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의 국내 공식공급업체인 기흥인터내셔널은 10월23일 스톡 바이시클(Storck Bicycle GmbH, 이하 ‘스톡’)의 창업자인 마르쿠스 스톡(Marcus Storck)을 서울 한남동의 스톡 스토어로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기자간담회에서 마르쿠스 스톡은 스톡의 역사와 기술에 대해 설명했고, 간담회 뒤에 이어진 세미나에선 행사에 참여한 50여명의 동호인들에게 카본 제조공정을 설명하고 스톡의 특징을 알렸다.
이 자리는 공기역학적 설계를 적용한 스톡의 새 로드바이크, 에어나리오를 소개하는 무대기도 했다.
스톡 바이시클의 창업자인 마르쿠스 스톡이 한국을 방문해 스톡의 역사와 기술, 최신의 카본 기술에 대해 알렸다.
스톡의 브랜드 이름이 창업자의 가문에서 따온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회사의 히스토리는 그의 자전거 인생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자전거선수 출신이었고, 어머니는 자전거매장을 운영했다. 아버지 역시 자전거선수였기에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는 그에게 삶의 일부였다고. 마르쿠스 역시 자전거선수를 꿈꿨으나 신장(腎臟)이 하나뿐이어서 자전거 레이스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자전거선수로서의 꿈 대신 마르쿠스 스톡이 택한 건 자전거의 개발과 판매였다. 그는 우리나이로 14세였던 1977년 그의 첫 스톡 프레임을 빌딩했고, 1986년엔 ‘바이크텍(Biketeck)’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후에 자전거 유통에도 손을 대 30여개의 브랜드들을 수입해 독일의 자전거시장에 공급했다. 그의 브랜드 바이크텍은 스틸 소재 자전거 생산에 주력했으나, 알루미늄 프레임은 수입제품을 주로 유통했다. 그의 주력수입제품은 클라인(Klein)이었다. 사업은 전세계 클라인 자전거 판매량의 25%를 독일에서 판매할 정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하지만 1995년 클라인이 트렉(Trek Bicycle Corporation)에 인수되면서 마르쿠스의 유통사업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클라인의 수입판매권이 당시 트렉의 수입사로 넘어간 것이다.
자전거선수였던 아버지와 자전거매장을 운영하던 어머니 아래서 태어난 스톡은 어린 시절 자전거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콩팥에 문제가 있어 선수의 꿈을 접고 자전거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다.
사업의 위기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다가왔다. 마르쿠스는 유통사업 대신 자신의 브랜드에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새로운 브랜드에 14살 때 처음 만든 프레임에 붙였던 가문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것이 스톡 바이시클의 탄생이다. 스톡의 런칭과 함께 그가 유럽 자전거 미디어들과의 인터뷰에서 내세운 비전은 2년 내에 최고의 알루미늄 프레임 제조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마르쿠스는 ‘그 후 2년 안에 유럽의 미디어가 실시한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프레임을 생산했으므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톡은 알루미늄 프레임의 생산에 안주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자전거에 거의 쓰이지 않던 카본파이버 소재를 자전거와 접목시키려 노력했다. 93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카본 소재의 ‘파워암’ 크랭크를 95년 출시했고, 뒤이어 ‘스틸레토’ 카본포크를 발매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스톡이 아직도 같은 디자인과 이름을 가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톡의 카본 개발사에 또 하나의 큰 자취를 남긴 건 1998년 발표된 풀서스펜션 산악자전거인 오가닉이다. 마르쿠스 스톡에 의하면 이 자전거가 세계최초의 풀카본 풀서스펜션바이크라고. 이 자전거의 프레임 무게는 2㎏에 불과해 오늘날의 카본프레임들과도 무게 차이가 크지 않다.
마르쿠스 스톡이 1998년 발매된 풀카본 풀서스펜션바이크인 오가닉을 소개하고 있다.
90년대 말 스톡은 카본소재의 적극도입과 함께 주력제품을 산악자전거에서 로드바이크로 변경한다. 이때 만들어진 제품이 시나리오 1.1과 0.9다. 2007년에는 VVC(Vacuum Void Controlled)라 명명한 새로운 카본 제조공법으로 제작된 파시나리오 0.7을 발표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본 소재는 탄소섬유로 직조된 카본원단과 레진이란 플라스틱이 여러 겹으로 겹쳐져 만들어진다. 레진은 탄소섬유들을 붙여주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는데, 레진의 양이 과도한 경우 무게 증가의 원인이 된다. 또한 카본 적층구조 사이에 기포가 있을 경우 프레임의 취약지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VVC다.
카본 프레임을 몰드에 넣어 성형할 때, 프레임 안쪽에 공기를 밀어 넣어 카본을 몰드에 밀착시키는데 이때, 동시에 외부에서 진공으로 몰드와 프레임 사이의 공기를 빨아내는 것이 VVC 프로세스의 핵심이다. 이 공법은 레진을 프레임 전체에 고루 분산시키고, 추후 요구되는 샌딩 작업을 간략화 해 탄소섬유가 샌딩 작업에 의해 손상되는 실수를 방지한다고 한다.
마르쿠스 스톡은 VVC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탑튜브의 강성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두께 1㎜가 안되는 카본튜빙이 높은 강성을 낸다는 것 (카본 전문가가 아니라면 절대 사진의 행동을 따라해선 안된다. 프레임 파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스톡은 프레임의 사이즈 별로 완전히 다른 카본 적층방식을 적용해 사이즈에 관계없이 고른 성능의 프레임을 만드는 등 고성능 자전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마르쿠스 사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 결과로 독일의 자전거 미디어에서 주관하는 프레임의 무게 대비 강성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기자간담회 뒤에는 동호인을 대상으로 한 카본바이크 기술세미나 ‘마르쿠스 스톡이 전하는 카본바이크 이야기’가 이어졌다.
마르쿠스 스톡은 기자간담회 뒤에 이어진 동호인 대상 세미나에서 카본의 제조공정과 소재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가 발표한 핵심 내용은 ‘카본은 매우 복잡한 소재로 제조공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성능이나 안전성엔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정밀한 설계와 제작공정이 요구되고, 생산한 후에도 테스트와 검증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 그는 이 자리에서 스톡이 우수한 카본프레임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또한 카본 프레임의 성능결정요소는 설계, 탄소섬유의 종류, 직조방식, 적층방식, 제조공법, 샌딩 작업 등 다양하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의 제품 외관만 복제한 일명 ‘대륙봉’ 제품을 조심하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카본프레임의 제조공정에 대해 설명하는 마르쿠스 스톡.
카본바이크 기술세미나에는 50여명의 동호인들이 참석했다. 질의, 응답 시간엔 참석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져 기술적 지식에 대한 동호인들의 목마름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톡의 역사와 기술을 소개하는 이 세미나는 신제품 에어나리오(Aernario)를 선보이는 자리기도 했다. 에어나리오는 에어로다이내믹 컨셉을 적용한 로드바이크다. 일반적으로 에어로바이크라는 단어를 접하면 항공기 날개형상을 연상한다. 그러나 사실 타임트라이얼바이크를 제외하고 최근 공기역학적인 구조를 반영했다는 프레임을 보면 그런 단면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프레임 튜빙이 수직방향이 아닌 자전거의 주행방향으로 튜브의 단면을 살펴보면 공기역학적인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에어나리오의 다운튜브를 보면 충분한 비틀림강성 확보를 위해 육중하지만 바람의 방향에 대해서는 공기역학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 시트스테이와 체인스테이는 납작한 형태로 제작돼 측면강성은 뛰어나고 상하방향으로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스톡의 새 로드바이크 에어나리오는 에어로다이내믹 컨셉을 적용한 로드바이크로 부드러운 승차감이 특징이다.
에어로프레임이란 단어에서 쉽게 연상되는 항공기날개의 형태는 프레임의 수평방향 절단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에어나리오는 스톡의 전통적인 스틸레토 포크를 사용한다. 무게 340g의 이 포크엔 상단 1.125인치, 하단 1.25인치의 테이퍼 형상 스티어러튜브가 적용됐다. 탑튜브, 다운튜브, 시트튜브는 프레임의 사이즈에 따라 개별적으로 설계됐고, 프레임은 슬로핑스타일이다. BB셸은 86.5㎜ 폭의 프레스핏 방식이고, 싯포스트 클램프는 탑튜브와 시트튜브가 만나는 지점에 내장됐다. 특허출원 중인 이 시트포스트 고정방식은 시트튜브에 별도의 가공을 하지 않아도 돼 프레임 강성에 손실이 없다고 한다. 프레임 무게는 890g이다.
마르쿠스 스톡은 에어나리오의 런칭과 함께 여러 나라를 돌며 자전거 프레임 제작에 사용되는 카본 제조기술과 스톡의 제조공법에 대해 알리고 있다. 사진의 자전거는 파시나리오 0.7이다.
스톡 에어로2는 그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낸 자전거라고 한다. 개발에 소요된 시간은 1년 남짓으로 하와이 아이언맨 대회에 참가하는 후원선수를 위해 서둘러 개발했다고.
■기흥인터내셔널 www.storck-korea.com ☎(02)797-8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