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 사이클 나주투어

뉴스마스터즈 사이클 나주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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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터즈 사이클 나주투어가 지난 4월 27일, 나주시 일원에서 펼쳐졌다. 이번 마스터즈 사이클 나주투어는 총 300명의 선수가 신청해 미출전자를 제외한 252명이 출전했다. 
 
나주스포츠파크를 출발해 영산대교 북단, (구)진포나루, 가운삼거리, 맛재, 영산로, 영산강변로를 경유해 나주스포츠파크로 돌아오는 16.5㎞의 순환코스를 5주회 달려야했던 나주투어는 경기 내내 높은 경기속도와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 예상치 못한 낙차 등으로 출전자들이 긴장을 늦출 틈이 없었다. 경기결과 킹바이크의 강종철이 대회종합우승을 거두며 시리즈 오픈 이후 처음으로 카테고리3에서 카테고리G 우승자가 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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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즈 나주투어는 300명 출전신청에 252명이 출전했다.
 

나주투어, 마스터즈가 성장했다

 경기 전, 코스를 사전에 답사했던 선수들 몇몇은 4.5㎞의 3단 고개인 맛재에서 경기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전 출전자들을 대상으로 보면 이 예상처럼 대회가 진행됐다. 하지만 이는 전 출전자를 하나의 경기권으로 보는 견해일 뿐, 실질적인 경기진행이 이루어지는 펠러톤 중심에서 보면 ‘맛재’라는 지형지물은 세안 후 바르는 로션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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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자들은 맛재에서 브레이크 어웨이가 일어나거나 경기권이 흩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간간히 그룹의 후미가 떨어져 나갈 뿐 경기를 주도하는 펠러톤은 꾸준한 페이스로 일관했다.   
 
지난 4월 2일, 바이크왓은 나주투어 프리뷰 기사(■관련기사: MCT 3차전, 나주벌을 노려라!)에서 4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4가지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1. 2차전 대회우승을 거둔 이형모(세븐힐즈)는 특기인 어택이 힘들 수 있다.
2. 레이스리더들은 군소 작전세력에 휩쓸리지 말고 단계적으로 펠러톤의 페이스를 조절해야 유리하다.
3. 팀플레이가 벌어질 수도 있다.
4.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던 스프린터들이 발호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예상은 소름끼치도록 정확히 적중했다. 그리고 한국 마스터즈 사이클경기가 한층 성장했음을 볼 수 있는 경기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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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투어는 레이스리더들이 경기권을 주도해 이끌고 팀플레이가 이루어지는 등 경기내용면에서 많은 성장을 이룬 대회다. 
 

특명! 이형모를 잡아라

이형모는 경기일 아침 “최선을 다하겠다. 언덕을 최대한 활용해 펠러톤을 한 번씩 흔들어 보겠다”고 바이크왓과 인터뷰했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나주투어는 혹독했다.
출발 후 첫 주회, 경기그룹은 반 바퀴 이상 탐색전을 펼쳤다. 이형모가 맛재에서 경기권의 반응을 보기위해 페인트 모션형 어택을 시도했는데 경기그룹은 즉각 반응해 그를 굴복시켰다.
이어지는 내리막이 끝나갈 무렵, 병목구간을 앞두고 있음에도 경기그룹의 대형변화가 늦었다. 결국 도심구간 그룹 중간에서 낙차가 발생했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이형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회고하며 낙차여파로 한동안 정차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형모의 수난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어택을 위해 주위를 살피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나서서 이형모의 발을 묶었다. 특히 스캇-LSR의 성종민은 그의 행동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성종민이 아니라도 스캇-LSR은 자신들의 리더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이형모를 궁지로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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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모는 첫 주회 낙차여파에 휩쓸리는 위기를 겪었지만 항상 선두에서 공격할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번번히 다른 레이스리더들의 견제에 발이 묶였다. 
 

레이스리더는 허명이 아니다

2차전인 가평에서 선두권은 국가대표 상비군에 버금가는 경기속도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펠러톤은 이형모에게 1분30초 이상 따돌림을 당했다. 이는 레이스리더가 없이 진정한(?) 개인도로경기를 했기 때문이다. 
나주는 달랐다. 경기그룹은 마치 여왕벌을 쫓아 날아오르는 벌떼 같았고, 레이스리더들은 펠러톤을 조직적으로 동화시키며 경기 페이스를 조절했다. 그리고 레이스리더들이 ‘리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첫 경기를 치렀다.
공동의식체처럼 변해버린 펠러톤을 박차고 나가 브레이크 어웨이를 시도하는 주체적인(?) 그룹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곧 기계처럼 움직이며 서서히 다가오는 공포와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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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LSR의 성종민(맨위 사진, 앞 좌측)은 현재까지 시즌 포인트리더로서 다른 레이스리더들의 발호를 막고 자신의 팀은 물론 펠러톤을 주도면밀하게 지휘했다. 사진은 성종민의 주문에 팀 동료인 박지훈이 페이스를 올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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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회가 마무리될 무렵 펠러톤에서 카테고리4의 레이스리더인 김동환(프로사이클)이 단독으로 브레이크 어웨이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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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은 뒤쫓아 온 추적그룹과 합류, 무려 1주회 반 이상까지 선두그룹을 유지하며 최대 50초가량 펠러톤을 따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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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이내 입을 벌리며 서서히 다가오는 펠러톤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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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회 중반 어택을 주도했던 김동환 외 2명이 펠러톤에 흡수됐지만 선두그룹의 박종일(도싸 엘리엇)과 최궁규(엔비)는 펠러톤을 따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이들도 결국 4주회 막바지 펠러톤에 합류됐다. 
 

엘리트도 울고 갈 완숙한 팀플레이

팀플레이를 전제로 하는 스테이지레이스나 원데이레이스와 달리 개인도로경기는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을 평가하는 것이 그 취지이지만 노골적인 팀 블로킹이나 진로방해, 신체접촉이 없으면 어느 정도의 조직적인 경기활동이 보장된다. 다만 엘리트경기의 경우, 팀플레이를 전제로 하는 경기보다 팀당 출전하는 인원을 제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마스터즈 경기는 그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노골적인 반칙이 아니라면 팀플레이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이번 나주투어가 그랬다.
스캇-LSR, 캐논데일 네오우드, 엘파마 탑스피드 등은 팀플레이가 무엇인지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레이스를 펼쳤다. 그들은 자신들의 레이스리더를 지키며 다른 레이스리더의 발호를 막고 그 와중에 펠러톤에는 최면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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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초반, 스캇-LSR의 박지훈이 기선제압용 어택을 시도했다. 다분히 과시적인 성격이었지만 이 또한 팀플레이의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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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LSR은 경기내내 다양한 포메이션을 시도하며 견제와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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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반 엘파마 탑스피드가 팀 브레이크 어웨이를 시도했으나 스캇-LSR은 김춘호와 박지훈을 내보내 이들을 견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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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LSR이 철저히 리더를 위해 희생하는 팀플레이라면 캐논데일 네오우드의 팀플레이는 리더를 전면에 내세우고 팀 전체가 우위를 점하는 타입이다. 카테고리1의 레이스리더인 이환걸(맨 앞)은 팀의 전폭기를 자처하고 레이스리더들의 이목을 자신에게만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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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걸이 레이스리더들의 견제를 받는 동안 캐논데일 네오우드의 란 데릭과 강연덕은 그의 뒤로 한결 편하게 따라붙을 수 있었다. 이환걸의 시위가 마무리 되면 어김없이 그의 옆에는 팀동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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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막바지, 스캇-LSR은 대형이 분산된 반면 캐논데일 네오우드는 결승선이 가까울수록 더욱 결집되는 모습을 보였다.
 

스프린터, 또 다른 레이스리더의 탄생

그러나 레이스리더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펠러톤은 결승을 앞두면 각성한다는 것이다. 팀들과 레이스리더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동안 펠러톤의 최면은 풀렸다. 결승선 3㎞ 전방에 앞두고 경기대열이 옆으로 넓게 퍼졌다. 대부분의 도로경기가 결승선을 앞두고 이런 형국이 되지만 엘리트경기보다 예비동작이 조금 빨랐다.
펠러톤는 지금까지 자신들을 이끈 이형모, 성종민 등을 집어삼키고 언제든 결승선으로 돌진할 태세를 취했다. 이 와중에 결승 1㎞ 전방에서 펠러톤 2선이 대형 낙차사고를 겪었다. 그리고 결승 500m 전방에서도 또 다른 낙차사고가 있었다.
이틈에 캐논데일 네오우드가 주도적으로 라스트스퍼트를 시도했다. 캐논데일 네오우드의 란 데릭, 이환걸, 강연덕을 필두로 라스트 스프린트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스프린트 전쟁의 승리는 놀랍게도 카테고리3의 강종철(킹바이크)의 차지가 됐다. 그는 과거 엘리트선수 출신으로 놀라운 스프린트 솜씨를 발휘, 란 데릭의 뒤를 따라붙어 마지막 순간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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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우승의 향방은 막판 스프린트로 갈렸다. 강력한 스프린터인 강종철(킹바이크)이 캐논데일 네오우드의 란 데릭을 추월하며 간발의 차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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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데일 네오우드는 카테고리1 1, 2, 3위를 모두 휩쓸며 차분하면서도 강력한 팀웍을 증명했다.
 

나주의 뼈아픈 교훈

마스터즈 경기의 업그레이드를 이뤄낸 나주투어지만 좋은 경기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많은 동호인들이 이미 도로경기의 낙차사고는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인식하는 견해가 많지만 이번 나주투어는 크게 3번의 낙차사고를 겪으며 시리즈 오픈 후 가장 큰 오명도 남겼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불운으로만 치부하기에는 3번은 너무 많은 숫자다. 언뜻 주최지의 교통통제나 코스안전의 문제를 비판해야 할 것 같지만 나주투어 직후, 인터넷상에는 출전선수들의 자기비판이며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계의 글들이 올라왔다. 
대충의 요지를 살피면 “경기 중의 안전은 자신이 아니면 지킬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면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취지의 글들이다. 실로 공감해야 할 내용이다. 이런 사고들이 빈번하면 차후 시즌 보험사가 대회 자체를 보이콧할 수 있고 이런 경우 UCI규정상의 심각한 행정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무엇보다 선수들은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타는 사이클로 건강과 즐거움을 잃게 되며 마스터즈 사이클 투어는 출전할 수 있는 선수들을 잃는 것이다. 결국 한국 마스터즈 사이클은 퇴보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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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을 1㎞ 남짓 앞두고 2번째 낙차(사진 뒤, 경기그룹 2선)가 발생했으며 이후 500m이내에서도 3차 낙차가 발생했다. 넓은 도로, 교통량이 한적한 직선형 코스에서의 낙차라는 점을 들며 마스터즈 선수들 사이에서도 과열경쟁과 페이스 조절의 실패 등 스스로 많은 분석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쏟아내고 있다.
 

구제와 경고가 담긴 새로운 대회특별규정

이와 관련해 대한사이클연맹 장은기 심판장은 “많은 선수들이 낙차사고를 겪은 것에 유감을 표하며 빠른 쾌유를 빈다. 마지막 결승선 3㎞이내에서 사고를 겪어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한 선수들은 심판위원회의 결정으로 DNF로 판정하지 않고 최하위 순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추후 모든 마스터즈 사이클 코리아 경기에는 이와 같은 내용을 대회특별규정으로 정해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회특별규정은 낙차 전 경기그룹과 같은 기록을 부여하는 스테이지 레이스의 3㎞규정과는 다르다. 마스터즈 사이클 코리아는 1일 개인도로경기이기에 다음 스테이지의 출전여부가 상관없다. 또한 포인트를 부여하는 시리즈경기이기 때문에 누적시간이 판정기준이 되는 스테이지 레이스의 3㎞규정을 적용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 규정의 속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구제와 경고가 공존하는 규정인 것이다. 구제는 “노력을 인정하라” UCI 규정 전반의 취지를 따르는 것으로 마스터즈 선수들이 경기에 기울인 노력을 인정하고자 하는 취지가 크다. 또한 마지막 경기그룹의 순위가 아니라 최하위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우선하라’는 경고의 뜻도 담긴 것이다.
 
나주투어 이틀 후인 지난 4월 29일, 마스터즈 사이클 인천투어의 접수가 시작되었다. 나주에서의 불운에도 불구하고 접수는 오전 중에 모두 종료되었다. 아무쪼록 인천투어에서는 모두가 웃는 얼굴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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