레이트 중앙은 경량화를 위해 길게 뚫렸고, 체인핀도 가운데가 빈 중공형이다. 플레이트 표면엔 X자로 볼록한 문양이 있는데, 변속 시 플레이트의 마찰면적을 줄인다. 이너·아우터 플레이트는 가장자리가 부분적으로 빗면 처리됐다. 변속 시 기어의 이빨이 닿는 부위를 줄여서 부드럽게 변속된다.
X11SL DLC의 체인 플레이트 중앙을 보면 X자 형태로 양각 문양이 있다. 이 문양은 시리즈의 이니셜을 디자인으로 반영한 것이지만 볼록한 형태를 취한 건 변속 시 플레이트의 마찰면적을 줄이기 위해서다. 플레이트의 가장자리도 군데군데 빗면으로 다듬었는데 이것 역시 변속 중 플레이트 가장자리가 기어의 이빨과 접촉되는 곳을 깎아낸 것으로 간섭을 줄여 변속을 부드럽게 만든다. 아울러 플레이트를 위아래 좌우를 대칭으로 가공하여 체인의 구동방향에 관계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편리하다.
체인 핀 대신 설치가 편리한 커넥터가 포함되어 있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보이는 것이 변속성을 향상하는 것처럼, 앞서 설명한 말끔한 CNC 가공, 초경화 코팅 기술은 단지 외관을 말끔히 만들고 마찰계수만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CNC로 다듬은 플레이트와 중공형 체인 핀들은 체인의 유격을 줄이고, 초경화 코팅으로 주요 소재보다도 높은 강성(외력에 변형되지 않으려는 성질의 정도)을 띄게 되며, 체인의 변형율은 줄고 동력전달성이 향상된다.
X11SL DLC는 검정 바탕에 6가지 포인트 색상이 있다. 포인트 색상은 최근 유행하는 프레임 색상과 비슷하다.
X11SL DLC는 하위 등급인 X11SL에 있던 실버와 골드 색상이 사라지고, 검정 바탕에 포인트 색을 착색한 체인으로 바뀌었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 질탄화타타늄 코팅의 착색이 이전의 질화티타늄 코팅의 색상처럼 은색이나 화려한 황금빛을 띄지 않기 때문이다. 골드체인의 팬들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대신 더 높은 기능성을 갖춘 것을 위안 삼아야겠다.
X11SL DLC의 포인트 색상은 블랙, 핑크, 그린, 레드, 민트, 블루가 있으며, 가격은 12만원이다.
목걸이나 고급 만년필 케이스처럼 만들어진 X11SL DLC의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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