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 램페이지 더 에볼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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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5일부터 7일까지 유타 사막의 붉은 모래 위에선 세계 최고의 프리라이더들 간의 대결이 펼쳐졌다. 대결의 무대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프리라이드 이벤트 중 하나로 평가받는 레드불 램페이지였다. 올해 경기의 정식 명칭은 레드불 램페이지 2012 더 에볼루션이다. 이 경기는 FMB(Freeride mountain bike) 월드투어챔피언을 가리는 마지막 경기기도 했다. FMB 월드투어는 매년 FMBA(Freeride mountain bike association, 프리라이드 산악자전거 협회)에서 개최하는 챔피언십 이벤트로 올해는 총 35개의 대회가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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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램페이지에 참가한 카일 스트레이트(Kyle Strait, 미국)가 결승을 앞두고 연습주행을 하는 모습. ⓒIan Hylands

레드불 램페이지 헤드캠 – 타일러 맥컬과 크리스 반 다인의 연습주행

FMB의 이벤트는 난이도에 따라 브론즈,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의 4가지로 구분된다. 브론즈는 가장 낮은 등급의 난이도로 아마추어 라이더가 경쟁부문으로 올라가기 위한 관문이다. 실버 이벤트엔 프로와 아마추어라이더가 함께 경기를 뛰고, 골드부터는 프로라이더만 참가할 수 있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다이아몬드 이벤트는 2012년 FMB의 이벤트 중에선 레드불 조이라이드와 램페이지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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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램페이지 2012의 예선전에 임하는 마틴 소더스트롬. 그는 예선 9위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Ian Hylands
FMB 월드투어의 마지막 경기인 레드불 램페이지를 남겨놓고 FMB 월드투어 순위는 지난해 챔피언인 브랜든 세메눅(Brandon Semenuk)이 4,250점으로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뒤를 마틴 소더스트롬(Martin Soderstrom)이 32.5점 차이로 바짝 쫒는 상황. 2012 레드불 조이라이드의 우승자 토마스 게논(Thomas Genon)도 3,948.75점을 획득해 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레드불 램페이지는 다이아몬드 이벤트답게 많은 포인트가 걸려 있다. 이 대회의 결과에 따라 포인트 순위를 다투는 상위 3명 중 누구나 FMB 월드투어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전세계 프리라이딩 팬들의 관심이 램페이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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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게논의 예선 라이딩. 사막의 먼지로 그가 지나온 궤적을 볼 수 있다. 물론 그가 날아온 궤적에선 먼지를 찾아볼 수 없다. ⓒIan Hylands
램페이지의 특징 중 하나는 정해진 대회 코스가 없다는 것이다. 주최측은 출발점과 골인 지점만을 지정하고, 중간의 경로는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라이더마다 달리는 코스가 다르기 때문에 주행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주행 중 난이도 높은 기술을 실수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평가항목은 선택한 코스의 난이도(Difficulty)와 도약거리(Amplitude), 우아함(Control&Fluidity), 트릭과 스타일(Tricks&Style)이다. 필요하다면 없던 점프대를 만들거나 착지지점을 다지는 것도 허용된다. 그렇기에 대회전부터 선수들이 코스빌더들과 함께 경기장에서 삽과 곡괭이, 물통을 들고 경기장을 누비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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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베러클로스가 결승전에 앞서 자신이 달릴 코스를 손보고 있다. 사막의 건조한 모래에서 점프를 하려면 그 전에 물을 뿌려 땅을 다져놓아야 한다. ⓒJohn Gibson
각자 달릴 코스를 정한 24명의 초청선수들이 10월5일 예선에서 첫 번째 대결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경기의 시작과 함께 과감한 라이딩을 선보였다. 예선을 1위로 통과한 이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카메론 맥컬(Cameron McCaul)이었다. 그는 예선 참가자 중 유일하게 18미터 폭의 협곡을 가로지르는 점프를 선보였다. 제임스 돌플링(James Doerfling, 캐나다)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예선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연습주행 중 3번이나 큰 낙차사고를 겪었던 오클리 점프대에서의 빅드롭을 예선에서 다시 시도해 성공시켰고, 2010년 램페이지에서 실패했던 월라이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맥컬과 돌플링을 비롯해 예선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12명이 결승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결승 무대에 서진 못했다. 브렌든 패어클로(Brendan Fairclough, 영국)는 결승을 위해 협곡을 뛰어넘는 점프대까지 만들어 두었으나 예선에서 일어난 낙차사고의 여파로 결승전을 포기했다. 캐이시 그로브스(Casey Groves, 캐나다)는 결승전 아침 잠시 짬을 내 연습주행을 하던 중 넘어졌고, 꿈의 무대를 눈앞에 두고 출전을 단념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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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맥컬은 예선에서 유일하게 18미터의 협곡을 가로질러 점프한 선수였다. 그는 예선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John Gi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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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돌플링은 오클리 점프대에서 연습주행 중 3번이나 큰 낙차사고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예선에서도 오클리 점프대를 다시 택해 빅드롭을 성공시키며 2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사진은 연습주행 중인 모습. ⓒChristian Pondella

레드불 램페이지 2012 예선 하이라이트

FMBA는 FMB 월드투어 랭킹의 상위 12명에게 다이아몬드 이벤트의 출전권을 부여한다. 이 규정으로 12명이 예선을 생략하고 램페이지의 결승에 진출했다. 2010 FMB 월드투어 챔피언이자 지난해 램페이지 우승자인 카메론 징크(Cameron Zink, 미국)와 2008년 18세의 나이로 램페이지에서 우승을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한 브랜든 세메눅도 이 12명의 리스트에 포함됐다. 그 외에 안드레 라콘데구이, 데런 베라클로스(Darren Berrecloth, 캐나다), 지 애서튼(Gee Atherton, 영국), 커트 소기(Kurt Sorge, 캐나다) 등 쟁쟁한 선수들이 FMB 월드투어 랭킹으로 결승전 티켓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그들도 모두 불운을 피할 수 없었다. 불운의 희생양은 카메론 징크와 지 애서튼이었다. 결전을 하루 앞둔 10월6일 연습주행에서 넘어진 그들은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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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FMB 월드투어 챔피언이자 지난해 램페이지 우승자인 카메론 징크는 연습 중 넘어진 여파로 결승에 참가하지 못했다. ⓒ Christian Pon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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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애서튼은 결승을 하루 앞두고 연습 중 넘어져 결승에 참가하지 못했다. 램페이지는 높은 명성만큼 난이도와 부상의 위험도 높다. ⓒIan Hylands
드높은 명성의 선수들조차 연습주행에서 넘어져 참가를 포기할 만큼 서기 어려운 무대가 레드불 램페이지의 결승이다. 올해 결승까지 오른 선수는 모두 20명. 이들에겐 각각 두 번의 주행 기회가 주어진다. 결승인 만큼 출전자들은 가능한 한 최고의 난이도로 코스를 설정했고, 현란한 기술들을 시도했다. 대런 베러클로스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코스를 선택했다. 그는 두 번의 시도에서 모두 난이도 높은 코스를 깔끔하게 달렸다. 하지만 첫 번째 시도에선 드롭 후 점프연결에 실패해 고배를 마셨다. 두 번째 시도에선 난이도 높은 백투백 360 드롭(Back-to-back 360 drops)을 시도했다. 백투백 360 드롭은 절벽에서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360도 회전하며 뛰어 내리는 기술이다. 성공했다면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그에겐 운이 따르지 않았다. 회전이 과했고 착지하며 자전거와 함께 사면에서 튕겨져 나갔다. 그의 최종 순위는 1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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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베러클로스는 가장 난이도 높은 코스를 선택해 높은 가산점을 얻었다. 하지만 기술 구사에 실패해 19위에 머물렀다. ⓒJohn Gibson
레드불 램페이지 최연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든 세메눅은 레드불 램페이지의 우승과 FMB 월드투어 챔피언타이틀을 동시에 얻으려 욕심을 낸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는 거대한 절벽에서 드롭 후 월라이드로 전환하는 트랜스퍼 드롭을 성공시키며 절정의 슬로프스타일 기술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어지는 점프들에서 사소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첫 번째 시도에선 작은 점프에서 공중동작 후 착지하며 균형을 잃어 넘어졌고, 두 번째 시도에선 높은 점프 후 백플립에 실패해 크게 넘어졌다. 그는 작지만 치명적이었던 실수들로 인해 경쟁자들에게 밀리며 14위로 경기를 마쳤다. 실망스런 성적에도 불구하고 세메눅은 FMB 월드투어 챔피언타이틀을 방어하는데 성공해 2년 연속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그가 획득한 FMB 월드투어 트로피는 골든 카멜백 배터보틀로 순금으로 만들어진 85X80㎜ 크기의 FMB 월드투어 로고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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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든 세메눅은 슬로프스타일 라이딩의 진수를 보여줬지만 안타까운 낙차사고로 램페이지의 포디엄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지금껏 싾아 둔 높은 포인트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FMB 월드투어 챔피언에 올랐다. ⓒJohn Gibson
우승은 커트 소기의 차지였다. 그는 결승 첫 번째 주행에서 놀라운 라이딩 실력을 뽐내며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렸고, 두 번째 주행에선 그 차이를 더욱 벌려놓으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코스의 상단에선 노핸드 드롭을 구사했고, 오클리 점프대에서 테이블탑, 이어지는 점프들에선 수퍼맨과 백플립을 연속으로 성공시켜 슬로프스타일과 에어트릭을 절묘하게 섞었다. 2위는 프랑스의 안톤 비제(Antone Bizet), 3위는 로간 빙글리(Logan Binggeli, 미국)가 차지해 커트 소기와 포디엄의 영광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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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램페이지 2012의 결승에서 선보인 커트 소기의 수퍼맨 점프. ⓒChristian Pon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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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소기가 수퍼맨 점프에 이어 선보인 백플립. 그는 슬로프스타일 라이딩과 에어트릭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레드불 램페이지 2012의 우승자가 됐다. ⓒIan Hylands

레드불 램페이지 2012에서 우승한 커트 소기의 라이딩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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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을 1위로 통과한 카메론 맥컬은 베스트 트릭어워드의 주인공으로 5천달러의 상금을 획득했다. ⓒJohn Gi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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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을 앞두고 연습 중인 커트 소기. ⓒIan Hy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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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위해 자전거를 들고 산을 오르는 커트 소기. 코스가 험해 자동차나 ATV로 자전거를 운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John Gib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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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지형을 알아볼 수 있도록 주행 라인 옆엔 레드불 깃발이 꼽혀있다. 사진은 카메론 맥컬의 연습주행. ⓒIan Hy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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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소더스트롬(Martin Soderstrom, 스웨덴)은 브랜든 세메눅의 부진으로 FMB 월드투어의 챔피언이 될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그 역시 램페이지에서 좋은 기록을 얻지 못해 챔피언의 기회를 놓쳤다. 그의 램페이지 최종순위는 15위다. ⓒChristian Pond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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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램페이지는 사막의 한 가운데서 벌어지는 이벤트다. 램페이지를 보는 관객들도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 한참이나 걸어 들어와야 한다. 그래도 경기장엔 늘 관중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Christian Pondella

레드불 램페이지 2012 결승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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