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레이스 코스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돌파하는 다운힐과 큰 점프, 드롭으로 대표되는 프리라이드 그리고 플립이나 테일휩 같이 BMX에서 유래된 갖은 트릭을 구사하는 슬로프스타일은 산악자전거의 다양한 분야 중 거칠고·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레드불 램페이지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는 극한의 대회다.
레드불 램페이지의 스케일을 잘 설명해 주는 한 장의 사진. 그라함 애거시즈의 노핸드 계곡 점프. ⓒChristian Pondella
2001년 첫 레드불 램페이지가 개최된 직후, ‘세계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또는 ‘가장 위험한’, ‘제 정신으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등 무서운 수식어를 늘 대동하고 다녔다. 위험하고 스케일이 대단한 만큼 성공했을 때의 갤러리 환호는 대단했으며, 전 세계 산악자전거 팬들은 대회 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통해 열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이유로 2004년 경기가 마지막으로 치러졌다. 해가 지나며 팬들의 기억에서 흙먼지 냄새와 자전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 서서히 잊혀져갈 무렵, 레드불 램페이지가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결국 2008년 한층 더 무서운 모습으로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2009년과 2011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개최되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 10월 13일 개최되었다.
어디로 내려올까? 마켄 하우겐, 타일러 맥컬, 안드레 라콘데구이(왼쪽부터)가 코스를 지켜보고 있다. 레드불 램페이지는 출발점과 골인점만 지정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라인을 선택할 수 있고, 필요하면 코스를 다듬을 수도 있어서 선수들이 직접 자신이 택한 라인의 지면을 다진다. ⓒChristian Pondella
레드불 램페이지의 특징 중 하나는 지정된 코스가 없다는 것. 출발과 골인 지점만을 지정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 구역 안에서 자신의 라인을 택해 달리며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게 되고, 이 기술의 난이도를 평가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기술은 난이도와 스케일을 동시에 평가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더 멀고, 더 높이 날아야 한다. 그래서 상위선수들이 선택하는 코스는 유사한 점이 많다. 코스에는 오클리의 로고가 그려진 인공 구조물이 있는데, 이 구조물에서 점프할 경우 20m 이상을 날게 된다. 다른 코스에서 보다 훨씬 더 큰 스케일의 기술을 시도할 수 있는 곳이고, 이 부분에서의 기술이 우승자를 가릴 것이 확실해 보였다.
레드불 램페이지는 참가를 원한다고 스타트 라인 앞에 설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극한의 난이도를 가진 대회인 만큼, 레드불이 정상급의 선수만을 초청해 대회를 치르기 때문. 올해는 24명의 라이더가 선정되었다. 월드컵 다운힐 선수부터, 익스트림 프리라이더 그리고 슬로프 스타일 라이더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프리라이드 자전거 대회의 트로피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을 시작했다. 선수들은 도보로 코스를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는데, 기술의 성공 가능성과 선수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자신이 점프해야 할 곳 그리고 착지해야 할 곳의 지면 상황과 거리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 선수마다 자신이 원하는 라인을 그리기 위해 코스 빌더들이 만들어 놓은 코스를 조금씩 수정하기도 했다.
카일 스트레이트의 결승 노핸드 점프. ⓒJohn Gibson
레드불 램페이지 2013의 주인공은 미국의 카일 스트레이트였다. 2004년 당시 최연소 우승자(17세)로 기록됐던 카일 스트레이트가 선택한 라인을 부드럽게 통과하고 거리가 무려 25m인 오클리 드롭을 노핸드로 통과하면서 9년 만에 다시 왕좌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레드불 램페이지 역사상 유일하게 2회 우승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카일 스트레이트의 결승 위닝 런 영상
레드불은 레드불TV(www.redbulltv.com)를 통해 레드불 램페이지를 4시간 20분간 생방송했는데, 독특한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현장의 심사단이 선정한 공식 챔피언 외에 온라인 시청자들의 투표로 선정하는 관람객의 챔피언상을 부여한 것. 팬들이 선택한 라이더는 뉴질랜드에서 온 켈리 맥게리였다. 22m의 협곡 사이를 백플립으로 넘은 장면이 갤러리들은 흥분시킨 것. 켈리 맥게리의 최종 순위는 2위.
켈리 맥게리의 결승 런 영상
2010년 레드불 램페이지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카메론 징크(미국)는 오클리 아이콘을 백플립으로 뛰어내리며 3위를 차지했다. 카메론 징크의 25m 백플립 드롭은 산악자전거 역사상 가장 큰 백플립으로 기록될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슬로프스타일의 악동 안드레우 라콘데구이는 4위, 타일러 맥컬은 5위로 경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