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꼬끄 스포르티브 코리아가 신선한 자전거 이벤트를 연다. 사이클링 동호인이라면 대부분 GPS 사이클링컴퓨터나 스마트폰 앱으로 라이딩 경로를 지도에 표시할 수 있는 걸 잘 알 것이다. 바로 이 GPS 로그 기능을 응용한 ‘아트라이딩’ 대회를 연다는 것.
아트라이딩은 스마트폰 사이클링 앱인 ‘스트라바’를 이용해 지도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2013년 ‘GPS Doodle’, ‘Strava Art’ 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오는 10월 29일(일), 한국에서도 이 아트라이딩이 펼쳐진다.
강남에 고래를 그리다
아트라이딩이 궁금한 기자는 사전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르꼬끄 스포르티브 코리아가 제안하는 도화지는 2곳으로 각각 레드휠, 블루휠 코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레드휠 코스는 이태원을 중심으로 이촌, 용산, 서울역, 남산, 한남이 포함되는 원이며. 블루휠 코스는 학동역(세로수길)을 중심으로 압구정, 삼성, 선릉, 역삼, 강남, 잠원을 연결하는 원이다. 각 코스에 참가하는 라이더는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르꼬끄에서 제공하는 기본디자인을 따라 라이딩 할 수 있다.
아트라이딩은 이태원과 남산 중심의 레드휠 코스와 강남, 압구정 중심의 블루휠 코스로 나뉜다.
기자는 블루휠 코스에서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스트라바 계정이 있는 사람은 ‘경로만들기’ 템플릿으로 누구나 쉽게 나만의 경로를 그릴 수 있다.
처음엔 지도를 살펴 보며 특정 형상이 나타나는 곳이 있는지 눈대중으로 선을 이어봤다. 마침 선정릉이 눈에 들어왔는데, 선정릉의 형상이 고래 가슴지느러미 같았기 때문에 무턱대고 고래를 그려 봤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선정릉은 포기하기로 했다. 가슴 지느러미에 맞춰 그리다 보니 꼬리가 송파구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작고 귀여운 고래를 다시 그리기로 했다.
스트라바의 내 경로 만들기 기능으로 사전에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다. 한번에 깨끗한 코스를 설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왕복도 비번하게 발생하며, 골목길을 돌아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현실의 도로는 상황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로를 그리던 중 스트라바의 오류 몇 가지를 발견했다. 경로 설정 시 큰 도로를 우선으로 설정해 돌아가거나, 일방통행이나 계단 등을 파악하고 있는지 원하는 길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또한 한국 지도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변경된 길이나, 횡단 유무에 대한 업데이트가 적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오류는 실제 라이딩 시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도와 현실의 차이
경로 근처에서 스트라바 앱을 실행시켜 저장한 경로를 불러왔다. 현재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기 때문에 지도를 따라 코스의 시작지점으로 이동했다. 시작지점은 내가 경로 설정 시 처음 점을 찍은 곳이다. 경로의 중간부터 그리면 어떤 시행착오가 기다릴지 모른다.
스트라바 경로를 확인하고 출발지를 향해 이동하는 기자.
사전에 그린 코스 근처에 도착해 스트라바에 저장한 고래 경로를 불러왔다. 현재 위치가 표시되기 때문에 코스의 시작지점까지 이동은 어렵지 않았다. 시작지점은 스트라바에서 경로 설정을 할 때 처음 점을 찍은 곳이다. 현장 상황에 따라 시작지점을 바꾸는 현명함도 있어야 하지만, 경로 설정과 현실의 도로 사정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니 처음부터 계획을 면밀히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려봤다. 최대한 선의 끊어짐 없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이 빈번했다. 좁을 골목길을 달려야함은 물론이며 생각지 못했던 급경사를 만나 자전거를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다보니 묘한 매력이 있다. 평소라면 와보지 않았을 길이고, 동네 주민이 아니면 몰랐을 길들이 나타나는데 이렇게 새로 나타나는 길을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동네 탐방이 목적이 아니니, 제대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수시로 GPS나 스트라바 앱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
코스를 그려 달리다보면 처음 마주하는 동네길을 달리게 된다. 익숙치 않은 길인 만큼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좁은 골목길에서는 GPS 인식 오류로 로그가 널뛸 수 있으니 틈틈히 사이클링 컴퓨터와 앱으로 지나온 경로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예술은 창조자의 고통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아트라이딩도 그만한 어려움이 있다. 스트라바 경로 상 횡단이 가능한 것으로 표시됐던 길이 실제로 횡단이 불가해 멀리 돌아가기도 했고, 돌아가는 구간으로 그림 형태가 흐트러질까봐 우회로를 달리기 전에 GPS 기록을 멈췄다가, 본 코스에 들어서면서 기록을 다시 시작하는 등 임기응변이 필요한 상황이 빈번히 일어난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갑자기 나타나는 급경사와 계단에 자전거를 끌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지도상 횡단이 가능하다고 그려졌지만, 현실에서는 횡단이 불가해 멀리 돌아가야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리 길지 않은 코스였음에도 체력 소모가 컸다. 수시로 멈춰서서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야하며, 익숙하지 않은 길을 달려야하기에 신경 쓸 일이 많았다. 한번에 코스를 돌기보다는 휴식지점을 정해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라이딩을 마치고 확인한 스트라바 경로에는 상황에 따른 삐뚤빼뚤한 경로가 표시됐지만, 지도를 축소하니 작은 고래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다행인 점은 라이딩 중간중간 GPS가 튀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저장된 기록에는 GPS가 튄 흔적이 말끔하게 없어졌다.
실제 라이딩을 했을 경우 비뚤빼뚤한 경로가 기록된다. 왕복했던 기록도 확연하게 보인다.
지도를 축소하면 내가 그린 작은 고래가 나타난다.
아트라이딩은 신선했다. 운동과 이동으로서의 획일화된 라이딩이 아닌 상상력을 자극하는 하나의 모험 같았다. 자전거는 붓이고, 나의 페달링은 창작의 고통이었다. 무엇보다 자전거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이토록 흥미로운 것이었는지 새삼스러웠고, 그 과정에서 평소 가보지 않았던 길을 달릴 수 있던 점도 매력이다.
이 기사를 보는 독자가 아트라이딩아트라이딩 참가를 결정했다면, 기자는 꼭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9월 27일부터 아트라이딩 참가접수
르꼬끄 아트라이딩을 진행하는 르꼬끄 스포르티브 코리아는 9월 27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아트라이딩 참가자를 모집한다. 모집인원은 레드휠 부문 200명, 블루휠 부문이 300명이다. 참가신청은 데상트코리아 e-샵 회원가입 후 신청페이지에서 접수할 수 있다. 참가비는 5만원.
그림을 그리는 주 미션 외에 르꼬끄 로고 인증샷, 라이딩 중 인생샷 촬영(전문 포토그래퍼 투입), 치킨런, 파트너부스 미션 등의서브미션으로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아트라이딩을 완료한 참가자들 작품은 심사를 거쳐 크리에이티브, 베스트로코, 커플상 등 다양한 시상이 진행되며, 스페셜라이즈드 자전거, 소니 액션캠 등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아울러 참가자 전원에게는 르꼬끄 스포르티브 사이클 윈드브레이커가 기념품으로 증정된다. 아트라이딩은 10월 29일 한강 반포지구 달빛광장에 대회본부와 행사장이 차려질 예정이다.
■ 르꼬끄 아트라이딩 사무국 www.lecoqsportif.co.kr ☎(070)5096-0594